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마노가 운영하는 자전거 로드레이스 팀 ‘시마노레이싱’의 선수들이 자전거 경기에 참여해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사진 시마노

‘자이언트, 메리다, 비앙키, 트렉, 지오스, 루이가르노, 삼천리, 알톤….’

자전거 브랜드는 정말 많다. 그러나 이 자전거가 굴러갈 수 있도록 하는 부품을 만드는 회사는 크게 일본의 시마노(SHIMANO), 미국의 스램(SRAM), 이탈리아 캄파놀로(CAMPAGNOLO) 등 3곳이 있다. 이 중 시마노의 점유율이 가장 높다. 일본 SMBC닛코증권에 따르면 로드바이크와 산악자전거 같은 스포츠용 자전거 부품은 시마노가 세계 시장의 약 85%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자전거 변속기 점유율은 약 70%다.

시마노는 변속기·체인·브레이크·크랭크·페달 등 자전거에 들어가는 모든 부품을 생산한다. 자전거 핵심 부품을 생산하고, 세계 완성 자전거 업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대하기 때문에 ‘자전거 업계의 인텔’이라고도 불린다. 세계 최대 사이클 대회 ‘투르 드 프랑스(Tour de France)’ 출전 선수들도 시마노의 부품을 선호한다. 2016년 대회에 출전한 22개 팀 중 17개 팀이 시마노의 부품을 채용한 자전거를 탔다.

점유율이 높은 만큼 회사 규모도 크다. 시마노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보다 4.0% 증가한 3358억엔(약 3조358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643억5100만엔(약 6435억원), 당기순이익은 384억4300만엔(약 3844억원)이었다. 각각 전년보다 0.3%, 24.6% 감소했다. 시가총액은 1조3787억엔(3월 28일 기준)으로, 항공사 ANA홀딩스나 미쓰비시중공업과 비슷하다. 세계 자전거 업체를 대상으로 부품을 공급하는 회사인 만큼, 일본에서 나오는 매출액은 전체의 11.4%(2017년)에 불과하다.

자전거 산업 전문가인 고마가타 데쓰야(駒形哲哉) 게이오대 경제학부 교수는 일본 경제 주간지 ‘도요게이자이(東洋經濟)’의 인터뷰에서 “자전거 문화가 뿌리 깊은 유럽에선 비싼 가격대의 자전거가 판매되기 때문에 시마노의 존재감이 크고, 일본·미국·유럽에서 팔리는 저렴한 가격대의 보급형 자전거도 거의 대부분이 시마노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자전거는 페달을 정방향으로 돌리면 앞으로 가지만, 역방향으로 돌린다고 뒤로 가지 않는다. 또 달리는 중 페달을 돌리지 않아도 ‘차르르르’ 하는 소리를 내며 관성에 의해 자전거가 앞으로 나간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프리휠(freewheel)’이라는 부품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은 자전거도 있다. 경륜 선수들이 타는, 흔히 ‘픽시’라고 부르는 ‘픽스드 기어 바이크’는 페달과 바퀴가 항상 같이 돌아간다. 시마노의 역사는 창업자 시마노 쇼자부로(島野庄三郎)가 1921년 이 프리휠을 만들면서 시작됐다. 주식회사의 형태로 회사를 설립한 것은 1940년이다. 이후 1950년대에 변속기 생산을 시작했다.

시마노는 자전거 부품으로 유명하지만 낚시 도구도 생산한다. 지난해 자전거 부품 매출액은 2702억600만엔(80.5%), 낚시 도구 매출액은 652억2000만엔(19.4%)을 차지했다. 영업이익은 자전거 부품이 89.2%, 낚시 도구가 10.9%로 자전거 부품 쪽이 더 수익성이 좋다.



호주의 자전거 업체 KTM의 공장에서 직원이 시마노의 브레이크 부품을 조립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성공비결 1│
1970년대 혁신으로 성장 전기 마련

시마노의 강점은 높은 품질과 내구성 그리고 합리적인 가격이다. 시마노가 생산하는 자전거 부품의 품질은 1960년대부터 쌓아온 정밀 냉간단조(冷間鍛造) 기술 덕분이다. 냉간단조는 상온에서 금속에 압력을 가해 형태를 만드는 가공 방법이다. 공구로 재료를 깎아 가공하는 절삭 공정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어 원재료 사용량을 줄일 수 있고, 대량 생산에도 유리해 비용 측면에서 효율이 좋다. SMBC닛코증권의 오카제리 히로유키(岡芹弘幸) 수석 애널리스트는 “이 기술을 갖지 못한 다른 회사는 알루미늄을 절삭하거나, 대체 소재인 탄소섬유로 부품을 만들어야 해 불필요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했다.

