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노 피자는 미국 최초로 피자 배달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피자=배달음식’이라는 공식을 만들었다. 사진은 영국의 도미노 피자 배달원의 뒷모습. 사진 블룸버그
도미노 피자는 미국 최초로 피자 배달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피자=배달음식’이라는 공식을 만들었다. 사진은 영국의 도미노 피자 배달원의 뒷모습. 사진 블룸버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탓에 문을 닫는 음식점이 속출하고 있지만, ‘글로벌 1등’ 피자 프랜차이즈 업체 도미노 피자(이하 도미노)가 호실적을 거두는 저력을 발휘했다. 도미노는 4월 23일(현지시각) 올해 1분기 매출이 8억7310만달러(약 1조700억원)로 지난해 1분기보다 1.6%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9년 만에 가장 저조한 분기 매출 증가율이지만, 시장 전망치(8억6900만달러)를 웃돌았다. 코로나19 탓에 바짝 움츠러든 미국 소비 심리를 고려하면 선방했다는 평가가 많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3월 소매 판매는 전달보다 8.7% 줄었다. 상무부가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92년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였다.

도미노의 미국 판매 성장세는 코로나19도 꺾지 못했다. 온라인 주문이 큰 폭으로 늘면서 1분기 미국 매출은 7.1%나 증가했다. 도미노 전체 매출에서 미국 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60% 안팎이다. 도미노는 미국에서 늘어난 주문을 소화하기 위해 1만 명을 추가 고용하는 계획도 내놨다. 리치 앨리슨 도미노 최고경영자(CEO)는 4월 23일 미국 CNBC와 인터뷰에서 “수요가 많아 필요한 시간대에 고객에게 배달하기 위한 사람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며 “배달은 앞으로도 중요하며 고객과 접촉하지 않는 배달은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미노 주가도 날개를 달았다. 코로나19 사태의 최대 수혜 기업으로 꼽히는 ‘글로벌 콘텐츠 공룡’ 넷플릭스보다 주가 상승 폭이 크다. 도미노 주가는 5월 5일 기준 1년 새 32% 올랐고, 같은 기간 넷플릭스 주가는 12% 상승했다. 특히 도미노 주가는 올해 들어 27% 오르면서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기업 가치를 재평가받았다.

도미노는 1960년 톰 모너건과 동생 제임스 모너건이 미시간대 캠퍼스 바로 길 건너에 연 매장이 시초다. 캠퍼스 인근 식당은 오후 7시면 문을 닫았는데, 창업자 형제는 ‘학생들이 배가 고플 때 피자를 직접 가져다준다면 반드시 성공한다’라고 생각해서 미국 최초로 피자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도미노는 세계 최대 피자 프랜차이즈로 성장, 90개국에 총 1만7000개 매장을 냈다. 코로나19라는 위기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도미노의 성공 비결 세 가지를 짚어봤다.


비결 1│테크 기업으로 변신

‘피자 전문점’으로 시작한 도미노는 이제 ‘피자 파는 IT(정보기술)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도미노의 전·현직 최고경영자(CEO)들은 하나같이 “도미노는 IT 기업”이라고 입을 모은다. 도미노는 발 빠르게 IT 투자를 늘렸는데, 특히 D2C(Direct to Consumer·소비자와 직접 거래) 플랫폼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2003년 업계 최초로 온라인 주문 시스템을 도입했고 2010년 아이폰용, 2011년 안드로이드폰용 주문 애플리케이션(앱)을 출시해 모바일을 통한 주문도 가능해졌다. 2016년부터는 PC와 모바일뿐 아니라 스마트워치, 태블릿, 차량용 기기, 인공지능(AI) 스피커 등 주문 가능한 기기를 15종까지 늘렸다.

배달 부문에서도 다양한 신기술을 적용했다. 2015년 피자 배달 차량인 ‘DXP’를 선보였다. 이 차량은 특수 제작된 문과 오븐을 장착해 최대 80판의 피자를 실을 수 있다. 또, 2016년 푸드테크 연구·개발센터인 ‘디랩(DLAB)’을 설립해 AI 기술을 결합한 주문 시스템과 드론, 전기자전거, 자율주행 배달 로봇 등을 개발했다. 이현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도미노는 ‘전통 소비재 기업 + 테크’의 대표적 성공 사례”라며 “선제적 기술 투자는 자사 D2C 플랫폼 이용 증가로 이어졌고 이는 장기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비결 2│배달 경쟁력에 집중

도미노는 미국 최초로 피자 배달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피자 = 배달음식’이라는 공식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피자헛, 파파존스 등 경쟁 업체가 매장 자체의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때, 도미노가 배달 경쟁력을 높인 이유도 바로 오랜 기간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쌓은 ‘내공’ 덕분이었다.

우버이츠, 도어대시, 그럽허브 등 미국 배달 앱이 외식 업계에 영향력을 확대하는 가운데 도미노는 자체 배달 채널을 통해서만 주문받으며 ‘독자 노선’을 걷고 있다. 미국 우버이츠는 물론 한국 배달의민족 앱에서도 도미노 피자를 주문할 수 없다. 미국 배달 앱에 업체가 지불하는 수수료는 음식값의 20~30% 수준인데, 도미노는 수익성을 포기하면서까지 배달 앱에 수수료를 떼어줄 필요 없다고 판단했다. 또, 배달 사고나 배달 앱 종사자의 불친절 등이 오히려 브랜드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앨리슨 CEO는 2019년 초 CNBC와 인터뷰에서 “(앞으로도) 도미노 유니폼을 입은 직원이 도미노 피자를 배달했으면 한다”며 “이는 도미노가 고객 경험을 관리하고 제품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된다”고 말했다.


도미노 피자의 인공지능(AI) 배달 로봇. 사진 도미노 피자
도미노 피자의 인공지능(AI) 배달 로봇. 사진 도미노 피자

비결 3│역발상 전략

미국 경제 성장세가 둔화하기 시작했을 때만 하더라도 도미노는 업계 1위가 아니었다. 그러나 대표 메뉴의 요리법을 개선하고 매장 수를 늘리는 역발상 전략을 통해 업계 1위로 올라설 수 있었다. 그 결과 2000년 한 자릿수에 머물렀던 영업이익률은 2019년 17%로 뛰었다. 2018년 기준 북미 피자 배달 시장 점유율 27%를 차지해, 리틀시저스(17%), 피자헛(14%), 파파존스(12%) 등 경쟁사를 압도하고 있다. 도미노는 2019년부터 8년간 미국 매장 2000호를 더 연다는 계획을 세웠다. 코로나19 확산 탓에 이동 제한, 휴업 조치 등으로 외식 업계에는 찬 바람이 불고 있다. 많은 기업이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사업 계획을 축소·취소하고, 인건비 절감을 위해 직원을 내보내고 있다. 하지만 도미노는 1만 명 추가 고용이라는 깜짝 발표를 통해 확장 전략이 유효함을 증명했다. 매장을 늘리고 배달 인력을 충원한 도미노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시장 입지를 더욱 강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임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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