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통신업계에선 두 전직 정보통신부 장관의 CEO 입성이 새삼 화제다. 이석채 합병 KT 초대 회장과 이상철 LG 통신3사 합병법인 초대 CEO 내정자가 그 주인공들이다.
두 사람은 정보통신부 장관을 역임한 IT 분야 전문가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한국 정보통신 정책을 관장한 식견과 전문성 덕분에 통신업체 CEO로서도 충분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실제 이석채 회장은 올 초 취임 이후 KT의 혁신경영을 솔선수범하며 이끌어 뜨거운 조명을 받고 있다. 이상철 CEO 내정자에게 쏠리는 관심도 이 회장에 못지않다. 아직 공식적으로 취임한 것은 아니지만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주시하는 시선들이 적지 않다.
이 회장과 이 내정자는 정보통신부(이하 정통부) 장관 출신이라는 점을 빼면 다른 점이 더 많은 것으로 보인다. 우선 걸어온 길이 다른 데다 성격이나 스타일도 다르다는 게 중론이다. 그래서 두 장관 출신 CEO를 바라보는 업계 사람들은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똑같은 영역에서 거목으로 인정받는 그들이 어떻게 자신들의 회사를 이끌 것인지, 또 어떻게 경쟁을 펼쳐갈 것인지 하는 호기심이다.



KT 이석채 VS 통합 LGT 이상철 

닮은 듯 다른 꼴 두 CEO

통신업계 새바람 ‘맞장’

통합 KT와 LG 통신합병법인 초대 CEO로 ‘진검승부’ 예상

“건전한 선의의 경쟁 통해 산업 발전 이끌 것” 전망 우세해

LG그룹이 LG텔레콤, LG데이콤, LG파워콤 3사의 합병 계획과 함께 이상철 전 장관을 초대 CEO로 내정했다는 발표를 한 얼마 뒤의 일이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몇몇 위원들이 모인 사석에서는 의미심장한 말들이 오갔다. 당시 자리를 함께 했던 통신업계 CEO급 인사의 전언이다.

“최시중 위원장이 이런 말을 먼저 툭 던지며 허허 하고 웃었다. (전직 정통부) 장관들이 다 (통신업계 CEO를) 해버리면 방통위가 어떻게 일을 하느냐 하며 말이다. 함께 한 위원들도 웃더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공감의 표현이었지 않겠나.”

통신 산업은 대표적인 규제 산업이다. 국가 기간산업인 만큼 정부 당국의 간여나 통제가 많다. 그 일을 맡고 있는 주무 부처가 바로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다. 그런데 규제 대상인 통신업체의 CEO가 전직 장관, 그것도 통신 산업을 관장했던 정통부 장관이니 한마디로 난처하게 됐다는 뜻을 넌지시 드러낸 셈이다.

실제 정통부 출신의 한 방통위 관계자는 “예전에 모셨던 분들이 규제 대상 기업의 수장이 되고 보니 참 ‘새옹지마’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다소 어색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런 말을 하는 통신업계 관계자도 있다. “이석채 전 장관에 이어 이상철 전 장관까지 통신업체 CEO로 부임하는 모습을 국민들이 보면 정부 규제가 얼마나 심하기에 장관 출신들을 앉히느냐고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말인즉슨 장관 출신 CEO가 정부의 외풍을 막아주거나 혹은 정부에 뭔가를 요구할 때 어떤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는 ‘오해’를 살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사실 통신업계 안팎에서 떠도는 이런 말들은 그만큼 이석채, 이상철 두 전직 장관의 존재감이 크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이다. 두 사람의 정통부 장관 재직연도는 6년 정도 차이가 난다. 이석채 회장이 1995~1996년, 이상철 내정자가 2002~2003년 정통부 장관으로 재임했다. 시점은 다르지만 두 사람 모두 한국 정보통신 산업 발전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석채 회장은 정통부 장관 재직 때 개인휴대통신(PCS) 사업자를 선정하는 굵직한 과제를 맡았다. 이때 불거진 특혜 의혹으로 개인적인 고초를 겪기도 한 그는 우여곡절 끝에 대법원의 무죄 판결로 명예회복을 할 수 있었다. 당시 PCS 사업자 선정은 국내 통신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였다. 기존 이동통신 시스템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닌 PCS가 통신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올 것으로 기대됐기 때문이다.

