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멀리 외국에서 벌어진 일로 우리 집 자산가치가 오르락내리락하는 시대다. 장삼이사(張三李四)들도 더 이상 글로벌 경제를 모르고는 살기 힘든 시대가 온 셈이다.
세상이 이렇게 변해가다 보니 해외 경제에 대한 정보도 갈수록 전문성을 요구받고 있다. 대충 유럽, 아시아 하는 식으로는 어림도 없다. 특정 지역 중에서도 개별 국가, 그리고 개별 국가의 기업과 경제 상황 등에 대한 정보가 구체적으로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이런 시대적 흐름을 타고 개별 국가 경제에 정통한 전문가들을 찾는 수요도 부쩍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그냥 지역 전문가도 사실 많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 지역의 경제에 밝은 전문가라니. 더욱 어렵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없지는 않다. 두루뭉술하게 지역을 들여다보다가 수박 겉핥기식으로 경제를 언급하는 게 아니라, 일찍이 특정 지역과 인연을 맺은 데다, 경제 분야에서 경력을 쌓으며 해당 지역 경제 전문가로 성장한 이들이 있다.
이들이 설립한 특정 지역경제 전문연구소들은 해당 국가별 경제 성장 상황이나, 우리나라와의 교류 수준, 그리고 해당 연구소의 운영 스타일 등에 따라 저마다 색다른 개성을 지니고 비즈니스맨들과 투자자, 정책 당국자들에게 든든한 조언을 해주고 있다.
중국 금융에 강점을 지닌 중국금융연구원, 인도 경제에 통달한 인도경제연구소, 중동 경제에 관한 전문성으로 무장한 중동경제연구소, 일본 경제를 분석하는 한일투연 등이 그 주인공이다.
맡고 있는 지역은 다르지만 중국, 인도, 중동, 일본 등 각각 4개국 경제에 있어서 업계에 전문가로 소문난 이들이 운영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들은 과연 어떤 정보를 제공하며, 이들의 전문성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해외지역별 특화 경제연구소의 세계, 이제부터 들어가 본다.

해외지역별 특화 경제연구소를 만나다

“이 나라 경제 분석은 우리한테 맡기세요” 

중국금융연구원

은행·증권가 고수들 모여 설립…

“중국 금융은 우리가 최고”

중국금융연구원은 올해 6월에 출범한 따끈따끈한 신생 연구소다. 하지만 중국 금융시장에 대한 전문성만큼은 베테랑급이라 할 수 있다.

대표를 맡고 있는 이창영 박사(55)는 IBK기업은행 출신으로 은행권에서 소문난 중국 전문가다. 은행원으로 일하던 중 지역전문가 양성과정에 발탁, 한·중수교가 맺어진 이듬해인 1993년 1월에 중국에 파견됐다. 그때 중국 인민대에서 금융학을 전공, 석사와 박사학위를 땄다. 이후 중국 천진과 청도지점의 초대 지점장을 역임해 중국 금융시장의 이론과 실무를 모두 경험한 흔치 않은 이력을 갖게 됐다. 중국에서 10여 년을 일하고 지난 2005년에 귀국했다. IBK기업은행 기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을 끝으로 최근 30여 년의 뱅커 인생을 마무리한 그는 중국금융연구원을 설립,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이창영 대표와 함께 이 연구원의 핵심 멤버인 조용찬 연구위원(47)은 국내 증권가 최고의 중국 전문가로 평가받는 인물. 국내 중국 시장 전문 애널리스트 1호로 꼽힌다. 대신증권과 한화증권에서 중국 시장 분석을 책임졌던 그는 올 초에 한화증권 리서치센터 중국팀장 자리를 내놓고 중국금융연구원에 합류했다.

상임 연구 인력은 이 대표와 조 연구위원 둘뿐이다. 하지만 숭실대 무역학과의 구기복 교수, 동덕여대 중국학과의 서봉교 교수, 재경부 산하 국제금융센터의 이치훈 연구위원 등 3명이 비상임으로 이름을 올려두고 있다.

