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파생상품에 대한 관심도 커져 가고 있다. 관련 제도와 규정이 변화하면서 투자 대상 기초자산도 점차 다양화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해외선물·FX마진거래 등에 나서기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준비로 분산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해외 선물 투자 가이드

들쭉날쭉 장세에 재미 못 보자

기업·개인 헤지 차원 ‘기웃’

한 선물회사가 올해 2월 말부터 12주간 진행한 해외 선물 실전투자대회. 당당히 1위를 차지한 유모씨는 원유선물과 통화선물에 주로 투자해 누적수익률 440.90%를 기록했다. 대회 기간 유럽 재정 위기 악재가 부각되며 글로벌 금융시장이 큰 폭으로 출렁이자 참가자들의 주간 수익률이 130%에 달하기도 했다.

올 상반기 금융투자업계의 변화 중 하나는 증권사들의 선물업 진출이 속속 이뤄지면서 국내외 선물 시장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는 점이다. 과거 국내 지수선물을 제외하고는 기존 선물 회사만을 통해 거래할 수 있었지만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증권사들도 참여해 경쟁이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선물거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배경 중에는 지난 4월 이후 그리스, 헝가리, 스페인 등 남유럽 지역 재정 위기 우려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정성도 크게 확대된 탓도 있다. 들쭉날쭉한 급등락 장세가 이어지자 헤지(위험 관리) 수요도 커지고 있는 것.

기업들뿐만 아니라 개인들도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에 따라 그동안 멀게만 느꼈던 선물거래로 시선을 돌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주식, 채권, 부동산 등 전통적 투자자산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기 어려운 최근 상황도 선물거래에 관심을 갖게 하는 요인이다. 또 원자재 가격 상승 등에 따른 해외 상품 및 통화(FX)선물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표준화된 시장, 가격 발견 기능 제고

선물거래는 파생상품의 한 종류로서 품질이나 수량, 규격 등이 표준화돼 있는 상품이나 금융자산을 미리 결정된 가격으로 미래의 일정시점에 인도·인수할 것을 약정한 거래를 말한다.

미래의 상품과 자산을 현재 시점에서 거래한다는 점에서 선도거래와 유사하지만, 거래되는 상품과 자산이 표준화돼 있고, 특정 시장을 통해 거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서로 구별된다.

거래 당사자는 거래 대상품의 규격과 품질, 호가 단위, 인수도 방식과 시기 등을 특정 거래소가 정한 규정에 따라야 한다. 이 같은 표준화는 시장참여자들이 가격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 거래가 활성화되고 유동성이 커지면서 호가가 좁혀질 수 있게 한다. 이런 시스템에 따라 거래 당사자들은 상대적으로 좋은 가격에 거래를 할 수 있다.

특정 거래소를 통해 상장된 상품만을 거래하기 때문에 장외시장(Over the Counter) 거래와는 달리 공개적인 거래가 이뤄진다. 거래소는 청산기관을 통해 매도·매입자간 거래의 상대방 역할을 함으로써 계약 이행을 책임진다. 유동성 문제만 없다면 언제든 기존 오픈 포지션을 청산할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거래자들은 안심할 수 있다.

무엇보다 선물거래는 위와 아래로 양방향 거래이기 때문에 상승과 하락장에서 모두 진입과 청산이 가능하다. 주식은 낮은 가격에 매수해 높은 가격에 매도함으로써 시세차익을 얻거나 보유함으로써 배당수익 등을 기대할 수 있다.

반면 선물거래는 해당 금융 및 상품선물의 매매라기보다는 이들 선물 가격의 방향성에 투자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보유주식이 하락하면 그만큼의 손해를 볼 수밖에 없지만 선물거래는 향후 가격 흐름에 따라 상승이 예상되면 매수 후 매도, 혹은 하락이 예상되면 매도 후 매수 등을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는 양방향 구조를 이루고 있다.

물론 현물 주식에서도 공매도 거래가 제한적으로 가능하긴 하지만 구조적으로 활발한 거래라 볼 수는 없다. 이런 이유로 금융시장이 급등락하며 변동성이 커질 경우 선물거래를 통해 하락장이든 상승장이든 수익을 얻거나 손실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주목받게 된다.

얼마 전 원자재 값이 급등락하는 가운데 금이나 원유, 농산물 등의 원자재 관련 펀드에 돈이 몰린 적이 있다. 이들 펀드가 원자재 관련 기업의 주식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선물거래를 통해 직접 투자도 보다 쉽게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상품, 해외 선물도 관심

선물거래의 대상은 지수, 금리, 통화 등 금융선물과 에너지, 귀금속, 비철금속, 농축산물 등의 상품선물로 크게 나눠볼 수 있다.

최근 코스피200선물의 글로벌 거래가 가능해지면서 국내 선물 시장의 폭과 반경도 점차 넓어지고 있지만, 보다 다양한 상품을 갖고 있는 해외 선물거래에도 눈길이 많이 쏠린다. 최근 미국에서는 사행성 및 흥행순위 조작 가능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흥행이 예상되는 영화에 투자하는 파생상품도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로부터 선물거래 승인을 받았다.

코스피선물의 증거금율은 15%인데 비해 해외 선물은 상품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증거금율이 3~13% 수준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높은 레버리지로 낮은 변동성에서도 추구할 수 있는 수익률이 높다.

일반적으로 상품선물은 원자재의 실수요자가 선물거래를 통해 실물 가격 변동에 대한 헤지를 위한 목적으로 주로 거래한다. 예를 들어 밀을 주로 수입하는 국내 식품 업체가 있다면 밀선물에 투자함으로써 가격 변동에 따른 손익을 추구하거나 손실을 제한할 수 있다.