한 정통부 출신 인사는 이렇게 회고했다. “PCS 사업은 그때만 하더라도 첨예한 단기 현안이었다. 게다가 황금알을 낳는 ‘이권사업’으로 비쳐져 세간의 시선이 집중됐었다. 당시 이석채 장관은 정책은 정책인 만큼 객관적인 점수로 결론을 내린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었다. 그는 SK텔레콤이 장악하고 있던 당시 통신업계를 경쟁체제로 만들어 통신 산업 자체의 경쟁력도 높이고 국민 편익도 증진시키려고 노력한 인물이다.”

정통부 출신 인사들은 이 회장의 장관 재직 시절 또 다른 업적으로 정보화기획실을 신설한 일을 꼽기도 한다. 정보화기획실은 정보화 수요와 공급 기반의 균형을 맞춰 정보통신 산업의 중장기적 발전을 도모하는 업무를 맡았다. 앞날을 내다보는 이 회장의 안목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는 평가다.

이상철 내정자 역시 정통부 장관으로 재직할 때 여러 가지 돋보이는 업적을 쌓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특히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이나 와이브로(무선 휴대인터넷) 같은 첨단 통신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등 우리나라가 IT 강국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는 평이다.

이 내정자는 아이디어와 기획력도 뛰어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장관 재직 시절 그가 추진했던 정책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이 내정자는 장관 당시 소프트웨어 벤처를 키우는 데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그런데 그 무렵 이동통신 요금을 내리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통신업계를 압박하고 있었다. 그는 한 가지 묘안을 짜냈다. 통신업계에 요금 인하를 할 몫을 펀드로 만들어 벤처투자기금으로 활용하자는 제안이었다. 이렇게 해서 3000억원이라는 기금을 마련해 벤처를 육성하는 데 상당한 보탬을 줄 수 있었다.”

그는 장관에서 물러난 뒤 고려대 석좌교수를 거쳐 광운대 총장으로 4년가량 재직했다. 이 내정자는 총장 시절에도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적잖이 발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광운대 관계자는 “이 전 총장께서는 재직기간 동안 광운대 발전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펼쳤다. 특히 동북아대학 설립은 가장 눈에 띄는 성과였다”고 밝혔다.

동북아대학은 인문사회대학의 중국학과, 일본학과 등을 경영대학의 국제통상학과와 통합해 만든 독특한 개념의 특성화 대학이다. 말하자면 학문 분야에 21세기의 화두로 떠오른 ‘컨버전스’를 도입한 셈이다. 이 내정자는 예전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대학과 똑같이 하면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동북아대학은 21세기 동북아시대를 맞아 동북아 지역의 통상, 문화, 국제 협력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설립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석채 회장과 이상철 내정자는 서로 다른 커리어를 가졌지만 정통부 장관이라는 접점에서 만난다. 한 정통부 출신 인사는 두 사람의 다르면서도 비슷한 특징을 이렇게 묘사했다.

“이석채 전 장관은 정통 경제관료 출신으로 거시경제에 대한 안목과 경륜이 높다. 그런 경험을 살려 통신이라는 특정 산업을 다루는 정통부 장관을 할 때도 거시적 시각을 적용해 국가 장래를 대비하는 열정을 보였다. 한마디로 능수능란한 정책가라고 할까. 반면 이상철 전 장관은 탁월한 공학도 출신으로 CEO까지 올라간 인물이다. 게다가 장관으로 와서는 기업 CEO로 갈고 닦은 능력을 정책에 접목하는 순발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렇게 보자면 이석채 전 장관은 ‘거시’에서 ‘미시’로, 이상철 전 장관은 ‘미시’에서 ‘거시’로 자신들의 경륜을 잘 옮겨갔다고 할 수 있겠다.”

