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업계가 서민금융이라는 낯설지만 따뜻한 영토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다. 그동안 나 몰라라 했던 서민들에게 흔쾌히 돈을 빌려주고 있는 것이다. 대출을 받는 사람도, 대출액도 매달 큰 폭으로 늘고 있다. 단순히 사회적 책임 때문이 아니다. 지금은 아니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 서민금융의 종류와 관련 상품도 다양해지고 있다. 수익성이 검증되면 더 많은 상품이 서민들에게 다가올 것으로 전망된다. 서민금융, 이제 신호탄이 올랐다.

서민대출 급증…문턱은 낮추고 그릇은 커지고

시중은행들의 서민금융 확대는 마치 벼락과 같은 것이었다. 오랫동안 서민금융에 등한시하다 최근 1년 사이에 우후죽순 격으로 관련 상품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금융감독원과 함께 하는 ‘희망홀씨대출’만 해도 2009년 한 해에만 관련 상품이 17개나 개설됐다. 전체 상품 수가 23개임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서민금융 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상품 수만 증가한 것이 아니다. 대출자와 대출액 또한 매달 큰 폭으로 늘고 있다. 1년 사이에 20만 명에 가까운 서민들이 은행에서 도움을 받았다. 금융감독원이 목표로 잡아놓고 있는 희망홀씨대출의 총한도인 1조9400억원도 이 속도라면 쉽게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목표액 달성을 위해 은행들을 지속적으로 독려해나갈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금융위원회도 나섰다. 미소금융재단을 만들어 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을 시작한다. 총재원 규모가 2조원에 이른다. 휴면예금 7000억원과 기업과 금융계에서 1조3000억원의 기부를 받아 사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미소금융 사업을 총괄하는 미소금융중앙재단 출범식을 갖고 지점 대표자 모집공고를 하는 등 본격적인 조직 구축에 나선 상태다. 전국에 200~300개의 지점망을 구축한다는 게 재단의 목표다.

차재호 미소금융중앙재단 기획조정팀장은 “내년 5월까지로 예정된 1단계 사업을 통해 20~30개의 지점을 오픈할 예정”이라며 “초기자금은 3억~5억원이 될 것이며 실적에 따라 증액 또는 감액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단과 공사도 팔을 걷어 붙였다. 기금을 마련해 저소득 근로자와 저신용자들에게 저리대출을 해주고 있다. 규모도 만만치 않다. 근로복지공단의 경우 6921억원의 예산을 편성했고 자산관리공사, 신용보증재단중앙회 등이 시중은행과 함께 서민금융을 지원하고 있다.

수익성 확보가 서민금융 지속 관건

시중은행들이 서민금융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데 대해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긍정적인 평가를 한다. 그동안 금융에서 소외됐던 취약층들에게 금융 서비스를 실시함으로써 ‘금융의 완전성’을 기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은행의 대출 거부로 대부업체를 찾아가 상황을 악화시키는 빈도를 줄여 한정된 사람들에게만 서비스를 하는 ‘절름발이 금융’ 현상을 상당부분 완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시중은행의 서민금융 확대는 서민금융 전체의 발전을 위해서도 건전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낮은 금리의 은행권 서민대출 상품이 나오면 자연히 상호저축이나 대부업계도 적용 금리를 낮출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이렇게 되면 서민금융은 합리적인 대출이자로, 보다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희망의 요새’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은행권 서민대출의 연체율이 매우 낮은 수준이라지만 아직 안심할 수는 없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본격적인 원금상환기간이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연체율이 생각보다 높게 나타난다면 은행은 수익성에 타격을 받을 것이고 서민금융에 대한 열의도 식을 것이다. 결국 서민금융의 성패는 ‘수익성 있는 서민금융’의 모델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 셈이다.

물론 서민금융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란 쉽지 않은 과제다. 저신용자 대출은 그 자체로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그래도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방글라데시의 그라민은행 등 세계적인 서민금융사의 사례를 보면 연체율이 매우 낮다. 국내 대부업체의 원금상환율도 80% 수준이다. 말하자면 20%의 원금을 잃더라도 수익을 낼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하면 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부업체보다 리스크 관리 능력이 뛰어난 시중은행이라면 이보다 훨씬 높은 원금상환율을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심지어 일각에선 서민금융은 시중은행의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희망홀씨대출’로 본 서민금융

저신용자에게 은행 문 ‘활짝’…

17만 명에 1조원 대출

지난 1월이었다. 금융감독원이 은행권과 함께 테스크포스팀을 구성했다. 서민금융을 지원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3월 금감원은 그 결과물을 내놓았다.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은행대출 상품을 내놓겠다는 것이었다. 이 구상은 바로 실천에 옮겨졌다. 은행별로 상품의 이름과 조건은 달랐지만 그동안 은행권이 소홀히 했던 저신용자에게 대출의 문을 열어줬다는 점은 같았다. 이들에게 희망의 씨앗을 전하겠다는 의미에서 이 상품들은 ‘희망홀씨대출’로 이름 붙여졌다. 그로부터 9개월, 희망의 홀씨는 더 많이 더 먼 곳까지 날아가고 있다.

