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내고 기념 촬영하고 마는 낡은 기부는 가라!” 연말이다.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며 기부에 대한 관심도 커지기 마련이다. 과거의 기부는 김밥할머니 같은 독지가의 거액 쾌척이나 기업들의 성금 등 소수가 큰돈을 내는 모습을 떠올리기 쉬웠다. 그러나 이런 구식 기부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갈수록 다수의 소액기부, 참여자의 즐거움, 기부 과정의 투명함이 부각되는 젊은 기부가 떠오르고 있다. 이제 기부문화가 2.0버전으로 진화를 시작했다.



진화하는 기부문화

돈·사진 찍는 ‘낡은’ 기부 지고

소액·참여형 ‘젊은’ 기부 뜬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훈련을 하는 우리나라 스키점프 국가대표 선수들의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담은 영화 <국가대표>는 올해 85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몰이에 성공한 영화다. 지난여름과 가을, 이 영화가 관객들을 울리고 웃기던 그 시기에 인터넷 포털 다음에서는 흥미로운 모금 활동이 벌어졌다. 바로 이 영화에서 다룬 스키점프 국가대표 선수들을 지원할 비용을 마련하자는 내용이었다.

이 모금 활동은 ‘소외당한 세상’이라는 네티즌이 올린 청원글에서 비롯됐다. 이 글은 ‘선수들이 아주 열악한 환경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며 스키점프 선수들의 장비를 마련하는 모금을 하자고 호소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네티즌들의 마음을 움직인 이 글은 8월27일부터 9월26일까지 한 달 동안 총 1151만원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이 모금의 포인트는 수많은 네티즌들이 주머니에서 꺼낸 몇 십원에서 몇 만원까지의 소액으로 모았다는 것이다. 1000만원이 넘는 큰돈이, 그야말로 ‘십시일반(十匙一飯)’으로 만들어진 셈이다.

기부문화가 새롭게 탈바꿈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기부’, 하면 대개 연말연시에 자선냄비에 봉투를 넣는다거나, 어색한 웃음을 지은 기업체의 CEO들이 기념촬영을 하면서 큰 액수의 돈이나 물품을 전달하는 장면, 혹은 김밥할머니가 평생 모은 돈을 학교에 기부하는 미담 등이 일반적인 인상이었다.

그뿐인가. 도움이 필요한 곳이 어딘지 찾으려 해도 막막한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자선단체나 관공서, 언론사 등이 모금 활동을 할 때 기부를 하고, 이들이 알아서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눠 주도록 맡기곤 했다.

하지만 이런 경우 ‘불투명한 자금 사용’ 논란이 툭하면 터져 나와 기부자들의 마음을 움츠러들게 하는 일이 잦았다. 게다가 비영리기구(NGO)나 종교단체가 중심인 자선단체들의 주먹구구식 회계처리가 기부하는 이들의 정성에 흠집을 내기도 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07년 6월에 실시한 ‘기업의 기부활동에 대한 의견조사’에서 조사 대상 기업의 22%가 기업의 기부를 막는 이유로 ‘비영리단체의 투명성 부족’을 거론한 적이 있을 정도다.

그러나 요즘의 기부는 과거와는 양상이 달라졌다.

● 비영리단체의 투명한 회계 확산 ●

 

우선 투명하게 회계를 처리하는 자선단체들이 늘었다. 굿네이버스의 경우 홈페이지에서 한해의 회계 처리 내역을 전부 공개하고 있다. 전체 지출 내역의 경우 국내복지사업비, 해외사업비, 대북사업비 등 항목별로 구분해 보여주고, 받은 기금 역시 회원들이 매달 내는 회비, 일반기부금, 선물금, 기부물품 등으로 나눠서 통계를 내서 표와 그래프를 이용해 한눈에 볼 수 있게 정리했다. 1년 동안 벌인 다양한 사업들을 화보와 글을 통해 깔끔하게 전달도 한다. ‘사랑의 열매’로 잘 알려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나 아름다운재단에서도 홈페이지를 통해 상세하게 살림살이를 공개중이다.

인터넷과 결제 기술의 발전으로 인터넷을 통한 모금 활동도 활성화되고 있다. 기부와 관련한 정보를 얻기도 한결 수월해졌다. 도움이 필요한 곳의 정보를 구체적으로 제공하는 곳이 늘어난 덕분이다. 많은 이들이 모이는 포털 사이트들의 참여가 특히 활발하다.

