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회복 기대감 ‘활활’…

높은 변동성 여전

늦더라도 ‘조심조심’

“품절됐다고요?”분당에 사는 주부 이모씨(50)는 최근 펀드 가입차 집 근처 증권사를 찾았다가 허탕을 쳤다. 중국 본토 증시가 유망하다는 얘기를 지인에게 듣고 가입을 신청했지만 “중국 본토에 투자하는 펀드는 한도가 꽉 차 지금은 팔지 않는다”는 답을 들은 것이다. 이씨는 “요즘 중국펀드가 잘 나간다는 얘기를 듣긴 했지만, 그래도 펀드가 화장품이나 의류처럼 품절되기도 한다니 희한하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해외 주식형펀드에선 뭉칫돈이 계속 빠져나가고 있지만, 중국 본토 증시(A)에 투자하는 해외펀드에는 자금이 몰리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해 속절없이 무너지면서 애물단지가 돼 버렸던 중국펀드가 화려하게 부활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신흥국 증시 중에 유난히 부진했던 중국 증시가 반등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면서, 이젠 물량이 없어서 못 파는 중국펀드까지 나오는 기현상마저 생겨나고 있다.

햇살 비치는 중국본토펀드

지난 9월 전반적으로 해외펀드에서 큰돈이 빠져나갔지만, 중국본토펀드는 유일하게 순유입(유입액에서 유출액을 뺀 금액)을 나타냈다. 국내외 유형을 막론하고 펀드 시장에서 대량으로 뭉칫돈이 빠져나가고 있는 현상에 비추어보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전체 해외 주식형 펀드의 순유출 규모는 9837억원에 달했고 중국홍콩H주펀드에서도 3151억원의 뭉칫돈이 빠져나갔다. 반면 중국본토펀드에는 888억원이 들어왔다.

중국본토펀드에 많은 돈이 몰려가고 있는 이유는, 중국 증시의 향후 반등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올 들어 아시아 신흥국 증시는 대부분 10~20% 올랐지만, 중국 증시는 16% 넘게 하락하면서 사실상 ‘역주행’했다. 5월 이후 세계 증시가 남유럽 재정위기와 선진국 경기둔화 우려에서 벗어나며 상승 가도를 달릴 때에도 중국 증시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중국은 또한 브릭스 내 다른 3개국의 견조한 상승 흐름과도 대비되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 중국 증시가 높은 경제성장률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이유는 크게 세 가지 변수 때문이었다. 부동산 버블 논쟁에 따른 정부의 규제, 위안화 절상 문제, 급변하는 증시 환경이 그것이다. 이 같은 세 가지 변수들은 대내외적인 경제 변수와 증권시장 수급 변화 등의 요소와 엉키면서 단기간에 풀리기 어려운 걸림돌로 여겨졌다. 미국과 함께 G2로 꼽히는 중국이 올 한해 증시 부진의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도 바로 이런 변수들이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7월 초부터 양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중국 증시가 회복 조짐을 보이더니, 최근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바닥을 쳤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부동산·은행 대출 규제 등 정부 규제에 대한 내성(耐性)도 강해졌다. 올 한해 성적표가 신통치 않은 만큼, 앞으로 상승할 여력이 크다는 점도 투자자들을 설레게 하는 대목이다. 위안화 절상 문제 등이 원만하게 해결되고, 증시 개혁과 금융시장 개방 등을 통해 내년부터 중국 증시가 본격적인 상승세로 반전할 것이란 기대감이 부풀어 오르는 이유다.

‘신흥시장 투자의 대가’로 불리는 마크 모비우스 템플턴자산운용 회장도 지난 10월13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증시에 뒤처졌던 중국 증시가 드디어 강세장에 진입했다. 투자자들이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에 이어 이젠 중국 증시로 몰려들고 있다”며 중국 증시에 대한 낙관론을 펼쳤다.

“없어서 못 팔아요” 조기매진 사태

최근 벌어지고 있는 중국본토펀드 조기매진 사태는, 중국 본토 증시에 투자하는 펀드를 만들기가 어렵다는 점에 기인한다.  중국본토펀드는 각 운용사가 중국 정부에서 일정 한도를 받아놓고 그 범위 내에서 펀드를 판매한다. 본토 투자를 원하는 투자자는 무척 많지만, 중국 정부는 외국 운용사에 투자 승인을 내주기를 꺼리고 있다. 중국본토펀드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한도가 제한돼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해당 펀드의 희소성이 부각되었고 그에 따라 투자자들의 갈증은 더욱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실제로 중국본토펀드가 예상 외로 인기를 끌면서 투자 한도를 다 소진해 더 이상 팔지 않는 펀드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PCA자산운용과 한국투신운용이 지난 10월 들어 중국본토펀드 판매를 중단했고 한화투신운용의 본토펀드도 비슷한 처지다. 10월4일 출시된 삼성차이나본토포커스펀드(1억5000만달러 한도)는 판매 10일 만에 1억달러나 팔려 나갔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이 정도 자금이 몰릴 줄은 예상 못했다”면서 “투자자들이 수천만원씩 목돈을 넣고 있는 상황이어서 투자 한도가 목 끝까지 차올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중국펀드가 이처럼 인기를 끌자 추가로 상품을 준비하는 운용사들도 생겨나고 있다. 이미 1억5000만달러 규모의 펀드를 판매했던 미래에셋자산운용은 1억달러의 추가 한도를 이용한 새로운 중국본토펀드를 조만간 내놓을 계획이다. 

