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의 쇼피파이 사무실 벽에 쇼피파이의 로고가 걸려 있다. <사진 : 블룸버그>

서울 동대문 패션상가 인근 공장에서 자체 제작한 의류를 인터넷과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하는 A씨. 그는 어느 날 매장에 자주 찾아와 옷을 사는 외국인들이 디자인이 독특해서 외국에서도 통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시장조사를 해본 뒤 미국에서 옷을 팔더라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든 A씨는 온라인으로 미국 소비자들에게 의류 판매를 시작하기로 했다.

이때 A씨가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은 세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에서 옷을 파는 것이다. 두 번째는 미국 전자상거래 시장 점유율 2위의 이베이에 입점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쇼피파이(Shopify)’에서 제공하는 기능을 이용해 소비자의 눈을 사로잡는 특색 있는 자체 쇼핑몰을 만들고, 결제 솔루션을 제공받는 것이다.

쇼피파이는 2006년 캐나다에서 시작한 전자상거래 서비스 플랫폼이다. 본사는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타와에 있다. 캐나다 토론토, 몬트리올, 워털루 그리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사무실이 있다.



쇼피파이를 이용해 제작한 타투 디자인 온라인 쇼핑몰 ‘태틀리’. <사진 : 쇼피파이>

적자 지속에도 주가는 꾸준히 상승

쇼피파이는 사이트 개설부터 결제 솔루션, 웹페이지 디자인 기능 등 온라인 쇼핑몰 운영에 필요한 모든 기능을 제공한다.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지 6년 만에 아마존과 이베이에 이어 미국 전자상거래 시장 점유율 3위를 기록했다.

아마존의 사업 모델은 월마트를 온라인에 옮겨온 것처럼 직접 상품을 매입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것이다. 물류를 혁신해 상품 가격을 낮추고, 배송을 개선해 주문한 소비자에게 더 빨리 상품이 도착하도록 하는 게 경쟁력이다. 물론 개인이나 법인 판매자도 자체적으로 상품을 등록해 아마존에서 판매할 수 있고, 비용을 지불하면 아마존의 물류 설비를 이용할 수도 있다. 온라인 경매에서 시작한 이베이는 다양한 판매자가 올린 상품을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게 중개 역할을 한다.

쇼피파이는 두 회사와 달리 플랫폼만 제공하고, 판매는 자체 온라인 쇼핑몰을 구축한 판매자가 직접 맡는다. 매출액 구성은 ‘서브스크립션 솔루션(Subscription Solutions)’과 ‘머천트 솔루션(Merchant Solutions)’으로 나뉜다. 서브스크립션 솔루션은 쇼피파이의 플랫폼을 이용하는 판매자(셀러)들이 매달 내는 이용료에서 발생하는 매출이다. 쇼피파이는 ‘시작 단계의 온라인 쇼핑몰’ 29달러, ‘성장 단계의 온라인 쇼핑몰’ 79달러, ‘규모가 큰 온라인 쇼핑몰’은 299달러를 내도록 한다. 가격이 올라갈수록 제공하는 기능이 많아지고, 카드 거래 수수료는 내려간다.

‘머천트 솔루션’은 온라인 쇼핑몰 관련 부가서비스에서 발생하는 매출이다. 자체 결제 시스템인 ‘쇼피파이 페이먼트’ 거래 수수료, 마케팅 서비스, 중소상인에게 자금을 제공하는 ‘쇼피파이 캐피털’ 수익 및 자체 소프트웨어와 연동되는 포스(POS) 기기 발생 수익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지난해 매출액은 6억7330만달러(약 7171억원)를 기록했다. 서브스크립션 솔루션이 3억1003만달러, 머천트 솔루션이 3억6327만달러를 차지했다. 아마존처럼 직접 상품을 매입해 소비자에게 판매하지 않기 때문에 매출 규모가 크지는 않다. 그러나 매출액 증가 속도는 빠르다. 2014년 매출액은 1억502달러로, 3년 만에 541% 증가했다. 아직 손익은 적자 상태다. 지난해 4916억달러(약 524억원)의 영업손실과 4000억달러(약 42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적자가 지속되고 있지만 주가는 상승하고 있다. 쇼피파이는 2015년 1주당 17달러에 상장했고, 상장 초기엔 30달러 선에서 움직였다. 최근 주가는 140달러를 웃돈다. 투자자들이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아마존도 1995년 사업을 시작한 후 흑자를 내기까지 9년이나 걸렸다. 현재 시가총액은 145억달러(약 15조4425억원)다. 현재 60만 개의 온라인 쇼핑몰이 쇼피파이를 플랫폼으로 이용하고 있다. 이들 쇼핑몰 전체 매출액은 550억달러(약 58조5750억원)에 달한다.