이 같은 다양한 개별 상품 덕에 투자자의 판단에 따라 투자 대상을 선정할 수 있고, 거의 24시간 가까이 거래할 수 있기 때문에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야간 시간대를 활용한 트레이딩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해외 선물 시장은 오전 8시부터 다음날 아침 7시30분까지 거래된다. 아시아, 유럽, 미국 증시가 순차적으로 열리는 시간에도 거래되기 때문에 이를 통한 전 세계 실시간 이슈 반영이 가능하다. 

자본의 흐름이 국경을 초월하고 그 이전 속도가 보다 빨라지고 있는 금융환경에서 해외 선물 시장을 통한 헤지수요는 점차 증대될 전망이다.

경쟁 유발 효과로 수수료 인하 추세

또 수수료가 정액으로 책정돼 있기 때문에 투자비용 역시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각 증권사들의 해외 선물거래 수수료는 온라인의 경우 한 계약당 7.5~10달러 선이며, 오프라인의 경우 12~15달러 선이다.

기존 선물사와 새로이 진입한 증권사들 간의 경쟁 유발로 수수료도 인하하는 추세다. 실제로 한맥투자증권은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상장된 마이크로 통화선물거래 수수료를 한 계약당 편도 4달러에서 2달러로 50% 인하하기도 했다.

오성만 파생영업본부장은 “해외 선물과 FX마진 시장에서 충분한 준비가 필요한데 마이크로 상품은 큰 부담 없이 실전을 통한 거래 경험을 쌓는 데 매우 유용한 상품”이라며 “수수료 인하가 해외 선물 저변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일찌감치 해외 선물, FX마진 거래 서비스에 나선 한국투자증권 선물옵션영업부의 이기홍 차장은 “해외 선물 등은 과거에는 지점망이 없는 선물 회사만을 통해 서비스 받을 수 있었지만, 다양한 리서치·마케팅 능력과 넓은 지점망을 갖춘 증권사의 선물업 진출에 따라 향후 시장 전반에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부터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대우증권, 이트레이드증권, 키움증권, 솔로몬투자증권, IBK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등이 선물업에 잇따라 진출한 뒤 HTS를 통해 실시간 거래가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선물업 인가를 취득한 25개 증권사 중 11개사가 해외 선물 인가까지 취득한 상태다. 이에 따라 앞으로 국내외 선물 시장에 증권사들의 진출은 보다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증권사에게 선물업은 아직 초기 영역으로 투자자 교육과 전문 인력 확보, 효율적인 영업조직 구성 등 수익 창출의 창구로서의 역할은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다.

이에 반해 선물사들은 그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새로운 서비스에 나서고 있다. 삼성선물은 지난 5월 말부터 런던금속거래소(LME) 비철금속 거래 시스템을 구축했다. 비철금속 대표 거래소인 LME는 그동안 전화상으로만 거래가 가능했지만 자체 개발한 HTS를 통해 이에 따른 불편함을 해소했다. 계좌 개설 고객에게는 한 달간 시세 등 유료 서비스를 무료제공하고, 수수료를 인하해주는 등 이벤트도 벌였다.

외환선물은 7월 부산을 시작으로 지방 고객을 위한 투자설명회를 지속적으로 벌여나갈 계획이다. 한 선물사 관계자는 “증권사의 선물업 진출에 따라 국채선물거래 등의 일임 수요를 증권사가 직접 취급하는 등 영업환경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며 “향후 경쟁 판도에는 상당한 변화가 잇따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큰 레버리지 효과 ‘양날의 칼’

전문가들은 거래 금융투자회사를 선택할 때는 HTS 기능의 안정성과 서비스 등을 잘 체크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최근 한 증권사는 HTS 선물거래 주문에서 일부 고객이 기존 주문을 취소하고 새로이 주문을 넣을 때 증거금이 청산되지 않는 등의 오류가 발생한 바 있다.

또한 야간 데스크 운영 여부도 체크해봐야 한다. 투자하기 전에 투자 대상 상품에 영향을 주는 주요 경제지표나 이슈에 대해서도 꼼꼼히 숙지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또 선물투자 등을 미끼로 유사수신 행위를 벌이는 등 불법적인 금융사기 사건도 심심찮게 들려오는 만큼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FX마진거래의 경우 국내 증권 및 선물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 외국계 호가 중계업체(FDM)를 통해 거래하는 사례도 빈발하고 있다.

해외 선물거래에 나서려면 서비스 가능한 증권사나 선물사를 통해 계좌를 개설하고, 전용 HTS를 설치한 뒤, 증거금을 납입하면 된다.

증권·선물사들은 해외 선물 모의거래 시스템 등 다양한 단계별 무료 투자자 교육과 설명회, 실전투자 대회 등 이벤트도 벌이고 있다. 파생상품 관련 전문 교육센터를 운영하기도 한다.

이 같은 교육과 모의투자 등을 통해 훈련과 경험을 쌓고, 실제 투자에 나서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레버리지 효과가 크고 변동성이 큰 시장이기 때문에 리스크도 훨씬 크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경숙 신한금융투자 글로벌파생영업부 대리는 “해외 선물도 증거금 거래하는 선물거래 특성상 레버리지가 높아 많은 수익을 낼 수도 있지만 그만큼 손실이 클 수도 있다”며 “초보 투자자들은 반드시 실거래 전 모의투자를 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기존 주식현물 거래에 비해 정보 접근이 쉽지 않으므로 투자 대상 자산의 성격을 잘 알지 못하고 투자에 나서는 것은 위험하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초보 투자자들은 지수선물이나 통화, 원유, 금 등 시장정보가 많고 익숙한 투자대상에 대해 레버리지를 최대한 낮춰 투자대상 기초자산에 대해 충분히 파악한 후 조금씩 거래를 늘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배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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