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 중간재를 넘어 이제는 소비재가 중국의 내수시장을 공략해 낭보를 보내오기 시작했다.
중국 소비자들을 사로잡은 한류 소비재기업들의 성공 포인트를 분석한다.

중국 사로잡은 한국 기업 8가지 성공노하우

명품·현지화 전략으로 ‘밀고’

한류 스타가 ‘확’ 띄웠다

1. 높은 품질

중국 시장에는 미국의 경제잡지 포춘 선정 글로벌 500대 기업이 대부분 진출해 있다. 중국기업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기업들과 경쟁을 해서 살아남아야 하는 곳이 바로 중국이다. 그래서 중국의 소비자들을 사로잡은 기업들은 품질 경쟁력을 기본으로 갖추고 있다.

매일유업의 경우 2008년 여름 멜라닌 파동이 났을 당시 중국산 유제품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반사 이익을 얻은 케이스다. 믿을 수 있는 한국산 분유로 눈을 돌린 중국 소비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매일유업은 현재 중국에서 주력 판매하는 분유를 한 달에 2만여 개나 팔고 있다.

밀폐용기 락앤락, 캐포츠브랜드 EXR 등은 짝퉁이 기승을 부릴 정도로 중국 시장 내에 오리지널 제품의 강한 신뢰도를 확보했다. 올해 연말 중국 시장 런칭을 준비 중인 아모레퍼시픽의 한방화장품 설화수는 벌써 ‘월화수’라는 짝퉁이 등장했다. 

2. 현지화  

해외 진출에서 시장별 특성에 따라 현지화를 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오리온 초코파이의 국내 제품 포장에는 ‘정(情)’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한국인들이 정에 약하다는 감성을 공략하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 초코파이 포장에는 ‘인(仁)’이 적혀 있다.

중국인들이 느끼는 최고의 가치가 ‘仁’이기 때문이다. 오리온이 중국 TV에 내보낸 초코파이 광고는 초코파이 상자를 꺼내려다 도자기를 깬 친구를 감싸주는 초등학생들의 훈훈한 우정을 그렸다. ‘인’의 가치를 강조한 이 광고는 중국인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며 브랜드도 뇌리에 깊이 인식시켰다.

시장을 세분화하며 보다 정교하게 현지화를 추구한 기업도 많다. 우선 가격대를 중심으로 시장을 고가와 저가 시장으로 나눠 공략한 사례다.

국내에서 초저가 화장품 브랜드로 유명한 ‘미샤’ 브랜드의 에이블씨앤씨는 중국에서는 저가 화장품의 이미지를 버리고 중고가 브랜드로 포지셔닝했다. 한국에서는 화장품을 여성들의 생필품으로 접근해 저가 전략이 성공했지만, 중국에서는 ‘싼 게 비지떡’이라는 통념이 강해 오히려 고가 전략이 잘 먹혔기 때문이다. 이 같은 고가 전략 성공사례는 매우 흔하다. 국내의 대중적인 화장품 브랜드인 라네즈(아모레퍼시픽), 저가 캐주얼 의류 브랜드 베이직하우스도 중국에서는 고급 브랜드로 재단장해 시장에 안착했다.

상품의 포장 단위를 세분화하는 전략도 유용하다. 중국의 소비자들은 같은 제품이라도 소용량에서부터 대용량까지 다양하게 포장한 것을 그때그때 선택해 구입하기 때문이다.

3. 유통망 확보

소비재 부문에서 유통망 확보는 기업의 사활을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밀폐용기 회사 락앤락은 중국 내 지명도가 거의 없던 진출 초기, 먼저 현지에 진출한 한국계 홈쇼핑업체를 활용했다. 이를 통해 어느 정도 인지도를 쌓은 뒤 직영점포, 쇼핑센터 입점 등 독자적인 판매망 구축에 나섰다.

축구·농구공, 운동화 등 스포츠용품 메이커인 스타스포츠는 91년 중국 진출 초기에는 OEM생산을 주로 했다. 그러나 96년 무렵부터 중국 업체들과 가격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어 직접 자체 브랜드 ‘STAR’로 내수시장 공략을 결정하고 유통망 구축에 들어갔다. 이 회사는 교과서적인 과정을 따랐다. 중국에서 열리는 온갖 체육용품 전시회에 참가해 바이어들을 발굴했고, 여기서 만난 전국의 바이어들을 만나러 중국 전역을 누볐다. 이 과정에서 중국 전역의 시장 상황을 눈으로 파악했고,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의 직영점을 바탕으로 티베트 지역을 제외한 중국 전역에 250여 개의 촘촘한 대리점망을 구축했다. 스타스포츠 중국법인은 거의 매년 20%씩 성장해 2009년에는 1억위안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렸다.

