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의 개장으로 청계천광장, 서울광장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광장 축이 완성됐다. 광장은 태생적으로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힘이 있다. 사람이 모이면 활력이 넘치고 거기서 경제가 살아난다. 이번 3대 광장벨트의 완성으로 주말이면 썰렁했던 서울 도심의 경제가 불붙기 시작했다. 특히 강남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강북 경제도 비로소 꿈틀대고 있다. ‘광화문광장의 경제학’을 취재했다.

폭 34m, 길이 550m로 축구장 3개 크기만 한 ‘광화문광장’의 개장 후 이틀간 방문객 수는 40만 명을 기록했다. 청계천광장 개장 후 이틀간 방문객 121만여 명에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지만, 광화문이 청계천의 10분의 1 규모임을 감안하면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은 더 큰 셈이다. 광화문광장은 개장 1주일 만에 100만 명을 끌어들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광화문광장이 8월1일 개장 당시 절반만 공개된 것”이라며 “세종대왕 동상이 안치되는 10월9일(한글날)이면 보여줄 전체 모습 중 4분의 3까지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관련 기사 88쪽 참조) 서울시는 이순신 장군 동상을 지나 경복궁 쪽으로 약 250m 올라간 광화문광장 중심부에 세종대왕 동상을 안치할 예정이다. 세종대왕 동상 기단 아래에 한글의 체계와 창제과정을 담은 ‘세종 이야기(가칭)’를 시민과 관광객들이 관람할 수 있도록 마련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동상 기단부 지하공간에는 세종대왕의 일대기와 한글의 창제원리를 통한 과학기술의 우수성을 감상할 수 있는 영상 벽면이 조성되며, 동상 전면부에는 세종대왕의 주요 발명품인 해시계, 물시계, 측우기 등을 전시하고. 후면부에는 북방6진 개척을 의미하는 6개의 열주가 배치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세종대왕 동상 안치 이후 방문객들이 좀 더 늘어날 것”이라며 “그러나 서울 도심으로의 사람 유인은 단지 광화문광장만이 아닌 청계천광장, 서울광장에 이르는 역사문화축이 서로 시너지를 발휘하면서 지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시는 오 시장 취임 초 청계천을 동-서축으로 하고, 그 위에 4개의 남-북축을 얹어 서울 도심 전체를 활성화한다는 ‘도심 재창조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그 첫 번째가 남-북축으로 바로 ‘경복궁겚ㅘ??세종로-북창동-남대문시장-서울역-남산’에 이르는 역사문화축이고, 두 번째는 ‘북촌겴貫永퓖삼청동-관철동-청계천-명동’을 잇는 관광문화축, 세 번째는 ‘창경궁-종묘-세운상가-퇴계로-남산’의 녹지문화축, 네 번째는 ‘대학로-흥인지문-동대문운동장-장충단길-남산’으로 이어지는 디자인플라자&파크를 중심으로 패션겣弔愍?산업의 메카로 육성되는 복합문화축이다.(그림1)

이중 광화문광장 개장으로 숭례문 광장만 남은 역사문화 축은 600년 고도의 숨결이 느껴지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가 상징가로 조성한다는 게 서울시의 전략이다. 예컨대 광화문광장을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 워싱턴의 내셔널몰, 중국의 천안문광장처럼 국가 전체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상징적인 광장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이번 광화문광장의 개장은 서울 도심의 경제를 살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주말이면 문을 걸어 잠갔던 도심지 상가들이 새로운 수입을 맛보기 위해 문을 열고 있기 때문이다. 가뭄(불황기)에 단비(주말소비)를 만난 셈이다.

광화문광장을 찾는 시민들은 시간 및 비용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그야말로 경제적인 가족나들이를 할 수 있게 돼 그동안 늘 중압감을 받아왔던 서민경제에 부담을 줄여주는 계기도 되고 있다.

또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자가용이 아닌 대중교통을 이용함으로써 에너지 절감 및 대기오염 개선이라는 부수적인 효과도 얻고 있다.

서울시가 광화문광장을 비롯한 도심 재창조 프로젝트에 불을 댕긴 것은 도심지 활성화로 강북 경제를 살려보겠다는 오 시장의 강력한 의지 때문이다. 오 시장은 그동안 강북 경제 활성화를 위해 뉴타운 건설 등 많은 아이디어를 내왔다. 강남북간 균형 발전은 자연스럽게 강남의 집값 하락을 유도할 것이라는 기대도 내심 있어왔다.

