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주택 시장이 불안하다. 가격이 폭락하고 있다는 얘기가 아니다. 가격은 사실 상승세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서민 주택 시장의 불안은 정확히 말해 집 없는 서민들의 고통, 서민 주거난이라 할 수 있다. 전세가격이 급등하는데 서민주택 공급은 줄어든다는 게 고통의 요체다. 지금도 그렇고 내년에는 더 심해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이 시급한 대책을 주문하는 이유다.

중소형 주택 공급 감소·치솟는 전세가격 ‘이중고’…

2011년 최악 주거 대란 오나?

용인 수지의 한 중개업소. 걸려오는 전화들로 정신이 없는 모습이다. 전화의 상당수가 매물을 찾는 것들이다. 불과 반년 전만 해도 용인은 버블 세븐 지역 중 매매값 하락률이 가장 높았던 곳이다. 주택 공급이 한순간 몰리면서 전세값이 떨어진 곳이 바로 용인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전세는 품귀를 보인 지 오래고 매매를 희망하는 물건도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신봉동 D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아직 바닥을 쳤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시장의 반응은 예상보다 뜨겁다”면서 “일시적인 현상인지, 대세 상승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이 지역 공인중개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안 오른 전세가 만회 심리 팽배

최근 주택 시장 특징은 크게 △전세값 상승 △중소형 평형 강세 △강남권 약진으로 요약된다. 이 같은 움직임은 거의 모든 부동산 정보제공업체들이 내놓은 자료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특별한 원인이 없이 심리적인 것에서 기인한다고는 해도 어찌 됐건 시장의 변화는 이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향후 시장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시장 변화의 이유가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8월까지만 해도 주택 시장의 대세는 가격 하락이 우세를 점했다. 주요 건설사들이 구조조정 대상에 오르면서 시장의 불안감은 최고조에 달했던 것이다. 급기야 정부에서 지난 8월29일 무주택자 또는 1가구 1주택자가 주택 구입시 총부채상환비율(DTI) 적용을 금융회사가 자율적으로 심사하는 것을 골자로 한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것은 그만큼 시장 상황이 절박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현 상황이 정부의 8?9대책 때문에 빚어진 것일까. 결론적으로 그건 아니다. 정부가 내놓은 활성화방안이 공급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면 지금 시장 상황은 철저히 수요의 변화다. 주택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예전과 달라졌다는 얘기다.

최근 가장 큰 이슈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 바로 전세난 문제다. 그리고 그 원인은 공급 주택 수 감소에서 찾을 수 있다. 사실 전세값 상승은 비단 최근 들어 빚어진 현상은 아니다. 지난 수년간 부동산 시장의 화두는 단연 재건축, 재개발 투자에 따른 매매값이 주도하는 형국이었기 때문에 전세에 대한 관심은 매매시장에 가려져 있었다. 그러나 지표상으로 보면 전세값은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려왔다.

닥터아파트가 월별 서울지역 아파트의 평당 전세값 변동추이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 2월 이후 서울지역 월별 아파트 전세값은 단 한 번도 마이너스를 기록한 적이 없었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기울기는 가팔라지고 있다. 특히 강남구와 강동구는 단지 대부분이 4000만원 이상씩 오르며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초구 반포동 등 일부 지역에서는 전세값이 너무 오르자 기존 전세값을 보증금으로 바꾸고 오른 전세값만큼 월세를 내는 ‘반전세’(보증부월세 일종)까지 등장했다.

강남 등 일부 지역의 전세값이 뛰고 있는 원인을 알기 위해선 2년 전으로 시계를 돌려봐야 한다. 닥터아파트 자료에서도 알 수 있듯이 최근 5년간 서울에서 전세값이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시기는 바로 2008년 하반기였다. 입주량이 한꺼번에 몰린 게 빌미가 됐다. 2년이 지난 지금, 전세값이 현실화되면서 당시 제대로 받지 못한 돈을 한꺼번에 보상받으려는 심리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측면이 있다.

 이런 가운데 아파트 공급량은 급감했다. 금융위기로 인해 건설업계 구조조정이 현실화되면서 건설사들이 제대로 아파트를 공급하지 못한 것이 이제 와서 시장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1년 한해 전국에서 입주하는 아파트는 18만8727가구로 올해 30만401가구에 비해 37%, 최근 10년간 평균 입주 가구 수(31만3949가구)보다 4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시장의 전체적인 침체로 주택 매매를 포기한 사례가 증가하는 것과 매매가 대비 전세비율이 50%대에 머물러 있는 점도 전세 수요를 키우는 요인이다. 참고로 2010년 10월 현재 매매가 대비 전세비율은 56.0%로 2009년 2월 최저치인 52.3%보다 다소 높아졌지만 지난 10년간 가장 높았던 2001년 전국 평균 70%에는 크게 못 미치고 있다. 매매가 대비 전세비율이 높아진다는 것은 전세값 상승이 매매값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처럼 비율이 50%대로 떨어진 것은 그동안 매매값이 ‘나 홀로 상승’했기 때문으로 봐야 한다.