중국 시장 전문 리서치 회사인 건홍리서치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으며, 중국의 중국은행업연구중심(한국식 표현으로는 ‘중국은행업연구센터’)과도 업무 협약을 맺을 예정이다.

이 대표는 “중국에서 일할 때 보니까 중국에 진출한 한국 회사들이 중국 금융을 너무 모르더라”며 “언젠가 관련 금융연구소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해오다 은행을 퇴직하고 연구원을 설립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에서 석·박사를 한 덕분에 현지의 인맥이 탄탄하다. 그의 중국 인민대 시절 동기들이 지금은 중국 금융 당국과 업계의 주요 인물들로 성장해 힘이 되어 주고 있다. 한국에서 중국금융연구원을 만든다고 하니까 현지 친구들도 큰 기대를 표시했다고 한다. 

중국 현지 인맥도 탄탄

이 대표는 “국내 지인들에게 연구원을 만들었다는 소식을 전했더니 기대 반, 우려 반의 반응을 보이더라”며 웃었다.

현재 은행이나 증권 등 금융업의 내수시장은 포화상태다. 더 성장하려면 중국 금융시장 개척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 따라서 앞으로 중국 금융시장 정보에 대한 수요가 커질 수밖에 없는데, 이 분야 전문가가 워낙 희소한 만큼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게 기대하는 이들의 시각이다.

우려 부분은 역시 현실적인 문제다. 중국 금융시장 연구로 수익모델을 잘 찾을 수 있겠느냐는 것.

이 대표는 “안 그래도 수익모델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며 “간판은 연구원으로 달았지만 책상 앞에 앉아서 보고서만 내려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가 잡고 있는 연구원의 비즈니스 모델은 대략 이렇다. △우리 금융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할 때 이를 돕는 중국 진출 컨설팅 △정부·기업 등에서 발주하는 중국 시장 관련 연구 프로젝트 수행 △한국과 중국 기업 관련 투자 중개 등이 그것이다.

이 대표는 “중국은 각 성마다 독립된 국가처럼 움직인다”며 “중국 진출 컨설팅의 경우, 이런 중국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현지 진출 컨설팅을 제공한다면 승산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막 출범한 상황이지만 워낙 업계에 중국 전문가로 소문난 이들이 뭉친 터라 중국금융연구원은 벌써 한 금융기업이 의뢰한 중국 진출 컨설팅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금융연수원과 함께 ‘중국 금융 전문가 양성과정’ 개설도 준비하고 있다. 중국에 나갈 금융기업 임직원들이 미리 중국 금융시장을 배우는 과정이다.

“중국에 현지법인을 만들려면 자본금만 3억달러가 들어갑니다. 어지간한 국내 지방은행 자본금 수준이니 상당한 규모죠. 그런데 대개 금융회사들이 중국법인에 중국어나 중국을 전혀 모르는 사람을 발령 내고, 그나마도 파견한 지 3년쯤 지나면 귀국시킵니다. 이래서는 중국 금융 전문가가 양성되기 힘들죠.”

이 대표는 “체계적으로 중국 금융 전문 인재를 키워야 앞으로 열릴 중국 금융 비즈니스에서 우리 금융회사들이 기회를 잡을 수 있는데, 은행업계는 이런 문제점을 이제야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올 5월에 금융연수원장이 중국에 다녀와서 현지 상황을 파악하고, 중국의 한국인 주재원들을 중국공상은행에 위탁교육을 시키기로 했답니다. 국내에서는 중국에 보낼 직원들을 금융연수원에서 교육해서 보낼 예정이고요. 늦었지만 이제라도 달라져 다행입니다.”

이 대표는 연구원이 자리가 잡히는 대로 중국 금융시장을 분석하는 정기 보고서를 발간할 계획도 갖고 있다.

Tip | 이창영 대표가 보는 중국 경제

“중국 금융시장 개방, 한국에 큰 기회 될 것”


▷▶▷ 우리나라 은행들이 중국에 진출한 지는 좀 됐지만 성과는 신통치 않은 상황이다.