성공비결 1 |
온라인 쇼핑몰 만들고 싶어 하는 수요 장악

창업자인 토비아스 뤼트케 최고경영자(CEO)는 1980년 독일 서부 라인강과 모젤강의 합류점에 위치한 코블렌츠에서 태어났다. 그는 2002년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의 휘슬러로 스노보드 여행을 떠났다. 이곳에서 아내 피오나 매킨을 만났고, 곧 아내의 고향인 오타와로 이사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뤼트케는 지멘스에서 프로그래밍 견습사원으로 일하기 위해 17세에 고등학교를 중퇴하기도 하는 등 남달리 컴퓨터를 좋아했다. 그는 오타와에서 처가의 지인인 스콧 레이크를 만났고, 열정적인 스노보더였던 그들은 온라인으로 고급 스노보드를 팔기로 하고 창업을 결정했다. 뤼트케의 장인이 첫 번째 투자자 중 한 명이다.

그 결과물이 2004년 개설된 ‘스노 데블’이란 온라인 쇼핑몰이다. 뤼트케는 쇼핑몰을 만드는 과정에서 기존에 온라인 쇼핑몰 창업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제공되는 서비스가 지나치게 비싸고 품질이 떨어진다고 느꼈다. ‘마이크로소프트 커머스’와 ‘야후 스토어’ 같은 대중적인 소프트웨어에도 크게 실망했다. 또 제품 개발과 조달, 광고·홍보, 배송·결제 등 모든 과정을 직접 처리해야 하는 영세 온라인 쇼핑몰 사업자가 홈페이지 구축과 운영을 쉽게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앞으로 인터넷 상거래가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누구라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온라인 쇼핑몰 호스팅 서비스를 개발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독자적인 매장 운영이 어려운 개인 사업자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저렴하고 빠르게 온라인 쇼핑몰 개설을 지원하는 사업을 구상했다. 그 결과 2006년 탄생한 플랫폼이 쇼피파이다.

뤼트케는 일반인들이 취약한 기술 측면을 최대한 보완하는 데 역점을 두고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했다. 개인 자영업자나 중소기업 등 기술과 자본이 부족한 고객이 쉽게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 인터넷 주소 등록, 주문·배송·결제 관리 지원 등 전자 상거래의 모든 영역에 걸쳐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러한 서비스에는 홈페이지 콘텐츠 관리, 검색 최적화, 결제 시스템, 보안 서비스까지 포함된다. 고객은 상품 개발과 제작에만 전념하면 된다. 쇼피파이가 구축해 놓은 템플릿 가운데 원하는 디자인을 선택하기만 하면 상품 등록부터 게시물 생성까지 온라인 마케팅에 필요한 준비가 끝난다.

자영업자뿐 아니라 대기업도 쇼피파이를 이용한다. ‘포천’에 따르면 구글, 테슬라, 제너럴일렉트릭(GE)도 기업용 ‘쇼피파이 플러스’를 월 2000달러를 지불하고 사용하고 있다. 자체 전자 상거래 플랫폼을 만들고 유지하는 것보다 쇼피파이를 이용하는 편이 더 저렴하고 품질도 낫기 때문이다.



쇼피파이 창업자 토비아스 뤼트케 CEO. <사진 : 위키피디아>

성공비결 2 |
아마존보다 뛰어난 서비스로 승리

쇼피파이의 가장 큰 경쟁자는 역시 아마존이다. 온라인으로 상품을 판매하고 싶은 사람은 쇼피파이 플랫폼을 이용해도 되지만, 아마존에서 팔아도 되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아마존은 ‘아마존 웹스토어’라는 소매 업체용 자체 소프트웨어를 제공했다. 그러나 아마존의 소프트웨어는 비쌌다.

쇼피파이는 아마존에서도 상품을 팔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제공했다. 게다가 가격이 저렴했고, 서비스도 우수했다. 결국 2016년 아마존은 ‘아마존 웹스토어’ 서비스를 중단하고, 쇼피파이와 다른 업체 ‘빅커머스’ 등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라고 권유했다.

더욱이 지난해 1월, 쇼피파이는 아마존과 통합을 발표했다. 쇼피파이 플랫폼을 이용하는 쇼핑몰에 새로운 상품이 올라오면, 상품 정보가 자동적으로 아마존에 업데이트된다. 자체 쇼핑몰과 아마존 두 곳에서 모두 상품을 판매한다면, 기존엔 정보 업데이트를 두 번 해야 했지만 지금은 한 번만 하면 된다. 아마존은 물론 다른 판매 채널의 재고까지 모두 통합해 관리해 준다.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과 상품 정보를 연동할 수 있다는 건 판매자에게 큰 이점이다.



쇼피파이는 온라인 쇼핑몰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게시물에서 바로 구매로 이어지도록 하는 기능을 제공할 예정이다. <사진 : 쇼피파이>

성공비결 3 |
소셜미디어와 연동해 주문 처리

많은 소비자들이 인터넷으로 물건을 살 때 소셜미디어를 참조한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볼 수 있는 게시물은 ‘광고’라는 느낌이 드는 반면, 소셜미디어에서 보는 제품 정보는 ‘아는 사람이 들려주는 사실’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쇼피파이는 소셜미디어에서 쇼핑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기능도 제공한다. 페이스북이 대표적이다. 쇼피파이 플랫폼 기반 쇼핑몰을 운영하는 업체가 페이스북에 페이지를 만들고 ‘숍(shop)’ 탭을 추가하면, 쇼핑몰에 올린 제품 정보가 나타난다. 쇼피파이를 이용해 페이스북으로 들어온 주문을 처리하고, 재고를 관리할 수 있다.