과거 변속기는 캄파놀로가 기술 발전을 주도했고, 1980년대엔 ‘선투어’라는 브랜드를 갖고 있던 마에다공업이라는 업체가 우수한 제품을 내놓으며 큰 호응을 얻었다. 시마노는 금속가공 기술을 자전거 부품 분야에 특화해 발전시켰고, 지속적인 기술 개발로 매우 편리한 변속기를 개발해 지금의 위치로 올라섰다. 1989년 첫선을 보인 ‘STI(Shimano Total Integration)’는 브레이크와 변속레버를 일체화한 제품이다. 자전거를 운행하면서 핸들에서 손을 떼지 않고 핸들에 장착된 레버로 기어를 바꿀 수 있다. 그 이전엔 변속하려면 팔을 내려 레버를 움직여야 했다. 자전거 운행의 불편을 없앤 혁신적인 이 기술은 시장의 표준으로 자리잡았고, 시마노는 자전거 부품 업계 선두에 섰다.



일본 오사카부 사카이에 있는 시마노 본사. 사진 시마노

성공비결 2│
매출 90%가 해외에서 발생

경제 발전 정도가 낮을 때 자전거는 사람들의 이동수단으로 사용된다. 자전거를 타고 직장이나 학교에 가는 것이다. 그러다 경제가 성장하고 소득이 높아지면 승용차 보급률이 높아지고 대중교통도 확산돼 이동수단으로 자전거를 타지 않게 된다. 경제가 더 성장하고 시간적·금전적 여유가 생기면 레저를 목적으로 자전거를 구입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일본에선 1960년대 ‘마이카’ 붐이 일었다. 시마노는 일본 경제가 성장해 자전거 수요 감소가 예상되자 해외에서 활로를 찾았다. 1965년 미국에 진출해 자전거 부품 판매를 위한 회사를 세웠다. 1980년대 미국에서 MTB(산악용 자전거) 붐이 일었다. 시마노는 냉간단조 기술을 이용해 다른 회사보다 빠르게 부품을 양산할 수 있었다.

유럽엔 1972년 현지 법인을 세우며 진출했다.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 경주용 자전거 부품 점유율을 높이려 했다. 시마노는 변속기나 브레이크 등 구동계 부품을 세트로 만들어 ‘컴포넌트’로 판매하기 시작한 최초의 업체다. 여러 업체의 부품을 단품으로 구입해 조합하는 것보다 시마노의 부품을 일괄 구입하는 편이 더 나은 성능을 낼 수 있었다. 이후 시마노의 부품을 사용한 자전거가 인기를 끌었고, 완성 자전거 업체들 대부분이 시마노 부품을 채택했다.

지난해 시마노 전체 매출액에서 유럽 지역은 38.2%, 북미 지역은 10.7%를 차지했다. 시마노의 실적은 판매 규모가 가장 큰 유럽의 기후와 완성 자전거 업체의 재고 동향에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 비가 적게 오고 따뜻해야 자전거를 많이 타기 때문이다. 시마노는 2015년 매출액 3786억엔(약 3조7860억원), 영업이익 851억엔(약 8510억원)으로 역대 최고의 실적을 기록했다. 2015년 유럽은 봄을 앞두고 날씨가 좋았고, 유통업체도 재고 확보량을 늘렸다. 그다음 해엔 완성 자전거 업체들이 재고 조정에 나섰고 날씨도 쾌청하지 않아 부품 판매가 부진했다.



사카이에 있는 시마노의 생산 공장. 사진 시마노

성공비결 3│
전기자전거 부품 등 신기술에 투자

시마노는 내년 가을을 목표로 150억엔(약 1500억원)을 투자해 일본 오사카부 사카이의 본사 부지 내에 연면적 2만3000㎡ 규모의 새로운 연구·개발(R&D) 센터를 짓고 있다. 현재 본사 부지에 분산돼 있는 디자인, 상품개발, 기술연구 등 3개 부문을 한데 모아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건물이 완공되면 제품 R&D 인력 300명이 모여 근무하게 된다. 지난 2월 시마노 요조(島野容三) 사장은 기자회견에서 “자전거 부품의 연구·개발을 효율화하는 외에, 10년 뒤에 나타날 자전거의 미래 모습을 의논해 차세대 제품 개발에 반영하고 싶다”고 말했다.

