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모터스포츠 이벤트인 F-1그랑프리가 지난 10월22일 전남 영암에서 화려한 막을 올렸다. 자동차 문화의 변방인 한국에서 이런 국제적인 스포츠 이벤트가 열렸다는 것은 수많은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F-1그랑프리는 월드컵, 올림픽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로 분류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수많은 국가와 기업들이 F-1그랑프리 개최와 후원에 목을 매고 있는 것도 국가와 기업의 이미지가 개선되는 등 다양하고도 엄청난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우리나라의 이번 F-1그랑프리 개최를 주류 자동차 시장 공략의 신호탄으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전 세계적으로 수억 명이 손에 땀을 쥐며 열광하는 F-1그랑프리. 세상에서 가장 빠르고 비싸다는 이 초대형 이벤트의 경제적·산업적 효과는 얼마나 될까. 이 이벤트에 매년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는 기업들의 속내도 들여다봤다.
F1,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로 급부상

경제·산업 효과 ‘무한 질주’

각국 유치 경쟁 'So Hot'

“솔직히 이 정도일 줄 몰랐습니다. 아무리 국제 대회라고 해도 모터스포츠에 대한 국내 인기가 워낙 낮아 ‘과연 흥행이 될까’ 반신반의했죠. 그런데 막상 뚜껑이 열리고 대회 진행상황을 지켜보니 대단하네요. 대회를 찾은 외국인들도 기대 이상이고, 무엇보다 우리나라 20~30대의 모터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이 정도로 뜨거운지 몰랐습니다. 내년부터는 후원을 진지하게 검토해봐야겠어요.”

지난 10월 22일부터 24일까지 전남 영암에서 열린 2010 포뮬러 원(F-1) 코리아 그랑프리에 참석한 국내 한 스포츠의류업체 홍보마케팅 임원은 대회 기간 경기장 곳곳을 둘러보며 F-1그랑프리의 시장성을 면밀하게 검토했다. 비록 3일간의 짧은 일정이었고 좀 더 냉철한 시장 분석이 뒤따라야겠지만 겉으로 드러난 대회의 이미지는 상당히 인상적이라는 설명이었다.

 이 같은 반응은 가전, 주류 등 20~30대를 타깃으로 하는 업체들에서 공통으로 나타났다. 10월 24일 결승전 직전 경기장에서 만난 한 전자업체 마케팅 담당자는 “우리가 주목한 것은 F-1 그랑프리라는 단일 대회가 아니라 모터스포츠에 대한 젊은 층의 반응인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일단 합격점을 줄 정도로 기대 이상이다”라고 평가했다.

F1은 스포츠 마케팅의 결정판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는 비단 기업 관계자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행사를 주최한 대회조직위(카보: Korea Auto Vally Operation)도 이번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며 한껏 고무된 모습이다.

당초 F-1 코리아 그랑프리 대회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가 컸던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F-1대회에 있어 가장 중요한 서킷 공사가 예상보다 늦어졌다. 등 일부 유럽 언론들이 버니 에클레스톤 F-1 매니지먼트(FOM) 회장의 말을 인용해 “대회 진행 상태가 좋지 않다(It’s not good)”고 보도하는 등 행사의 성공적 개최에 의문부호를 표시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그러나 이 같은 걱정은 페르난도 알론소(페라리)가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면서 말끔히 가셨다. 예선과 결승 중반까지 내내 선두를 달리던 세바스티앙 페텔(레드불)과 이번 라운드 전까지 득점 랭킹 1위를 기록 중이던 마크 웨버(레드불)가 중도 탈락하는 이변이 속출하면서 되레 흥행 효과는 어느 그랑프리보다 컸다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F-1그랑프리의 경제적 효과는 얼마나 될까. 국제자동차연맹(FIA)이 주관하는 F-1그랑프리를 해외에서는 황금알을 캐는 ‘스포츠 마케팅의 결정판’이라고 말한다.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의 반열에 올려놓기도 한다. 12개 팀 선수, 임원, 관계자 등 1만1000여 명이 전 세계 19개 지역을 돌며 레이스를 펼치는 F-1그랑프리는 경기장마다 평균 20만 명이 입장하는 등 연간 400만 명의 관중을 동원하고 있다. 188개국에 중계돼 전 세계 6억 명 이상이 시청하는 등 현재 열리고 있는 단일 국제 스포츠 이벤트 중 관심도가 가장 높다.

