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1980년대 세계 신발 산업의 메카는 부산이었다. ‘메이드 인 부산’하면 세계인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데 주저하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값싼 노동력을 찾아 제조공장이 중국, 베트남 등지로 이전하면서 부산의 신발 산업은 침체기에 빠졌다. 세계 신발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나이키, 아디다스, 리복의 OEM 물량도 대만 업체로 넘어갔다. 그랬던 부산의 신발 산업이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 노동집약적인 산업으로 분류되던 신발 산업에 고부가가치 기능과 최첨단 기술이 접목되면서 부산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스포츠화•건강 기능성 신발로 ‘부활’

OEM 생산기지서 첨단 신발 메카로 대변신

부산 신발 산업이 제2의 부흥기를 맞았다는 것은 최근 비약적으로 증가한 신발 산업 매출에서 드러난다. 지난해 부산 지역 10인 이상 신발 제조업체의 매출액 합계는 1조7941억원. 지난 2005년 1조3848억원에서 2006년 1조4330억원으로 늘어난 후 2007년 1조7502억원으로 매년 매출 폭이 확대됐다.

부산의 주요 신발 기업들의 매출도 급증했다. 2000년 2125억원에 불과했던 화승의 매출액은 지난해 3840억원으로 늘었다. 삼덕통상은 163억원에서 437억원으로 2.5배 이상 성장했다.

이는 세계적인 신발업체의 OEM 물량은 대폭 줄었지만 고품질•고가의 핵심 제품은 여전히 한국 업체들이 납품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기존 빅 브랜드가 진출하지 않은 틈새시장을 공략한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권창오 부산경제진흥원 신발산업진흥센터 소장은 “1990년대 후반부터 등산화, 싸이클화, 인라인스케이트화, 기능성 건강화 등 특수화업체들이 틈새시장을 공략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권 소장은 “부산 지역이 이제는 세계 신발 시장의 특수기능화 개발기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며 “이는 부산 지역이 개발인력, 첨단소재, 성능 평가 등 개발 인프라가 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발업체들은 테니스화•배드민턴화•싸이클화 등 다양한 스포츠 신발과 고부가가치의 기능성 건강 신발을 기반으로 틈새시장을 공략, 잇따라 성공을 거두고 있다.

학산은 테니스화•배드민턴화•마라톤화•탁구화 등 전문화 개발로 국내 스포츠화 시장을 이끌어 가고 있다. 테니스화는 국내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으며, 배드민턴화는 일본 요넥스와 국내 시장 점유율 1~2위를 다투고 있다. 탁구화는 전 세계 시장 점유율 2~3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수 기능화, 세계시장에서 기술력 인정 받아

자전거 바람이 불면서 나눅스가 시판 중인 싸이클화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 회사의 싸이클화는 세계 시장 점유율 40%로 세계 1위다. 나눅스의 자전거 신발은 초경량 카본 복합소재를 사용, 강하고 단단해 최대 파워를 전달할 수 있다.

부산 지역 대표 신발 브랜드인 ‘르까프’를 생산하는 화승도 아킬레스건을 보호하고 유연성을 더해주는 레슬링화 ‘맨투맨’, 전문 족구화인 ‘톰캐트’, 축구화 ‘G.캉커’와 심플한 디자인에 에어백 사용으로 충격 흡수가 뛰어난 테니스화와 마라톤화 등을 출시하고 있다.

신발 산업에서의 블루오션인 특수기능화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은 이미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특히 3000억원에 달하는 기능성 신발 시장은 매년 4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부산에 R&D센터를 둔 린(RYN)코리아는 지난 2006년부터 밑창이 둥근 일명 ‘마사이 신발’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마사이 신발은 맨발로 10㎞를 걷는 마사이족의 보행을 응용한 제품이다. 밑창이 둥글기 때문에 발뒤꿈치, 발바닥, 앞꿈치로 이어지는 3박자의 보행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회사의 제품은 국내에 처음 출시됐을 때 웰빙 바람을 타고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다. 린코리아는 지난해 260억원가량의 매출액을 올렸다.

