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지난해 말부터 스마트폰 때문에 기분이 좀 언짢았다. ‘애니콜 신화’로 이룩한 글로벌 휴대폰 강자의 자존심에 상처가 났기 때문이다. 단초는 애플 아이폰이 제공했다. 애플은 아이폰이라는 블록버스터 하나로 세계 휴대폰 시장의 메인스트림을 스마트폰으로 바꿔놓았다. 아이폰은 물론 걸작이다. 정작 삼성전자가 예민해졌던 이유는 시장의 평가다. 애플을 혁신의 대명사로 칭송하는 반면 삼성전자는 2류 정도로 깎아 내리는 목소리가 지나칠 정도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칼을 갈았다. 반격의 칼날이다. 그리고 드디어 그 칼을 빼 들었다. 삼성전자는 ‘전략 스마트폰’이라는 수식어를 달았다. 갤럭시S에 얼마나 공을 들였고, 또 얼마나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시장은 벌써부터 안드로이드폰 진영의 리더로 갤럭시S를 지목하고 있다. 갤럭시S와 아이폰, 두 스마트폰 강자의 진검승부는 이제 시작이다.

스마트폰 최강 기능∙스펙 무장

애플 아이폰과 ‘진검승부’ 선언

최대 시장 북미에서 아이폰4에 정면 맞불 자신감

“갤럭시S 출시는 또 하나의 혁신이 탄생하는 순간”

지난 3월23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북미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CITA 2010’.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무선사업부장)은 개막 첫날 자부심에 찬 표정으로 ‘눈 앞으로 다가온 스마트폰의 미래’라는 제목의 기조연설을 했다. 

그는 연설에서 “삼성전자는 누구나 쉽게,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스마트 라이프(Smart Life)’를 제공하는 스마트폰으로 스마트폰 대중화 시대를 본격적으로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신 사장은 갤럭시S를 처음 세계인 앞에 공개하는 행사도 가졌다.

이날 행사는 여러모로 의미심장했다. 우선 무대가 북미라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현재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지역이 바로 북미다.

미국의 모바일 시장조사업체 SA(Strategic Analysis)에 따르면 북미 지역 스마트폰 시장 규모는 2007년 2천110만대에서 2009년 4천880만대로 불과 2년 만에 2배 이상의 빠른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더욱이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30%를 웃돈다. 게다가 북미 시장은 아이폰, 블랙베리 등 세계적인 스마트폰 강자들의 ‘홈구장’이다.

삼성전자가 북미 시장에서 갤럭시S의 첫 선을 보인 것은 그런 점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이다. 즉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심장부에서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를 전격 공개함으로써 스마트폰 전쟁에 본격적인 맞불을 놓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최우선 경쟁자가 애플(아이폰)과 림(블랙베리)이 될 것은 불문가지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 개발 단계에 이미 북미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치밀한 사전 시장조사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스마트폰 시장은 급속도로 팽창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2013년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체 휴대폰 판매량의 25%를 돌파해 거의 4억 대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이다. 차세대 휴대폰 시장에서 ‘애니콜 신화’를 이어가려면 지금쯤은 ‘승부수’를 던질 시점이 된 셈이다.

신종균 사장의 발언은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 어떻게 임할지를 강력하게 시사한다. “스마트폰은 이제 일부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들만의 제품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지역과 가격, 라이프스타일 등의 벽을 넘어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스마트폰 대중화 시대(Democratization of the Smartphone Era)를 이끌어가겠다.”

최고 수준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앙상블’

삼성전자는 ‘CITA 2010’ 행사 후 꼭 3개월 만인 6월말부터 드디어 한국을 비롯한 세계 시장에 갤럭시S를 공식 출시했다. 애플도 새 스마트폰 기종 아이폰4를 거의 비슷한 시점에 내놓았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전면전이 불붙은 셈이다. 어쨌든 갤럭시S와 아이폰4는 시장에 나오자마자 한 차례 대격돌이 불가피하게 됐다.

지금까지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 아이폰이 가장 앞섰지만 앞으로는 예측불허의 싸움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실제 상당수 전문가들은 갤럭시S에 꽤 높은 평점을 주고 있다. 아이폰4와 한판 승부를 벌일 만한 경쟁력을 충분히 갖췄다는 것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갤럭시S와 아이폰4의 ‘스펙’이 상당히 비슷하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특유의 하드웨어 기술력을 바탕으로 소프트웨어를 보강해 갤럭시S를 선보였고, 애플은 기존 아이폰의 약점으로 지적되곤 했던 하드웨어를 보완해 아이폰4를 출시했다. 그러다 보니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애플화’, ‘애플의 삼성전자화’ 같은 분석을 제기하기도 한다.

사실 이런 분석에는 일리가 있다. 스티브 잡스 애플 CEO는 지난 6월초 아이폰4 발표회에서 배터리, 디스플레이, 두께 등 하드웨어 부문의 개선을 설명하는 데 시간을 많이 할애했다. 하드웨어는 삼성전자의 ‘주특기’다. 삼성전자는 반대로 갤럭시S 개발 과정에서 소프트웨어 분야에 꽤 많은 공을 들였다.

