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한글과컴퓨터 본사. 사진 한글과컴퓨터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한글과컴퓨터 본사. 사진 한글과컴퓨터

‘토종’ 오피스 소프트웨어(SW) 기업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한글과컴퓨터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는 지난 10년 사이 인공지능(AI), 블록체인, 클라우드, 로봇 등 각종 분야를 아우르며 어느덧 15개 계열사를 갖춘 그룹사로 거듭났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언택트(untact·비대면) 수혜주로 꼽히며 주가가 연초보다 50% 넘게 뛰었다. 만년 소프트웨어 기업인 줄만 알았던 한컴이 어떻게 4차 산업혁명의 ‘신성(新星)’으로 떠오른 것일까. 한컴이 성공적으로 변신한 비결을 세 가지 포인트로 나눠 살펴봤다.


김상철 한글과컴퓨터그룹 회장이 1월 8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에서 기자들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한글과컴퓨터
김상철 한글과컴퓨터그룹 회장이 1월 8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에서 기자들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한글과컴퓨터

포인트 1│오너 리스크 없앤 리더의 의지

한컴은 1990년 문서 작성 프로그램인 ‘아래아 한글’ 첫 버전 출시와 함께 설립됐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 이찬진(현 모빌리티혁신위원회 위원), 김택진(현 엔씨소프트 대표), 김형집(아래아 한글 개발자), 우원식(아래아 한글 개발자) 등 쟁쟁한 창립 멤버들이 회사를 떠난 이후 대주주가 여러 차례 바뀌며 갈피를 잡지 못했다. 한때 회사 경영진이 횡령·배임 사건 등으로 수사를 받으며 상장폐지 위기까지 겪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계속 내림세를 걷던 한컴의 변곡점은 2010년 보안 업체 ‘소프트포럼’이 한컴을 인수하면서 맞게 됐다. 소프트포럼은 현 김상철 한컴 회장이 이끌던 보안기술 업체다. 한컴 입장에서 김 회장은 아홉 번째 주인이다. 당시 김 회장이 한컴을 사들였을 때만 해도 회사 내 임직원들 사이에서는 냉소적인 정서가 팽배했다고 한다. 김 회장이 앞선 대주주들과 마찬가지로 이익만 챙기고 회사를 다시 팔아넘길 것이라는 우려에서였다.

그러다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인수 3년 뒤부터였다. 한컴의 대주주였던 소프트포럼도 사명을 2015년 한컴시큐어로 바꾸고 2019년 재차 한컴위드로 바꾸면서 오히려 정체성을 한컴에 묻어갔다. 한컴에서 10년 근속한 한 직원은 “2013년부터 경영진에 대한 직원들의 경계심이 풀리고 내부적으로 뭔가 해보려는 의지가 강해졌다”라고 전했다.


한컴로보틱스의 AI 로봇 ‘토키’. 사진 한글과컴퓨터
한컴로보틱스의 AI 로봇 ‘토키’. 사진 한글과컴퓨터

포인트 2│사업 다각화 및 신사업 육성

한컴의 지배구조는 지주사 격인 한컴위드 아래 한컴그룹(이하 한컴)이 있고 다시 그 아래 한컴MDS, 한컴라이프케어 등의 주력 계열사가 있는 형태다. 우선 보안 솔루션 기업인 한컴위드는 최근 블록체인 사업에 속도를 내며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6월 금 거래소인 ‘선학골드유’ 인수를 발표하고 블록체인 기반으로 금 거래 관련, 다양한 신사업을 전개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2005년 설립된 금화 수출 전문기업 선학골드유는 99.99% 금화와 목걸이를 생산하는 업체다. 한컴은 앞서 2018년 블록체인 플랫폼 ‘한컴 에스렛저’를 공개한 바 있고, ‘한컴오피스 2020’에 블록체인 기반 문서 진본 확인 서비스를 탑재하는 등 블록체인을 제품에 접목해 나가고 있다.