그러면 지금처럼 전세값이 오르면 다시 매매전세비율이 좁혀져 매매값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까. 그러기에는 서민들이 느끼는 집값 부담이 여전히 크다. 더군다나 아직 경기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매매시장 상승세로 확산되리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허윤경 연구위원은 “입주물량 감소로 내년 전세값이 평균 3~4% 오르고, 국지적으로는 전세난이 나타날 수 있다”고 예상하면서도 “매매값까지 동반 상승한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중소형 아파트 공급 갈수록 위축 ‘살 곳이 없다’

문제는 서민 주거난이다. 지금의 주택시장은 중소형, 전세시장 불안이 키워드다. 정부가 가장 우려하는 점도 바로 이 두 가지가 서민주거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입주아파트 감소가 가장 우려된다. 가구 수 증가에 따라 전국에서 한해 공급돼야 할 아파트 가구 수는 35만~40만 가구. 그러나 불안하게도 올해부터 입주아파트 가구 수가 빠르게 줄고 있다. 닥터아파트와 토지주택공사, SH공사 물량을 비교한 결과 올해 전국에 들어서는 아파트 물량은 32만가구지만 내년에는 18만9000가구로 40% 감소하며 2012년에는 10만3000가구로 올해 기준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시만 해도 올해 3만8063가구에서 내년 3만2594가구, 2012년에는 6842가구로 줄어든다. 

문제는 재건축, 재개발 이주로 인해 서민들이 가야 할 집이 턱없이 부족해졌다는 데 있다. 입주량도 감소하고 최근 공급되는 주택들 상당수가 중대형으로 채워지는 것을 감안하면 서민들의 주거문제는 앞으로 사회 문제로까지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코노미플러스>가 닥터아파트에 의뢰해 서울 및 주요 도시의 연도별 아파트 평형 분포 비율을 조사해본 결과 서울지역은  2006년에는 66㎡ 미만 가구 수가 전체 9.29%였는데 2010년 11월에는 9.03%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130㎡ 이상 중대형평형은 18.51%에서 18.71%로 증가했다. 경기도도 66㎡ 미만이 2006년 8.66%에서 올해는 8.19%로 감소했다. 이는 순수 아파트만 집계한 것으로 여기에 재개발 등 대규모 개발사업 때문에 사라진 단독, 다세대, 다가구 주택까지 포함하면 서민들의 보금자리인 소형주택 수는 절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다.

특히 경기도는 올해 11만6874가구였던 입주아파트 가구 수가 내년에는 5만4951가구, 내후년에는 4만4715가구로 뚝뚝 떨어진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긴급 처방용으로 내놓은 도시형 생활주택 공급가구 수도 지난해 5월부터 올 9월까지 합쳐도 990가구에 불과하다. 국토해양부 자료에 따르면 연초부터 올 9월까지 공급된 아파트 외 주택수도 19만여 가구로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47.3%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서울시는 12만659가구가 공급돼 전년 대비 150%에 가까운 증가세를 기록한 것만 봐도 경기도 내 중소형 주택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잘 알 수 있다.

허 연구위원은 “경기도 내 미분양 가구 수가 2만3000여 가구라고 해도 이는 상당수가 중대형으로 지어졌다”며 “미분양 속도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지 않은 것을 감안한다면 경기도 중소형 주택 전세값은 올해보다 다소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구리, 광명 등 수도권 지역의 중소형 전세값이 조금씩 오르고 있는 것도 이 같은 공급감소 때문으로 해석된다. 부동산뱅크 조사에 따르면 10월 넷째 주 전국 전셋값은 한 주 전에 비해 0.29% 상승했다. 이 밖에 서울은 0.28%, 경기는 0.38%, 수도권은 0.42%, 인천은 0.21% 상승률을 기록하며, 강세장을 이어갔다. 장재현 부동산뱅크 팀장은 “서울과 주변 위성도시에서도 전셋집을 구하지 못한 세입자들은 점점 더 외곽으로 밀려 나가는 실정”이라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중대형 아파트 가격 상승은 ‘글쎄’



관건은 중소형 주택 전세값 상승세가 중대형 전세값과 전체적인 매매값 상승으로 이어질 것인가이다. 이에 대해선 아직 명쾌한 해답을 찾기 어렵다. 비관론의 관점은 우선 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PIR)이 주요 선진국 대도시보다 워낙 높은 데다 전국적으로 10만가구에 달하는 미분양 주택 문제가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본격적인 회복을 기대하기는 무리라는 지적이다. 더군다나 환율전쟁 등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과 저축은행, 건설업계 구조조정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나친 낙관론은 또 다른 거품만을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은행이 지난 6월 말 현재 발표한 우리나라 연간 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은 11.7배로 무주택자인 우리 국민이 현재 소득으로 내 집을 마련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11년 7개월이다. 또 9월 말 현재 전국 아파트 미분양 가구 수는 10만325가구에 이른다. 결론적으로 아직까지는 비관론이 다소 우세하다고 할 수 있다.  

시장도 아직 중대형 평형의 매매값은 커다란 변동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부동산뱅크 장 팀장은 “서울과 수도권은 전반적으로 중대형 수요가 아직 형성되지 않고 있으며 시세도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중대형 내림세가 지속되면서 서울 수도권 전체적으로는 약보합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지방 미분양 아파트들이 대거 할인분양에 나서면서 전체적인 미분양 가구 수가 조금씩 줄고 있고 매매값 하락에 따른 PIR지수가 3개월 전에 비해 0.3배 정도 줄어든 것은 주택 시장 바닥론의 근거가 되고 있다. 규모별로도 중대형은 연초 대비 6월 말 현재 마이너스 13.7%인 데 비해 중소형은 마이너스 16.8 %로 감소 폭이 더 컸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2000년대 초반과 같은 호황이 다시 온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바닥에 근접했다는 것은 확실하다”면서 “내년에는 소형의 전세값은 가파르게 치솟고 중대형 평형은 약세인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기 때문에 정부는 빨리 서민 주거난 해소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태인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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