지난 2006년 포뮬러 원 매니지먼트(FOM)가 발표한 <포뮬러 원 글로벌 브로드캐스트 리포트(2006 Formula One Global Broadcast Report)>에 따르면 2006년 한 해 F-1 경기를 생방송 또는 녹화방송으로 시청한 인구가 5억8800만 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2006년 한해 전 세계 185개국의 F-1관련 프로그램 편성시간은 1만600시간이었으며 이 중 4555시간은 생방송으로 진행됐다. 경기 횟수 당(당시 18개국 개최) 평균치로 환산하면 각 국가당 44시간이 중계됐다. 

다른 스포츠와 비교해봐도 F-1의 인기를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독일의 연평균 F-1 방송 시청자 수는 750만여 명으로 유럽 챔피언스 리그의 평균 시청자(600만 명)보다 많았다. 이탈리아의 경우도 연평균 1100만 명이 F-1 경기를 시청해 500만 명을 기록한 유럽챔피언스리그를 앞섰다.

F-1코리아, 생산유발 효과 6659억원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F-1그랑프리 개최국에 진입하면서 얻게 되는 경제적 효과는 얼마나 될까.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부터 7년간 한국에서 F-1그랑프리가 열릴 경우 생산유발 효과 6659억여원, 임금유발 효과 997억여원, 고용유발 효과 3600여 명일 것으로 전망했다. 국가 브랜드 상승과 모터스포츠 관련 관광자원 확보는 물론 자동차 등 산업 전반에 미치는 것까지 더해지면 경제적 효과는 그 이상으로 커진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F-1의 힘은 갈수록 힘을 더하는 양상이다. F-1 시장이 유럽을 벗어나 중국, 동남아시아, 중동 등 아시아 전역으로 급속히 확대되고 있어서다. F-1의 경제·산업적 효과가 알려지면서 각국의 유치 경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이 이벤트를 활용하기 위한 기업들의 움직임도 더욱 바빠지고 있다. F-1은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국가와 기업의 ‘부의 비밀’의 문을 여는 키워드가 되고 있다.

F1, 유럽을 넘어 아시아로

중국·중동·말련 등 국가적 투자

“F-1 유치로 부자 되겠다”

F-1그랑프리는 한때 유럽인들만이 좋아하는 ‘반쪽짜리 스포츠 이벤트’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1950년 시작될 때부터 영국, 미국, 스위스, 벨기에, 프랑스, 이탈리아에서만 열렸고 2000년 전까지 대회를 개최한 곳은 대부분 유럽 지역이었다. 더군다나 미국은 나스카, 인디500 등 다른 모터스포츠 이벤트에 가려 F-1그랑프리에 대한 관심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세계자동차연맹이 비 유럽지역에 관심을 높이면서 아시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F-1그랑프리 개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 1999년 말레이시아부터 시작된 F-1 그랑프리의 아시아 진출은 2004년 중국과 바레인, 2008년 싱가포르, 2009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로 이어졌으며 올해부터는 우리나라도 영암에서 7년간 F-1그랑프리를 개최하게 됐다. 내년 인도까지 가세하면 아시아에서 열리는 F-1그랑프리는 모두 8개로 늘어나게 된다. 호주와 터키를 포함하면 범 아시아권에서 열리는 대회는 총 10곳으로 불어난다.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 스포츠 이벤트로 성장하게 되는 셈이다.

F1의 아시아 진출은 최근 자본시장이 중국, 인도로 상징되는 아시아 신흥시장으로 급속하게 쏠리는 데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자본의 속성상 시장 규모가 가장 빠르게 커지는 아시아권을 무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대회 전반을 책임지는 F-1 매니지먼트가 너무 상술에만 휘둘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국내에서도 “버니(버니 에클레스톤 FOM 회장 지칭)가 삼성, 현대차그룹 등 한국 대기업들을 지나치게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부정적인 시각이 있지만 경제논리로만 보면 F-1의 아시아 진출은 당연하다는 게 중론이다.

