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우리나라 사람들 머릿속에는 한가지 고정관념이 자리잡았다. ‘섬유산업=사양산업’이라는 아주 단순한 등식이 그것이다. 섬유산업은 산업화 시대에 주력 수출산업으로 한국 경제성장을 이끈 핵심 견인차 중 하나였다. 하지만 1990년을 전후해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에 들어섰다. 이후로는 줄곧 미끄럼틀을 탔다. 물론 몇 가지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 무엇보다 가파른 임금상승으로 원가경쟁력이 떨어지면서 다른 후발 개발도상국들에게 추격을 허용한 게 가장 컸다. 덩달아 한국 주력산업의 무게추도 전자, 조선, 자동차 등 다른 분야로 넘어갔다. 남은 것은 빛 바랜 옛 영화뿐이었다. 당연한 수순으로 공동화(空洞化)가 서서히 시작됐다. 일감이 줄어든 섬유업체들은 문을 닫거나 공장을 해외로 이전했다. 종사자들도 살 길을 찾아 뿔뿔이 흩어졌다. 돌이킬 수 없는 추세처럼 보였다. “섬유산업은 갔어”라는 탄식조차 진부할 정도였다. 특히 중간원자재인 실(원사)과 옷감(직물)을 생산하는 방직업계의 침체가 깊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방직업계가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20년 만의 호황이 왔다”는 진단까지 내놓고 있다. 과연 지금 방직업계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글로벌 수요‘폭발’…

설비 증설·가동 ‘총력전’

신흥국 섬유소비 급팽창으로 ‘턴어라운드’ 계기 마련

중국·인도 등 경쟁국보다 고품질 앞세워 ‘인기’ 회복

“몇달 전 우연히 방직업계 원로와 만나 대화를 나눴는데 요즘 돈을 많이 번다고 하더군요. 도대체 사양산업인 방직업이 갑자기 돈을 벌 일이 뭐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알고 보니 미국발 금융위기로 원자재(면화) 가격이 뚝 떨어졌을 때 이를 대거 확보해 뒀던 업체들이 경기회복 국면에서 큰 차익을 얻었더군요.”윤용선 IBK투자증권 스몰캡팀장의 말이다. 그는 현재 방직업계가 과거 사양산업 소리를 듣던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라고 전한다. 몇 해 전부터 ‘턴어라운드’ 조짐이 완연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일시적인 반등이 아니라는 진단이다. 가장 큰 배경은 세계 섬유 수요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국내 방직산업(주로 면화를 원료로 하기 때문에 면방산업이라고도 한다)의 전성기는 1970~80년대였다. 특히 70년대는 10년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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