미국 고급 가구점 RH 매장 내부. 사진 블룸버그
미국 고급 가구점 RH 매장 내부. 사진 블룸버그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신규 투자한 미국 고급 가구 소매업체 ‘RH(2년 전 Restoration Hardware에서 사명 변경)’의 상승세가 매섭다. 2019년 한 해 동안에만 RH 주식은 150% 급등했다.

버크셔 해서웨이가 지난해 3분기 동안, RH 주식 121만 주(2억630만달러·약 2422억원 상당)를 사면서 4대 주주가 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지난해 11월 15일(이하 현지시각)에만 RH 주식은 장중 한때 6.7% 상승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워런 버핏이 산 RH 지분 6.5%가 다른 회사도 RH에 관심을 가지도록 설득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며 고 평가했다.

사실 RH 주식은 워런 버핏이 관심을 가지기 전부터 상승세였다. 버크셔 해서웨이가 RH에 투자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사흘 전, RH는 3분기 매출이 1년 전보다 10.3%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순이익은 7억650만달러(약 8295억원)로 1년 전(6억4080만달러·약 7524억원)보다 6570만달러(약 771억원) 증가했다. 시장의 기대치를 넘어선 실적 발표 뒤 RH 주가는 6% 급등했다. ‘포브스’는 “최근 RH 주식과 사업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며 “워런 버핏의 투자는 RH에 약간의 도움이 될 뿐”이라고 말했다. RH의 성공 포인트를 짚어봤다.


포인트 1│온라인이 넘볼 수 없는 오프라인 경험 제공

뉴욕 맨해튼에 사는 네 명의 여성 이야기를 다룬 미드(미국 드라마) ‘섹스 앤드 더 시티’의 주인공이었던 배우 사라 제시카 파커는 베이비 샤워(Baby Shower·태어날 아이와 임산부를 위해 가족과 친구들이 함께하는 파티) 장소로 ‘RH 뉴욕’ 매장을 택했다.

RH가 2018년 문을 연 RH 뉴욕은 단순한 가구 매장을 뛰어넘는다. 맨해튼에 위치한 RH 뉴욕은 폐허나 다름없던 건물을 개조해 고급 호텔, 박물관처럼 만든 공간이다. 약 8361㎡짜리 6층 건물로 RH 매장이자 RH 제품을 활용한 카페와 옥상 레스토랑, 바(bar) 등이 자리 잡고 있다.

2018년 개장 당시 테니스 선수 마리아 샤라포바, 유명 모델 칼리 클로스 등 1500명이 넘는 유명 인사가 RH 뉴욕을 찾았다. 지금도 할리우드 스타 리브 타일러, 영국 록 가수 로이스톤 랭던 등이 유리로 만든 투명 엘리베이터, 120개의 크리스털 조명이 반짝이는 RH 뉴욕을 찾는다. RH는 이곳에서만 연간 1억달러(약 1177억원) 이상의 매출을 얻는다.

RH는 1979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코데 마데라에서 빈티지 가구 전문점으로 출발했다. 다루는 품목은 가구가 중심이지만 조명, 섬유제품, 그림 액자, 아동용품까지 폭넓다. RH는 소비 트렌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바뀐 이후에도 RH 뉴욕 같은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운영 중이다.

RH는 ‘RH 뉴욕’ 같은 화려한 매장을 ‘갤러리’라고 부른다. 뉴욕 외에 시카고, 보스턴 등 미국 주요 도시에 70개의 갤러리가 있다. 2020년에는 5~7개, 2021년에는 7개 이상의 갤러리를 추가할 예정이다. RH의 최고경영자(CEO)인 게리 프리드먼은 지난해 9월 실적 발표 당시 “오프라인 상점을 죽인 것은 인터넷이 아니라 상상력과 투자의 부족”이라며 “온라인 중심의 브랜드가 복제할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주는 것이 포인트”라고 말했다. RH는 고객에게 카탈로그도 보낸다. 카탈로그는 900페이지가 넘고, 그 무게만 7㎏ 이상일 때도 있다. ‘타임’은 “카탈로그를 포장하고 배송하는 데만 3달러(약 3500원)가 들어가고 디자인, 사진, 편집, 모델 섭외, 인쇄에도 비용이 들어가지만 소매업 전문가들은 카탈로그가 소비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줄 수 있고 심지어 이익 창출에 효과적일 수 있다고 여긴다”고 말했다.


포인트 2│회원제 도입해 매출 늘리고 아웃렛으로 재고 부담 털기

RH는 가구 업계에서는 드물게 회원제를 도입했다. RH 회원이 되려면 연간 100달러(약 11만1000원)를 내야 한다. 대신 전 제품을 25%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다. 2019년 3분기 기준 RH 매출의 95%는 RH 회원에게서 나왔다. 로이터는 “고급 주택 시장이 침체돼 있지만 회원제를 확대하고 70개의 갤러리에서 고객을 위한 경험을 주면서 RH 매출과 수익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여기다 RH는 디자인부터 제조, 유통을 제대로 관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RH는 최근 ‘비치 하우스’ ‘스키 하우스’ 제품을 선보였다. 비치 하우스는 온화한 기후에 특화된 제품, 스키 하우스는 눈이 많이 오는 지역에 필요한 제품 중심으로 꾸며져 있다. 시즌별로 색다른 인테리어를 원하는 고객을 위한 제품이다.

RH는 갤러리 외에 아웃렛 매장도 운영한다. 갤러리가 상대적으로 고가의 제품을 판매하는 공간이라면 아웃렛은 철이 지난 상품을 할인 판매하거나 섬유제품, 조명 등 생활용품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갤러리에서 판매되지 않는 제품을 싼 가격에 구매하도록 해 재고 위험도 줄인다.

RH는 북미 외 시장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프리드먼 CEO는 “유럽을 둘러봤더니 갤러리를 열 공간이 있었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북미 시장의 3~4배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plus point

워런 버핏의 투자 포트폴리오
워런 버핏과의 점심 한 끼 53억원

2019년 스무 번째로 진행된 ‘워런 버핏과의 점심’ 낙찰가는 457만달러(약 53억6700만원). 첫 번째 경매가 이뤄진 2000년 점심 낙찰가(2만5000달러·약 2940만원)보다 180배 이상 뛰었다.

낙찰자들이 많은 돈을 점심 한 끼에 쓰는 이유는 분명하다. 세계적인 거부이자 투자자인 워런 버핏과 함께 식사하며 나눈 대화는 새로운 투자처를 포착하는 기회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워런 버핏을 만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정보를 접하고, 성장이 유망한 산업 분야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은 한 끼 식사에 거액을 투자하게 한다.

모든 사람이 워런 버핏과 점심을 함께할 수는 없는 법. 대신 버크셔 해서웨이가 투자하는 종목을 유심히 살펴보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굴리는 투자금은 4860억달러(약 570조8070억원) 상당이다. 이 중 2146억7000만달러(약 252조1299억원)를 주식에 투자 중이다. 2019년 3분기 기준 버크셔 해서웨이가 투자한 종목은 총 48개. 가장 많이 투자한 분야는 금융 서비스(45.79%)다. 기술 부문은 27.33%, 소비재 부문은 14.99%를 차지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워런 버핏이 보유 중인 5대 기업은 애플, 뱅크오브아메리카, 코카콜라, 웰스파고,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코카콜라 보유 지분에는 변동이 없었다. 반면 애플, 웰스파고 지분은 줄었다.

정미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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