이창영 중국금융연구원 대표는 “우리 은행들은 한·중수교 이후인 1994~1995년에야 중국에 들어갔다”며 “우리보다 10여 년 일찍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은행들에 비해 우리나라 은행들의 중국 비즈니스는 10여 년가량 뒤쳐졌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은행업계와 달리 증권업계에는 이제 기회의 문이 열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요즘 위안화의 국제화 얘기가 나오면서 중국의 자본시장 개방 논의가 이뤄지고 있어요. 해외 증권사, 자산운용사의 중국 시장 진출 허용을 포함한 내용이죠. 앞으로 중국 자본시장이 열리게 되면 우리나라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은 중국에서 구미, 일본 금융회사들과 동일한 조건에서 출발해 겨루게 됩니다. 은행들처럼 고전할 이유가 없는 거죠.”

그는 중국과 우리의 문화적 유사성이나 지리적 근접성을 감안하면 우리 증권업계가 오히려 더 유리할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유럽·일본에 자본시장의 문을 활짝 열었다가는 자칫 감당이 안 될 수 있죠. 하지만 ‘한국 정도면 큰 부담이 안 될 것’이라고 볼 여지가 큽니다. 중국 자본시장의 개방은 한국 금융업계가 도약할 수 있는 큰 기회가 될 겁니다.”

인도경제연구소

국내 첫 인도 경제연구소…

“현지 석·박사 50명이 보고서 쓰죠”

인도경제연구소는 지난해 말 출범한 국내 첫 인도 경제 전문 연구소다. 매일경제 기자 출신인 오화석 박사(경제학)가 설립을 주도하고, 소장을 맡았다. 오 소장은 기자 시절 인도 경제 전문기자로 이름을 날렸다. 2000년에 인도 현지 르포를 통해 국내 최초로 인도 IT 산업을 상세히 소개한 기자였다.

그는 당시 인도의 주요 기업인, 경제부처 장관들을 다 만나고, 인도의 실리콘 밸리로 불리는 방갈로르 지역을 돌아본 후 ‘인도 IT에서 배운다’ 시리즈를 썼다. 이 기사는 국내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를 계기로 그는 인도 관련 취재를 도맡아 하며 인도 경제 전문가가 되는 초석을 닦았다.

소장은 인도 경제 전문기자 출신

경제학 박사인 오 소장은 2007년부터 2년 동안 인도 네루 대학 객원교수로 현지인들에게 한국 경제를 가르치기도 했다. 당시 인도의 우리 교민을 대상으로 발간되는 한글잡지 <나마스떼>의 편집장도 맡았다.

“인도에 살면서 인도를 더 공부하게 됐어요. <나마스떼>의 편집장을 하면서 2년 동안 현지에 나간 한국 회사들을 두루 취재하기도 했고, 인도 현지인들도 많이 만났죠.”

수년에 걸친 인도 경제에 대한 천착 덕분에 그는 인도 관련 전문지식은 물론 인맥도 탄탄하다. 사단법인인 인도경제연구소의 발기인 목록에는 우리나라 경영인 최초의 해외 기업 CEO가 된 김영노 전 LG전자 인도법인장(사장)을 비롯해, 이현봉 전 삼성전자 서남아법인장(사장), 서영태 현대오일뱅크 대표, 한국 인도학회장을 지낸 경상대 백좌흠 교수 등이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오 소장은 작년 하반기에 인도에서 귀국해 인도경제연구소 출범 작업에 나섰다.

“2009년 8월에 인도와 한국 간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이 체결됐는데요, 이를 계기로 한국과 인도 간 경제 교류가 활발해지면 제가 할 일이 많아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국내에 인도 경제 관련 정보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가공할 수 있는 전문가들은 매우 부족하다. 인도경제연구소 출범 전까지는 인도 경제 전문 연구기관은 아예 없었고, 기업의 인도 진출 컨설팅을 돕는 회사가 몇 곳 있는 정도였다.

전문가 풀도 얕은데, 삼성경제연구소나 포스코경영연구소 등에 일부 연구자들이 있지만 이들이 인도 경제 관련 보고서를 내는 것은 1년에 한두 번 정도에 불과하다. 대학의 인도 관련학과 교수들은 대부분 언어와 역사 등에 집중해 인도 경제 쪽에는 약한 것이 현실이다. 오 소장은 이 같은 틈새를 메우겠다는 생각이다.