4. 사회적 책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국내외에서 몇 년 전부터 꾸준히 부각되는 이슈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사회적 책임이 특히 더 중요한 요소다. 중국이 개혁개방을 시작한 지 30년이 넘었지만 사회주의 국가라는 정체성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런 나라에서 사회에 대한 봉사, 대중에 대한 봉사는 브랜드 평판에 엄청난 영향을 준다. 또한 한·중간 중장기적인 우호관계 형성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온앤온 등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패션업체 보끄레머천다이징은 2003년 사스 사태에서부터 2008년 쓰촨 대지진 등 중국에서 큰 사건·사고가 터질 때마다 후원과 지원에 나섰다. 불우어린이 지원, 희망소학교 건립, 중국인을 상대로 한국 회사 소개 등 회사 규모에 비해 엄청난 사회공헌을 하고 있다. 이 같은 사회공헌이 알려지면서 우호적인 브랜드 이미지가 형성됐다.

5. 중국전문가 육성

중국을 단순 생산기지로 활용하던 시절에는 중국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더라도 사업에 큰 지장은 없었다. 그러나 내수시장을 잡기 위해서는 중국의 문화와 언어, 기타 유무형 장애물을 헤쳐갈 수 있는 총체적인 경험과 노하우가 절실하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중국 시장에 밝은 인재를 키웠다. 아모레퍼시픽은 관련 인력 양성을 위해 중국의 대학에서 1년 동안 학습과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며 사내 인재들이 중국을 배우기를 기다렸고, 이들이 법인장급으로 성장하며 중국시장 현지화를 주도하고 있다.

대기업처럼 장기간 투자할 여유가 없는 중소기업의 경우 중국통을 영입해 보완하기도 한다. 화장품 브랜드 미샤의 에이블씨앤씨는 중국시장에서 10년 이상 경험을 쌓은 대기업 출신을 중국 지사장으로 영입했다.

6. 정부수요 파악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은 지금은 시장을 개방했지만 과거에는 계획경제체제로 움직였다. 계획경제 하에서는 관료가 모든 경제를 챙겼다. 30여 년간 시장경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지만 아직도 중국에서는 정부와 관료가 경제 전반에 엄청난 권한과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패션, 의류처럼 정부와 무관해 보이는 업종도 실제로는 정부와 관련된 경우가 많다. 캐포츠업체 EXR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공식 홍보 책자 전담 제작업체로 지정된 후 중국 전역에 브랜드를 알리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

7. 철저한 브랜드 관리

아모레퍼시픽은 국내에서 2030 여성들의 대중적인 화장품 브랜드인 라네즈를 중국 시장에서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포지셔닝하고 백화점 위주의 유통망 확보에 공을 들였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생소한 브랜드인 라네즈가 백화점 입점 기회를 얻기는 매우 힘들었다. 2002년에 중국 내 백화점 1호 매장이던 상하이 팍슨 백화점에서 국내 1위 화장품 회사인 아모레퍼시픽은 백화점 1층이 아닌 2층에 매장을 배정받는 푸대접을 받았다. 그러나 국내에서 검증된 품질을 바탕으로 메이크업쇼 등 다양한 프로모션을 실시, 실적을 끌어올렸고, 오픈 6개월 만에 1층의 골든 존으로 자리를 옮길 수 있었다. 이런 노력들이 쌓여 백화점의 라네즈 매장은 차츰 늘어났다. 2010년 1분기 기준으로 중국 내 라네즈의 백화점 매장은 178개에 이른다.

초기에 중국 사업이 생각처럼 빨리 자리 잡지 못하자 사내에서는 가격대를 낮춰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그러나 경영진은 이 같은 유혹을 뿌리치고 진득하게 백화점 망 확보 노력을 기울이며 기다렸다. 이 같은 방침에 힘입어 라네즈 브랜드는 애초 원했던 프리미엄 화장품의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었다.

‘초코파이’로 중국시장에 안착한 오리온의 경우, 과감한 리콜 정책으로 주목받았다. 진출 초기였던 90년대에 중국 남부 지역의 대규모 홍수로 인해 초코파이 일부에 곰팡이가 피는 문제가 터졌다. 오리온은 당시 시장에 풀린 초코파이 10만여 상자를 전부 수거해 소각하는 결단을 내렸다. 이는 중국의 소비자와 대리점주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며 오리온 초코파이의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큰 힘이 됐다. 