26개국에 진출한 삼덕통상의 기능성 웰빙슈즈 ‘스타필드’는 미국 시장에서 인기를 끌면서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전성표 삼덕통상 기획조정실장은 “등산화, 운동화로는 차별화가 어려워 고부가가치의 기능성 신발 개발에 나섰다”며 “독일 등 해외 시장부터 공략한 것이 오히려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부산의 신발 산업이 단순 생산을 넘어 유통업 중심으로 산업구조가 바뀌는 것도 부산 신발 산업의 재도약에 한몫을 했다. 2007년 신발 제조업 생산액은 7468억원이었으나 신발 도소매업에서 1조3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그동안 OEM(주문자상표 부착방식) 위주로 생산하던 부산 신발업체들이 브랜드 마케팅을 통해 자체 브랜드를 육성한 결과다. 특히 트렉스타, 비트로 등은 이미 국내 대표적인 아웃도어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이들 업체들은 자체 브랜드를 개발해 값싼 노동력이 있는 중국 등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본사는 마케팅, 디자인, 유통을 담당하고 있다.

단순생산에서 유통으로 구조 변화

부산에 본사를 두고 있는 화승은 자체 생산은 하지 않고 주력을 도소매업으로 전환한 지 오래다. 2000년 매출액 2125억원 중 제조 비중이 13.1%였으나, 지난해 제조 비중은 총 매출액 대비 4.9%로 크게 낮아졌다. 권 소장은 “제조업만 보면 부산의 신발 산업이 쇠퇴한 것으로 보이지만 신발 도소매업에서는 놀랄 만한 성장”이라고 강조했다.

부산시는 2006년부터 OEM 생산체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자체 브랜드를 육성하기 위해 신발 산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현재 부산 지역 신발 독자 브랜드는 50여 개에 이른다. 부산시는 올해 특수기능화 15만4000켤레를 생산해 매출 31억원을 올릴 계획이며 2013년까지 320만 켤레를 생산해 매출 790억원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권 소장은 “부산 신발업체들이 지금보다 한 단계 더 앞서가려면 R&D를 강화하고 OEM을 탈피해 자체 브랜드를 적극 육성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권창오 부산경제진흥원 신발산업진흥센터 소장

“구조 고도화 단계 거쳐 재도약 기반 마련”

“부산 지역을 중심으로 한 국내 신발 산업이 사양화한 것이 아닙니다. 해외에 생산기지를 구축해 생산을 다변화했다고 보는 것이 옳습니다. 최근에는 기능성 신발 생산기지로 부산 지역이 다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권창오(55) 신발산업진흥센터 소장은 “틈새시장 공략과 독자 브랜드 개발을 통해 부산 신발 산업이 재도약하고 있다”며 “그동안 OEM 생산을 통해 확보한 노하우와 끊임없는 기술혁신을 통해 핵심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2003년 설립된 신발산업진흥센터는 개별업체에서 추진하기 어려운 디자인ㆍ금형ㆍ시제품 개발 등을 지원하고 중소 신발업계의 애로 사항인 글로벌 마케팅 등에 대한 경영지원활동을 하고 있다. 또 신발 성능 평가를 위한 고가 장비를 갖추고 개별업체와 함께 신제품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이 센터를 중심으로 112개의 신발업체들이 입주해 있어 신발 산업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다.

권 소장을 포함해 직원이 총 50명으로 운영ㆍ사업ㆍ성능평가지원팀과 첨단기능개발팀 등 4개 팀으로 구성돼 있다. 운영지원팀은 신발 산업 조사나 산학연 협력 등을 맡고 사업지원팀은 개별업체에 해외 시장 정보를 제공하고 특수기능화 판매ㆍ홍보에 대한 지원을 하고 있다. 센터의 핵심부서인 성능평가 지원팀은 생체역학, 인체공학 및 재료역학을 적용해 신제품에 대한 평가와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또 성능평가 기기인 지면탄력기, 압력측정시스템 등 고가의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 첨단기능개발팀은 특수기능 구조물 개발이나 디자인, 제품설계, 시제품 개발 지원을 맡고 있다.