서로 다른 길을 걸어 정통부 장관이라는 직(職)에서 만났던 두 사람은 이제 돌고 돌아 또 다시 유력 통신업체 CEO라는 위치에서 조우하게 됐다. 이석채 회장은 2009년 한 해 ‘올레(olleh)’라는 새로운 슬로건을 앞세워 KT의 체질을 혁신하는 데 앞장서는 등 CEO로서 역량을 마음껏 선보였다. 첫 해 성적표 치고는 꽤 만족할 만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반면 이상철 내정자는 오랜만에 통신업계로 컴백하기에 앞서 ‘워밍업’을 하는 중이다. 이 내정자는 현재 LG경제연구원 고문 직함으로 통신 시장을 조망하며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LG 측은 유무선 통신 산업에 고루 해박하고 통신정책을 다룬 경륜도 갖춘 이 내정자에게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두 사람은 성격이나 스타일 측면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는 게 주변의 대체적인 인물평이다. 이석채 회장이 과감하고 저돌적인 추진력의 소유자라면 이상철 내정자는 온화하고 부드러운 리더십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성과지향적이고 소신이 뚜렷하다는 점에서 공통분모도 발견된다는 게 두 사람을 가까이서 겪어본 인사들의 말이다.

통신업계로선 두 전직 정통부 장관이 CEO로서 맞붙을 2010년이 분명 흥미로운 한 해가 될 것이다. 현재로선 양자가 제 살 깎아먹기 식의 무한경쟁보다는 통신 산업의 미래를 위한 발전적 경쟁을 할 것으로 보는 전망이 많은 것 같다. 한 통신 분야 원로는 “국정에 참여해 본 경험을 가진 두 CEO가 아마도 큰 틀에서 서로 대화하고 전체 통신판을 키워 국가 성장에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 경쟁은 하되 경쟁을 통한 서로의 효율 증대를 위해 노력하지 않을까”라고 내다봤다.

통신업계 합병 바람

유무선 컨버전스 시대 생존법

‘흩어지면 죽고 뭉쳐야 산다’

KT, LGT 등 자회사 합병해 융합 서비스로 승부수 띄워

통신사 합병은 거대한 추세, 결국 수익력 확보가 관건

통신업계에 합병 바람이 거세다. 지난 6월 국내 통신업계 3강 가운데 KT가 가장 먼저 통합의 깃발을 올린 데 이어 내년 초에는 LG그룹 통신 3사의 통합법인이 출범할 예정이다. 화두는 컨버전스다. 이렇게 되면 홀로 ‘편대 비행’을 고집하고 있는 SK텔레콤 측이 어떻게 대응하고 나올지도 관심사다.  김윤현 기자 unyon@chosun.com

지난 1월 이석채 KT 회장은 KT와 KTF 합병을 결의하기 위한 이사회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에서 “두 회사의 합병은 단순히 KT와 KTF만의 문제가 아니라 IT 분야의 지평을 넓히는 것”이라며 합병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두 회사간 합병이 이른바 컨버전스(융합) 시대의 리더십을 선점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필수불가결한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석채 회장의 선언에는 통신업계 합병 바람을 추동하는 또 다른 근본적 동인도 응축돼 있다. 그건 바로 성장에 대한 욕구다. 지금처럼 서로 비즈니스 영역에 칸막이를 쳐 놓은 통신산업 구조에서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을 수 없다는 절박감이 담겨 있는 것이다.

가령 이동통신 시장을 예로 들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지 오래 됐다는 게 정설이다. 2009년 7월말 기준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 수는 4500만 명을 넘은 상태다. 사실상 이동통신 보급률이 100%에 이른 셈이다.

