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커넥트는 2월 10일 미국 데이팅 앱 틴더를 운영하는 매치그룹에 자사 지분 100%를 17억2500만달러(약 1조9000억원)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사진 하이퍼커넥트
하이퍼커넥트는 2월 10일 미국 데이팅 앱 틴더를 운영하는 매치그룹에 자사 지분 100%를 17억2500만달러(약 1조9000억원)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사진 하이퍼커넥트

서울대 창업 동아리 회장 출신의 벤처 사업가가 일군 스타트업이 미국 기업에 약 2조원에 팔린다. 2014년 하이퍼커넥트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설립한 지 8년 만에 거둔 성과다. 이 회사 안상일 대표는 2007년 인터넷 검색 업체인 레비서치를 창업해 미국까지 진출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회사가 무너지면서 8억원의 빚을 졌다. 김밥집부터 옷가게, 스튜디오까지 10번이나 창업에 도전했지만, 하나도 성공하지 못했다. 그래도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결국 이번 매각으로 배달의민족(배민)에 이어 국내 스타트업 매각 규모 역대 2위라는 달콤한 과실을 맛보게 됐다.

영상 기반 채팅 앱(app·스마트기기용 응용 프로그램) ‘아자르’를 서비스하는 하이퍼커넥트는 2월 10일 미국 데이팅 앱 ‘틴더’를 운영하는 매치그룹에 자사 지분 100%를 17억2500만달러(약 1조9000억원)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국내 스타트업 매각 규모로만 따지면 배민(40억달러·약 4조7500억원)에 이어 두 번째에 달하는 금액이다. 매치그룹은 세계 최대 데이팅 앱 틴더를 포함해 40여 개의 소셜미디어(SNS) 앱을 서비스하고 있다.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돼 있는 매치그룹은 시가 총액이 2월 12일(현지시각) 기준으로 450억달러(약 47조원)에 달한다.

아자르는 국내에 많이 알려진 서비스는 아니다. 오히려 글로벌 시장에서 더 유명한 앱이다. 비디오 커뮤니케이션(WebRTC)과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전 세계 이용자를 일대일로 연결하는 서비스인데, 2014년 출시 이후 전 세계에서 5억4000만 건의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다. 2020년 글로벌 모바일 시장에선 매출 기준 6위, 다운로드 기준 10위를 차지했다. 현재 230개국에서 19개 언어로 서비스되며, 글로벌 이용자가 99%에 달한다. 기존에도 비슷한 종류의 서비스가 많아 특별할 것 같지 않은 채팅 앱 시장에서 아자르가 성공한 비결을 ‘이코노미조선’이 살펴봤다.


사업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 타깃

낯선 사람과의 우연한 만남을 기대하게 하는 채팅 앱은 그동안 많았다. 모바일 시대 이전에는 하이텔이나 천리안, 세이클럽 등이, 최근에는 아만다, 이음, 정오의데이트 등의 모바일 서비스가 있었다. 하지만 아자르는 사업 영역을 국내에 국한한 게 아니라 전 세계로 넓혔다. 대화가 통해야 이용자들의 만남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데이팅 앱은 국내 시장을 벗어나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편견을 깬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하이퍼커넥트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내세웠다.

하이퍼커넥트는 애초 시장 규모가 작은 뉴질랜드를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전초 기지로 봤다. 하지만 앱 스토어 조작 실수로 글로벌 시장 전체로 서비스가 노출됐다. 그런데 이 실수가 전화위복이 됐다. 대만에선 매일 20만 회 이상의 다운로드가 발생하며 인기를 끌었고, 중동과 인도, 유럽 등으로 열기가 번졌다. 특히 대면 대화를 선호하는 중동에서의 인기가 뜨거웠다.

어느 정도 행운이 작용한 측면도 있지만, 설립 초기부터 ‘손바닥 위의 지구촌’이라는 콘셉트 아래 직원 20%를 프랑스와 체코 등 20개국 출신의 외국인으로 채용해 아시아와 유럽, 중동 등의 지역 문화에 맞춘 서비스를 내놓은 것이 효과를 봤다.