권 소장은 부산의 신발 산업이 구조 고도화 단계를 거쳐 이제 정착단계에 들어섰다며 신발업체들이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OEM 생산의 한계에서 탈피하기 위해서는 자체 브랜드를 육성하고, 특수화 및 기능성 신발 등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신발업체들이 해외 신발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한류열풍을 적극 활용한 브랜드 사업 진출과 첨단 부품소재에 대한 연구개발이 필수적입니다. 앞으로 미국•EU 등과의 FTA 체결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겁니다. 제품 개발연구와 기능화 분야에 집중하고 해외 생산 기지와 네트워크를 강화해야 세계 신발 시장을 장악할 수 있어요.”

부산 신발 산업 르네상스 이끄는 리딩 컴퍼니들

부산 지역 신발업체들이 글로벌 브랜드 육성과 고기능성•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등으로 한국 신발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다. 한때 중국 등 후발국가에 밀려 고전한 우리나라 신발 산업이 첨단기술과 독특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새로운 도약에 나서고 있다. 1970년대 명성을 다시 찾고 있는 부산의 신발 산업 현장을 찾아봤다.  장시형 기자 zang@chosun.com

기능성 신발 독보적 위치 ‘RYN’

미국 FDA 1등급 의료기기 등록


최근 유행하고 있는 기능성 신발 시장에서 국내 브랜드로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신발업체로는 린(RYN)코리아가 꼽힌다. 이 회사의 건강성 기능 신발인 ‘린(RYN)’은 둥근 밑창으로 인해 걸을 때 발뒤꿈치, 중앙, 앞꿈치의 순서로 3박자 보행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발목, 무릎관절을 보호할 수 있고, 일반적인 걷기에 비해 칼로리 소모량이 많다. 또 평소 사용하지 않는 근육을 사용하게 함으로써 다이어트 효과도 뛰어나다.

린코리아는 2006년 설립됐지만 매년 100% 이상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260억원을 훌쩍 넘었다. 수출 대상국만 16개국에 달한다. 지난 6월에는 대한체육회•대한올림픽위원회 공식 파트너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향후 4년간 한국 국가대표 선수들이 린코리아의 스포츠 의류와 용품 등을 사용하게 된 것이다.

특히 린코리아는 국내 신발업계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1등급 의료기로 공식 등록되기도 했다. 노현철 전략기획팀 부장은 “지난 9월 미국 FDA로부터 의료기기 판매가 가능한 공식 FDA 의료기기 1등급 등록을 받았다”며 “기능성 신발의 최대 시장인 미국 시장 진출에 날개를 달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 시장에 의료, 식품 등을 유통, 판매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규격인 FDA 1등급을 획득해야 한다. 이에 따라 린코리아는 FDA 1등급 획득으로 ‘RYN’을 일반 공산품 목적뿐만 아니라 자세 교정, 운동 효과 등 의료적 목적으로도 판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린의 해외에서의 인기는 주목할 만하다. 수출 대상국은 16개국에서 계속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올 연말이면 30개국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린은 지난 연말부터 진출한 중동 지역에서 각광받고 있다. 두바이의 병원에서는 디스크 환자와 자세 교정이 필요한 사람들, 비만 환자 등에게 린 제품을 처방하고 있다. 이 제품을 신어 본 두바이 국왕이 그 효과를 극찬하기도 했다. 이러한 인기를 기반으로 UAE 최대 그룹 중 하나인 알파제르그룹과 1000만달러 이상의 수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러한 성공의 핵심은 기술에 있다. 린코리아는 국내 기능성 신발업체 중에서는 드물게 부산에 자체 R&D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해마다 전체 매출의 5% 이상을 제품 및 디자인 개발 분야에 투입하고 있다. 신제품은 1년 동안 R&D센터의 검증을 거쳐 기능이 확인된 제품만 출시된다. R&D센터에서는 인체에 가장 효율적인 제품 개발을 위해 제품의 기획에서부터 임상실험, 다양한 물성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 10월8일 부산 사상 테크노파크에 있는 린코리아의 R&D센터 물성실험실. 정재욱 연구소장과 연구진이 제품의 미드솔(밑창과 깔창사이의 중간창) 굴곡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일반인의 걸음걸이가 미드솔에 미치는 영향을 체크할 수 있는 시험이다. 미드솔은 미세근육을 자극해 무릎관절과 허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핵심부품이다. 이외에도 이곳에서는 착용감, 신체역학 검사뿐만 아니라 신발 착용 시 압력 분포 측정 등 다양한 과학적 신발 개발 및 임상평가가 이뤄진다.