2014년 쇼피파이는 소셜미디어를 통한 상품 판매가 늘어나자 ‘소셜 커머스’의 실태를 조사해 발표했다. 쇼피파이 플랫폼을 이용하는 고객사들은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핀터레스트 등 다양한 소셜미디어를 사용하고 있다. 2013년에 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쇼핑몰에 접속한 3700만 건 중 52만9000건(1.4%)이 실제 쇼핑몰 매출로 연결됐다. 쇼핑몰에 접속하는 소셜미디어 통로는 페이스북이 63%로 가장 많았고, 핀터레스트 13%, 트위터 10.5%, 유튜브 8%로 나타났다. 페이스북의 영향력은 더 크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주문 건수 중 85%가 페이스북을 통해 접속한 것이었다.

쇼피파이는 더 나아가 인스타그램과 플랫폼을 연동하는 솔루션도 개발하고 있다. 현재 많은 ‘인플루언서’들이나 기업이 인스타그램으로 새로운 제품을 홍보한다. 일부 인플루언서들은 제품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판매하는데, 자신의 온라인 쇼핑몰 주소를 올려 방문하게 하거나 인스타그램의 DM(다이렉트 메시지)을 이용해 수작업으로 주문을 받는다.

쇼피파이는 이런 불편을 없애기 위해 인스타그램에 올린 제품 사진에 태그를 달아 곧바로 소비자가 제품을 살 수 있는 기능인 ‘쇼핑 온 인스타그램’을 테스트 중이다. 쇼피파이는 이 기능에 대해 ‘모바일 쇼핑의 미래’라는 표현을 쓴다. 소비자가 손가락을 훨씬 적게 움직이고 물건을 살 수 있어 판매 촉진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성공비결 4 |
알리바바와 연동해 중국 공장을 자원으로 활용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라고 불린다.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공산품들이 중국에서 만들어진다. 어차피 중국에서 제품을 사 와 미국에서 팔 거라면, 쇼핑몰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재고를 쌓아두고 있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내보내는 것이 아니라 바로 중국 공장에서 미국 소비자에게 보내면 훨씬 효율적이다.

쇼피파이는 이런 생각을 현실로 만들었다. 지난해 5월 쇼피파이가 인수한 회사 ‘오버로(Oberlo)’는 ‘드롭시핑(Drop shipping)’ 방식의 판매를 도와주는 업체다. 이 방식을 이용하면, 판매자는 알리바바 그룹의 ‘알리 익스프레스’를 통해 원하는 상품을 무엇이든지 자신의 쇼핑몰에 올릴 수 있다. 주문이 들어오면, 알리 익스프레스의 중국 제조자가 외국의 구매자에게 직접 배송한다. 재고 부담이 없고, 다양한 품목을 쇼핑몰에 올릴 수 있으며, 포장과 배송의 수고를 덜 수 있다. 자신의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가격과 알리 익스프레스에서 제시한 가격의 차액이 판매자의 수익이 된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드롭시핑 기능은 쇼피파이가 플랫폼을 이용하는 전 세계 60만 개 상점과 세계의 공장인 중국을 연결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라며 “앞으로 새로운 판매자들이 온라인 쇼핑몰 사업을 시작할 때 쇼피파이를 쓰도록 유인하는 데 있어 큰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plus point

카니예 웨스트, 카일리 제너도 쇼피파이 이용


미국 유명 모델 카일리 제너가 자신의 이름을 딴 화장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 ‘카일 코스메틱스’. <사진 : 쇼피파이>

쇼피파이가 쉽게 온라인으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기 때문에, 이 플랫폼을 이용하는 유명인이 늘고 있다. 유명 가수 드레이크와 카니예 웨스트, 미국 모델 카일리 제너는 쇼피파이의 플랫폼을 이용해 자신의 이름을 내건 상품을 팔고 있다. 영국 록 밴드 라디오헤드도 얼마 전 출시한 앨범 판매에 이 플랫폼을 이용했다.

쇼피파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관련된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트럼프의 오른팔’로 불렸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운영하는 극우 성향 온라인 매체 ‘브라이트바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을 지지하는 등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머그컵, 티셔츠, 모자 등을 만들어 온라인으로 팔았다. 이때 이용한 플랫폼이 쇼피파이였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미국 네티즌들은 뤼트케에게 브라이트바트와 관계를 끊으라고 요구했고, ‘쇼피파이를 삭제하라(#Delete Shopify)’는 요구가 소셜미디어에서 퍼졌다. 그러나 뤼트케는 “판매자를 방출하는 것은 생각을 검열하고 자유 시장에 개입하는 행위”라며 이를 거부했다. 일부 판매자들이 쇼피파이 가입을 해지했고, 직원 두 명이 반발해 회사를 그만뒀다. 뤼트케는 “퇴사한 직원들에게 ‘당신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메일을 보냈다”라고 했다.

손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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