8. 한류 스타 활용

한류의 힘을 활용한 경우도 빼놓을 수 없다. 화장품 브랜드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앤씨는 배우 장동건씨를 중국 시장 모델로 기용해 큰 효과를 봤다. 진출 초기 중국의 화장품 시장은 2000여 브랜드가 경쟁하는 격전지였다. 브랜드를 알리는 데 애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미샤는 한류 스타로 뜨고 있던 장동건과 모델 계약을 맺고 다양한 프로모션을 실시했다. 장동건과 함께하는 미샤 여인 파티를 열고, 팬 사인회, 신제품 런칭 행사를 진행했다. 당시 행사에는 중국은 물론 일본, 동남아에서도 2000여 명의 팬들이 몰렸다. 주력 제품이던 이펙츄얼 런칭 쇼에도 장동건을 올려 현지 모델들과 호흡을 맞추게 했으며 이때 동시에 진행했던 현지 매체 인터뷰는 중국 , , <북경신문>, <보그> 등 60여 개의 중국 주요 미디어가 취재해갔다. 이 같은 노력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확 끌어올릴 수 있었다.

밀폐용기업체인 락앤락은 2005년에 중국에서 한국 드라마 <대장금>이 히트를 하자 ‘한 상궁’ 역할을 했던 배우 양미경씨를 모델로 내세워 매출을 큰 폭으로 올렸다.

전문가 조언

지역 특성 따라 공략법 달라야 …

성장하는 내륙도 주목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중국 사업단의 곽복선 부장은 먼저 “지역별로 상이한 특성을 잘 살펴서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큰 나라이기 때문에 성(城)마다 기후며 사람들의 취향, 소득 수준 등이 완전히 다른 경우가 많거든요. 예를 들어 동북지역은 겨울도 길고 사람들의 체구가 크고 건장합니다. 이 지역 사람들은 운동도 즐기죠. 캐포츠 브랜드 EXR이 동북지역에서 좋은 성적을 낸 것은 그래서입니다. 반면 여성 의류 브랜드인 온앤온은 청도 쪽에서 성과가 좋았습니다. 청도는 여름도 길고 습도가 높은 지역이라 사람들이 운동을 싫어하죠. 스포츠웨어가 아닌 패셔너블한 의류가 먹혔던 이유입니다. 화장품 같은 경우도 보습용 제품은 건조한 장강 이북에서는 통하지만 습기가 많은 장강 이남에서는 어렵습니다. 처음 진출했던 한 도시에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해도 다른 도시에 비슷한 매장을 또 열었을 때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곽 부장은 이어 “중국에 들어가는 기업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난관은 유통망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했다.

“전국에 대리점을 구축하는 문제도 만만치 않죠. 직접 관리하기가 매우 어렵거든요. 이랜드 같은 경우 현재 500여 곳의 현지 유통망을 구축했지만 이것은 이미 진출한 지 10여 년 이상의 시간이 흐르면서 갖은 시행착오를 거친 후 나름의 노하우를 얻은 결과라고 봐야 합니다.”

곽 부장은 물건을 공급한 후 대금 결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고생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대기업들은 중국 현지 유통업체에 대금을 현금으로 받는 경우가 많지만 중소기업들은 그런 걸 쉽게 요구하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브랜드 이미지도 아직은 해외 선진국에 비해 약한 곳이 많아요.”

지금까지 대부분의 우리 기업들이 베이징, 상하이 등 중국의 1선 도시를 중심으로 사업을 해왔지만, 앞으로는 내륙시장으로 눈길을 돌려야 한다는 조언도 했다.

“내륙의 2·3선 도시들의 개발이 시작되면서 그쪽에도 시장이 커지고 있어요. 이쪽을 파고들어야 합니다. 2·3선 도시에도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큰 백화점들이 많거든요. 그쪽을 공략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2·3선 도시에서는 아직 도로나 큰 유통업체들이 충분하지 않아서 온라인 유통이 활성화되고 있어요. 유통망 개척을 할 때 주목할 부분입니다.”

한국무역협회 산하 국제무역연구원 무역통상실의 정환우 박사는 “중국에서의 소비재 사업에서는 현지 업체들의 텃세와 진입 장벽이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에서는 통관, 유통업체 입점 등 허가를 받을 때 외국기업에는 중국기업보다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식의 비공식적인 차별이 존재합니다. 제도적으로도 서비스업종은 중국기업과의 합작만 가능하고 외국자본의 단독투자는 아직 허용하지 않고 있어요. 이런 제도적인 장벽을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 큰 부담이 될 수 있죠.”

그는 이어 “아직도 중국에 대한 연구 없이 일단 중국에 들어가고 보는 기업이 적지 않다”며 “교과서 같은 얘기지만 사전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눈에 보는 중국 시장 전략도



이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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