서울에 사는 유모씨(30)는 가난한 집안의 장남이다. 직장이 있지만 병석에 누워있는 어머니의 병원비를 대기도 힘겨운 상황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아버지마저 뇌경색으로 쓰러졌다. 그러나 당장 수술비와 입원비를 융통할 곳이 없었다. 소득도 적은 데다 신용등급마저 낮아 대출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유씨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한 시중은행의 대출상담을 받아보기로 했다. 기대는 별로 없었다. 하지만 결과는 뜻밖이었다. 은행에서 1200만원을 연 15%에 선선히 내준 것이다. 이 은행이 운영하고 있는 ‘희망홀씨대출’을 받은 것이다. 대부업체를 찾았다면 꿈도 꿀 수 없는 좋은 조건이었다.

16개 은행 희망홀씨 ‘분양 중’

유씨의 사례는 그리 희귀한 것이 아니다. 종전에는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이 은행권에서 무담보로 대출을 받는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만큼이나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신용등급이 7등급 이하이면 대출의 문을 뚫기가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유씨처럼 희망홀씨대출을 받는 사람이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 따르면 희망홀씨대출 프로그램이 실시되기 시작한 지난 3월1일부터 11월 6일까지 각 은행에서 희망홀씨대출을 받은 사람은 모두 17만4725명에 달했다. 더욱 긍정적인 것은 희망홀씨대출자가 매월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3월에 6488명에 그쳤던 월 대출자가 5월에 1만 명을 넘어섰고 6월에 2만 명, 8월에 3만 명, 9월에 4만 명을 돌파했다. 희망의 홀씨가 점점 많은 사람들의 품으로 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대출액 또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난 3월 323억원이던 월 매출액이 6월 1000억원을 넘어선 데 이어 9월엔 2000억원 고지를 뚫었다. 지난 11월6일 현재 총대출액은 1조16억원에 달했다. 대출자 1인당 평균 대출액은 560만원으로 나타났다.

희망홀씨대출은 금감원이 제안하고 은행들이 실시하는 저신용·저소득자 전용 신용대출 프로그램이다. 금융위기의 여파로 저소득층의 금융이용 애로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들에게 금융 혜택을 부여하기 위해 마련됐다. 신용은 낮지만 상환 능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10%대의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해줘 어려움을 넘길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그동안 신용대출 대상이 아니었던 7등급 이하의 저신용자와 취약계층의 대출 자격을 심사할 수 있는 신용평가 시스템을 구축하고 희망홀씨대출에 나서고 있다.

현재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시중은행은 16곳이다. 국내 시중은행은 모두 참여하고 있으며 외국계 은행 중에는 외환은행과 씨티은행, SC제일은행이 함께 하고 있다. 이들이 취급하고 있는 희망홀씨대출 상품은 모두 23개다. 상품의 이름은 은행에 따라 다르지만 저신용자에게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해준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평균대출금리 대부업체의 25% 수준

은행별로는 농협이 가장 많은 희망홀씨대출을 해 줬다. 지난 3월1일부터 11월6일까지 3936억원의 희망홀씨를 나누었다. 대출자 수는 6만5837명에 달한다. 농협에 이어 적극적인 은행은 기업은행이었다. 4만670명에게 1882억원의 희망을 나누었다. 우리은행과 국민은행도 열심이었다. 우리은행은 1만7784명에게 1296억원을 대출했고 국민은행은 2만6882명에게 1290억원을 내줬다. 