기술력 앞세워 현지 안착 성공

아자르가 단순히 ‘반짝 유행’에 그치지 않은 건 우수한 기술력 덕분이다. 하이퍼커넥트는 해외 모바일 환경이 우리나라만큼 우수하지 않다는 데 착안해 끊김 없이 영상통화를 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는 데 집중했다. 대중교통이나 사무실, 카페 등에도 와이파이가 깔린 우리나라와 달리 해외의 경우 네트워크 환경이 불편한 데다 고성능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도 많지 않아서다.

하이퍼커넥트는 세계 최초로 웹 RTC(Real-Time Communication) 기술을 모바일에 적용한 하이퍼 RTC 기술을 개발했다. 또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모바일 기기의 소용량 메모리, 느린 처리 속도를 극복했으며, 실시간 음성 번역 기능을 지원해 언어 장벽을 없앴다.

단순한 기능도 이용자의 관심을 끌었다. 회원 가입 후 원하는 지역과 성별을 선택하고서 화면을 오른쪽으로 한 번 넘기면 상대방을 보면서 대화할 수 있게,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구성했다.


윈윈을 위한 협업

이번 빅딜(big deal)은 아시아 시장 진입을 노리던 매치그룹과 북미 시장을 공략하던 하이퍼커넥트 두 회사의 니즈(요구)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아자르는 스와이프(쓸어 넘기기)를 통해 상대방에 대한 호감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매치그룹의 틴더와 유사한 점이 많다. 틴더 이용자가 위화감이 들지 않고 익숙하게 아자르를 이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매치그룹은 하이퍼커넥트를 통해 한국 이용자의 행동 패턴과 시장 특성 등을 파악할 것으로 전망된다. 매치그룹은 2015년 인수한 일본 유레카를 통해 데이팅 앱인 페어즈(Pairs)를 선보였는데, 이 앱은 일본 데이팅 앱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며 일본에서 매치그룹의 입지를 넓히는 시발점이 됐다.

하이퍼커넥트의 기술력도 매치그룹의 관심을 끌었다. 외신들에 따르면, 매치그룹은 하이퍼커넥트의 라이브 비디오·오디오 기술의 일부를 기존 매치그룹 브랜드로 이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틴더와 또 다른 데이팅 앱 힌지(Hinge) 등 기존 온라인 데이팅 플랫폼의 영상 수준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샤르 듀베이 매치그룹 최고경영자(CEO)는 “하이퍼커넥트가 갖춘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와 글로벌 시장 입지는 매치그룹의 포트폴리오를 보완한다”고 말했다.


plus point

8억 빚졌던 벤처 사업가 비상

안상일 하이퍼커넥트 최고경영자(CEO). 사진 하이퍼커넥트
안상일 하이퍼커넥트 최고경영자(CEO). 사진 하이퍼커넥트

1981년생, 서울대 재료공학부 00학번(2000년 입학)인 안상일 하이퍼커넥트 대표는 ‘칠전팔기’의 아이콘이다. 2007년 토종 검색엔진 서비스 업체 레비서치를 창업해 서울 강남에 사무실을 얻고 30여 명에 달하는 직원을 채용했지만, 투자 유치에 실패하며 창업 후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8억원의 빚을 졌다.

빚을 갚기 위해 6~7개의 앱을 개발했다. 대학 동기인 정강식 최고기술책임자(CTO), 병역특례업체 동기인 용현택 최고연구책임자(CRO)와 함께 2014년 하이퍼커넥트를 설립했고, 이때부터 괄목할 만한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창업 4년 만에 국내 비게임 모바일 스타트업 최초로 1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하이퍼커넥트는 2020년 상반기 매출만 전년 상반기보다 80% 증가한 1235억원, 영업이익은 265% 증가한 178억원을 기록했다. 알토스벤처스와 소프트뱅크벤처스는 2014~2015년 각각 22억원, 100억원을 투자해 하이퍼커넥트 지분을 확보한 상태여서 이번 매각으로 최대 13배의 이익을 얻게 됐다. 금액으로 따지면 수백억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와 정 CTO, 용 CRO도 각각 수천억원의 수익을 거둘 것으로 추정된다.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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