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의 판다익스프레스 매장. 사진 블룸버그

1973년 중국 장쑤성(江蘇省) 양저우(揚州) 출신 부자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에 ‘판다인(Panda Inn)’이란 이름의 중국 식당을 개업했다. 생활비를 아껴 저축한 돈에 중소기업 창업 지원금을 합친 6만달러(약 6400만원)가 창업 자금의 전부였다.

부친인 밍차이청(1981년 타계)은 대만과 일본 요코하마 등지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요리사였고, 아들인 앤드루(71)는 미국 베이커대와 미주리대(석사)에서 수학을 공부한 전도 유망한 청년이었다. 2년 뒤 앤드루가 대학 동창인 페기(68)를 아내로 맞으면서 ‘부부 경영’ 체제로 전환하게 된다.


2014년 국내 진출, 백화점 중심 매장 운영

미얀마 출신으로 홍콩에서 성장한 페기 청은 미주리대에서 컴퓨터공학으로 석사학위를, 기계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방산업체 맥도넬 더글라스 등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근무한 수재다.

판다인은 개업 10주년을 맞은 1983년 ‘판다익스프레스(Panda Express)’로 이름을 바꿔 ‘중식 패스트푸드’ 체인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1호 매장은 로스앤젤레스 북쪽에 있는 글렌데일에 열었다. 판다익스프레스는 이후 쇼핑몰을 집중 공략하는 초기 전략으로 널리 이름을 알리며, 미국 최대 아시아계 레스토랑 체인으로 성장했다.

판다익스프레스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일본, 아랍에미리트(UAE) 등 전 세계에서 200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이며, 매출은 28억달러(약 3조원)였다. 우리나라에는 2014년 진출해 롯데백화점 본점과 월드점, 현대백화점 목동점 등에 매장을 운영 중이다. 판다익스프레스의 국제적인 성공으로 앤드루와 페기 부부의 자산(‘포브스’ 추정)은 33억달러(약 3조5000억원)로 불었다. 판다익스프레스의 성공 배경에는 치열한 경쟁 속에 외식 사업 진출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요소들이 많이 보인다. 판다익스프레스의 성공 비결 다섯 가지를 정리해 봤다.


성공비결 1│
메뉴 표준화와 단순화

땅이 넓고 사람도 많은 중국에선 ‘네 발 달린 건 책상 빼고 다 먹는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음식의 종류가 다양하다는 이야기다. 기자는 중국 정보기술(IT) 회사 근무 시절 본사 구내식당에서 100여 가지는 족히 돼 보이는 음식에 기겁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는 법이다. 미국에서 장사하려면 미국인들의 입맛에 맞는 메뉴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판다익스프레스는 메인 메뉴를 치킨과 비프, 시푸드 세 가지로 단순화했다. ‘시푸드’라고 하지만 사실상 새우 요리가 전부다. 일부 새우와 비프 요리를 빼면 ‘ 치킨’과 ‘오렌지 치킨’, ‘데리야키 치킨’ 등 미국화된 중국식 치킨 메뉴가 주를 이룬다. 볶음밥과 볶음면 등 메뉴를 다 합쳐도 채 스무 가지가 되지 않는다. 음식은 언제든 주문과 동시에 바로 담아 먹을 수 있도록 준비돼 있다. 최대 네 가지 메뉴를 한 접시에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적은 가짓수로도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메뉴 선택을 두고 오래 고민할 필요가 없는 데다 주문과 음식 준비에 걸리는 시간이 길지 않아 회전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매출을 늘리는 데 최적의 모델인 셈이다.



판다익스프레스의 간판 메뉴인 ‘오렌지 치킨’. 사진 판다익스프레스

성공비결 2│
‘킬러 콘텐츠’의 존재

외식업 종사자들이 빠지기 쉬운 유혹은 ‘판매하는 모든 음식이 다 맛있고 훌륭하다’고 홍보하는 것이다. 사실이기도 어렵거니와 설령 사실이라 하더라도 브랜드를 널리 알리기 위해서는 간판 메뉴를 정해 집중적으로 홍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판다익스프레스의 간판 메뉴는 ‘오렌지 치킨’이다. 말 그대로 오렌지 향이 나는 치킨 요리다. 튀긴 닭에 새콤달콤한 오렌지 소스를 버무려 만드는데 식감은 닭강정과 탕수육의 중간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오렌지 치킨은 1987년 하와이에 있는 판다익스프레스 매장 주방에서 탄생했다. 당시 판다익스프레스의 메뉴를 총괄하던 대만 출신 총괄셰프 앤디 카오의 작품이다. 프렌치 요리 전문가였던 카오는 판다에 합류한 뒤 서구식 입맛에 맞는 다양한 조리법을 실험했다. 그중 가장 크게 성공한 것이 오렌지 치킨이다. 매년 전 세계 판다익스프레스 매장에서 약 3만t의 오렌지 치킨이 팔릴 정도로 식을 줄 모르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제대로 된 오렌지 치킨을 맛보려면 판다익스프레스에 가야 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면서 매출에 큰 도움을 줬다.