이러다 보니 신규고객 유치를 통한 매출성장은 매우 어려워졌다. 당연히 이동통신 3사는 서로 가입자를 뺏어오기 위한 출혈 마케팅을 수시로 벌일 수밖에 없는 형편인 것이다.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통신사들이 가입자를 유치하는 첫 단추는 바로 휴대전화 단말기다. 고객들이 가장 많이 따지는 것은 휴대폰이 얼마나 예쁘고 저렴한가 하는 점이다. 업체간 통신품질 차이가 거의 없는 터라 싸울 수 있는 수단은 단말기밖에 없는 셈이다. 이동통신 3사가 서로 가입자를 뺏으려 투입하는 마케팅 비용만 연간 수조원이다. 한 번 전쟁이 붙었다 하면 서로 ‘판돈’을 내지르면서 양보 없는 기싸움을 벌이는 것이다.”

이 관계자의 말에는 포화상태의 시장 안에서 서로 으르렁대며 싸우다 보니 성장은커녕 제자리 지키기도 벅찬 이동통신 3사의 고민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유선전화 시장도 한계 상황에 봉착한 것은 마찬가지다. 더욱이 유선전화 시장은 저렴한 인터넷전화(VoIP)의 보급 확대로 시장 포화를 넘어 점차 쇠퇴하고 있는 추세다. 통합 KT를 출범시킨 이석채 회장은 바로 이런 해묵은 고민을 해소할 수 있는 돌파구로 유무선 합병을 택한 것이다.

지난 10월 KT는 혁신적인 유무선 통합 서비스인 FMC(Fixed Mobile Converg-ence)를 처음 선보였다. ‘쿡&쇼’라는 브랜드로 점차 바람몰이를 해가고 있는 이 서비스는 한 대의 휴대폰으로 이동전화와 무선인터넷전화를 모두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평소에는 이동전화를 쓰다가 무선랜(WiFi) 접속 가능 지역에서는 인터넷전화를 쓸 수 있는 그야말로 신통한 서비스다. 당연히 요금 절감 효과가 크다.

만약 KT가 과거처럼 유선통신 회사인 KT와 이동통신 회사인 KTF로 분리돼 있었으면 FMC 같은 융합 서비스가 가능했을까? 물론 아주 불가능한 건 아니겠지만 별개 회사의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는 데는 여러 가지 절차적 난관이 도사릴 수밖에 없다.

한 통신업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두 개의 별개 법인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동시에 이용하려면 가입자는 두 회사와 따로따로 약정을 맺어야 한다. 당연히 번거로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요금 납부도 두 군데에 따로 해야 한다. 만약 품질에 불만이 있을 때는 대체 어떤 회사에 따져야 할지도 헷갈린다. 고객관리를 하는 통신사 입장에서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처럼 통신사 합병은 서비스 융합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말하자면 컨버전스가 합병을 불가피하게 하고, 또한 합병은 컨버전스를 용이하게 하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상관성을 지닌 것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통신정책연구실 박동욱 실장은 “유무선 컨버전스 서비스는 해외에서도 큰 추세를 이루고 있다. 이처럼 융합 혹은 결합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각각의 회사로 존재하기보다 합병하는 게 당연히 유리하다. KT와 LG텔레콤이 합병을 하는 것도 3대 통신그룹이 겨루는 국내 시장 구도에서 각자 컨버전스를 통해 보다 경쟁력을 높이려는 의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컨버전스라는 트렌드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사업자는 새로운 수익모델을 발굴해야 할 필요가 점차 커지는 데다, 소비자들의 맞춤형 서비스에 대한 니즈도 점증하고 있다.

게다가 산업 진흥과 소비자 후생 증진이라는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정부의 정책도 컨버전스에 힘을 싣는다. 하지만 무엇보다 통신기술의 비약적 발전이 컨버전스 시대를 활짝 열어젖힌 원동력이다. 

