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카슈랑스, 홈슈랑스에 이어 마트슈랑스가 보험 업계 새로운 판매채널로 부상했다. 수년 전만 해도 대형마트 내 전단지를 비치하는 수준에 그쳤던 마트슈랑스가 보험숍이나 다이렉트 콜센터 형태로 진화한 것. 지금까지 전국적으로 7개 보험사가 대형마트에 진출했다. 전문가들은 마트슈랑스가 선진국에서 활성화된 만큼 금융의 선진화를 이끌 것이라고 기대를 하면서도 한편으로 우려도 표하고 있다. 고객 쇼핑카트에 보험 상품 싣는 것. 일반화될 수 있을까?

보험사들이  마트로 간 까닭은?

전단지 배포에서 벗어나 보험숍·콜센터 차려놓고 공격영업

7개 보험사 대형마트에 진출… 새 판매채널로 급부상

#1.서울 문래동의 홈플러스 매장. 입구 한편에 자리한 보험숍이 상담을 받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로 북적인다. 한 달 전 이마트에서 자전거를 구입했다는 주부 김지현씨(37)는 “파손이나 도난사고에 대비해 자전거 보험에 들 생각”이라며 “쇼핑 중 생각날 때 부담 없이 상담 받을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대형마트에서 파는 보험은 설계사를 통하는 것보다 신뢰감이 든다”며 “덤으로 포인트 혜택까지 챙길 수 있다”고 말했다.

#2.주말을 이용해 이마트 이문점을 찾은 회사원 정준씨(33)는 지하주차장에 붙어있는 보험사 광고를 보고 재빨리 전화번호를 메모했다.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 갱신 시기가 다가와서다. 정씨는 “직장 근처에도 보험 대리점이 있지만 일하다 짬을 내기 쉽지 않다”며 “대형마트 콜센터를 통해 가입하면 일반 보험 대리점보다 15% 이상 할인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속에 보험이 자리 잡고 있다. 마트(Mart)와 보험(Insurance)의 합성어인 이른바 마트슈랑스 시대가 열린 것. 보험 업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대형마트에 들어선 보험사는 모두 7개 업체이며 홈플러스에 가장 많이 진출했다.

지난 2009년 8월 LIG손해보험이 영등포점에 보험숍을 낸 것을 시작으로 AIA생명, 라이나생명이 각각 강서점과 인천 작전점에 문을 열었다. 2009년 12월에는 인천 작전점에 다양한 보험사의 상품을 취급하는 보험대리점이 들어섰다. 정해영 홈플러스 선임은 “대형마트 고객들의 보험 수요가 많아 소비자들이 다양한 브랜드의 보험 상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올해 추가적으로 입점할 계획을 갖고 있는 보험사들이 몇 군데 된다”고 설명했다.

롯데손해보험도 마트슈랑스 대열에 합류했다. 2009년 9월 롯데백화점 잠실점과 롯데마트 서울역점에 복합금융센터 ‘롯데금융플라자’를 만들면서부터다. 롯데손해보험 관계자는 “롯데금융플라자에서는 보험뿐 아니라 카드와 캐피탈 업무도 함께 제공한다”며 “계열사별 제휴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보험사·유통업체·소비자 모두에게 이익?

최근에 등장한 마트슈랑스는 외형적으로 진화한 형태다. 보험숍이 등장하기 전에는 대형마트 내에 전단을 비치하거나 간이판매대를 설치하는 정도였다. 동부화재는 마트슈랑스의 선발주자다. 2004년 홈플러스와 제휴한 동부화재는 대형마트 내 플래카드나 피켓을 통해 광고를 노출시킨 뒤 콜센터를 통해 영업 중이다.

2006년에는 현대하이카다이렉트가 롯데마트에 진출했다. 현대하이카다이렉트는 지난 2009년 9월 롯데마트와 3년 계약이 종료된 후 11월 이마트와 새롭게 제휴를 했다. 

이들 마트슈랑스의 실적은 어떠할까. 현대하이카다이렉트는 지난 2008년 마트슈랑스를 통해 거둔 실적은 모두 232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7.6%에 달한다고 밝혔다. 2004년 홈플러스와 제휴한 동부화재 역시 같은 해 대형마트 콜센터에서 얻은 매출이 340억원으로 전체 회사 매출의 10%를 차지한다. 안병화 현대하이카다이렉트 과장은 “무엇보다 저렴한 가격이 소비자를 사로잡았다”며 “대형마트 콜센터를 통한 수익이 괜찮아 4년째 대형마트와 제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보험이 전통적인 설계사 채널에 비해 가격이 싼 것은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수당이 없기 때문이다. 이택진 LIG손해보험 팀장은 “중간유통과정이 생략되기 때문에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며 “일반 보험 대리점보다 15~20% 정도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보험 업계는 마트슈랑스가 새로운 판매채널로서의 잠재력이 크다고 점치고 있다. 안철경 한국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영국·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테스코, 세일즈베리와 같은 대형마트에서 보험 상품을 판매해 왔다”며 “마트슈랑스는 보험사·대형마트·소비자 모두에게 이득으로 귀결된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이 앞 다퉈 대형마트에 진출하는 것은 가격 경쟁력을 통한 수익 창출 효과 때문만은 아니다. 기업 홍보 효과도 있다. 고객 접근성이 높은 대형마트에서 보험을 판매하면 친근하고 신뢰감 있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보험숍 입점뿐 아니라 대형마트에 플래카드를 노출시키는 것만으로도 이미지 향상에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안병화 현대하이카다이렉트 과장은 “대형마트에 진출한 후로 기업 인지도가 높아졌다”며 “TV나 홈쇼핑 광고보다 오히려 비용 대비 효과가 크다”고 귀띔했다.

