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는 햄버거 하나로 세계인의 입맛을 잡았다. ‘빅맥지수’ 라는 경제지표가 따로 있을 정도다. ‘빅맥’ 가격만 비교해도 각국의 구매력 수준이 파악된다는 얘기다. 글로벌 프랜차이즈의 힘이 실로 막강하다. 한국판 맥도날드를 꿈꾸는 토종 프랜차이즈들이 있다. ‘내수기업’이라는 딱지를 떼고 너도나도 해외로 진출 중이다. 글로벌 시장으로의 도약을 준비하는 프랜차이즈 업계를 둘러봤다.

프랜차이즈 해외 진출 현주소

요거트∙학습지∙문구 등 ‘다양’

현지 밀착 마케팅전략으로 ‘약진’

 ‘뚱뚱한’ 미국인들이 국내 음료체인 레드망고에 매혹됐다. 요거트와 생과일주스 등 저칼로리 디저트 제품에 제대로 ‘꽂힌’ 것. 할리우드 인기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전용 제조기를 사갔을 정도다. 레드망고는 2007년 미국 진출 3년 만에 72개 매장을 확보했다. 미국만이 아니다. 찬 음료가 주력인 만큼 태국, 싱가포르, 남아공, 아랍에미리트 등 더운 나라에서도 잘 나간다. 이 회사는 지금까지 국내 매장의 세 배가 넘는 127개 해외 가맹점을 유치했다. 

미용실 체인 이훈헤어칼라는 2003년부터 중국 시장 진출에 올인했다. 상하이 같은 대도시보다 내륙 중소도시를 공략했다. 매장 임대료도 저렴하지만 서민층 공략을 목표로 삼았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중국 내륙지방은 대도시와 달리 한국의 1970년대를 연상시킬 만큼 저개발 지역이 많다”며 “국내 스타일이 최첨단 패션으로 통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중국에만 125개의 가맹점을 두고 있다.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의 ‘엑소더스’가 시작됐다. 국내 시장이 포화상태이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2009년 현재 2400여 곳. 실제 점포 수는 유관기관들도 파악하기 어려울 만큼 난립한 상태다. 특히 국내 프랜차이즈의 70%를 이루는 외식 업계 경쟁이 치열하다. 박남수 창업전략연구소 콘텐츠팀장은 “2~3년 사이 실직자나 주부 등 창업후보들이 대거 외식 창업으로 몰려들었다”며 “등록부터 폐업에 이르는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에서라도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 등 신흥시장 중심 진출 본격화  

외식 업계가 해외 진출에 가장 적극적이다. 치킨 프랜차이즈 BBQ는 중국, 미국, 일본, 동남아시아, 중동에 350여 개 가맹점을 운영한다. 꼬치구이 주점 투다리는 중국 한 곳에만 150개 가맹점을 개설했다. 롯데리아는 베트남을 집중 겨냥, 70개의 직영점을 설치했다.

비외식 분야도 해외 진출이 활발하다. 학습지 회사 대교는 해외에서 ‘이노피(E.nopi)’라는 브랜드로 활약 중이다. 자사 학습지를 교습하는 러닝센터 400개소도 운영한다. 화장품 브랜드 더페이스샵도 ‘한류 열풍’의 영향으로 중국과 일본, 동남아 지역에 260개 가맹점을 쓸어 모았다. 모닝글로리는 30개국에 100여 개 가맹점을 두고 자사 문구류와 캐릭터 상품의 판로로 활용한다. 

해외 진출 열기는 수치로도 증명된다.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현재 해외 지점을 운영 중인 프랜차이즈 업체는 모두 57개다. 2000년대 초까지 한 해 1~2개씩, 가물에 콩 나듯했던 해외 진출 업체가 2008년 한 해만 12개로 급증했다.

열기는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 4월 코트라가 추진한 ‘해외 1호점 개설 지원 사업’엔 모두 31개 업체들이 몰려들었다. 세탁 업체 크린토피아, 샤브샤브 체인 채선당, 잉크교체 서비스 잉크천국, 안경 체인 다비치 등 13곳이 코트라의 지원 아래 처녀 진출을 기다리고 있다.

김종호 지식경제부 유통물류과 과장은 “인력, 시설∙장비, 원자재를 복합적으로 수출할 수 있는 유망 분야가 바로 프랜차이즈”라며 “시장조사부터 현지 파트너 모집, 경영 지원 등의 종합 지원 계획을 실시 중”이라고 말했다. 프랜차이즈들의 해외 진출에 정부까지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특히 프랜차이즈 업계의 관심을 끄는 곳이 신흥시장이다. 소득수준은 낮지만 인구가 많은 데다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만 하더라도 외식업 시장 규모가 2008년 1조5000억위안(270조원)이나 된다. 부유층들의 막강한 구매력도 매력적이다. 한 예로 국내 한 유명 미용실은 중국 상류층 대상의 서비스로 평균 3000위안(54만원)의 객단가를 기록하고 있다.

