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는 야누스의 얼굴을 하고 있다. 이를 데 없이 편한 반면 잘못 사용하면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2003년 카드대란은 ‘두 얼굴의 카드’의 진면목을 보여준 재앙이었다. 현재로선 카드대란이 재발할 염려는 없어 보인다. 아픈 경험을 한 정부와 업계가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애쓴 결과다. 하지만 변하지 않은 사실이 있다. 신용카드의 양면성이 그것이다. 편하고 유익한 만큼 조심해서 써야 한다는 점이 그것이다. 잘 쓰면 ‘약’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독’이 되는 신용카드 서비스 이용법을 밑바닥까지 ‘긁었다’.

현금서비스·카드론·리볼빙 ‘써도 되나?’

금리 거의 사채 수준

꼼꼼히 따져 사용해야

신용카드 서비스 중에는 야누스의 얼굴을 한 ‘3총사’가 있다. 현금서비스, 카드론, 리볼빙이 그것이다. 쓸 때는 편리하기 그지없지만 이 편리함에 빠져 무턱대고 사용하면 곤욕을 치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 3총사는 ‘공공의 적’으로 몰리기 일쑤다. 덩달아 신용카드사들은 어려운 처지를 이용해 ‘돈놀이’를 하는 고리대금업자로 비난받기도 한다. 실제로 신용카드사들이 이들 서비스를 통해 창출하는 수익이 전체의 절반 이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신용카드사들도 할 말은 있다. 어려운 처지의 사람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높은 대가를 지불받는 것은 맞지만 그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처지가 어렵기 때문에 빌려 준 돈을 받지 못할 수 있는 ‘리스크’가 크다는 게 첫 번째 이유다. 카드사가 빌려 주는 돈은 은행이 빌려주는 돈보다 애초에 ‘비싸다’는 것도 변명거리가 된다. 은행은 수신 기능이 있어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하지만 카드사들은 금리가 높은 카드채나 단기자금을 조달해 대출해주기 때문에 비용 구조 자체가 다르다는 얘기다.

사실이야 어찌됐든 이용자 입장에서 보면 신용카드사가 좋다 나쁘다 하는 것을 따지는 것은 실익이 없는 말잔치에 불과할 수 있다. 이보다는 두 얼굴을 가진 이 서비스들을 어떻게 하면 보다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서비스들이 가지고 있는 나름의 장점을 잘 활용하면 건전한 살림살이를 이어가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얘기다.

비용을 따져보라

현금서비스, 카드론, 리볼빙은 기본적으로 비싼 서비스들이다. 돈이 많이 든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현금서비스의 금리는 6.9~27.5%에 이른다. 신용이 아주 좋은 극소수의 고객이 아니라면 은행의 대출 금리에 비해 턱없이 높은 이자를 내야 하는 것이다. 현금서비스보다 낮기는 하지만 카드론의 이자율도 높기는 마찬가지다. 아무리 낮아야 5%대이고 높으면 30%에 육박한다. 리볼빙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비용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자와 별개로 취급수수료가 부과된다. 현금서비스의 경우 평균적으로 3~4%대의 취급수수료가 덧붙는다. 이렇게 되면 총비용은 신용이 나쁠 경우 연 30%를 훌쩍 넘는다. 카드론의 수수료는 이보다는 적다. 아예 붙지 않는 상품도 있다. 그래도 조건이 좋지 않으면 4%가량의 수수료를 이자와 별도로 물어야 한다.