인터넷 포털 네이버가 아름다운재단과 함께 운영하는 기부 커뮤니티 ‘해피빈(happybean.naver.com)’은 주제별로 기부할 곳을 분류해 수많은 사례들을 알리고 있다. 개인들의 사연을 소개하는 ‘피플&피플’(모금함 1002개), 관심이 필요한 어린이들의 사연을 전하는 ‘아이들에게 희망을’(모금함 1972개), 어려운 노인들을 위한 ‘노인 돕기’(모금함 742개), 환경 살리기를 위한 다양한 모금 활동 정보를 담은 ‘환경 살리기’(모금함 156개), 해외에 도움의 손길을 보내는 ‘지구촌 나눔’(모금함 181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자는 취지로 만든 ‘더 나은 세상’(모금함 1742개) 등이 그것이다.   

해피빈은 네티즌이 여러 모금함 중에서 선택한 곳에 사이버머니 ‘콩(1개에 100원)’을 기부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콩은 전자결제로 직접 구매할 수도 있고, 이메일을 쓰거나 카페에 글을 올리는 등 네이버의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때 후원콩을 제공받을 수도 있다. 올 들어 2009년 11월18일 현재까지 해피빈에서 모금한 금액은 총 52억4000여만원, 참여한 이들은 해피브랜드(기업 및 독지가) 24곳을 비롯, 개인 네티즌 234만732명에 달한다.

● 온라인 기부, 정보도 참여도 ‘쑥쑥’ ●

포털 사이트 다음도 해피빈처럼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을 소개하는 ‘희망모금(hyphen.daum.net/request)’ 코너를 두고 있으며, 싸이월드도 ‘사이좋은 세상(cytogether.cyworld.com)’이라는 기부 커뮤니티를 운영한다. 사이좋은 세상은 싸이월드의 사이버머니인 도토리로 기부금을 모은다.

기부 정보 제공처의 증가와 함께, 기부 방식에 독특한 아이디어를 결합해 자선과 즐거움을 엮은 예도 많다.

포털 다음이 네티즌들의 청원을 받아 모금 활동을 벌이는 ‘모금청원’을 보자. 앞서 언급한 스키점프 국가대표선수들을 위한 모금 활동이 바로 이 사례다.

모금청원은 다음 아고라의 하위 메뉴 중 하나인 ‘모금청원’을 통해 이뤄진다. (다음 아고라는 네티즌들이 모여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는 광장과 비슷한 곳이다.) 모금청원은 “이러저러한 일을 하기 위한 돈을 모으자”고 청원을 하는 게시판이다. ‘모금청원’은 다음의 ‘희망모금’ 코너와도 연결되어 있다.

모금청원이 이뤄지는 방식은 이렇다. 먼저 네티즌이나 자선단체 등이 어떤 사안에 대해 청원을 올리면 네티즌들의 서명으로 1차 청원 대상을 가린다. 이 중에서 다음의 내부 심사를 거쳐 최종 청원으로 확정된 청원은 기간을 정해 모금에 들어간다. 모금이 끝나면 금액을 청원 대상자에게 전달한다.

모금이 진행되는 전 과정은 매우 투명하다. 최종적으로 청원에 뽑힌 사연은 해당 네티즌의 청원글과 함께 다음에서 정리한 모금 개요가 덧붙여져 소개된다.

예를 들면 “스키점프 국가대표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한 것으로, 이들이 앞으로 1년 동안 걱정 없이 훈련에 임할 수 있도록 1년간 필요한 장비를 위해 모금한다”며 모금의 취지를 간결하면서도 분명하게 전달한다.

이어 희망목표액(1600만원)을 쓰고, 목표 근거(국가대표선수 4인에게 필요한 1년 치 장비일체: 스키복 4벌×4명, 부츠 4개, 바인딩 4개, 왁스)도 밝힌다. 후원단체 및 문의처도 알린다(스키점프 국가대표팀 코치 김흥수. 연락처).

그리고 모금 효과(스키점프 국가대표팀의 안정적인 훈련지원)를 제시한 후, 모금한 돈을 언제 집행할 것인지도 ‘모금 직후’라고 확실히 전달한다.