희망홀씨대출을 제안한 금감원은 대출액과 대출자가 늘고 있는 현상의 배경을 은행권의 참여가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찾고 있다. 김병기 금감원 서민금융지원실 수석연구원은 “초기엔 소수의 은행이 참여하다가 5~6월 들어 은행들이 연이어 관련 상품을 내놓으면서 대출액과 대출자 수가 급증하기 시작했다”며 “서민금융의 필요성과 참여를 독려한 금감원의 노력과 이에 공감한 은행권의 실행이 어우러져 희망홀씨대출이 늘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저신용자에게 대출의 문턱을 낮춘다는 애초의 취지도 잘 살리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10월8일까지 전체 대출자의 66.5%가 7~10등급 이하의 저신용자였고 6등급 이상은 33.5%였다. 고신용자의 경우에도 대부분 저소득층이었다. 연소득 2000만원 이하 소득자가 전체의 57.3%였고 소득이 잡히지 않는 대출자가 31.1%였다. 연소득 3000만원 이상은 4.9%에 불과했다. 간단히 말해 희망홀씨대출자의 대부분은 신용등급이 아주 낮거나 소득이 적은 ‘서민 중의 서민’이었던 것이다.

금리 역시 금융 소외 계층에 혜택을 준다는 의미에 부합했다. 67.6%의 사람들이 10% 이하의 낮은 금리를 적용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대출금리는 9.4%였다. 희망홀씨대출자 10만 명이 연 이자율이 30%인 제2금융권이나 49%인 대부업체를 이용했다면 최소한 1000억원의 이자가 추가로 지급됐을 것이라고 금감원 측은 분석하고 있다. 다시 말해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연 1000억원가량 줄인 효과가 있다는 의미다.

지금이야 희망홀씨대출이 활성화되고 있지만 초기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서민에게 금융 혜택을 부여해 불황을 함께 넘자는 취지는 너무나 선량한 것이었지만 은행 입장에선 부담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은행권이 저신용자에게 대출을 해주지 않은 것은 회수 가능성이 불확실해 수익성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이런 와중에 정책 자금 지원도 없이 은행 각자가 알아서 서민 대출을 늘리라고 하니 주저하는 것이 당연했다.

설혹 연체율이 낮아도 문제는 남는다. 아무리 간단한 대출이라도 대출인 이상 관리를 해야 한다. 여기에 인력과 비용이 투입된다. 그런데 서민대출은 소액이어서 들어간 비용에 비해 창출되는 가치가 적다. 일만 많아지고 손에 들어오는 것은 별 것 없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게다가 대출 신청자 상당수가 비적격자일 가능성이 높다. 괜한 일에 공연한 수고만 들 공산이 크다는 의미다.

실제로 이 문제는 희망홀씨대출이 보다 확산되는 데 장애가 되고 있다. 본사에선 대출을 해주라고 독려하지만 지점에선 리스크 관리의 부담 탓에 소극적인 경우가 왕왕 있는 것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희망홀씨대출자의 경우 대출액은 실적으로 잡지만 연체는 실적에서 제외하는 등 지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며 “하지만 연체를 문제 삼지 않는다 해도 연체 관리는 계속해야 하기 때문에 영업점에서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

수익성 확보가 서민금융 성패 좌우

하지만 금감원의 설득은 계속 이어졌다. 금감원은 희망홀씨대출은 ‘일방적인 퍼주기’가 아니라 시장원리에 맞는 대출 영업이라는 점을 강조해나갔다. 상환능력이 있는 대출자를 잘 선별해 리스크 관리를 해나가면 수익성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논리였다. 심사 결과 대출 자격이 없다면 안 해주면 그뿐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대출의 자격이나 관리 등 실무적인 일엔 어떤 가이드라인도 제시하지 않았다. 다만 그동안 은행권에 대출 자격조차 가지지 못했던 이들에게 대출의 기회만이라도 제공하자는 게 금감원의 계속된 요구였다. 

전북은행의 사례는 다른 은행을 설득하는 좋은 수단이 됐다. 전북은행은 2007년 7월부터 학생, 주부, 일용직근로자 등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서브크레딧론’이라는 신용대출 상품을 운용하고 있는데 우려한 것보다 연체율이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지방은행인 전북은행이 이렇게 잘 하는데 시중은행이 못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감독기관이 이렇게까지 나오는데 은행권이 이를 무시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리스크 관리가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은행의 공공적 특성과 사회적 책임을 외면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오히려 은행의 사회적 책임경영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마당이어서 은행권은 금감원의 권유에 따라 서민금융에 나서게 된 것이다. 나쁘게 보면 ‘억지 춘향’이고 좋게 보면 ‘대의’에 충실했던 셈이다.