인도경제연구소는 주식회사가 아닌 비영리인 사단법인이다. 외부의 기부를 받는 지정기부단체로 지정을 받기도 했다. 기부를 받게 되면 연구소의 재정적 안정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기업의 인도 진출 컨설팅이나 정부·기업의 인도 관련 연구 프로젝트 수행, 인도 관련 비즈니스 포럼 기획 등 수익사업에 대한 계획을 잘 짜놨지만, 영리 추구보다 기업들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 일에 집중하고 싶었거든요.”

인도경제연구소의 연구 인력은 총 50명에 이르러 적지 않은 규모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이 모두 인도 현지의 석·박사급 인력들이라는 점이다.

“국내에 인도 경제 전문가가 별로 없기도 하지만, 사실 인도 경제는 인도사람들이 더 잘 알지 않겠어요? 그래서 현지의 석·박사급 연구 인력들을 아웃소싱 방식으로 채용했지요.”

연구원들은 모두 인도 현지의 연구기관, 기업 등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는 경력자들이다. 거주지도 인도 전역에 고루 분포해 있다. 전공 분야도 산업경제, 자동차, 기계, 의약, 반도체, 미디어, 마케팅, 도시계획, 교통, 시장조사 등 다양하다.

“올해 3월에 인도 현지 매체에 채용 공고를 냈는데, 급여조건이 괜찮아서였는지 10대 1의 경쟁률을 보일 만큼 호응이 좋았습니다.”

연구 주제는 여기서 직접 발주하기도 하고, 현지에서 제안한 아이디어가 좋으면 수용하기도 한다. 이들이 현지에서 영어로 작성한 연구보고서를 인도경제연구소에 보내오면 인도경제연구소에서 이를 한글로 재가공한다. 이 보고서들은 일정금액을 회비로 내는 법인·개인 회원들에게 제공한다. 

오 소장은 “CEO들에게 도움이 되는 알찬 보고서를 생산하면서, 여러 기관들과 제휴해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는 삼성경제연구소의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밝혔다.

Tip | 오화석 소장이 보는 인도 경제

“인도 경제 뜬다 … 우리 기업들에 큰 기회”


▷▶▷ 오화석 인도경제연구소장은 인도가 우리 기업들에게 가능성이 큰 시장이라며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 소장은 “인도의 성장은 이제 시작”이라며 “일각에서 인도와 중국을 나란히 놓고 비교하며 인도가 중국보다 걸음이 더디다고 하는데, 그렇게 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1978년, 인도는 1991년에 시장을 개방해 13년의 격차가 있었다는 것. 개방에 따른 경제 성장의 속도가 다르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현실적으로 인도가 지닌 문제점도 있긴 하지만 그런 와중에 이룬 경제 성장 성과는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인도는 인프라가 열악한 데다 언어도 수백 가지에, 물 사정 나쁘고, 관료주의, 부정부패 등 문제점이 없지 않죠. 하지만 글로벌 금융 위기 속에서도 경제가 6% 이상 성장했어요. 지난 6월 초에 인도 총리는 올해 경제 성장률을 8%대로 제시했어요. 증시도 좋습니다. 금융 위기 때 인도 증시의 주가지수가 8000선이었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두 배 오른 상태입니다.”

이 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인도는 이제 뭄바이, 첸나이 등 대도시에서 중소도시로 성장세가 확산되는 추세라고 한다.

“인도에 나간 우리 기업들이 지금까지는 대도시 위주로 비즈니스 했는데 중소도시들이 성장하고 있는 지금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열리고 있는 겁니다.”

LG전자,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인도에서 자리를 잘 잡았지만, 한국 기업 전체적으로는 인도에 대한 관심이 크게 부족해 안타깝다는 시각이다.

“현재 인도에 나간 우리 기업들이 380여 개사입니다. 인도의 중국 기업들이 4만여 개사임을 고려하면 미미한 수준이죠. 큰 시장이 열리는 인도에 대한 관심이 아쉽습니다.”