  

중국 모터스포츠 시장성 ‘상상초월’

대회 유치 국가들은 ‘F-1그랑프리 유치=성장 동력’으로 인식하고 있다. 말레이시아가 대표적이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F-1그랑프리를 통해 막대한 관광자원을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자국 내 대회를 주관하는 세팡 인터내셔날 서킷(SIC)의 회장은 마하티르 전 말레이시아 수상의 둘째 아들인 모크자니 마하티르로 현재 말레이시아 내 최대 정당인 ‘통합말레이국민기구(UMNO)’의 핵심 일원이자 지난 2008년 <포브스> 아시아 조사 기준 말레이시아 내 19번째 부자에 랭크된 정·재계 실력자다.

1998년 당시 8000만달러를 쏟아 부어 건설한 세팡 서킷의 현재 가치는 1억5000만달러로 추정되는데 F-1그랑프리 전체 입장객의 40%가 외국인들로 채워지면서 ‘관광 부국’이라는 목표에 착착 다가가고 있다. 여기에 F-1그랑프리는 이 나라 국영 자동차 브랜드인 프로톤과 페로두아의 브랜드 이미지 향상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더해주고 있다. 한 해 20여 개 이상의 크고 작은 모터스포츠 대회가 열리면서 세팡 서킷은 해외에서 약 6만 명 이상의 관광객을 유치하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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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의 중심국가로 발돋움하고 있는 중국도 F-1그랑프리를 통한 경제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3억달러를 들여 세계 최대 규모의 서킷을 상하이에 건설해 세계 모터스포츠의 중심국으로 자리매김한다는 야심 찬 프로젝트에 ‘시동’을 건 것이다. 세계 최대의 인구 보유국인 데다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시장인 것을 감안하면 중국 모터스포츠의 시장성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는 것이 모터스포츠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말레이시아와 마찬가지로 중국 정부 역시 자동차를 문화와 산업 부흥의 견인차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두바이가 경기침체로 신음하는 동안 형제국가인 아부다비와 바레인이 F-1 대회를 통해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는 것만 봐도 모터스포츠가 가져다주는 경제적 효과가 얼마나 큰지를 여실히 확인할 수 있다. 바레인 서킷은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 건설돼 어찌 보면 썰렁한 느낌을 줄 수 있지만 사막이라는 이 나라 고유의 환경을 자동차와 잘 접목하면서 세계 모터스포츠인들 사이에서 차별적인 장소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고의 개최권료를 선납하는 조건으로 대회를 개최한 중동의 부국 아부다비는 해안가를 서킷으로 꾸며 해외 관람객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섰으며 싱가포르, 프랑스 내 모나코 공국은 기존 시가지를 서킷으로 활용해 도심 내에서 달리는 거대한 스포츠 레이스라는 이미지로 모터스포츠 마니아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더군다나 내년부터는 인도 뉴델리가 레이스에 참가하기로 확정됐으며 2012년 레이싱 참가 여부를 놓고 미국, 남아공, 러시아 등이 물밑작업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F1에 투자하는 기업들

<포춘> 100대 기업 35%가 투자

우승팀 후원사 광고 효과 ‘대박’

오스트리아인 디트리트 마테쉬츠가 설립한 스포츠음료회사 레드불은 게토레이, 파워에이드와 필적할 만한 브랜드 파워를 가지고 있다. 이 회사의 성장엔 모터스포츠 공이 컸다. 레드불은 1987년 F-1 드라이버 게하르드 베르거와 칼 벤드링거를 후원한 것을 시작으로 1995년 자우버(현 BMW자우버)팀 인수, 2004년 재규어 레이싱팀을 인수하는 등 적극적인 모터스포츠 마케팅 투자로 브랜드 인지도를 한껏 끌어올릴 수 있었다는 평가다.