과정이야 어찌됐든 7개월 남짓 만에 1조원 이상을 푼 은행들의 희망홀씨대출 참여는 인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갈 길이 먼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수익성이 문제다.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서민금융을 장기적으로 지속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희망홀씨대출의 평균 연체율은 11월6일 현재 1.1%다. 1% 미만인 일반 가계대출 연체율보다 높지만 3%대인 신용카드연체율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우려했던 것보다는 상당히 양호한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수익성에 대해 은행권의 입장은 아직은 시큰둥하다. 지금으로선 수익에 보탬이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리스크가 높고 관리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수익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서민금융 참여도 애당초 수익보다는 공익에 있다는 얘기도 빼놓지 않는다. 시중은행의 또 다른 관계자는 “희망홀씨대출은 수익보다는 공익적 측면이 강하다”며 “관리 비용을 줄여 최소한의 수익을 남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서민금융이 은행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한다는 의미가 있다. 대출자의 상당수가 상환 능력이 있는 근로자들이므로 이들을 신규고객화하면 고객 기반을 넓히는 효과가 있다.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리스크 관리를 철저하게 한다면 새로운 수익 기반도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순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의 서민금융 진출에 있어 가장 큰 성공요인은 수익성의 확보와 함께 지속적인 영업에 대한 경영진의 의지”라며 “감독 당국은 경영평가시 은행의 사회적 공헌도 등을 지속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시중은행 서민금융 상품 뭐가 있나

저신용·저소득자 특화…

저렴한 금리 ‘땡큐’


은행 업계가 취급하고 있는 서민금융 상품은 다양하다. 금융감독원과 공동으로 실시하고 있는 ‘희망홀씨대출’, 자산관리공사가 재원을 지원하는 ‘전환대출’이 아직까지는 주류다. 하지만 상품의 종류는 더 다양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미소금융재단의 상품이 출시를 앞두고 있다. 마이크로크레디트인 미소금융재단은 창업 희망자나 기존 창업자에게 단비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은행 자체적으로도 서민금융 상품을 설계해 내놓고 있다. 일반대출이기는 하지만 대출금리가 10% 안팎으로 대부업체에 비할 수 없이 저렴하다.

서민금융 상품은 일반 상품과 달리 특정한 층을 대상으로 한다. 저신용자 전용 대출이 있는가 하면 저소득자 전용 상품이 있고,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가 하면 실직자와 임금체불자에 포커싱된 상품도 있다. 또 대부업체 등을 통해 고금리 대출을 은행권의 싼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는 상품도 있다. 각자의 상황에 따라 적당한 상품을 고르면 된다.

연소득 2000만원 이하 대출 문 ‘활짝’

서민금융이 적용하는 저소득과 저신용의 일반적인 기준은 연간 2000만원 이하,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CB) 7~10등급 사이를 가리킨다. 종전까지 이들은 은행 대출의 대상이 아니었다. 심사 기준 자체가 없었다. 그동안 은행의 혜택을 받지 못한 금융 취약계층에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연소득 2000만원, CB 7~10등급이 서민금융의 기준이 됐다. 물론 은행과 상품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다. 연소득 4000만원 이하나 CB 9등급 이상 등을 기준으로 대출을 해주는 상품도 있다.

당장 신규자금이 필요하지 않아도 대부업체 등에서 고금리로 대출금을 쓰고 있다면 은행권에서 싼 금리로 대출을 받아 대부업체의 돈을 갚고 은행에 대출금을 상환하는 방법을 쓰면 금융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저소득 근로자라면 먼저 기업은행의 ‘근로자생활안정자금대출’에 주목해 볼 만하다. 이 상품은 월 170만원(연 2000만원) 이하의 저소득 근로자와 임금체불자, 비정규직 및 실업자 등에 특화된 상품이다. 2008년 첫 판매될 때 1921억원이던 지원 규모가 지난 5월 5000억원이 추가 지원돼 총 6921억원이 됐다. 현재 약 2700억원 정도가 판매된 상태다. 금리는 2.4~3.4%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대출 심사는 근로복지공단에서 진행한다. 1~2년 정도의 거치기간이 지난 후 원금 상환을 시작한다.

기업은행의 일반대출 상품인 ‘서민섬김대출’은 아이디어가 반짝이는 상품이다. 서민 대상의 적금 상품인 ‘서민섬김통장’ 가입자에게 통장 계약금의 1.5~2배까지 대출해준다. 흥미로운 점은 적금을 불입할 때마다 금리가 떨어져 시간이 지날수록 이자 부담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적금 계약기간의 3분의 1 이상 납입해야 대출 자격이 주어지며 중도상환수수료는 없다.