한 통신업계 전문가는 “국내 통신시장은 지난 5~6년간 정체기를 겪었다. 이제는 뭔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할 때다. 유무선 통신기술의 진화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통신시장 내에서의 융합 서비스도 중요하지만 다른 산업과의 융합을 모색하면 더욱 획기적인 성장의 돌파구가 마련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통신산업과 이종(異種)산업의 융합을 통해 신시장이 열릴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최근 많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나 u-헬스케어(원격의료) 같은 영역도 통신기술이 적용된 대표적인 융합 사례다.

뿐만 아니라 통신산업과 금융산업의 융합도 급진전되는 상황이다. 실제 주요 통신사들은 금융기관과 제휴를 넘어 금융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기도 하다.

LG텔레콤 강신구 차장의 설명이다. “융합은 유무선 융합에 그치지 않고 훨씬 광범위해질 수 있다. 통신시장은 급변하고 있다. 어떤 식으로 융합하고 결합할 지 예측하기 매우 어렵다. 다만 분명한 것은 경계를 넘나드는 서비스가 대세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LG 통신 3사가 합병을 결의한 것도 이런 변화에 미리 대응하는 조직과 환경을 만들자는 취지에서다.”

경제학 용어 중에 ‘범위의 경제(Economy of Scope)’라는 말이 있다. 한 기업이 2가지 이상의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여러 기업이 각각 제품을 생산하는 것보다 평균 비용이 줄어드는 현상을 말한다. 이를테면 시너지 효과와 유사한 것이다.

통신업계의 합병은 그런 측면에서 해석할 수도 있다. 실제 KT는 합병에 의한 경영 효율화로 마케팅, 네트워크, 경영지원 분야에서 연 평균 3000억원 규모의 비용절감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합병 후 5년 간만 따져도 1조5000억원에 달하는 재원을 아낄 수 있다는 계산이다.

비용절감 시너지만 있는 게 아니다. 매출증대 시너지도 예상된다. 원스톱 서비스 제공으로 고객 편의를 제고하면 장기적으로 고객 충성도를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양사의 핵심 경영자원을 최적 결합함으로써 경영 인프라가 강해지기 때문이다.

LG측도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는 마찬가지다. 우선 3개 회사 합병을 통해 당장 1360만 명의 가입자라는 ‘규모의 경제’를 갖추게 된 점을 꼽을 수 있다. 또한 현재 3사가 각각 집행하던 마케팅 비용을 유무선 통합상품 확대 및 유통채널 일원화로 줄일 수 있고, 일반적인 운영 비용도 효율화할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특히 LG측은 3사가 축적해 온 차별화된 영업 역량이 상호 시너지를 일으키기를 바라고 있다. 가입자 규모에서 LG텔레콤보다 월등한 KT와 SK텔레콤을 추격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아울러 의사결정 구조를 단일화함으로써 새로운 융합, 복합 서비스를 신속하게 출시할 수 있는 장점도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다.

한 통신업계 CEO는 “유무선 시장 포화로 통신업체들이 더 이상 먹을 게 없는 상황이다. 합병을 통해 대형화를 추구해야 미래 성장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KT와 LG측의 통합은 올바른 선택이라고 본다. 해외에서도 영국 보다폰이나 스페인 텔레포니카가 이웃 나라 업체를 합병하는 등 통신업체들이 덩치를 키우는 추세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합병이 곧 성장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은 귀담아 들을 대목이다. 합병은 단지 수단일 뿐, 그 이후의 전략을 어떻게 짜느냐가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다는 것이다.

“유무선 통신사가 합병을 했다고 해서 당장 매출이 오르거나 수익성이 좋아지거나 하는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결국은 유무선, 방송통신 컨버전스 시대에 걸맞은 명확한 수익모델과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어야만 한다. 따라서 합병에 따른 효과는 1~2년 정도 지나야 검증할 수 있을 것이다.”

김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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