한컴MDS는 AI, 모빌리티, 로봇,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사업을 중점적으로 시행하는 회사다. 전신은 임베디드(사물에 소프트웨어를 심는 기술)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MDS테크놀로지로, 한컴이 2014년 인수했다. 이를 총괄했던 인물은 김상철 회장의 장녀 김연수 한컴 부사장이다.

한컴MDS가 운영하는 한컴로보틱스는 2019년 AI 기술이 적용된 홈서비스 로봇 ‘토키’를 출시했다. 어린이 돌봄 기능을 제공하는 토키는 7인치 액정표시장치(LCD) 터치스크린을 통해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고 양팔로 춤도 출 수 있다. 이마에 카메라가 장착돼 어린이가 부모와 영상통화를 할 수 있고, 상호 교감 기능도 갖춰 가족 구성원을 구분하고 날씨와 상황에 맞춰 사람처럼 대화할 수 있다.

한컴라이프케어는 방독면과 방열복 등 안전장비를 생산하는 회사로, 기존 ‘산청’이라는 이름의 회사였다가 2017년 한컴그룹에 편입됐다. 한컴이 코로나19 수혜주로 뜬 것도 한컴라이프케어의 영향이 컸다. 2019년부터 만들기 시작한 황사방역용마스크가 이번 사태로 큰 실적을 내며 소위 ‘대박’을 친 것이다. 한컴라이프케어는 또 올해 3월 마스크 제조기업 ‘대영헬스케어’를 인수하며 본격적인 마스크 생산 확대에 나섰다. 신규 설비 증설과 인력 확대 등을 통해 연간 최대 1억 장까지 생산 가능한 체계를 갖춘다는 목표다. 한컴라이프케어는 올해 소방용 안전 헬멧, 방화두건 등에 대한 한국소방산업기술원(KFI) 인정을 업계 최초로 획득하는 등 안전장비 관련 선두기업으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한컴도 자체적인 신사업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피스를 웹 연동 형태로 개발해 2018년 세계 최대 클라우드 업체 아마존웹서비스(AWS)에서 ‘워크독스’란 이름의 서비스를 출시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피스를 대체하려는 AWS와 클라우드 사업에 진출하려는 한컴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이 서비스는 2019년 하반기 고도화 작업을 마쳐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판매가 이뤄질 전망이다. 한컴은 또 최근에는 MS의 윈도에 맞서 PC 운영체계(OS) ‘한컴구름’을 출시했다.

한컴은 한컴MDS와 별개로 AI 사업도 하면서 최근 잇달아 결과물을 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대표 성과 중 하나가 AI 콜센터다. 이는 중국 AI 음성인식 분야 일인자인 ‘아이플라이텍’과 손잡고 출시한 서비스다. 아이플라이텍이 앞서 중국 우한 등지에서 코로나19 대응에 활용했던 노하우를 기반으로 국내에 선보인 것이다. 공식 명칭은 ‘한컴 AI 체크25’로 자가 격리자 등의 발열, 체온, 기침 등 건강 상태를 체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한컴라이프케어의 황사방역용마스크. 사진 한글과컴퓨터
한컴라이프케어의 황사방역용마스크. 사진 한글과컴퓨터

포인트 3│적극적인 직원 역량 개발 노력

한컴은 올해 9월 김상철 회장이 회사를 사들인 지 10주년을 맞는다. 한컴은 지난 10년간 수익성보다는 매출 증대에 역점을 둬 사업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3193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첫 연매출 3000억원을 돌파했고 올해 1분기 매출도 883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했다.

특히 한컴은 직원 역량 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회사라는 평가도 받는다. 올해 1월 8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0’에도 “견문을 넓혀라”라는 김 회장의 방침에 따라 직원 80여 명이 전액 회사 비용으로 참석했다. 직원 근속 연수도 10년 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한컴 기준으로 2010년 전체 직원 251명의 평균 근속 연수는 4.06년이었으나 지난해 전체 직원 415명의 근속 연수는 7년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성과는 주가에 바로 반영되고 있다. 한컴 주가는7월 21일 1만7000원에 마감했다. 올해 1월 2일 종가였던 1만150원보다 67%(6850원)나 올랐다.

박현익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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