새로운 R&D 센터에선 시마노가 전략 상품으로 개발한 ‘압축식 디스크 브레이크’나 ‘페델렉’ 방식의 전기자전거 부품 등을 개발하게 된다. 압축식 디스크 브레이크는 가격이 높지만, 우천 시에도 제동 능력이 잘 낮아지지 않는다. 스포츠용 자전거의 30% 이상이 이 부품을 채택해 시마노의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

전기자전거 부품 판매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유럽과 미국에선 다리 힘이 약해진 중장년층이 스포츠용 자전거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든 제품이 나와 인기를 끌고 있다. 전기자전거 시장엔 오토바이 시장의 강자 야마하, 전자업체 파나소닉의 계열사 파나소닉사이클테크, 자동차 부품 업체 보쉬 등이 뛰어든 상태다. 시마노가 기술 개발에 집중해 앞서 나가야 향후 지속적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Keyword
전기자전거 배터리와 모터를 장착해 주행을 돕는 자전거. 모터의 동작 방식에 따라 PAS 방식과 스로틀 방식으로 구분된다. PAS 방식은 운전자가 페달을 밟는 힘을 감지해 전기 추진력을 더해준다. 자전거를 움직이려면 반드시 페달을 밟아야 한다. 스로틀 방식은 스쿠터처럼 핸들에 장착된 레버를 돌려 주행한다. 발을 쓰지 않고 전기 동력만으로 움직일 수 있다. 전기자전거는 국내법상 ‘원동기장치(오토바이)’로 분류돼 자전거 도로를 달릴 수 없었으나, 올해 3월부터 PAS 방식의 전기자전거는 자전거 도로에서 운행할 수 있게 됐다.

Plus Point

최근 매출·영업이익 부진…중국 시장 재건에 사활

손덕호 기자


중국 상하이의 길 옆 공터에 방치된 공유자전거가 산처럼 쌓여 있다. 중국에선 공유자전거가 활성화돼 있지만, 길에 세워진 자전거가 너무 많아 보행자의 통행을 방해할 정도거나 망가져 탈 수 없는 자전거가 방치되는 문제가 있다. 사진 블룸버그

시마노의 최근 실적은 다소 부진하다. 작년 실적을 2015년과 비교하면 매출액은 11.3%, 영업이익은 24.3%, 당기순이익은 49.5% 감소했다.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은 중국 시장 판매 부진이다. 2015년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일본 제외)의 매출액은 1394억1600만엔이었지만, 지난해엔 1165억1300만엔으로 16.4% 감소했다. 중국 시장에 한정할 경우, 시마노의 2016년 중국 매출액은 한 해 전보다 34% 감소했다.

중국은 아시아에서도 특히 중요한 국가다. 중국 경제 전문가인 고마가타 데쓰야(駒形哲哉) 게이오대 경제학부 교수에 따르면 현재 세계 자전거 생산량은 연간 1억1000만~1억2000만대 수준인데, 그중 8000만대가 중국에서 생산된다.

과거 중국인들이 출퇴근을 위해 자전거를 탔다면, 소득 수준이 올라가고 중산층이 늘어난 이제는 레저를 위해 자전거를 탄다. 코트라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중국엔 2200개의 자전거 동호회가 있고. 자전거 애호가는 2000만명에 달한다. 이들은 대부분 주링허우(九零後·1990년 이후 태어난 세대)부터 40대까지로 젊은 편이다. 게다가 매년 3000회 이상 사이클 대회가 열린다. 자전거 전문 매체 ‘쯔싱처즈쟈(自行車之家)’에 따르면 중국의 자전거 시장은 2015년 135억위안에서 2019년엔 281억위안, 2023년 582억위안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세계적 자전거 부품 제조사인 시마노 실적이 오히려 악화되는 것은 현지 업체와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일본 경제 주간지 ‘도요게이자이’는 “중국의 자전거 시장은 규모가 크지만, 현지 업체가 생산하는 저가 자전거가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이 높다”라고 했다. 시마노 요조 사장은 “중국 현지 업체는 자전거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이 되면 빠른 시간에 부품을 생산하는 능력이 있다. 재고가 잘 팔리지 않으면 재빨리 가격을 낮춘다"라며 중국 시장에서 경쟁하기 힘든 점에 대해 이야기했다.


중국 공유자전거도 시마노 변속기 채택

공유자전거도 시마노 실적을 악화시킨 원인 중 하나다. 중국 시장에서 시마노 자전거 부품 판매가 부진한 것은 공유자전거가 원인으로 꼽힌다. 공유자전거 업체가 난립하면서 중국 도시의 길거리엔 통행에 방해가 될 정도로 많은 자전거가 놓였다. 파손돼 탈 수 없는 자전거가 방치돼 폐기물로 전락할 정도다. 이 정도로 자전거가 흔해지자 단순히 시장을 볼 용도나 학교에 통학할 목적으로는 자전거를 사지 않게 됐다.

다만 앞으로 자전거 시장이 더 성숙하고 자전거 동호인이 더 많아지고 구매력이 커지면 시마노의 중국 실적이 개선될 여지가 있다. 싼 중국제 제품 대신 명성이 있는 시마노 제품을 중국인들이 구입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중국에선 고급 부품 판매는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중저가 부품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실적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중국 공유자전거 업체도 최근엔 시마노 부품을 사용한 자전거를 보급하고 있다. 오포와 모바이크가 지난해 싱가포르에 들여온 공유자전거는 시마노의 3단 변속기를 채택했다.

손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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