하나은행은 업계에서 가장 먼저 서민금융 시장에 진출한 은행 중 하나다. 2006년 하나소액대출을 판매하기 시작했으며 지난해에는 하나희망재단을 설립했다. 최근에는 ‘하나희망더하기대출’ 상품을 선보였다. 하나소액대출은 저소득자 전용 대출 상품이다. 연소득 2000만원 이하, CB 6등급 이상인 근로자가 신청할 수 있으며 1000만원 한도 내의 신용대출로 금리는 7.29~12.30%이다. 현재 판매액은 약 580억원 수준이다. ‘희망하나더하기대출’은 저신용자 전용 상품으로 CB 9등급까지 신청할 수 있다. 대출한도액은 1000만원이며 금리는 7.94~10.91%이다. 지난 6월 출시됐다.

신한은행의 ‘신한희망대출’도 저신용자를 위한 상품이다. CB 9등급 이상이고 신한은행 자체 등급 1~10등급 사이이며 연간 총소득이 4000만원 이하면 신청할 수 있다. 단 총부채가 3000만원을 넘으면 안 된다. 대출한도는 300만~1500만원이고 금리는 등급별로 10~12%의 고정금리를 적용한다. 11월 현재 4000여 건의 대출이 집행됐다.

신용보증재단중앙회가 재원을 지원하는 ‘근로자생계보증대출’도 저소득 근로자에 특화된 상품이다. 저신용 저소득이라도 자영업자와 개인 사업자는 대출 대상에서 제외된다. 최근엔 음식점과 서점 등 영세사업장의 종업원에게로 대출 대상을 확대했다. CB 6~9등급이 대상이며 신용보증재단중앙회의 보증서를 발급받을 수 있어야 대출이 된다.

대출한도는 500만원이고 대출금리는 CD연동대출기준금리+6%다. 이에 따르면 지난 11월 9일 현재 대출금리는 8.79%로 낮은 수준이다. 이 상품은 국민은행, 우리은행, 농협, 신협, 새마을금고 등에서 취급하고 있다.

노점상·식당종업원도 대출 ‘OK’

창업 희망자나 영세자영업자에게도 알맞은 상품이 다수 있다. 먼저 창업자금이나 운영자금이 필요할 경우엔 ‘하나희망재단’의 문을 노크할 필요가 있다. 창업 희망자나 운영자금이 부족한 기존 사업자에게 무담보, 무보증 신용대출을 연 3%의 금리로 제공한다. 대출한도는 2000만원으로 1년 거치 4년 원리금 분할 상환 방식이다.

농협의 ‘생계형무등록사업자대출’은 영세자영업자와 노점상을 대상으로 한다. CB 7~10등급이어야 하고 연소득은 제한이 없다. 최대 500만원까지 빌려주며 금리는 시장조달내부금리(MOR)+3.3%다. 이렇게 따지면 대출금리는 대략 6~7% 언저리가 된다. ‘새희망대출’은 6개월간의 소득을 입증할 수 있고 CB 7~8등급이면 받을 수 있다. 대출한도는 1000만원이다.

우리은행의 ‘우리이웃사랑대출’은 영세자영업자에게 유리한 상품이다. 연소득 2000만원 이하의 저소득 근로자 또는 소득 증빙이 어려운 영세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다. 영세자영업자의 소득 증빙은 국민연금 월납입액을 기준으로 환산한다. 대출한도는 2000만원이고 금리는 연 7.3~13.32%다. 재직 또는 사업기간이 3년 이상, 3자녀 이상, 5년 이상 우리은행 거래 고객 등에겐 최대 0.5%의 금리를 깎아준다. 지난 11월6일 현재 1만5867명에게 대출을 실시했다.

국민은행의 ‘행복드림론’은 신용등급과 소득에 상관없이 대출을 해준다. 누구에게나 개방돼 있다는 얘기다. 다만 최근 6개월간 60일 이상의 연체자, 최근 1년 내 신용관리대상자 등은 제외된다. 대출한도는 1500만원이고 금리는 연 14.0~16.0%이다.

대부업체에서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고 있다면 ‘전환대출’을 눈여겨봐야 한다. 이 상품은 자산관리공사가 재원을 대는 것으로 연 20% 이상의 고금리 대출자가 대상이다. 이들에게 자금을 지원해 12%대의 상품으로 ‘갈아타기’를 할 수 있게 해준다. 이자 부담이 절반 이상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신한, 우리, 국민, 하나, 기업, 농협에서 취급하고 있다. 대출 여부는 상담 후 알 수 있다.

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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