높은 이자야 그렇다 쳐도 수수료를 추가로 받는 이유에 대해 카드업계는 조달비용 때문이라는 설명을 내놓는다. 수신 기능이 없기 때문에 카드채든 단기자금이든 대출 자금을 외부에서 조달해야 하는데 여기에 돈이 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핵심은 수수료가 비싸다거나 그렇지 않다거나가 아니다. 그보다는 적용되는 금리의 폭이 넓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신용이 좋으면 은행 금리보다 약간 더 얹으면 되지만 나쁘면 대부업체의 그것에 육박한다. 자신의 신용이 얼마나 되는지도 모르는 채 무턱대고 이용했다가는 돈을 갚아야 할 때 당황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서비스를 이용하기 전에 반드시 몇 퍼센트의 이자율을 적용받는지를 꼭 확인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주의해야 할 점은 신용카드사가 적용하는 신용등급은 신용평가사가 평가한 그것과 다를 수도 있다는 점이다. 신용평가사는 10등급으로 신용도를 나누고 있지만 신용카드사들은 회사 나름의 기준에 따라 6~10등급으로 구분된 회원 등급을 적용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의 한 관계자는 “신용카드사의 회원등급은 신용평가사의 평가를 기본으로 하고 여기에 자사와의 거래 기록과 리스크 관리 방침 등을 첨가해 나름의 기준을 만들어 사용한다”며 “등급 구분이 많고 적음에 따른 고객의 유·불리는 한마디로 단언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출 서비스에도 우선순위가 있다

대출 이용자의 패턴은 신용도를 따라간다. 신용이 좋으면 은행, 그보다 나쁘면 카드, 더 나쁘면 캐피탈, 더 나쁘면 대부업체의 문을 두드리게 된다. 카드사의 대출 서비스를 이용할 때도 이와 유사한 패턴이 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똑같은 카드 대출이라도 신용도가 좋으면 보다 나은 조건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현금서비스보다는 카드론이 고객에게 좀 더 유리하다. 적용 금리가 더 낮다. 하지만 카드론은 현금서비스와 달리 누구나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고객에게 좀 더 유리하다는 것은 그만큼 고객의 상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그렇지 않은 고객은 카드론을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홍성권 현대카드 홍보팀 과장은 “현금서비스는 모든 회원에게 한도가 부여되지만 카드론 사용 자격은 3분의 2 정도의 고객에게만 주어진다”며 “카드론 사용자는 현금서비스 고객에 비해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낮기 때문에 적용 금리도 다소 낮다”고 설명했다.

신용카드업계도 현금서비스보다는 카드론 사용자를 선호하는 측면이 있다. 리스크가 낮아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처럼 금융권의 위기감이 고조되는 경우엔 당장의 수익보다는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 더 부각되고 있어 카드론 영업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신한카드의 경우 ATM을 통해 즉석에서 카드론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도 판매하고 있다.

카드론보다도 비용이 적게 드는 서비스도 있다. 마이너스론이 그것이다. 이 서비스는 은행의 마이너스 대출과 동일한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미리 사용 한도를 정해놓고 자유롭게 인출해서 쓸 수 있다. 금리도 카드론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은행에서 마이너스대출을 받지 못하지만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고객이 거래 대상이다. 먼저 마이너스론을 신청해보고 안되면 카드론, 현금서비스의 순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윳돈이 생기면 하루라도 먼저 갚아라

신용카드사의 대출 서비스는 일 단위로 이자가 계산된다. 하루 늦으면 그만큼 이자가 불어난다. 여윳돈이 생기면 지체 말고 갚는 것이 한 푼이라도 아끼는 길이다. 은행의 대출과 달리 중도상환 수수료도 붙지 않는다.

현금서비스의 경우엔 빨리 갚으면 이자가 전혀 붙지 않는 서비스도 있다. 자금을 조기 회수해 현금서비스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내놓은 서비스다. 신한카드의 ‘5데이 제로(5DAY ZERO)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현금서비스를 받은 날로부터 5일 안에 원금을 상환하면 이자가 전액 면제된다. 일부만 상환했다면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만 이자가 부과된다. 현대카드도 이와 같은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선결제제도를 이용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선결제제도란 정해진 결제일 이전에 미리 돈을 갚는 것이다. 이자가 붙는 날이 줄어들므로 돈을 아낄 수 있다. 선결제제도를 이용하는 방법은 카드사마다 다르다. 일반적으로 전업계 카드사의 경우엔 카드사의 ARS나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선결제를 신청한 후 결제 방법을 정하게 된다. 반면 은행계 카드사는 해당 은행에 찾아가 선결제 의사를 밝히고 현장에서 또는 계좌를 통해 결제하면 된다.