정재욱 소장은 “보기와는 달리 기능성 신발은 60~100개에 이르는 부품으로 구성돼 있다”며 “린의 경우 밑창에만 10개의 부품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정 소장은 “최근 기능성 신발의 유행을 틈타 검증되지 않은 제품들이 소비자들을 현혹하고 있다”며 “다른 브랜드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기능성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린코리아는 상품기획과 디자인, 마케팅 분야만 담당하고 생산은 역량 있는 업체에 맡기고 있다. 노현철 부장은 “자체 생산시설을 갖추고 제조에 나선다고 해도 업력이 20년 넘은 생산 공장보다 더 잘 만들 수는 없다”며 “본사는 세계 시장을 공략할 마케팅 전략을 세우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린코리아의 제품은 부산 지역의 3개 업체에서 OEM으로 생산된다. 최대 생산업체는 부산 인근 김해시 장유면에 위치한 바론. 바론은 역도화, 야구화 전문 신발업체다. 이 회사의 민병일 대표는 신발 제조 경력만 25년이 넘는 그야말로 신발 전문가다.

한 달에 3만 켤레 이상을 생산하는 이곳 공장의 불량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이는 까다로운 품질검사 때문. 제조공정 중간 중간에는 린코리아의 직원들이 품질 검사를 수행하고 있는데 조금이라도 흠이 있는 제품은 바로 폐기시키고 있었다.

민병일 대표는 “바론의 25년 신발 제조 노하우, 린코리아의 R&D 역량과 뛰어난 마케팅 능력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대표 등산화 ‘트렉스타’

2만 명 발 모양 조사해 네스트핏 기술 개발


최근 등산 붐이 일면서 등산화가 인기다. 특히 토종 등산화 브랜드인 트렉스타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10월5일부터 7일까지 3일 동안 부산 트렉스타 본사 매장에서 팔린 등산화만 4100만원어치. 하루 평균 1360여만원어치가 팔린 셈이다.

권동칠 트렉스타 사장은 “지난 봄에는 물건이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보다 등산화 판매가 15% 신장됐다”며 “지금도 야근과 특근이 이어지고 있으며, 수출 상담 등을 위한 해외 출장 때문에 지난 3개월 동안 국내에 머문 날은 15일밖에 되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국내 대표적인 등산화 브랜드인 트렉스타는 10년여 동안 등산화라는 한 우물만 팠다. 현재 트렉스타뿐만 아니라 미국 K2 등의 인라인스케이트 등도 생산하고 있다. 생산량은 연간 500만 켤레에 달하는데 이중 110만 켤레가 자체 브랜드 신발이다.

1988년 신발 회사를 창업한 권동칠 사장은 특수화 개발에 초점을 맞췄다. 설립 당시 인원은 겨우 6명에 불과한 소기업이었으나 20년 동안 트렉스타는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왔다. 아웃도어 등산화 부문에서 약 45%의 한국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으며, 대만 1~2위, 중국 5위, 일본 1위 등 아시아 시장에서 강자로 올라섰다. 중국 천진의 제1•제2공장의 사원수만 5000명에 이른다.

트렉스타의 눈부신 성장은 끊임없는 기술혁신에 기인한다. 설립 이후 세계적인 기업의 등산화를 OEM 생산하던 권 사장은 1993년 미국의 스포츠 브랜드 K2 측에 ‘소프트 부츠’ 인라인스케이트를 개발해 주면서 대박을 터뜨렸다. 기존 플라스틱 소재의 인라인스케이트를 천과 가죽 소재로 만든 것이다. 플라스틱 소재 제품과 다르게 이 제품은 오래 신어도 불편함이 없어 큰 인기를 끌었다.