현지화 세밀해야 성공 가능 

실제 성과는 어느 정도일까. 아직까진 성패를 논할 단계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국내에선 많이 알려진 업체라도 해외에선 10여 개 미만의 매장만 거느린 경우가 대부분이다. 맥도날드가 전 세계 3만 개 매장을 갖춘 것에 비하면 규모 면에서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실질적인 해외 진출로 보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특히 교민사회만 진출하려는 경우다. 현지인들에게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가능성이 낮다. 주한일 코트라 지식서비스팀장은 “국내 프랜차이즈들이 미국 LA 등 교민 밀집 지역에 점포를 개설하는 경우가 많다”며 “스타벅스 등 국내로 들어온 해외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서울 신촌 등 중심상권에 들어서는 것과 다른 차원”이라고 말했다. 

국내 프랜차이즈의 해외 진출은 이제 막 본격화된 상황이다. 그렇다고 그간 선두주자들의 선례를 폄하해선 안 된다. 이미 적지 않은 해외 진출 노하우가 쌓인 상황이다. 일례로 요거트 아이스크림 체인 요거베리는 브라질,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수단, 파나마 등 동종 업계의 미답 지역을 적극적으로 공략 중이다. 대교는 해외 매장을 개설하기에 앞서 철저한 사전 테스트로 리스크를 줄인다. 모닝글로리는 진출 지역에서 현지 문화를 과감히 수용, 제품과 매장 운영에 도입한다.   

case1. 후스타일 요거베리

요거트 아이스크림으로 중동∙아프리카 ‘웰빙 열풍’

중동의 ‘파라다이스’ 아랍에미리트가 요거트 아이스크림에 푹 빠졌다. 국내 요거트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 요거베리가 주인공이다. 2009년 개설된 두바이 1호점인 페스티벌시티몰지점의 판매량은 월평균 10만달러(1억2000만원)어치. 매일 40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매장이다. 요거베리는 올해 신규 출점한 아부다비의 두 곳을 포함, 아랍에미리트에만 모두 5곳의 매장을 두고 있다.

요거베리는 국내에선 비교적 덜 알려진 브랜드다. 운영사인 후스타일이 요거베리를 국내 런칭한 것은 2004년. 그러나 본격적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키운 것은 2007년 미국에 진출하면서다. 뉴욕, 캘리포니아, 마이애미 등에 현재까지 모두 35개의 매장을 확보했다.

후스타일이 요거베리 출점 지역을 미국 밖으로 다양화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로 미국 내 가맹점 개설이 주춤하면서다. 대신 브라질, 인도네시아, 아랍에미리트, 수단, 필리핀 등 다양한 미개척지로 확장세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국내 두 배가 넘는 70여 개의 해외 가맹점을 끌어 모았다. 

김진성 후스타일 해외사업팀장은 “세계적으로 요거트 등 건강식품에 대한 선호가 높다”며 “수단 같은 저개발국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경쟁자들이 없는 ‘틈새시장’이 세계 도처에 분포한다는 소리다. 이 회사는 중동과 아프리카에 영업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요거베리가 인기를 얻은 것은 해외 소비자들의 성향을 세심히 파악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아랍에미리트에선 가족과 가문들마다 결속력이 강해 수시로 친족 파티가 벌어진다. 후스타일은 파티에 자사 제품을 공급하는 케이터링 서비스로 큰 호응을 얻었다. 지방색을 살린 메뉴도 인기요소다. 브라질의 경우 아마존 열대우림에서만 생산되는 과일인 ‘아사이베리’를 재료로 개발했다.

후스타일의 해외 매장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지 파트너 선정이다. 매장들은 현지 사업자가 가맹점 모집과 관리를 담당하는 마스터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운영된다. 현지 사업자 선정에 신중을 거듭해야 하는 방식이다. 김 팀장은 “희망 법인의 유관 비즈니스 경험, 재무 상태, 사업 태도와 이해도를 측정하는 데만 수개월씩 걸리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선정된 마스터프랜차이즈가 일정 수 이상의 직영점을 운영한 후 가맹점 모집에 나서도록 강제한다”고도 덧붙였다. 차기 가맹점이 겪을지 모를 인적∙물적 손실을 최대한 줄이도록 현지 사업자를 훈련시키기 위해서다. 

case2. 대교 이노피(E.nopi)

현지 문화 배려한 ‘러닝센터’로 승부

외국인 학부모들도 ‘눈높이수학’과 ‘눈높이영어’를 신청한다. ‘이노피(E.nopi)’라는 대교의 해외 브랜드를 통해서다. 국내처럼 학습지 교사가 일일이 학생의 집을 방문하는 방식은 아니다. ‘러닝센터’로 불리는 전용 학원에서 교육이 이뤄진다. 대교의 해외 진출 전초기지다. 2000년 싱가포르에 처음 개점했다. 현재 10개국에서 직영점∙가맹점 형태로 모두 400여 곳이 운영된다. 