오 소장은 “인도 기업들은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전했다. 인도는 1991년 시장 개방 후 선진국들에 뒤쳐진 기술과 자본 등을 한시바삐 따라잡기 위해 해외 기업 인수에 적극적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인도 기업 중 타타자동차가 대우상용차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 5월에는 쌍용차 인수전에 인도의 자동차 업체 M&M과 타이어 회사 루이아가 참여의사를 밝혔다. 인도 2위 시스템통합(SI) 회사인 위프로도 최근 한국에 진출한 바 있다.

중동경제연구소

중동 관련 이론·실무 지식 ‘탄탄’ …

“‘무엇’ 보다 ‘어떻게’ 파느냐 중요”

중동경제연구소의 홍성민 소장은 중동 경제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연구교수, 국립경찰대학교 외래교수로 중동학 관련 강의를 하고 있다. 1981년부터 한국외대에서 중동 경제와 중동 지역학 강의를 시작했으니 중동 경제에 대해 30년 이상 주력하고 있는 셈이다. 그는 중동 지역학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박사학위는 경제학으로 취득했다. 대개 지역학을 전공하는 연구자들은 어학과 역사·문화 등을 중심으로 연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홍 소장은 유창한 아랍어를 바탕으로 지역학과 경제학까지 섭렵한 드문 경우다.

그는 한국언론연구원(OPEC 및 자원경제), 중앙공무원교육연구원(중동정세), 삼성인력개발원 지역전문가 과정(중동 경제) 등에서 초빙교수로 중동학 관련 강의를 했고,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수원 전문위원을 역임하는 등 학계와 산업계에 중동 경제 관련 전문가로 이름을 굳혔다. 

1991년 통일부 통일문제조사단의 일원으로 남북예멘을 방문했고, 한국학술진흥재단이 지원한 ‘21세기 이슬람문명권 연구단’ 소속으로 이라크, 이란 및 리비아 현지에서 학술조사를 하는 등 중동 각지를 오가며 경험을 쌓았다.

홍 소장이 중동경제연구소를 연 것은 지난 1993년이다. 그해 홍 소장은 지역학 연구를 목적으로 종합경제사회연구원을 설립했는데, 중동경제연구소는 이 연구원의 부설기관으로 만들었다.

“1990년대 들어서 ‘세계화’ 바람이 불면서 지역학이 각광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당시 상황을 보면 ‘영어화’였지 진정한 ‘세계화’라고 보기는 어려웠어요. 그래서 지역학을 체계적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1993년에 종합경제사회연구원을 설립하고, 제 전공을 살려 부설로 중동경제연구소를 만들었지요.”

굳이 학술 전문으로 갈 계획은 아니었지만 현재 중동경제연구소는 학술적인 연구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유는 현실적인 문제 때문이다.

“기업들의 연구 용역이 들어오면 프로젝트를 수행합니다. 하지만 별로 의뢰가 없어요. 일부 대기업들은 자체 연구 인력들에게 중동 지역 경제 연구를 맡깁니다. 그 외 대다수 기업들은 현지 시장조사에 별로 돈을 들이지 않고요. 1980년대만 해도 당시 중동 지역에 처음 나갔던 건설사들이 연구 프로젝트를 꽤 발주했었는데, 시장 파악이 끝났는지 이쪽 의뢰도 뜸해졌습니다.”

금융권에서는 소위 ‘이슬람 금융’으로 불리는 중동 지역 자금 유치에 관심이 높고, 중동 지역에서의 대규모 건설 수주, IT 기업들의 현지 판매 호조 등의 소식이 심심치 않았음을 감안할 때 홍 소장의 얘기는 다소 의외였다. 하지만 그 배경을 듣고 나니 쓴 웃음이 났다. 한마디로 ‘공짜 콘텐츠’만 찾는 기업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제조업이든 금융업이든 중동에서 비즈니스하려는 기업들은 꾸준히 있죠. 연구 수요가 존재하는 겁니다. 하지만 관련 연구 결과를 돈 내고 사겠다는 이들이 별로 없어요.”