일각에서는 통마늘과 치킨을 감칠맛 나는 소스에 볶아 조리하는 ‘제너럴 쏘 치킨’을 오렌지 치킨의 원형으로 보기도 하지만 전혀 다른 음식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오렌지 치킨은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판다익스프레스는 ‘창업 성지’인 패서디나(현재 본사는 캘리포니아주 로즈미드에 있다)에 ‘이노베이션 키친’이라는 조직을 두고 신메뉴와 포장 및 실내 디자인 등에 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창업자 부부의 딸이며 판다익스프레스의 최고마케팅책임자(CMO)를 맡고 있는 안드레아가 총괄책임자다.



판다익스프레스의 창업자 앤드루 청(왼쪽)과 페기 청 부부. 사진 트위터 캡처

성공비결 3│
고객이 다니는 길목을 선점

판다익스프레스가 패스트푸드 체인으로 변신해 빠른 성장을 이어 가던 1980~90년대는 북미에서 대형 쇼핑몰의 전성기와 시기적으로 일치한다. 자동차의 보급으로 도심 외곽의 주거지들이 개발되기 시작하면서 쇼핑몰은 1980년대 들어 미국인들 일상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후 과잉 공급으로 수익이 줄어들기 시작한 2000년대 초까지 북미 쇼핑몰은 최고의 호황기를 구가했다. 판다익스프레스는 이런 변화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초기 10년 동안 쇼핑몰 입점을 우선순위로 하는 전략을 통해 급성장할 수 있었다. 주말에는 쇼핑몰마다 오렌지 치킨 시식 행사를 하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면 전략도 바뀌는 법. 쇼핑의 중심축이 온라인과 모바일로 이동하기 시작하면서 쇼핑몰 입점이 예전만큼 매력 있는 선택일 수 없었다. 현재 판다익스프레스 전체 매장 중 쇼핑몰 입점 매장 비율은 2% 이하다.


성공비결 4│
‘건강한 이미지’와 엄격한 매장 관리

‘중식 패스트푸드’와 ‘건강식’이란 단어의 조합은 어딘지 어색하다. 기름에 튀기거나 볶는 조리법이 주류이기 때문에 ‘건강에 특별히 좋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몸에 해로운’ 재료들을 배제하기 위한 노력은 인정할 만하다. 판다익스프레스는 일례로 최근까지도 유해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화학조미료 성분 MSG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MSG를 사용하는 업체와 거래도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 들어 일부 매장에서 ‘판다 티 바(Panda Tea Bar)’라는 이름으로 몸에 좋은 차를 팔기 시작한 것도 고객의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 형성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이해할 수 있다. 프랜차이즈 계약을 하지 않고 직영으로 운영(대학 구내 매장 제외)하는 것도 메뉴와 서비스 품질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는 비결 중 하나다.


성공비결 5│
첨단기술 접목과 직원 교육

공학박사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출신인 페기의 가세로 판다익스프레스는 일찌감치 첨단기술을 접목했다. 이미 1980년대부터 인기 메뉴 분석과 고객 관리 등에 컴퓨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2014년에는 주문용 앱을 출시하면서 가족과 친구 등 여러 기기를 사용하는 지인들이 동시에 접속해 단체 주문이나 결제가 가능하도록 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삼삼오오 모여 음식을 주문하던 추억을 모바일 시대에 맞게 되살리는 것이 개발 취지였다.

판다익스프레스는 직원들의 자기 계발을 독려하는 기업 문화로도 잘 알려져 있다. 본사 곳곳에는 스티븐 코비(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으로 유명한 경영 전문가)를 비롯한 경영 전문가의 자기 계발서가 비치돼 있다. 또 자기 계발이나 리더십 관련 서적 구매 시 회사가 일부 비용을 지원한다. 판다익스프레스 직원이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판다 웨이(Panda Way)’라는 과정도 운영하고 있다. 대인 기술과 건강한 생활 습관, 자기 주도 학습 노하우 등을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Plus Point

미·중 정상 연결한
‘컹파오 치킨’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중국 국빈 방문 도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지난해 11월 중국을 국빈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방중 첫날 시진핑 국가주석으로부터 자금성과 톈안먼광장을 통째로 사용한 ‘통 큰’ 환대를 받았다. 이와 대조적으로 마지막 저녁만찬은 소박한 가정식 분위기로 구성돼 관심을 끌었다.

만찬에는 닭 육수에 달걀흰자를 넣어 끓인 뒤 닭고기를 채 썰어 올린 ‘예샹지더우화(椰香鷄豆花)’와 크림소스로 만든 해산물 수프에 이어 미국인에게 익숙한 닭고기 캐슈너트 볶음인 ‘컹파오 치킨(궁바오지딩)’ 등이 나왔다.

컹파오 치킨은 정육면체로 자른 닭고기를 마른 고추, 땅콩·캐슈너트 등과 볶아낸 쓰촨식 요리다. 매콤하면서 달짝지근한 맛이 특징이다. 매운맛을 조금 줄인 조리법으로 미국에서도 널리 인기가 높은 만큼 ‘음식을 통해 두 나라를 연결’하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중국 측이 준비한 만찬은 가정식 요리 등 전체적으로 검소한 메뉴라는 평가를 받았다. ‘국빈 만찬치고는 너무 평범하다’는 반응도 많았다.

‘평범한’ 국빈 만찬 메뉴를 대접한 건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였다. 지난해 4월 시 국가주석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시저 샐러드, 스테이크, 초콜릿 케이크 등 평범하지만 누구나 좋아할 만한 음식을 대접했다.

이용성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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