유통업체 입장에서도 마트슈랑스는 반갑다. 금융 분야까지 서비스를 확대해 고객을 끌어 모으겠다는 구상이다. 보험에 앞서 은행, 증권사가 마트에 진출한 것도 이런 까닭이다.

콜센터 ‘방긋’ 보험숍 ‘글쎄’

대형마트에 진출한 보험사들은 저마다 고객 잡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할인 외에도 유통업체와 제휴를 통해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서비스하고 있는 것. 대표적으로 LIG손해보험은 홈플러스 영등포점에서 상담만 해도 5000포인트를 적립해주고, 가입 시 추가로 5000포인트를 준다. 베이커리 상품권, 영화 예매권, 라면 등은 덤이다. 

AIA생명·롯데손해보험·라이나생명 역시 대형마트 포인트와 함께 사은품을 서비스 한다.

고객의 편의를 위한 영업시간도 돋보인다. 대형마트에 입점한 대부분의 보험사들은 연중무휴이며 영업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다. 평일에 보험대리점에 찾아가 상담 받을 시간이 없는 직장인 고객을 위한 배려다.

대형마트에서 보험에 가입한 고객에게 이처럼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마트슈랑스를 인식시키기 위해서다. 기존 홈쇼핑이나 온라인을 통해 활성화된 다이렉트 영업과 달리 보험숍 형태는 소비자에게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하이카다이렉트, 동부화재와 달리 대형마트 내 보험숍의 실적이 아직까지 미미한 것도 이런 이유다.

LIG손해보험에 따르면 2009년 11월 기준 홈플러스 영등포점 보헙숍을 방문한 고객은 하루 평균 17~18명이며 AIA생명과 롯데손해보험은 10여 명 정도 된다고 밝혔다. 라이나생명은 하루에 방문하는 고객이 5명 정도에 불과하다.

보험 업계 관계자들은 “소비자들의  마트슈랑스에 대한 인식이 부족할 뿐”이라며 “인지도가 높아지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기대한다. 이택진 LIG손해보험 팀장은 “홈플러스에 입점한 지난 2009년 8월에는 호기심으로 방문하는 고객이 많았다”며 “4개월이 지난 지금은 관심 있는 고객의 문의가 많은 만큼 계약 체결률이 높다”고 말했다. 2009년 11월 기준 LIG손해보험의 상담고객 중 30%가 보험에 가입했다는 설명이다. 한편 AIA생명과 롯데손해보험의 계약 체결률은 각각 25%, 50%이며 라이나생명은 상담고객 중 40%가 가입으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소비자 인식 제고, 전용상품 필요

보험 업계에선 마트슈랑스가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 활성화된 만큼 금융의 선진화를 이끌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전문가들은 다소 신중한 입장을 보인다. 아직 정착 단계에 있는 만큼 보완할 부분이 많다는 평가다.

예컨대 생명보험사 상품은 마트슈랑스에 적합하지 않다는 우려가 있다. 안철경 한국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생명보험사 상품은 대부분 장기 상품인 데다 내용도 단순하지 않다”며 “상담시간이 최소 1시간 이상 걸리는데 쇼핑을 목적으로 대형마트에 온 고객들에게는 부담스럽다”고 지적했다.

오픈된 상담공간도 문제다. 안 연구위원은 “시끄러운 대형마트에서 약관 등 세세한 사항을 챙기기 쉽지 않아 불완전 구매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2005년과 2007년에 이마트에 진출한 삼성화재와 동양생명이 각각 1년, 2개월 만에 사업을 접은 만큼 우리 환경에 맞는지도 꼼꼼히 따져보아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실적이 좋으면 계약을 연장할 계획이었지만 대형마트 특성상 새로운 고객이 많지 않아 철수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유입인구는 많으나 대부분 인근 지역주민으로 고객 중복현상이 심하다는 얘기다. 2007년 이마트와 제휴한 교보악사는 당초 올해 4월까지 계약했지만 지난해 9월 TV 등 광고에 집중한다는 회사 방침에 따라 철수한 바 있다.

보험 업계는 마트슈랑스의 시장이 활성화되려면 두 가지 요건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소비자 인식 전환과 함께 전용상품의 출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LIG손해보험 관계자는 “선진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아직도 보험은 설계사나 지인을 통해 가입해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며 “무엇보다 소비자 인식이 제고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험 상품 라인업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안 연구위원은 “복잡한 상품군은 고객들의 혼란만 가중시킨다”며 “마트슈랑스는 쇼핑 중에도 부담 없이 상담할 수 있는 어린이보험, 여행자보험과 같이 단순한 상품이나 자동차보험 등 의무보험이 적합하다”고 지적했다.

이택진 팀장은 “아직 도입 단계인 만큼 마트슈랑스의 실적이 눈부시지는 않지만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며 “홈플러스와의 협의대로 3호점까지 매출을 지켜본 뒤 전용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라이나생명 역시 추후 대형마트 고객들의 상품 선호도에 따라 전용상품을 선보일 것이라며 의지를 내비쳤다. 롯데금융센터 관계자는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전 매장으로 마트슈랑스를 확대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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