중동경제연구소만의 문제도 아니란다. 한국무역진흥공사(KOTRA)에서도 이런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가 있지만, 활성화가 잘 안 되고 있다는 것.

“비용이 드는 분석 대신 기업인들은 가끔 제게 중동 비즈니스에 관해 가볍게 물어 봅니다. 보통 ‘이 제품이 현지에서 팔릴까요? 팔면 이익이 많이 남을까요?’가 주요 질문이죠. 하지만 이건 잘못된 질문입니다.”

이게 무슨 뜻일까? 홍 소장은 중동 비즈니스에서 ‘무엇을 파느냐’ 못지않게 ‘어떻게 파느냐’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우리 기업인들은 판매할 아이템을 정하면 단숨에 대량판매할 생각으로만 접근합니다. 고유가 덕분에 중동에 부자들이 많으니 시장도 클 거라는 생각에 기대도 높지요. 하지만 아랍에서는 절대 처음부터 대량구매를 하지 않습니다. 아랍인들은 조금 사보고 마음에 들면 나중에 주문량을 늘립니다. 거래 상대방도 까다롭게 골라요. 몇 달 이상 겪어보고 믿을 만하다는 판단이 들어야 비로소 큰 거래를 틉니다. 잘 모르는 사이라면 일국의 대통령이 나서도 소용없어요. 아랍인들이 사실 ‘아라비아 상인’들의 후예 아닙니까.”

“아랍인들, 신뢰 쌓아야 거래 터”

홍 소장은 “대기업들 중에서도 중동 시장 사업 초기에 이런 장벽에 부딪혀 영업이 뜻대로 되지 않자 바로 사업을 접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끈기를 갖고 꾸준하게 신뢰관계를 쌓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부터라도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중동 지역에 우리 유학생들을 보내야 한다고 봅니다. 유학생들이 현지에서 공부하면서 미리 중동 친구들을 사귀어 놓으면 한 10년쯤 후에는 비즈니스 기회가 지금보다 쉽게 열릴 겁니다.”

Tip | 홍성민 소장이 보는 중동 경제

중동의 핵심? 두바이 No! 아부다비·사우디 Yes!


▷▶▷ 대부분 사람들은 ‘중동=아랍=이슬람’의 등식을 떠올린다. 대표적인 중동 국가, 하면 ‘두바이’를 떠올리는 경우도 많다. 홍성민 중동경제연구소장은 “이는 그릇된 정보”라며 우리가 중동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몇 가지 사실을 지적했다.  

먼저 중동이라는 지역은 어떤 하나의 개념으로 정의할 수 없는 복잡한 곳이라는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중동에 속한다고 분류하는 국가들은 총 22개국이나 됩니다. 지역적으로도 북아프리카, 아라비아 반도, 걸프 지역 등 세부지역별로 각각 특색도 다릅니다.” 

같은 중동 지역 사람이라도 터키(터키인), 이스라엘(유태인), 이란(이란인) 사람들은 아랍인이 아니다. 그래서 ‘아랍권’이라고 하면 이 세 나라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만 지칭하는 것이다. 북아프리카(알제리, 모로코, 튀니지, 리비아 등)의 경우, 과거 프랑스의 식민지였다는 특성 때문에 유럽 쪽과 비슷한 정서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과거 중동의 핵심국가는 이집트였습니다. 하지만 석유의 힘이 세지면서 석유가 많이 나오는 아라비아 반도 쪽으로 패권이 넘어가게 됐고, 걸프 지역 산유국들(UAE,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목소리가 커졌죠.”

홍 소장은 또한 “중동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금융 위기로 흔들렸던 두바이 경제가 언제 회복되나 그것만 기다리고 있는데, 두바이에 대한 환상을 깨야 한다”고 말했다.

“중동 지역의 여론을 주도하는 강국은 사우디아라비아, UAE(아랍에미리트연합) 등입니다. UAE의 핵심은 UAE의 비중 90%가 넘는 아부다비예요. 반짝 주목받았던 두바이는 UAE에 속한 아주 작은 나라입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작은 어촌에 불과했죠.”