갤럭시S 태스크포스(TF)팀 안원익 수석의 말이다. “갤럭시S는 삼성전자 특유의 하드웨어 기술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개발에 개발을 거듭하면서 이뤄낸 성과입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이 소비자들의 기대와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야근을 밥 먹듯이 하며 많은 노력을 기울였어요. 그 결과 하드웨어 못지않은 소프트웨어를 자랑할 수 있는 갤럭시S가 탄생했다고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갤럭시S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 부문이 모두 최고 수준으로 조화를 이룬 스마트폰이라는 것이다. 실제 갤럭시S는 최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인 2.1 버전과 4인치 슈퍼 아몰레드(AMOLED) 디스플레이, 그리고 1GHz의 초고속 프로세서 등 최고 사양을 탑재한 것으로 평가된다.

앤디 루빈 구글 부사장은 “갤럭시S 출시는 또 하나의 혁신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휴대폰의 히트 요소를 모두 갖춘 최고 중의 최고(Best of Best)”라고 극찬하기까지 했다. 또 휴대폰 업계 일각에서는 갤럭시S를 가리켜 “삼성전자 휴대폰 사업의 20년 역량이 총결집된 스마트폰의 걸작”이라는 평가도 한다.

삼성전자가 주요 대륙별 거점 국가를 돌며 개최한 갤럭시S 론칭쇼에서도 많은 찬사가 쏟아졌다. 5월말 싱가포르에서 열린 행사 직후 모바일기기 리뷰 사이트인 GSM아레나는 “시야각이 완벽하고 터치감도 좋은 갤럭시S가 안드로이드폰 진영의 새로운 리더가 될 것”이라고 호평했다. 해외 IT 전문매체인 씨넷(CNET)은 갤럭시S를 ‘올해 가장 기대되는 스마트폰’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갤럭시S TF팀 하드웨어 개발 관계자는 “슈퍼 아몰레드를 채택해 화질이 월등히 뛰어난 데다 멀티터치 기능까지 지원하는 디스플레이가 갤럭시S의 강점이다. 또한 가장 빠른 프로세서를 채택해 속도에 중점을 뒀다. 덕분에 갤럭시S는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100여개 통신사 판매망 ‘바람몰이’

갤럭시S의 돌풍을 예측할 수 있는 또 다른 근거도 없지 않다. 바로 유통망이다. 갤럭시S는 전 세계적으로 100여개가 넘는 이동통신 사업자를 공급업체로 확보했다. 단일 휴대폰 기종으로는 매우 이례적인 수치라는 평가다. 출시 초기 판매 추세에 따라서는 엄청난 바람몰이도 가능할 것이라는 게 삼성전자 안팎의 전망이다.

주목할 것은 각국 1위 이동통신 사업자 상당수가 갤럭시S의 공급업체로 나섰다는 점이다. 갤럭시S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갤럭시S는 버라이존, AT&T, T모바일, 스프린트 등 미국 4대 이동통신업체에 모두 공급되는 개가를 올렸다. 스마트폰 최대 승부처 중 하나인 미국 시장에서 갤럭시S와 아이폰4의 치열한 판매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이유다.

막강한 유통망의 위력은 출시 전부터 이미 예고됐다. 지난 6월초 기준 갤럭시S의 예약 주문량만 해도 100만대를 가뿐하게 넘어섰을 정도다. 글로벌 이동통신 사업자들의 잇단 ‘러브콜’ 덕분이다. 일본 NTT도코모는 5월말 하반기 신제품 발표 행사에서 “갤럭시S는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서 사상 최대 히트 제품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갤럭시S의 등장이 세계 스마트폰 시장 판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한다. 무엇보다도 아이폰의 일방독주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점쳐진다. 갤럭시S와 아이폰4을 각각 내세운 삼성전자와 애플. 두 IT업계 거인의 진검 승부에 지구촌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Tip | 삼성앱스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서비스 6개월 만에 이용자 13배 증가

▷▶▷ 쓰임새와 재미를 함께 갖춘 애플리케이션이 얼마나 많으냐 하는 점은 스마트폰의 최대 승부처 중 하나다. 삼성전자는 2009년 9월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3개국에서 독자적인 애플리케이션 마켓 ‘삼성앱스(Samsung Apps)’를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 현재는 총 80여개국에서 서비스를 운영 중인데, 유럽 34개국,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지역 15개국, 미주 15개국, 중동·아프리카 16개국 등이다. 지난 3월 기준 이용 실적은 서비스 개시 당시에 비해 약 13배 이상 성장했다는 게 삼성전자 추산이다. 한국에서는 한국어 버전 애플리케이션과 피아노, 만보계 등 생활밀착형 애플리케이션의 인기가 높다. 해외에서는 다운로드 건수 톱10 애플리케이션 중 한국 개발자의 작품이 7건이나 된다. 역시 생활밀착형이 선호도가 높다.

▷▶▷ 삼성전자는 삼성앱스를 기반으로 모바일 생태계 구축을 본격화하고 있는 중이다. 각 권역별로 특화된 현지 생활밀착형 콘텐츠를 확보해 차별화를 꾀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 또한 삼성의 독자 플랫폼인 ‘바다(bada)’를 공개해 보다 많은 개발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모션을 전개하고 있다. 바다는 스마트폰 대중화를 위한 플랫폼이다. 고사양 단말기부터 대중적 단말기까지 다양한 단말기에 적용 가능하도록 구성돼 있다.

▷▶▷ 삼성전자는 바다 플랫폼의 이런 장점을 토대로 고객들에게 ‘나의 첫 번째 스마트폰(My First Smartphone)’을 선사한다는 구상이다. 바로 스마트폰 대중화 시대를 앞당기려는 전략의 하나다.

김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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