이렇게 올라온 모든 청원의 전 과정과 결과는 다음이 운영하는 관련 블로그(하이픈 블로그(blog.daum.net/hyphen)를 통해 모두 공개한다.

스키점프 국가대표 선수를 돕는 모금청원 밑에는 수천 명의 네티즌들이 달아놓은 댓글도 빼곡하다. 기부를 한 사람들이 격려의 한마디를 쓰기도 하지만, 이와 별도로 만든 응원댓글 코너에도 순수한 응원의 글이 적지 않다. 실은 이런 댓글도 의미가 크다. 네티즌이 응원댓글을 하나 올리면 다음에서 댓글 하나당 100원의 후원금을 적립해주기 때문이다. 스키점프 국가대표 선수를 위한 모금에서는 응원댓글로 총 26만9500원이 적립됐다. 2695명이 댓글을 남겼다는 뜻이다.  

● 다양한 기부 방식, ‘골라하는 재미’ 크다 ●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행복주식거래소(happyexchange.chest.or.kr)’도 기부에 재치를 담았다. 모금회에서 심사를 거쳐 선별한 개별 사례들을 이 사이트에 소개하는 것을 행복주식거래소에 상장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했다. 상장된(소개된) 종목(개별 사례)들을 둘러본 투자자(기부를 하고 싶은 이들)는 마음이 가는 종목을 골라 주주가 되는(전자결제로 기부하는) 방식이다. 목표 금액과 모금 기간을 정해두고, 모금이 목표액의 몇 퍼센트쯤 이뤄졌는지 진행 상황을 그래프로 보여준다.

여성장애인 전문 복지관인 성프란치스꼬장애인종합복지관(fwc.or.kr)의 ‘뷰티풀 도네이션(아름다운 기부)’도 아이디어가 반짝인다.

뷰티풀 도네이션은 이 복지관이 2006년부터 시작한 기부 프로그램이다. 승진·결혼·졸업 등을 맞은 지인을 축하하고 싶은 사람이 축하받을 지인의 이름으로 복지관에 기부금을 낸다. 그러면 복지관에서 감사 카드와 연말 소득공제용 기부금영수증을 축하받는 이에게 보내주는 방식이다. 축하받는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착한 일을 한 셈이라 기분이 좋고, 복지관은 기부를 받아 고마운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투자나 소비생활에 연계한 간접 기부도 사람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대우증권이 2008년 5월에 업계 최초로 선보인 ‘기부형 랩(위임형 자산관리계좌)’은 투자를 기부와 연결한 대표적인 케이스다. 랩이란 투자자들이 맡긴 자금을 증권사의 전문가들이 일임 받아 주식, 채권 등에 투자해 운용해주는 금융 상품.

기부형 랩은 개인 및 법인 등이 투자금액 또는 초과수익의 일부를 자신이 원하는 봉사단체, 종교단체, 학교 등에 정기적으로 기부할 수 있도록 설계한 상품이다. 국내외 증시의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데, 수익금의 일부를 기부금으로 내는 방식이다.

지난 10월에 선보인 기부형 랩 중 하나인 ‘누비자 기부형 랩’을 예로 들면, 이 랩의 수익금 중 일부는 자전거 도시로 명성을 얻고 있는 경남 창원시의 공영자전거 ‘누비자’ 관련 사업에 기부된다. 이 랩에 가입하면 자연스럽게 누비자 사업에 힘을 보태는 셈이다.

● 지식, 전문성 기부도 각광 ●

새롭게 등장한 기부문화 가운데 돈이나 물품이 아닌, 지식이나 전문성 기부도 빼놓을 수 없다.

의류 업체인 제일모직은 아름다운가게에 매장 인테리어와 디스플레이 노하우를 전수했다. 아름다운가게는 기증받은 물품을 판매한 수익금으로 어려운 이들을 돕는 비영리 단체다.

디자인 경영으로 이름이 높은 현대카드는 서울시에 서울역 앞 버스환승센터를 직접 디자인하고 설치해 전문성을 기증한 바 있다.

우리은행은 아름다운가게, 구세군, 태화 기독교 사회복지관, 우리농촌살기기 운동본부 등에 무료 경영컨설팅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전문성을 기부했다.