문제는 광화문광장을 비롯한 도심 재창조 프로젝트가 당초 취지처럼 얼마나 지속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 김형철 연세대 철학과 교수는 “광화문광장은 철저한 놀이공간이자 휴식공간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다양한 문화 콘텐츠가 광장에서 지속 생산되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tip  광화문광장의 비하인드 스토리

광화문광장에 세종대왕 동상을 건립하기까지 많은 논란이 있었다. 이를 조율하기 위한 두 번의 여론 조사 끝에 62.8%의 시민 찬성으로 세종대왕 동상이 세워지게 됐다. 자칫 무미건조해 보일 수 있는 세종대왕 동상에 역사를 불어넣는 것도 큰 과제였다. 많은 논의를 거쳐 작년 8월부터 통행이 금지되었던 세종문화회관 앞 지하보도에 세종대왕을 기념하는 전시관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확정, ‘세종 이야기’라는 콘셉트를 구상하게 됐다.

그런데 거기서 또 문제가 발생했다. 세종대왕 동상에서 지하의 전시관으로 접근하는 방법이었다. 처음에는 광장에서 지하까지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하자는 방안이 나왔지만, 현재 ‘무장애 지역’으로 디자인하고 있는 광화문광장에 계단과 경사로가 어울리지 않았다. 남은 방법은 엘리베이터뿐. 하지만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려면 드나드는 출입구가 있어야 하는데, 이 경우 4m 가까이 되는 엘리베이터 출입구가 불쑥 튀어나오게 돼 이것 또한 좋은 방법은 아니었다.

그러던 중 세종대왕 동상을 설계하고 있던 김영원 홍익대 교수가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동상 후면부에 입구를 만들고 기단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세종대왕 동상과 지하의 전시관을 연결하는 설계안을 마련한 것.

이렇게 해서 광화문광장은 한글 창제 스토리를 품은 이야기가 있는 광장으로 거듭나게 됐다.

한편 광화문광장 조성 전 세종로 중앙분리대에 식재됐던 은행나무 29주는 문화관광부 위 시민열린마당 앞 보도에 15주, 정부중앙청사 앞 1보도에 4주씩 각각 옮겨졌다. 이들 나무는 일본 강점기 때인 1910년부터 조선시대 육조 중심축을 훼손하기 위해 심어진 것이다.

 르포 | 광화문광장과 도심경기

“사람 모이는 곳에 돈이 흐른다”

 주말인파 ‘북적’  상가경기 ‘들썩’

주말이면 썰렁했던 서울 도심지가 살아나고 있다. 광화문광장 개장으로 청계천광장, 서울광장에 이르는 ‘관광코스’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가벼운 나들이를 하는 가족들이 늘어나고 있다. 광화문광장이 가족 소통의 장이 돼가고 있는 것이다. 불황으로 울상지었던 도심지 상가들은 새로운 수입이 발생해 모처럼 얼굴에 화색이 돌고 있다. 이들에겐 광화문광장이 불황기 구세주인 셈이다. 8월15일 한 가족의 주말나들이와 광화문 주변 상가 등을 통해 광화문광장의 주말 풍경을 알아봤다.  성강현 기자 neat@chosun.com

장면1

돈·시간 많이 드는 교외 대신 돈 덜 드는 광화문광장 ‘최고’


네티즌 관광코스 추천 봇물 …

“더 이상 볼 게 없다” 일부 불만 제기도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사는 회사원 이인성씨(37)는 아내, 5살 난 아들과 함께 광화문광장을 찾았다. 그가 출발 전 세운 관광코스는 ‘광화문광장-교보문고-청계천광장-서울광장-덕수궁’이다. 그가 가족과 함께 서울 도심지로 나들이 온 것은 거의 처음이다. 직장이 경기도 안산에 위치해 특별한 스케줄이 없는 한 도심으로 나오는 경우가 거의 없었던 것. 최근 화제가 된 광화문광장이 그와 가족을 도심 한복판으로 불러낸 것이다. 

이날 오전 12시쯤 지하철 5호선을 이용해 광화문역에 도착해 개찰구를 빠져나온 그의 가족은 해치마당으로 향했다. 예상대로 그의 아들은 이순신 동상을 중심으로 시원하게 뿜어대는 12?3분수대로 뛰어들었다. 300여 개의 노즐로 이뤄진 이 분수는 명량해전 시의 배 12척과 이순신 장군의 23전승 불패신화를 기려 명명된 서울시의 스토리텔링 콘텐츠다. 하지만 어린이들의 물놀이를 지키고 서 있는 어른들은 뜨거운 햇볕을 피할 장소가 별로 없어 못마땅한 눈치였다.