중국 본토에 베팅하고 싶은데 받아주지 않아 미련이 남는다면?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중국 정부로부터 투자 한도를 추가로 받은 운용사를 점검해 그때그때 ‘빈자리’를 찾아가는 것이 최선이다. 또 상하이 본토증시(A주) 대신 홍콩 증시(H주) 펀드에 투자하는 대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하지만 수시로 운용사 판매 여력을 살펴본다는 것은 말은 쉽지만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선진시장의 안정성과 신흥시장의 성장성을 겸비했다는 본토 주식에 투자하고 싶은 사람에겐 H주 투자는 성에 안 차는 것도 사실이다.

중국 본토펀드가 투자 한도까지 차올랐다고 해도 ‘지금 아니면 가입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괜한 조바심을 낼 필요는 없다. 기존 본토펀드 말고도 중국 본토에 베팅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A주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재간접펀드(펀드에 투자하는 펀드)라면 투자 한도 제한과 관계없이 언제든 본토 투자가 가능하다. 시간에 쫓겨 펀드에 가입하지 말고 찬찬히 본인의 포트폴리오를 점검한 후 필요에 따라 본토에 투자해도 늦지 않다는 얘기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신흥국 증시 중에서도 특히 중국 증시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올해 주가 하락 폭이 컸고, 기업실적 개선 속도가 빠르다는 이유에서다. 글로벌 증권사 10곳 가운데 7곳이 중국 증시에 대해 ‘매수’ 의견을 내놓은 상태다. 이는 우리나라 증시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중국 언론도 현지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투자자들이 경제 전망에 대해 과도하게 비관적이었다”며 “(양호한) 기업 실적과 각국 중앙은행들의 경기부양 대책으로 낙관론을 펼치는 투자자들이 점차 늘고 있다”고 전했다.

망가진 중국펀드, 환매는 신중히

하지만 중국본토펀드 자금 쏠림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여전히 주가가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는 높은 변동성도 문제이고,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증시에는 부담이 된다. 중국의 높은 금리와 위안화 절상(환율하락)을 노린 ‘핫머니(단기투기자금)’ 유입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부정적 요인이다. 사실 중국본토펀드는 연초 이후 수익률이 마이너스 5%에 육박한다. 마이너스 15%대까지 떨어진 중국본토펀드도 있다. 이들 펀드는 사실 수익률이 언제 회복될지 불투명하다.

일각에선 현재 중국 증시가 저평가 측면이라기보다는 거품이 꺼지고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이 같은 분석대로라면, 실제 상승 여력은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것만큼 크지 않을 수도 있다. 더구나 중국 증시는 정부 경제정책의 영향력이 엄청나게 크기 때문에 정책 리스크를 반드시 감안해야 한다. 만약 위안화가 절상된다면 중국 수출기업의 실적이 악화되면서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강우신 기업은행 강남PB센터장은 “중국은 지속적인 성장 잠재력을 부인할 수 없지만 단기투자로 수익을 내기 쉽지 않은 지역”이라며 “신규로 중국본토펀드에 들어간다면 내후년 이후까지 바라보고 적립식으로 장기 투자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계웅 신한금융투자 펀드리서치팀장은 “부동산 문제는 향후 주기적으로 핫이슈로 등장하며 증시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겠지만, 최소한 주택 가격 버블 논쟁은 줄고 있다”면서 “2010년보다는 2011년의 증시 전망이 훨씬 밝다”고 내다봤다. 다만 중국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위상이 높아지고 투자 환경도 어느 정도 개방되었기 때문에 선진국 증시와 유사한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아 상승 탄력은 2007년보다는 다소 떨어질 것이라고 이 팀장은 덧붙였다.

지난 2007년 해외펀드 열풍이 불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집단 최면에 걸린 것처럼 해외펀드 투자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해외펀드 광풍이 불어 닥친 이후 3년째인 지금, 결과는 참담하다. 여전히 큰 폭의 원금 손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투자했던 중국펀드(홍콩H지수에 투자하는 펀드)는 3년 평균 수익률이 마이너스 33%대에 달한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의 가슴에 씻을 수 없는 큰 상처를 남긴 중국펀드는 과연 언제쯤 회복하게 되는 걸까.

전문가들은 중국 주식시장 전망이 긍정적인 만큼, 급하게 써야 할 자금이 아니라면 당장 환매에 나서지 말고 참고 견뎌보라고 조언한다. 앞으로 시장 흐름에 따라 어느 정도 조정을 받을 순 있겠지만, 서너 달 펀드 투자를 하고 접을 것이 아니라면 인내심 있게 기다려보라는 충고다. 그렇지만  중간 중간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관심은 기울여야 한다. 투자해 놓고 그냥 잊고 지내는 것은 올바른 투자자의 자세가 아니다.

투자 성향이 보수적인데도 해외에 지나치게 많은 자산을 투자하고 있다면 아프겠지만 과감한 상처를 도려낼 필요도 있다. 투자 성향에 비해 중국펀드 비중이 과다한 편이라면, 국내 주식형 펀드나 ELS(주가연계증권), 해외 채권형 펀드 등 상대적으로 안전한 상품으로 옮겨 타는 것도 방법이다.

증시가 일시적으로 하락세를 보이면, 투자자들은 지금까지의 고수익을 까먹게 되는 것은 아닐까 우려하면서 환매 유혹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증시의 단기 변동을 보고 펀드 매매를 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중국·인도·브라질 등 신흥시장은 장기적 전망이 밝은 편이어서 단기 급락 때문에 성급히 환매하게 되면 후회하기 쉽다. 민초들의 불안한 마음과는 달리, 전문가들은 그대로 중국 증시 편에 서 있기 때문이다. 중국 증시의 성장세에서 완전히 소외되지 말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이경은 조선일보 경제부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