전문성 기부에 대한 수요와 호응이 늘어나면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이들과 전문가들을 연결해주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세스넷(사회적기업지원네트워크)은 전문성을 기부하고 싶어 하는 영리 기업과, 도움이 필요한 사회적 기업 사이를 맺어주는 대표적인 단체다. 사회적 기업이란 공익 실현을 목적으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판매해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 세스넷은 정부가 인증한 사회적 기업은 물론, 사회적 기업을 창업하려는 이들도 도와준다.

CJ그룹의 CJ나눔재단은 ‘도너스캠프(Donors Camp)’ 블로그에서 파워 블로거들의 전문성을 모아 전달하는 온라인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도너스캠프는 저소득층 어린이들과 그 어린이들을 돌보는 공부방, 지역아동센터를 지원하는 온라인 기부 사이트.

초콜릿이나 연 만들기, 과학 실험하기 등 보유한 재능을 아이들과 나누고 싶은 블로거들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도너스캠프 블로그(donorscamp.tistory.com)에서 지식기부를 신청하면 된다.

선진국 기부문화 코드 읽기

모금 전문가는 인정받는 ‘전문직’…

기부교육 출발점은 ‘가족’

미국 플로리다 잭슨빌의 해비타트(사랑의 집짓기 운동 연합회) 지부는 은퇴한 노인들에게 의미 있는 기부의 기회를 제공한다. 많지 않은 연금을 받는 플로리다의 은퇴한 노부부들은 때로 외롭게 지내고, 집이 고장 나거나 낡아도 수리하지 않고 그냥 사는 경우가 많다. 해비타트는 이들에게 “당신들이 살아있는 한 우리가 당신들의 집을 수리하고 친구가 되어드리겠다. 다만 돌아가실 때 집을 잭슨빌의 가난한 가족의 보금자리로 기부해 달라”고 제안했다. 많은 이들이 흔쾌히 이 기부 프로그램에 동참하고 있다. 

이것은 소위 유산 기부, 계획 기부의 창의적인 모델 중의 하나다. 미국을 비롯한 기부문화 선진국에서는 유산을 통해서 기부를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발달해 있다. 얼마 되지 않지만 소박한 유산을 의미 있게 남길 수 있는 문화가 부럽기도 하다.

“자녀들과 상의하셨나요?”

미국에서는 노부부가 비영리단체에 막대한 유산을 기부하겠다고 나서면 모금 담당자는 “자녀들과 상의했는가? 자녀들이 반대하면 우리는 기부를 받을 수 없다. 우리가 자녀들이 동의할 수 있도록 도울 방법이 있겠는가?”라고 먼저 말할 것이다.

한국에서는 가족 구성원의 반대를 무시하고 비영리단체에 기부해 가족관계에 금이 가는 경우를 종종 본다. 이것은 모금윤리 차원에서 심각하게 고민할 문제다. 미국모금 전문가협회(AFP)는 엄격한 모금윤리강령을 제정해서 모든 단체와 모금 전문가가 따르도록 권고하고 있다. 만약 비윤리적인 모금관행이 발견되면 심지어 협회에서 탈퇴시키는 등의 강력한 제재 조치를 취한다.

심심찮게 발생하는 모금 관련 송사는 기부문화 발전을 위한 모금윤리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요구한다. 미국에서 약 1000만원 이상 기부할 사람들은 대부분 비영리단체의 신용도를 확인해주는 정보제공사이트(guidestar, charity watch)를 통해서 검증을 거친다.

한국 사회에서 전 재산의 사회 환원을 언론이 대서특필하는 것은 다소 경계해야 하는 사안이다. 유대인들은 재산의 50% 이상을 비영리단체에 기부하는 것을 율법적으로 권장하지 않는다. 그것은 가족 간의 유대관계도 그만큼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작은 유산이나 일부의 유산이라도 아름답게 남길 수 있는 사회적 기술이 필요하다. 특히 미국의 대학과 병원들은 기부자가 사망하기 전까지 그들의 생활비를 적절히 보상해주는 조건으로 기부를 받는 경우가 있다.

미국 사회는 대학의 미식축구 감독과 모금 담당 디렉터가 총장보다 연봉이 높다고 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반면 한국 대학의 모금 담당자들은 대부분 순환보직이고, 모금과 대외협력 담당 교수진들도 2년 단위로 보직이 변경되는 경우가 많다.