대교가 러닝센터를 운영하게 된 것은 해외에선 거의 방문교육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학습지 교사가 방문하는 시간은 대개 늦은 오후나 저녁시간. 그러나 이 시간에 외부인의 방문을 반기는 가정은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은 물론 동남아시아에서도 드물다. 회사 관계자는 “가정교사들이 활동하긴 하지만 늦은 시간에 학생을 방문하는 일이 없다”며 “학습지 서비스의 수출 방법을 고민하다 만든 것이 러닝센터”라고 설명했다.

해외 진출 초기엔 미국 내 교민사회 2, 3세들을 교육하는 데 주력했다. 그러나 지금 러닝센터를 찾는 이들은 대부분 현지인 자녀들이다. 대교 해외사업본부의 최원배 상무는 “미국, 중국, 유럽, 동남아 등 다양한 지역에 진출했다”며 “국내 교육 업계에서도 두드러질 만한 해외 진출 사례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노피 교재가 모든 프랜차이즈 지점에 똑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러닝센터를 설치하기 전 학생들을 사전 테스트해 출판 언어를 선택한다. 테스트 결과에 따라 같은 ‘이노피 매스(수학교재)’가 중국에선 중국어로, 인도네시아에선 영어로 출판될 수 있다. 예상 학습신장효과와 생활수준도 사전 테스트에 포함된다. 일종의 사업성 검토다. 가맹점 모집에 앞서 치밀한 현지조사가 수반되는 것이다.

대교는 2015년까지 해외 법인을 5개 더 늘려 가맹 지역을 20개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당분간은 교육열이 높은 데다 급격히 소득이 늘고 있는 중국, 동남아 등 아시아 시장에 집중한다.

case3. 모닝글로리

국내선 문구 브랜드, 해외선 인기 캐릭터 상품점

미국 하와이엔 ‘블루베어데이’가 있다. ‘밸런타인데이’가 초콜릿을 선물하는 날이라면, 블루베어데이는 모닝글로리의 블루베어 캐릭터 상품을 주고받는 날이다. 그만큼 블루베어가 이곳에선 인기다. 일본의 세계적인 인기 캐릭터 헬로키티가 하와이에선 발도 못 붙일 정도다. 블루베어가 홈구장인 국내에선 큰 인기를 못 누리는 것과 정반대다.

모닝글로리는 지금까지 30개국에 114개의 해외 매장을 개설했다. 모두 가맹점 형태이며 자사 제품의 수출 창구로 활용한다. 독특한 것은 국내선 문구 브랜드인 모닝글로리가 북중미와 남미에서 캐릭터 상품점으로 인식된다는 점이다. 이 회사가 세계 각 지역마다 판매 제품군을 달리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인도네시아에선 복사∙인쇄용지, 노트, 다이어리 등 제지류가 모닝글로리의 주력 상품이다. 인도네시아 제지 업체들의 제품이 ‘갱지’ 수준이라 고급종이에 대한 수요가 높아서다. 해외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의 경우 본사 디자이너를 직접 파견한다. 주 소비층인 10대 학생들을 위해 별도의 디자인을 공급하기 위해서다.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구사하는 셈이다.

다른 프랜차이즈들에 비해 가맹주들에게 상당한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도 특징이다. 일례로 가맹주들을 배려해 로열티를 받지 않는다. 제품 판매로도 충분한 수익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간판과 매장 인테리어 디자인도 점주에게 위임한다. 나라마다 간판 설치와 디자인에 대한 규제가 제각각이라 일률적인 형태를 고수하기 어려워서다. CI에 나팔꽃과 상호만 들어가면 어떤 디자인도 인정한다.

모닝글로리는 대중국 사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문구류의 디자인 기술이 낙후돼 있어 자사의 경쟁력이 발휘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고급 브랜드 시장인 유럽도 목표다. 회사 측은 프리미엄 제품 개발과 까르푸 등 대형할인마트 입점을 과제로 꼽았다.

조석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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