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최고의 화두는 ‘중앙대 개혁’이다. 개혁이라는 단어가 사용된 만큼 긍정적인 시각이 대부분이다. 이는 대학에 적을 둔 교수나 교직원은 변화에 둔감한 ‘철밥통’이라는 곱지 않은 인식과 무관하지 않다. 결국 그런 철밥통을 깬다고 하니 대학가를 넘어 여론은 호의적일 수밖에 없다. 대학은 한번 들어가면 그야말로 천국으로, 신이 내린 직장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상당수다. 중앙대 개혁 시발점은 지난해 6월 두산그룹과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이 새 학교법인과 재단 이사장으로 참여하면서부터다. 두산그룹과 박 이사장의 이력을 놓고 볼 때 중앙대 개혁은 그 진폭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그룹 구조조정과 중앙대 개혁 ‘닮은점 & 다른점’

두산그룹 구조조정 했듯

“이름 빼고 다 바꿔!”

두산그룹은 원래 맥주, 콜라 등 식음료업을 위주로 하던 소비재 그룹이었다. 하지만 강도 높은 체질개선을 통해 단기간에 명실상부한 중공업 그룹으로 자리매김했다. 과감한 변신은 ‘주력업종을 바꾸지 않고서는 더 이상의 발전은 없다’는 맥킨지가 만든 컨설팅 보고서의 권고를 수용해 이뤄졌다.

결과적으로 두산이라는 간판만 놔두고 사실상 모든 것을 바꾸며 아무도 예상치 못한 변신을 이뤄냈다. 그 선봉 역할을 당시 그룹 회장이던 박 이사장이 맡았다. 그는 외환위기 직전인 1990년대 중반 “나에게 걸레면 남에게도 걸레”라는 말과 함께 알짜 기업 매각을 포함해 강력한 구조조정을 총괄 지휘, ‘구조조정 전도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특히 가업인 OB맥주까지 팔아치울 정도로 과감하게 구조조정작업을 진행했다.

재계의 ‘미스터 쓴소리’로 불리기도 하는 박 이사장은 의지가 곧고 강한 추진력에 변화를 중시하는 스타일이다. 좌고우면 하지 않는 거침없는 소신 발언은 트레이드마크다. 그의 이런 성격은 중앙대 이사장으로 취임하자마자 드러났다  그는 이사장 취임 직후 “중앙대 이름만 빼고 모두 바꾸겠다는 각오로 개혁을 하겠다”고 선언, 대학 관계자들을 긴장시켰다.

사실 개혁은 이해관계 당사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는 법이다. 하지만 상아탑의 고질적 철밥통을 깬다는 박 이사장의 소신은 대학가 안팎에서 큰 관심을 모으며 중앙대 개혁 드라이브를 예의주시하게 만들고 있다. 

박 이사장은 전체 교수들을 강원 용평리조트에 불러 모아 몇 가지 공약을 했다. 총장 선거 간선제 전환, 성과주의에 기반을 둔 연봉제 시행, 강력한 학문 단위 구조조정 등이 주요 골자였다. 당시 기업 CEO 출신이 오버한다는 비아냥거림이 무성했다. 교육계 근처도 가보지 않은 그가 기업 논리만 앞세워 상아탑을 장사집단으로 만든다는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대부분 박 이사장의 의도대로 착착 진행되는 분위기다. 현재 학문 단위 구조조정(학과 구조조정) 등을 제외하곤 중앙대 리모델링 작업은 착착 진행되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휘발성이 강한 학과 구조조정이다. 박 이사장은 19개 단과대학, 77개 학과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을 예고한 상태다. 총장 간선제나 연봉제 도입과 달리 학과 구조조정은 교수는 물론 재학생, 졸업생 등의 모든 이해관계가 맞물려 쉽게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하지만 중앙대 측은 학과 구조조정을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하남캠퍼스 조성을 준비하기 위해 학과 구조조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캠퍼스와 하남캠퍼스에 각각 자리 잡을 단과대학이 정해져야 하남캠퍼스의 밑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상당한 저항과 후유증이 예상되는 프로젝트다. 이런 가운데 중앙대 개혁 과정은 흡사 가업까지 버렸던 두산그룹의 기업 구조조정을 연상케 한다. 구조조정 전도사로 유명세를 날렸던 박 이사장이 대학에서도 전공을 되살려 개혁 프로그램을 과감히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대 개혁 핵심 ‘학과 구조조정’ 플랜