리볼빙의 경우엔 언제든 중도상환을 할 수 있다. 미지급액 전부를 돌려줄 정도로 여유가 없다면 상환 비율이라도 높이는 것이 이자를 줄이는 방법이다. 리볼빙 비율은 언제든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

가능하면 한 곳의 카드사를 이용하라

신용카드사의 대출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신용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다. 하지만 현금서비스나 대출을 받는다고 무조건 신용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국신용평가정보의 한 관계자는 “연체를 하지 않으면 현금서비스나 카드론은 거의 신용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성원 신한카드 홍보팀 차장은 카드 대출과 카드사의 회원등급도 일률적으로 규정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해당 카드사의 정책과 입장에 따라 결과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차장은 “현금서비스 이용자는 카드사 입장에서 보면 수익에 보탬이 되는 우수 고객이지만 타 카드사의 눈으로 보면 요주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며 “한 카드사의 서비스만 이용한다면 회원등급이 오히려 좋아질 수 있는 반면 여러 회사의 서비스를 이용하면 반대의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가능하면 한 곳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편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얘기다.

한 회사만 이용한다고 무조건 ‘우수 고객’으로 인정해주는 것은 아니다. 해당 카드사의 기준으로 지나치게 자주, 많이 이용해도 ‘요주의 대상’으로 관리된다는 점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신용에 문제가 있다고 간주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카드 수가 많은 것도 좋지 않다. 정부는 3장 이상의 카드 소지자에 대한 정보를 카드업계가 공유하도록 하고 있다. 카드는 결국 여신이고, 카드가 많다는 것은 여신이 많다는 것이며 이는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종전 기준은 4장이었지만 지난 3월 3장으로 줄여 관리의 끈을 좀 더 동여맸다.

리볼빙, 단서 조항을 체크하라

리볼빙은 결제액의 일부분만 내고 나머지 결제액은 다음으로 미루는 서비스다. 결제액이 부족할 경우 연체를 피할 수 있기 때문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현금서비스도 리볼빙이 된다. 만기 일시 상환으로 현금서비스를 이용하면 부담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리볼빙을 이용하면 적은 돈으로 연체를 면할 수 있다.

리볼빙이 편리한 것은 부정할 수 없더라도 카드사는 그 대가로 미지급 금액에 대해 높은 이자를 부과하기 때문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더욱이 리볼빙 서비스 규정이 카드사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기 때문에 카드사의 정책을 정확히 모른 채 어림짐작으로 이용하면 곤혹스런 경험을 할 수도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리볼빙을 이용할 때 착각하기 쉬운 것은 일부만 결제했어도 다음 달엔 또 다시 한도까지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가령 한도가 100만원인 경우 100만원의 결제액 중 리볼빙 서비스를 이용해 10%인 10만원만 결제하면 다음 달에 또 한도액인 100만원을 추가로 이용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착각이다. 그 다음 달의 사용 한도액인 결제한 금액인 10만원이 전부다. 100만원을 추가로 사용할 수 있다고 보고 지출 계획을 짠다면 낭패를 볼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리볼빙이 되지 않는 결제액도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현대카드의 경우 할부금액에 대해서는 리볼빙을 해주지 않는다. 예를 들어 결제 예정액 100만원 중 20만원이 할부금액이라면 리볼빙은 나머지 80만원에 대해서만 적용된다. 따라서 리볼빙 비율을 10%로 한 경우 연체를 면하기 위해서는 10만원이 아니라 80만원의 10%인 8만원과 할부금액 20만원을 더한 28만원을 결제해야 한다. 카드사마다 리볼빙 서비스의 규정이 다르므로 정확하게 파악해야 뒤탈을 막을 수 있다.

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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