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트 패션 콘텐츠 플랫폼 ‘하입비스트’ 애플리케이션 화면. 사진 하입비스트
스트리트 패션 콘텐츠 플랫폼 ‘하입비스트’ 애플리케이션 화면. 사진 하입비스트

“하입비스트(Hypebeast)는 전 세계 스트리트 패션의 선봉장이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패션 콘텐츠 플랫폼 ‘하입비스트’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하입비스트는 2005년 창업자 케빈 마가 스니커즈 관련 글을 게재하는 개인 블로그로 시작했다. 하지만 오늘날 Z세대(1995년 이후에 태어난 젊은 세대)가 가장 열광하는 온라인 정보 사이트로 스트리트 패션 문화를 선도하는 ‘21세기의 지큐(GQ·대표적 남성 패션 잡지)’가 됐다. 하입비스트의 주가는 2016년 홍콩 주식시장 상장 당시 한 주당 0.13홍콩달러(약 20원)에서 현재 1.15홍콩달러(약 177원)로 8배 이상 뛰는 등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 기간에 시가총액은 2억7000만홍콩달러(약 417억원)에서 22억홍콩달러(약 3395억원)로 뛰었다.

하입비스트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으로 영향력을 높였다. 칸예 웨스트, 퍼렐 윌리엄스, 르브론 제임스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타와 독점 인터뷰 콘텐츠로 독자를 끌어모았고, 특히 칸예 웨스트는 자신의 노래 가사에 하입비스트를 언급할 정도로 관계가 돈독하다. 또한, 2014년 한국 아이돌 그룹 빅뱅의 지드래곤을 오프라인 잡지 표지모델로 섭외하면서 현지 언어로 서비스하기 전부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 인지도를 쌓았다. 2019년 기준 하입비스트 콘텐츠는 전 세계 118개국 독자가 구독했으며 사이트 월간 순 방문자는 1320만 명, 페이지뷰는 6920만 회에 달했다.

대표적 뉴미디어 성공 사례로도 꼽히는 하입비스트는 엄밀히 말해 언론 매체가 아니다. 패션 중심의 콘텐츠 플랫폼을 기반으로 온라인 패션 및 라이프스타일 쇼핑몰인 에이치비엑스(HBX)에서 대부분의 수익을 내는 사실상 온라인 상거래 기업이다. 미국 경제 전문 매체 ‘패스트컴퍼니’는 2017년 ‘가장 혁신적인 회사 50’ 중 한 곳으로 하입비스트를 꼽았으며 경쟁 상대로 영국 최대 온라인 패션 쇼핑몰 회사인 아소스(ASOS)를 지목했다.

슈프림(SUPREME), 오프 화이트(OFF WHITE), 베트멍(VETEMENTS) 등 비싼 스트리트 패션 제품을 휘감은 사람을 뜻하는 다소 부정적 표현이기도 한 하입비스트. 이를 당당하게 사명으로 내 건 패션 콘텐츠 플랫폼 기업 하입비스트의 성공 비결 세 가지를 살펴봤다.


하입비스트는 Z세대 여성 패션 콘텐츠 플랫폼 ‘하입배’를 만들었다. 사진 하입배
하입비스트는 Z세대 여성 패션 콘텐츠 플랫폼 ‘하입배’를 만들었다. 사진 하입배

비결 1│명확한 타깃팅

하입비스트는 독자 중심의 콘텐츠를 집중적으로 제공한다. 독자층을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주제와 분야의 콘텐츠를 제공하기보다 ‘명품 스트리트 패션을 좋아하는 Z세대 남성’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에 집중한다. 타깃 독자층의 취향에 맞는 스타일이라면 명품뿐만 아니라 무명의 저가 패션 브랜드도 소개하며, 패션뿐만 아니라 예술‧음악‧디자인 등 문화 전반에 대한 소식도 주요 콘텐츠로 제공한다. 애플, 테슬라, 삼성전자 등 글로벌 혁신 기업의 신제품 출시 정보도 단골 소재다. Z세대의 특징으로 환경, 성평등, 인종 차별 금지 등의 사회 문제에 예민하다는 점이 꼽힌다. 최근 하입비스트 사이트에서 미국의 인종 차별 항의 시위 소식을 자주 접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입비스트를 언론 매체에 빗대면 종합지가 아닌 전문지다. 기업으로서 하입비스트는 독자층을 확대하기 위해 종합지로 변모하는 대신 파생 전문지를 늘렸다. Z세대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하입배(Hypebae), 중국 등 아시아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팝비(Popbee), 어린이 패션과 용품 정보를 제공하는 하입키즈(Hypekids) 등을 잇달아 선보였다. 이 때문에 하입비스트는 가장 성공한 뉴미디어 그룹으로 꼽히기도 한다.


하입비스트가 제작한 하이트진로의 진로이즈백 광고 이미지. 사진 하입비스트
하입비스트가 제작한 하이트진로의 진로이즈백 광고 이미지. 사진 하입비스트

비결 2│빠르고 간결하게

하입비스트가 제공하는 콘텐츠 대부분은 짧은 글과 사진 또는 영상으로 구성된다. 글보다 사진과 영상에 친숙한 Z세대의 특성을 고려한 것이다. 사이트가 아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만 게재하는 콘텐츠도 적지 않다. SNS를 사이트에 게재한 기사를 공유하는 수단으로만 사용하는 대신 새로운 정보를 더욱 빨리 독자에게 전달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하입비스트가 운영하는 SNS의 팔로어는 2019년 기준 2080만 명에 달했다.

하입비스트가 가벼운 콘텐츠만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독자들이 고급 취향을 기르고 패션과 문화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가지도록 한다”는 목표 아래 자체적으로 기획·제작한 콘텐츠도 적지 않다. 인플루언서와 소지품을 소개하는 ‘ESSENTIALS’, 특정 제품의 제작 과정을 담는 ‘PROCESS’, 예술가의 아이디어 스케치북을 소개하는 ‘PEN&PAPER’ 등 하입비스트표 연재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비결 3│광고 같지 않은 광고

하입비스트의 강점은 충성도 높은 독자층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창업자인 케빈 마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하입비스트의 제품 관련 콘텐츠를 본 독자 중 78%가 그 제품을 구매했다”고 밝혔다. 이에 Z세대를 고객으로 모시기 위해 하입비스트와 손을 잡는 브랜드와 기업도 늘고 있다. 충성도 높은 독자층이 자신들의 제품 구매를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패션 브랜드로는 샤넬, 디오르 등 명품 브랜드부터 리복, 휠라, 뉴발란스 등 대중 스포츠웨어 브랜드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패션 브랜드뿐만 아니라 애플, 삼성전자, 렉서스 등 다양한 업계의 주요 기업도 하입비스트의 고객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입비스트는 하입메이커(Hypemaker)라는 브랜드와 기업 대상 솔루션 제공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하입메이커는 자체 제작한 화려한 영상과 이미지를 중심으로 내러티브(서사) 기법을 적용해 광고나 협업 제품을 제작하며, 하입비스트 플랫폼을 통해 독점 공개한다. 브랜드와 기업 입장에서는 제품을 매력적인 방식으로 홍보할 수 있으며, 독자 입장에서는 광고 같지 않은 광고를 콘텐츠로 즐길 수 있다. 하입비스트가 최근 공개한 하이트진로의 소주 ‘진로이즈백’ 광고를 예로 들 수 있다. 하입비스트는 ‘진로 더 킹’이라는 제목의 콘텐츠에서 진로 소주의 개발과 수출 과정, 라벨 디자인 변화 등을 그래픽 영상과 함께 소개했다.

임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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