미래 필요한 학문수요 맞춰 ‘새판’

다른 대학들 성공여부 예의 주시

중앙대를 대학가 개혁의 아이콘으로 만든 이는 다름 아닌 박용성 이사장(두산중공업 회장)이다. 기업 CEO 출신답게 박 이사장은 기업식 마인드로, 상아탑의 한계를 질책하며 개혁을 외치고 있다. 사실 기업에선 최고경영자가 지시를 내리면 아래 직원들은 따라야 하는 구조다. 돌격하라면 돌격해야 하는 것이 기업의 일반적 문화다. 대학은 다르다. 다양성과 가능성을 존중하는 곳이다. 하지만 박 이사장은 기업 논리를 강요하며 학교 논리를 압도하고 있다. 이는 개혁이라는 프로젝트로 외부에선 인정받고 있는 분위기다. 문제는 내부다. 처음과 달리 두산과 박 이사장의 개혁에 대한 저항도 감지된다. 개혁의 후유증일 수도 있지만 본질적으로 ‘중앙대가 두산그룹의 계열사냐’는 불만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박 이사장의 중앙대 개혁 프로그램과 이에 따라 제기되는 다양한 반응들을 알아봤다.  

성강현 기자
neat@chosun.com

서울 흑석동 중앙대 캠퍼스는 공사 중이다. 학교법인이 가난한 재단에서 재벌그룹 재단으로 바뀐 이후 겉으로 드러나는 변화상의 한 단면이다. 중앙대는 열악한 교육환경과 편의시설 개선을 위해 약대 강의실, 연구·개발(R&D)센터, 기숙사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짓고 있다. 1959년 지어진 중앙도서관은 얼마 전, 총 150억원을 들여 8개월간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다시 문을 열었다. 원래는 2018년 개교 100주년을 기념해 재건할 계획이었으나 새 재단이 학생들의 거센 불만과 요구를 받아들여 리모델링에 들어간 것이다. 물론 첨단건물이 올려지는 것이 중앙대 변화의 전부가 아니다. 내부적으로 엄청난, 대학가에선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척척 실행되고 있다. 총연출자는 박 이사장이다.

그의 동생 박용만 (주)두산 회장이 9월8일, 두산그룹의 중앙대 서울캠퍼스 채용설명회에 직접 나서서 회사를 홍보했다. 이 행사의 사회자는 “(박 회장은) 매년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한양대 등 다섯 대학에서 채용설명회를 여는데 이번에 성균관대가 빠지고 우리 중앙대에서 하게 됐다”며 들뜬 목소리였다. 설명회에 가득 참석한 학생들의 우레 같은 환호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박 회장은 전날 서울대 설명회에서 두산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무엇이냐고 물었는데 예전에는 두산베어스 야구단, 처음처럼 소주 등이 단골 답안이었지만 이번에는 중앙대가 제일 많이 나왔다고 했다. 두산과 중앙대가 한식구라는 의미로 다가왔다. 하지만 기업 설명의 본론에 들어가선 오직 두산 얘기만 했다. 특히 지난날 가업을 버리면서까지 미래를 준비한 선제적 구조조정을 화제로 삼으며 두산이라는 기업을 자랑했다.