현재 유럽 음료시장을 석권한 레드불은 해외시장 진출에도 모터스포츠를 활용하고 있다. 미국시장에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서 자신들의 장기인 모터스포츠를 전면에 내세웠다. 레드불은 현재 미국 소속의 F-1팀 창단을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으며 인디 레이싱 팀 후원은 물론, 미국 출신 유망주를 스타 드라이버로 키우기 위한 야심 찬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레드불은 F-1 마케팅의 위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마일드세븐 광고효과 1400억원



F-1에 대한 기업들의 투자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팀을 운영하는 경우와 단순 후원만 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현재 F-1그랑프리팀 순위 1위를 달리고 있는 레드불 레이싱은 오스트리아 스포츠음료회사 레드불이 운영하고 있는 팀이다. 보다폰과 멕라렌, 페라리와 말보로가 손잡고 팀을 운영하는 것도 대표적인 케이스다. AT&T 등 통신사는 물론 영국 항공사 버진도 별도의 팀을 운영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자동차 회사 프로톤은 영국 스포츠카 제작사 로터스를 인수하면서 에어 아시아 등 자국 기업들과 손잡고 올해 로터스 F-1 레이싱팀을 창단했다.

단순 후원사로 범위를 넓히면 F-1 마케팅에 참여하는 기업의 수는 더욱 늘어난다. 2006년 기준 F-1팀, 그랑프리 대회의 스폰서 기업은 202개사에 달한다. 한 팀당 18.5개의 기업이 후원사로 따라붙은 셈이다. 이들은 F-1 머신이나 드라이버의 옷에 자사 상표를 붙이는 대가로 많게는 수천억원을 쏟아 붇고 있다.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금융권에서는 세계 은행업계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스페인의 산탄데르은행과 로열스코틀랜드은행(RSB) 등이 후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산탄데르는 자국 모터스포츠 영웅이자 이번 초대 코리아그랑프리 우승자 페르난도 알론소가 소속된 스쿠데리아 페라리팀을 공식 후원하고 있다. 재밌는 것은 산탄데르가 페라리를 후원하고 있는 진짜 이유는 페라리라는 상징성보다는 자국이 낳은 세계적인 스포츠스타 알론소를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산탄데르는 페라리가 만약 알론소를 놓치면 후원사에서 빠지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담배회사인 말보로도 F-1 마케팅 시장의 ‘큰손’으로 통한다. 사실 F-1에서 담배광고는 금지된 영역이다. 그러나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모터스포츠를 말보로 입장에서는 외면할 수 없는 노릇. 이에 말보로를 제조 판매하는 필립모리스는 로고 대신에 자사의 바코드를 선수 유니폼과 차량에 부착해 소비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내는 방식의 마케팅을 하고 있다. 페라리에는 말보로 외에 글로벌 석유회사 쉘, 이탈리아 통신사 앨리스, 주류회사 마티니, 세계 3대 PC 제조업체 중 하나인 대만 에이서가 공식 후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르노팀은 글로벌 종합금융사 ING와 프랑스 정유회사 토탈이 공식 후원사다.

그렇다면 마케팅 효과는 얼마나 될까. F-1 그랑프리 조직위가 펴낸 자료에 따르면 F-1 르노팀 후원사인 마일드세븐(재팬타바코)은 2005년 한해 F-1 TV 중계를 통해 2시간38분58초 동안 상표를 노출시켰다. 이를 광고비용으로 환산하면 약 1400억원에 이른다. 지멘스, Elf(석유회사), 메르세데스-벤츠, 파나소닉 등 10여 개 기업의 상표도 연간 1시간 이상 방송 화면에 잡혔다.

 

천문학적인 팀 운영 예산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후원사로 참여하는 만큼 모든 팀이 넘쳐나는 돈을 주체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예산 부족에 허덕대는 팀들이  부지기수다. 투입되는 비용이 상상을 초월할 만큼 많기 때문이다. 팀당 한 해 예산이 수천억원에 이른다. 가령 F-1의 전통적 강자인 맥라렌 메르세데스의 경우 지난 2006년 한 해 4230억원의 예산을 썼다. 2006년 당시 11개 팀 전체의 연간 예산은 2조7000억원. 이는 당시 자동차 회사가 300만 대 이상의 차를 팔아야 하는 금액의 돈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팀당 예산 규모는 더 커지고 있는 현실이다.