홍 소장은 “아부다비, 사우디, 카타르, 쿠웨이트 등 잘사는 중동 국가들은 한국의 IT 기술에 관심이 높다”며 “예멘 같은 가난한 국가의 경우도 우리가 투자 자금 조달을 해서 들어가는 방법으로 충분히 사업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밖에 이란, 터키, 이라크 등도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시각이다.

한일투연(韓日投硏)

증권가 일본통이 설립한 1인기업 …

일본투자자들 한국 컨설팅 주력

일본 경제 전문연구소인 한일투연(韓日投硏)은 곽경훈 대표가 운영하는 1인기업이다. 곽 대표는 대신경제연구소에서 금융연구실장과 경제조사실장을 지낸 이코노미스트 출신으로, 증권가의 대표적인 ‘일본통’이다. 일본 경제와 인연을 맺은 지는 약 30년쯤 됐다.  

그는 연세대 졸업 후 1981년에 일본으로 건너가 츠쿠바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를 따고 당시 일본의 4대 증권사 중 하나였던 야마이치증권에 입사해 일본 현지에서 증권업의 기초를 익혔다. 한국인의 일본 내 메이저 증권사 입사는 그가 처음이었다고 한다. 

“1980년대 초반은 일본이 무섭게 성장하던 시기였죠. 그때 미국은 일본을 지금의 중국 대하듯이 부담스럽게 생각하며 경계를 했었죠. 그런 시절이다 보니 일본에 대해 알아야겠다 싶어 다들 미국으로 유학 갈 때 저는 일본으로 떠났어요.”

곽 대표는 “당시 일본의 은사가 ‘일본에서는 박사과정보다는 기업에 가야 일본을 제대로 배울 수 있고, 한국도 이제 증권업이 발전할 시기니까 증권사에 가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며 “그래서 박사과정 진학 대신 현지 증권사로 진로를 틀었다”고 했다.

그는 1985년에 국내 증권사인 대신증권으로 옮겨 인수부, 법인부 등에서 일한 뒤 1988~1990년에는 동경사무소장으로 3년 동안 일본에서 근무했다. 귀국 후에는 국제영업부를 거쳐 1998년에 대신증권 계열사인 대신경제연구소로 자리를 옮겼고, 이코노미스트로 일하며 거시적인 국내외 경제 분석에 힘을 쏟았다. 이론과 현장, 일본과 한국을 적당히 아우른 경력을 쌓은 셈이다.

한·일 양국서 이론과 실무 함께 쌓아

한일투연은 2005년 1월에 열었다. 40대에는 독립해 자신만의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했고, 경력을 살려 일본 경제 관련 연구소를 해보는 게 좋겠다는 판단이었다.

현재 그는 <이야기 일본 경제>라는 온라인 뉴스레터를 1주일에 두 번씩 내고 있다. 2009년 초부터 시작했다. 어려운 경제지표는 빼고 일본 경제에 대해 쉽게 얘기하기 위해 시작했다고. 독자층은 증권업계 임직원들, 기자, 경제연구소 연구원, 일반 기업인 등으로, 약 300여 명 정도다. 일목요연하게 일본의 경제 현안을 쉽게 풀이하는 글 솜씨에 전문가 가운데서도 팬들이 적지 않다.

일본 경제에 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의욕적으로 시작한 연구소지만 출범 6년째인 지금, 곽 대표가 느끼는 현실의 벽은 만만치 않은 편이다. 독립 후 증권 관련 온라인방송에서 매일 아침 일본 증시 시황의 해설도 하고, 공들여 작성한 일본 경제 리서치 자료를 유료로 판매하는 작업도 시도해 봤지만 결과가 썩 만족스럽지는 않기 때문이란다. 이유는 일본 경제 분석에 대한 수요가 과거에 비해 많이 줄어들어 비즈니스 모델을 잡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일본 증시의 주가는 최고치 대비 1/3 수준으로, 20여 년째 부진함을 이어오고 있어요. 그만큼 1990년대 이후 일본 경제 상황이 침체되어 있다는 거죠. 그러다 보니 일본에 대한 정보 수요가 1980년대에 비해 많이 줄어들게 됐어요. 대형 경제연구소들이 분기나 1년에 한 번 정도로 일본 경제 분석 자료를 낼 만큼 발간 횟수가 뚝 떨어졌죠. 일본 기업과 비즈니스 하는 우리 기업들 중에서는 외부 연구자의 도움을 받기보다는 개별적으로 조사하는 예도 많은 것 같고요.”