총장보다 연봉이 높은 모금 전문가

기부문화가 발달한 미국의 경우 대학과 병원의 모금 전문가들은 직업적인 전문성이 대단히 높고 안정적이다. 하버드 대학은 모금 담당자가 약 500명에 달한다. 더 많은 모금 전문가를 보유한 대학들도 있다. 미국의 대학과 대학병원의 부총장·부원장들은 대부분 모금 전문가들이다. 워런 버핏이 빌 게이츠 재단에 막대한 재산을 기부할 때도, 빌 게이츠가 아프리카의 백신문제에 대해 투자를 결정할 때에도, 뒤에는 유능한 모금 전문가들이 존재했다.

2002년 미국에서 설립된 모든 유대인 비영리단체에 전파된 비영리단체 운영원칙에는 ‘모금된 금액의 15~35% 범위의 돈은 반드시 모금비용으로 투자하라’는 권고가 있다. 돈을 모으는 일에 15%의 마케팅 비용도 쓰지 않는 비영리단체는 게으르고 충분히 공격적이지 않다는 설명도 붙어 있다.

미국의 명문 대학병원들 중 상당수는 ‘Wealth Engine’이라는 미국 범용기부자 DB 안에 병원의 외래·입원환자들의 이름이 있는지를 매일 확인한다. 과거에 큰 기부를 했던 환자가 있는지를 체크하는 것이다.

대학병원들은 환자들이 진료과정에서의 느끼는 고마움을 의사와 간호사들에게 개인적으로 표시하기보다는 전체 의료 시스템과 인프라를 강화하는 쪽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부자 환자들이 많이 찾는 MD 앤더슨의 경우에는 연간 3000억원 정도의 암 연구 기금을 모금하는데, 중국계 모금 전문가를 두는 등 인종별로도 차별화된 접근을 하고 있다.

미국에서 자격이 검증된 모금 전문가(CFRE: Certified Fundraising Executive) 시험은 국가고시처럼 의사, 변호사 등과 함께 시험을 치른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모금 전문가가 직업군으로도 분류되어 있지 않다. 한국 기부문화의 발전은 기부자들의 행태 변화보다는 기부자들을 설득하고 그들에게 의미 있는 기회를 안내할 전문가 집단의 성숙에 달려있다. 

필자는 2001년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서 진행한 집짓기 행사를 의논하기 위해서 1999년에 카터의 교회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때 카터는 그가 진행하는 성경공부 시간에 지난주에 자신이 만든 의자가 자선경매에서 20만달러에 팔렸다고 기뻐했다. 카터는 앞서 직접 원목 의자를 설계하고 제작하는 과정(사진)을 비디오에 담아서 의자와 함께 자선경매에 내놓았다.

카터는 자신이 참여하는 해비타트나 카터센터에 기부하는 사람들을 위한 관계 형성에도 프로 수준이다. 매년 본인의 집으로 주요 기부자들을 초청한다. 이들 중 일부 기부자와는 작은 낚싯배를 여러 척 띄우고 민물낚시를 즐긴다. 그 중에 큰돈을 내는 사람들을 자신이 타는 배에 태우기까지 한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리더십교육에 중요한 커리큘럼 중 하나는 학생들에게 모금 프로젝트를 진행시키는 것이다. 이들은 학생 때부터 어려운 이들을 위한 모금을 기획하고 시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선문화를 배운다. 이러한 모금교육을 우리 교육과정에 창의적으로 도입하면 역동적인 한국 학생들이 에너지를 발산하고 자선문화를 습득하게 될 것이다.

가정이 자선문화 훈련의 중심센터

필자가 미국 자선문화에서 가장 부러운 것은 가정 단위로 이뤄지는 자선 훈련이다. 청교도와 유대교의 영향을 많이 받은 주류 미국인들의 경우 자선이 가정교육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유대교 가정들은 1980년을 전후로 가정 중심의 자선교육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부모와 함께 기부할 돈을 저축하고 어디에 기부하는 것이 좋을지 상의한다. 또 어떤 방식으로 기부해야 현명한 것인지를 숙고하는 과정을 반복해서 자녀들이 지혜롭게 기부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

이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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