우선 자체 경비가 어마어마하다. 최첨단 기술의 결정판답게 팀마다 머신(차량) 개발에 막대한 돈을 투입한다. 엔진만 해도 8기통에 2400㏄의 고출력을 자랑한다. 마력수만 따지면 750마력, 쉽게 말해 말 750마리가 이끄는 힘을 낸다. 섀시, 트렌스 미션 등 다른 장비를 제작하는 데도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겠지만 승부를 좌우하는 엔진에 들이는 비용은 상상 이상이다. 게다가 돈을 들여 개발한 엔진을 중간에 용도 폐기 처분하는 일은 모든 F-1 레이싱팀에겐 부지기수인 만큼 엄청난 예산이 필요하다.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반면 수익을 내는 팀은 그다지 많지 않다. 상위팀을 보유한 기업들을 제외하면 ‘밑 빠진 독에 물 붇기’ 꼴인 경우가 흔하다. 이런 와중에 지난 2008년 불어 닥친 글로벌 경제 위기는 모터스포츠업계에 ‘돈 가뭄’을 일으켰다. 2009년 일본 혼다와 도요타자동차가 지난해 팀을 공식적으로 해체했고 그동안 F-1에 타이어를 단독 공급하던 브릿지스톤도 올해를 끝으로 후원계약을 종료한다.

 엔고 여파로 인한 일본기업들의 시름은 지금으로선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참고로 브릿지스톤의 계약이 종료되면서 내년부터 2013년까지 타이어 공급은 이탈리아 피넬리가 단독으로 맡는다. 피넬리는 브릿지스톤, 미쉐린의 양강 체제를 무너트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F-1에서 찾고 있다.

국내 모터스포츠 마케팅 ‘초보 수준’

우리 기업들의 모터스포츠 참여는 아직 걸음마 단계이다. 그나마 타이어업체들이 가장 활발하다. 지난 1992년 영국 MG오너스 클럽에 처음 참가한 금호타이어는 2003년 F-3유로시리즈 창설 당시부터 공식 후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호주 F-3와 이탈리아 F-3에도 타이어를 공급하고 있다. 현재 금호타이어의 F-3 타이어시장 점유율(공급 개수 기준)은 40%에 이른다.

지난 1992년 국내최초 레이싱 타이어 Z2000을 개발한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자사 제품이 일본 F-3의 공식 타이어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뤄냈다. 이 회사 홍보팀 윤성하 차장은 “지속적인 모터스포츠 후원 사업이 브랜드 인지도를 향상시킨 것은 분명하다”면서 “모터스포츠 전용 타이어에 사용하는 기술을 토대로 지난해 레이싱팬들을 위한 일반용 RS3를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도 모터스포츠사업의 효과”라고 분석했다.

넥센타이어는 올해로 5년째 국내 최대 규모의 레저용 차량(RV) 레이싱대회인 ‘넥센RV챔피언십’을 후원하며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으며 올해부터 미국 포뮬러 D 드리프트에 참가하는 유망주도 후원하고 있다.

전자업계에서는 LG전자가 모터스포츠 마케팅에 뛰어든 상태다. 올 7월부터 레드불 팀의 공식 후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LG는 레드불 팀에 LG전자의 TV와 컴퓨터를 제공하고 후원금을 내는 조건으로 경주용 차, 드라이버 유니폼에 LG 로고를 부착하고 있다. LG전자 이전에 국내 기업 중 F-1을 후원한 곳은 한진해운(프랑스 르노팀 후원)이 유일하다.

완성차 업체들의 진출은 그다지 활발하지 못하다. 모터스포츠 산업은 그 나라 경제력과 비례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런 맥락에서 세계 5위의 자동차 생산능력을 보유한 한국이 모터스포츠의 불모지라는 것에 대해 세계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은 놀라움(?)을 표시한다. 로이터통신이 지난달 21일 F-1 코리아 그랑프리를 소개하는 기사에서 “한국 자동차 산업의 양대 산맥인 현대, 기아차가 모터스포츠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은 정말 이해할 수 없다. 올 파리모터쇼에서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유럽 진출의 의지를 밝히면서 ‘유럽에서의 브랜드 이미지 개선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는데, 그럴 거라면 모터스포츠 산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해야 한다”고 꼬집은 것은 곱씹어 볼 대목이다.

이태인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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