외부 컨설팅 기관에 의뢰, 세부안 마련 중

그러나 두산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학내의 불안감 조성에 한몫을 하고 있어 아이러니하다. 두산이 재단인 학교의 결정에 따라 자신의 학과가 없어지거나 하남캠퍼스로 옮겨갈 수 있는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학교의 안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문제는 ‘어디가 남고 어디가 떠난다’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겉으론 아직 평온해 보이나 조만간 학교 측이 학과 구조조정에 대한 기준을 공개하면 학내에 큰 소용돌이가 칠 전망이다. 그래도 박 이사장은 결정된 안에 대해선 양보나 타협 없이 꿈쩍하지 않을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이미 자신의 확고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냈기 때문이다.

박 이사장은 지난 6월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중앙대의 19개 단과대학, 77개 학과를 싹 잊어버리고 백지 위에 완전히 새로 그릴 생각이다”고 폭탄선언을 했다. 미래에 필요한 학문수요에 맞춰 전면적인 학과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다. 모두 다 1등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의 원칙을 정해 투자 순위를 정할 방침이라는 것. 중앙대는 우리나라에서 단과대학과 대학원, 학과가 가장 많은 대학 중 하나다. 박 이사장은  “전쟁 한 번 치러야 할 거다”며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스스로도 “국내 대학 역사상 가장 큰 실험이 될 것”이라고 인정하듯, 격렬한 저항과 후유증이 예상된다. 학교 측은 외부 컨설팅 기관에 학과 구조조정 안을 맡겼다. 또한 단과대학별로 대표성을 띤 교수들에게도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학과 구조조정안을 기획하도록 했다.

현재 대학가에선 중앙대의 학과 구조조정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중앙대 방안을 자신들 학교에 적용할 명분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 중앙대가 도입한 연봉제를 타 대학교에서 벤치마킹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태성 중앙대 홍보팀장은 “엄밀히 말해 다른 학교는 호봉에 기반을 둔 무늬만 연봉제에 불과하다”며 “우리 학교만이 진정한 연봉제가 실시되고 있다”고 밝혔다. 

중앙대는 호봉제를 폐지하고 능력 여부에 따라 더 주고 덜 주는 연봉제를 전면적으로 도입한 첫 대학이다. 열심히 연구하고 가르치는 대학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자는 취지에서다. 매년 자동으로 올라가는 호봉을 없애고, 제로베이스에서 업적과 실력을 평가한다. 올 하반기에 교수 전원의 연구·교육·봉사 성과를 평가해 이듬해 연봉에 반영할 계획이다. 등급은 S(상위 5%), A(20%), B(65%), C(10%) 네 개다. C등급을 받으면 임금이 동결된다. S, A, B 등급만 연봉이 차등 인상된다. S와 A등급에게는 더 많은 인센티브를 주는 시스템이다. 같은 급 교수라도 연봉이 최대 5000만원까지 차이가 날 전망이다.

하지만 교수들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연봉제 도입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았지만 그 과정이 못마땅하다는 것이다. 특히 교수들의 연봉제 찬성을 이끌어내면서 제시한 학교발전계획안, 일종의 백서 같은 것을 발간한다고 해놓고선 수개월이 지났으나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라는 얘기다. 또한 연봉제 도입에 찬성해야 급여 인상이 가능하다며 회유했다는 것이다. 중앙대는 비슷한 레벨의 학교 교원에 비해 월급봉투가 상대적으로 얇았다고 한다. 결국 두 해에 걸쳐 급여를 인상해 경쟁 학교와 맞춰준다는 말 덕분에 연봉제 도입이 일사천리로 끝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김 팀장은 “학교발전계획안이 뭔지 모르겠지만 지난해 최종 완성된 ‘CAU 2018+’과 혼동하는 것 같다”면서 “연봉제 도입 후 학내에선 전체적으로 뭔가 하려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박 이사장은 대학 발전의 선결과제로 총장 직선제 폐지를 꼽았다. 다음을 기약하려면 인기에 연연할 수밖에 없는 직선 총장이 4년 안에 무슨 수로 개혁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는 총장 직선제가 선거를 통해 교수들 간의 반목과 대립을 낳는 등 후유증이 상당하다는 인식이다. 이에 대해 교수들은 총장 직선제가 반드시 좋다는 것은 아니지만 자기 말 잘 듣고 실행하는 사람을 총장에 앉히려는 의도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대학과 기업은 다른데…” 냉소적 시각도