더위도 피하고 간단한 요기를 할 요량으로 세종문화회관 옆에 있는 한 패스트푸드점으로 발길을 돌렸다. 하지만 길게 늘어선 줄 때문에 주문하는 데만 30분이 넘게 걸렸다. 에어컨 바람을 쐬고 싶었지만 앉을 자리가 마땅치 않아 음식을 들고 세종문화회관 뒤편에 마련된 작은 공원으로 갔다. 여기도 사람들이 차 있기는 마찬가지. 다행히 그늘진 곳을 찾은 세 사람은 잠시 쉬었다가 교보문고로 이동했다.

오후 3시, 서점 내부는 북적이는 인파들로 넘쳐났다. 그는 한마디 내뱉었다. “에어컨 바람을 쐬려고 죄다 이곳(교보)으로 모였군.” 아이에게 필요한 책들을 몇 권 구입한 그는 청계천으로 향했다. 그곳 역시 인산인해. 하지만 인공폭포와 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마치 숲속 계곡을 찾은 듯 한 기분에 그의 마음은 조금 나아졌다. 가족과 함께 청계천에 발을 담그고 쉬다가 다시 서울광장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중간에 한 테이크아웃 커피 전문점에서 과일주스를 샀다.

서울광장에 도착한 그는 미리 준비한 돗자리를 잔디에 깔았다. 눕자마자 스르르 눈을 감는다. 도심 한복판에서의 낮잠은 달콤해 보였다. 그는 마지막 행선지인 덕수궁으로 건너갔다. 덕수궁 입구에 위치한 빵집에서 먹을거리를 구입했다.

오후 6시. 그는 덕수궁 벤치에 앉아 잠시 쉬다 바깥으로 나와 이문세의 노래 <광화문 연가> 가사에 나오는 정동길(덕수궁 돌담길)을 걸었다.

정동길 돌담을 따라 들어가 미국대사관저를 거쳐 다시 광화문사거리로 나온 그와 가족들은 집으로 향하고자 지하철역으로 내려갔다. 이날 그가 쓴 비용은 지하철 교통비를 포함해 5만원이 넘지 않았다. 도심 근교로라도 떠나려면 유류비에다 식대 등을 포함 20만원이 훌쩍 넘게 든다. 여기에 비하면 값싼 나들이를 한 셈이다.

인터넷에는 벌써부터 이씨 가족처럼 광화문광장을 다녀온 네티즌들이 저마다 ‘서울 도심의 재발견’이라는 ‘황금코스’들을 사진과 함께 올리면서 그동안 굳건히 자리를 지켜온 맛집소개들을 밀어내고 있다. ‘광화문광장-정동길-서울광장-덕수궁’(ID: 어부), ‘서울광장-청계천-교보문고-광화문광장-경희궁’(ID: 낙산) ‘덕수궁-광화문광장-아시아프’(ID: 하신이) 등.

그러나 광장이라는 하드웨어에 비해 이를 활용할 소프트웨어가 부족해 “한번 가면 더 이상 볼 게 없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높은 게 사실이다. 

장면2

주말 나들이 인파 쏟아져 인근 상가 ‘즐거운 비명’

광장 부근 상가 매출 3~4배 가량 증가…

멀리 벗어나거나 비싸면 ‘썰렁’ 대조

광화문광장 개방 당일인 8월1일(토)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의 수송인원은 전주 토요일(7월25일, 4만2692명)에 비해 무려 238%가 증가한 10만1490명을 기록했다. 광화문광장 개방 후 보름이 지난 8월15일(토)엔 6만5019명으로 줄긴 했지만 예년보다 50% 늘어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광화문광장 주변 편의점들의 매출이 눈에 띄게 늘면서 불황기에 모처럼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편의점 훼미리마트에 따르면 광화문광장 주변 점포 5곳의 8월 주말 매출이 전월 동기 대비 첫째 주(1~2일) 171.1%, 둘째 주(8~9일) 139.9%의 증가를 보였다. 특히 커피, 빙과류, 생수, 삼각김밥, 탄산음료, 김밥, 껌, 샌드위치, 맥주 등은 모두 세 자릿수 증가율을 나타냈다. 광화문 지역담당 임창교 서북영업팀 SV는 “첫째 주는 오픈에 맞춰 준공식, 음악회 등 다양한 이벤트가 있어 가족단위 나들이객이 많이 몰려 생수, 커피, 탄산음료 등과 함께 삼각김밥, 김밥, 샌드위치 등 나들이용 먹을거리 수요가 폭발적이었다”며 “앞으로 매주 주말이 정신없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개찰구 맞은편에 위치한 세븐일레븐은 8월 주말 매출이 전월 대비 185%가 늘어났다. 델리만쥬, 빙과류, 음료수 모두 세 자릿수의 증가율을 보였다. KFC의 주말매출은 400% 이상 늘었다.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의 매출도 올랐다. 홍보담당 박한조씨는 “광화문점 매출이 전월 대비 60% 이상 상승했다”며 “광화문광장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분수대를 만끽할 수 있는 전망을 가진 광화문점은 주말에 가족, 연인 고객들 비중이 높다”고 했다.