자체 브랜드 등산화 개발에도 나섰다. 기존 제품과 차별화하기 위해서 등산화 소재부터 바꿨다. 당시 등산화는 대부분 통가죽 소재였기 때문에 딱딱하고 무거웠다. 이를 감안해 가죽과 천 소재로 만들면서 등산화 무게를 30%가량 줄였다. 천 소재여서 방수가 잘 되지 않는 단점은 ‘고어텍스’를 활용해 보완했다. 이 제품은 업계에 일대 혁신을 몰고 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에는 네스트핏(Nestfit)이라는 기술로 세계 등산화 시장에 확고히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네스트핏은 발가락과 발등 부분의 공간을 넓혀 보다 편안한 착용감을 주는 기술이다. 트렉스타는 기술개발을 위해 전국의 국립공원과 산을 돌아다니며 소비자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기존 등산화의 장단점을 꼼꼼하게 파악한 것. 트렉스타 연구진은 이렇게 모은 자료로 철저한 검증과 필드 테스트를 지속하며 연구를 거듭했고, 네스트핏 기술을 탄생시켰다. 무엇보다 네스트핏의 표준 라스트(발형)를 만들기 위해 2만 명의 발 형태를 직접 조사했다. 이 같은 표준 데이터를 통해 한국인에게 맞는 신발 라스트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래서 어느 브랜드 제품보다 사용자와 발모양을 철저하게 분석했다는 평가다.

권동칠 사장은 “기존의 일반 등산화는 이미 제작된 족형에 사용자가 발을 맞추는 것이었다”며 “네스트핏은 사용자의 족형을 먼저 생각하고 등산화를 인체공학적으로 개발해 사용자의 편의를 우선시 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네스트핏을 사용한 제품은 어떤 환경에서도 사용자에게 편안함과 안정적인 착용감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지난 7월 독일에서 열린 2009 아웃도어쇼에서 트렉스타는 네스트핏으로 전 세계 바이어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유럽과 미주 시장의 바이어들이 앞 다퉈 트렉스타의 네스트핏 제품을 주문하는 등 인기가 치솟았다. 전시회를 통해 500만달러 이상의 주문이 성사되기도 했다.

테니스화 대명사 ‘비트로’

최고 원단•기술혁신 통한 ‘고급화’로 승부


종합스포츠 브랜드인 학산은 1994년부터 ‘빛으로’라는 우리말 발음을 영어로 표기한 ‘비트로(VITRO)’라는 자체 브랜드로 고기능성 스포츠 신발과 용품을 생산하고 있다. ‘비트로’는 테니스와 배드민턴 동호인들, 선수들 사이에서는 이미 ‘글로벌 브랜드를 뛰어넘은 명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1997년 첫 도전장을 던진 ‘비트로’는 현재 국내 테니스화 시장 점유율이 40% 안팎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기존 나이키•아디다스 신발을 신던 사람 대부분이 이제는 비트로를 신는다는 얘기다.

배드민턴 신발 역시 세계 1위 업체인 일본 요넥스를 제치고 국내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외국 유명 브랜드가 장악하고 있는 테니스화와 배드민턴화 시장에서 토종 브랜드 비트로가 엄청난 선전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학산 배드민턴화는 운동 성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만들어졌다는 점을 인정받아 2007년 산업자원부가 발표한 차세대 세계 일류 상품에 선정됐다.

학산의 최대 경쟁력은 역시 ‘품질’. 스포츠용품 시장에서 고가의 기능성 제품만이 살아남는다고 판단한 이원목 대표는 테니스화와 배드민턴화 시장에 뛰어들면서 ‘고급’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좋은 원단 소재를 사용하고 기술 혁신에 매진한 것. 학산이 만드는 스포츠화의 아웃솔(신발 밑창)의 경우 쉽게 닳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나이키나 아디다스의 내마모성 기준을 훨씬 뛰어넘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외국 유명 제품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비싸지만 지난해 매출 522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선전했다.

테니스와 배드민턴 동호회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제품의 판로를 뚫은 뚝심도 한몫을 했다. 스포츠인들 사이에서 제품이 좋다고 입소문을 타면서 탄탄대로를 걷게 된 것.

이원목 학산 대표는 “앞서가는 품질과 디자인으로 세계 소비자들을 사로잡겠다”고 말했다.

장시형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