곽 대표는 그러나 “일본이 침체라고는 해도 일본 경제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제조업체들은 부품 등에서 일본 의존도가 아주 높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런 기업들이 자사 사업과 관련된 일본 시장조사를 할 때 미시적인 쪽에 치중하는 곳이 많아요. 하지만 일본의 거시적인 경제 흐름이나 정부의 변화, 세제 변화 등으로도 시야를 넓혀야 갑작스러운 위기가 닥쳐도 바로 대처할 수 있습니다.”   

쉽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꿋꿋이 일본 경제 전문연구소의 정체성을 유지해온 한일투연은 현재는 일본 투자자들의 한국 내 투자 컨설팅을 주력으로 삼고 있다.

곽 대표는 “한국에서의 일본 정보 수요는 줄어들었지만 작년부터는 거꾸로 일본에서 한국의 기업들과 한국 경제를 알고 싶어 하는 문의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앞으로는 일본 쪽에 한국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방향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Tip | 곽경훈 대표가 보는 일본 경제

“일본의 재정 파탄 우려는 ‘오버’다”


▷▶▷ “남유럽 PIGS(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국가들의 재정 적자 문제가 심각하죠. PIGS 얘기가 나올 때마다 따라 나오는 게 일본의 재정 적자 얘기예요. 일본은 재정 적자 비율이나 국가채무 누적적자가 PIGS보다 더 심하다며 일본도 국가 파산의 위험이 있다는 시각들이 있지만, 일본은 남유럽과는 다릅니다. 같은 빚이라도 성격이 전혀 다르거든요.”

곽경훈 한일투연 대표는 “일본의 재정 적자가 PIGS 국가들보다 더 높은 수준인 건 사실이지만, 일본 정부가 누구한테 빚을 진 건지를 봐야 한다”며 “PIGS의 빚(국채)은 외국에 진 빚이지만, 일본 국채는 95%가 일본 국민들이 보유한 것임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최대 은행은 우체국이고, 최대 보험회사도 우체국입니다. 일본사람들이 그만큼 정부기관과 거래를 많이 합니다. 일본사람들은 민간보다 정부를 더 신뢰하기 때문이죠. 일본 국민들이 지난 20년간의 불황으로 지갑이 얇아지고 있다지만 그런 일본사람들이 국가 재정 위기가 현실화 된다 해도 일본 국채를 단체로 내다팔고 그 돈을 해외로 옮길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봐야죠.”

일본의 경상수지가 30년 가까이 계속 흑자인 것도 고려 대상이라는 설명이다.

“외환보유고도 일본은 중국에 이은 세계 2위 수준인 1조달러가량에 이릅니다. 일본의 대외순자산 규모는 2조7000억달러 수준으로 19년째 세계 1등이고요. 우리나라는 무역수지가 흑자이긴 하지만 경상적자가 큽니다. 해외유학, 해외여행, 해외투자 등으로 외국에 송금을 많이 해서 그렇죠. 지금도 일본에 관광 가는 한국인이 한국으로 오는 일본인보다 더 많아요.”

그래서 일본의 재정 파탄 우려는 과하다는 것이 곽대표의 판단이다.

곽 대표는 또 “우리나라의 소비세율(부가세율)은 10%지만 일본의 소비세율은 5%로, 세계적으로 낮은 수준”이라며 “세제 개혁 여지가 있어 일본의 운신의 폭이 크다”고 덧붙였다. 

(곽 대표를 인터뷰하고 3주가 지난 6월18일, 일본의 간 나오토 총리는 “현재 5%인 소비세율을 단계적으로 10%까지 올려 재정 상황을 개선하고 복지예산 수요에 대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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