중앙대 개혁에 학과 구조조정, 연봉제 도입, 총장 직선제 폐지 등 굵직한 프로젝트만 있지는 않다. 박 이사장은 학생들에게도 변화를 주문한다. 올해 신입생부터 기초회계학을 교양필수과목으로 정했다. 전공과 관계없이 졸업생들이 다양한 분야로 취직하는 현실에서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 등 기본적인 회계정보를 읽을 능력을 갖추기 위한 취지에서다. 또한 등록금 인상 반대 투쟁이 아닌 장학금 투쟁을 벌이라고 주장한다. 릴레이 장학금도 도입했다. 이는 장학금 수혜자인 학생이 졸업 후 사회에 나가 자신이 받은 장학금만큼 되갚아 이를 다시 후배가 받게 하는 것이다. 장학금을 되갚아야 한다는 점에서 학자금 대출이라는 지적이 나오지만 학자금 대출과 달리 장학금은 이자가 없어 부담이 적다. 김 팀장은 “학생과 학교, 선배와 후배 간의 연대감을 돈독히 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중앙대 개혁은 학교 측의 밀어붙이기식 개혁이 아니라 상호간의 소통을 전제로 하고 있다”며 “(박 이사장은) 안정적인 재정 자립을 바탕으로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두고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산재단 시대’에 환영 일색이던 학내 분위기는 처음과 달리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총학생회 관계자는 “(박 이사장이) 학교의 주인은 법인이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이는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대학은 법인·교(직)원·학생 등 모든 구성원의 것”이라고 분명히 못 박았다. 교수들도 마찬가지 반응이다. 재벌그룹 오너 출신이다 보니 중앙대를 계열사, 교수를 계열사 직원으로 보는 것 같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한 교수는 “대학 개혁 자체를 거부하는 게 아니다”며 “바꿀 것은 바꿔야 한다. 하지만 기업과 대학은 태생부터 엄연히 다르다. 그런데 대학을 기업처럼 운용하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학과 구조조정이 박 이사장식 중앙대 개혁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봤다. 이를 기업식으로 무조건 밀어붙인다면 엄청난 대가와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tip  중앙대 의대 수시모집 최고 경쟁률 “두산 효과?”

9월14일 2010년 대입 수시2학기 모집 원서 마감 결과 중앙대 의과대학이 가장 높은 경쟁률을 나타냈다. 중앙대와 일정이 같은 학교는 서울대·연세대·고려대·한양대·성균관대였다. 모집 결과 중앙대 의과대학이 13명(논술우수자전형) 모집에 2714명이 지원해 208.8대 1로 최고 지원율을 보였다.

중앙대 의대는 지난해에도 18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두산과 무관했던 재작년에는 수시 1차 60대 1, 수시 2차 50대 1로 저조했다. 중앙대 의대 관계자는 “의대는 어느 대학이든 지원율이 높다”면서도 “정확한 원인은 모르겠지만 두산의 인수 효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실제 중앙대 학교법인이 된 두산은 의대 발전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중앙대 병원(흑석동)은 내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특성화센터와 건강증진센터, 320여 개 병상이 들어설 별관을 착공하는 등 두산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대학 홍보팀에선 “수시 경쟁률도 중요하지만 비슷한 레벨의 학교가 대거 몰린 정시모집에서 정확한 승부가 판가름 난다”고 밝혔다. 아직은 모른다는 얘기다. 하지만 작년 입시에서 중앙대는 사상 최대의 지원자가 몰렸고, 합격선이 5~6점 가까이 상승, 특목고 출신이 대거 지원하는 등 큰 성과를 낳았다. 그래서 올해가 더욱 기대된다는 것이 학교 측의 입장이다.

성강현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