아이스크림 전문점 배스킨라빈스와 도넛 전문점 던킨도너츠의 주말 매출도 전월 주말 매출 대비 평균 각 187%, 290%가 올랐다.

이쯤 되자 점포 계약 갱신을 앞둔 상가 점주들은 “매출이 늘어나 좋기는 하지만 점포 주인이 월세를 올려달라고 할까봐 걱정이다”고 고개를 저었다.

이처럼 광화문광장의 덕을 톡톡히 보는 세종문화회관 주변 상가들과 달리 광장 중심에서  반경 100m를 벗어나 있는 상가들은 예전과 달라진 게 특별히 없다는 반응이다.

교보문고 뒤편 재개발지역을 지나야 닿을 수 있는 르메이에르빌딩 내 음식점들은 별 이득을 보지 못하고 있다. 르메이에르빌딩의 한 음식점 사장은 “광장 개장 첫 주말 내내 문을 열었지만 플러스알파는커녕 전기세만 더 나와 그 다음 주부터는 예전처럼 문을 닫았다”고 울상을 지었다.

그렇다고 무조건 광화문광장과 가까운 상점들이 모두 수지맞은 것은 아니다. 값비싼 곳은 외면하기 때문이다. 불황기 소비자들이 ‘현명한 소비를 한다’는 말이 실감나는 대목이다. 광화문광장 인접 건물의 1층과 지하 1층에 각각 입점한 카페와 뷔페식당은 극과 극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카페는 전월 대비 주말 매출 증가율이 4배에 이르는 반면 아래층의 뷔페식당은 거의 변동이 없는 상황이다. 뷔페 가격이 성인 기준 1인에 2만원에 가깝다보니 찾는 이들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서울 관광을 위해 운행 중인 순환형 관광버스 서울시티투어버스의 매출은 광화문광장 개장이후 8월15일까지 20% 정도 매출이 올랐다. 앞으로도 이 같은 매출 증가세가 지속될 수 있을까. 김철호 서울시티투어버스 소장은 “전통적으로 이 기간에는 여름방학이라는 특수가 있어 손님들이 늘기 때문에 광화문광장 덕분으로만 연결 짓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교보문고, 경복궁, 서울역사박물관 등의 관계자들도 이구동성으로 김 소장처럼 말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들은 광화문광장이라는 하드웨어에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덧씌워 볼거리를 끊임없이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광화문 인근의 점포 주인은 “사실 (광화문광장을) 1~2시간 둘러보면 그 다음엔 특별하게 구경할 게 없다”며 “(광장을 활용한) 프로그램을 좀 더 완벽하게 갖춘 후 개장했으면 좋았을 법했다”고 꼬집었다.

오세훈 서울시장 인터뷰

“하드웨어(광장)만 보지 말고

  소프트웨어(콘텐츠)를 보세요”

오세훈(49) 서울시장의 공약사항들이 하나둘씩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 ‘한강르네상스’에 이은 ‘도심 재창조 프로젝트’가 구체적인 모양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 시장은 이 같은 하드웨어들을 자신의 이미지에 결부시키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싫어하는 쪽에 가깝다. ‘시민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라는 것을 오 시장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까닭이다. 광화문광장이라는 하드웨어에 담긴 오 시장의 소프트웨어를 알아봤다.

이창희 기자 twin92@chosun.com

오세훈 서울시장이 최근 다산콜센터 신규상담원들에게 교육 도중 큰절을 한 것이 화제가 됐다. 오 시장은 상담원들이 시민들에 대한 통화 도중 울화가 치밀 때마다 ‘성심성의껏 고객감동을 지향해주길 간절히 바라는’ 자신의 큰절을 생각해 달라는 뜻이라고 했다. 오 시장이 이런 주문을 한 것은 ‘소프트웨어(고객 마인드)가 좋아야 하드웨어(시정)가 빛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오 시장은 민선 4기 출범 후 ‘시민고객’이라는 말을 강조하고 나섰다. 즉,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시민은 ‘세금을 선불로 낸 고객’인 만큼 모든 시정은 ‘고객 마인드’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 시장은 이번 광화문광장을 조성하면서 하드웨어보다 이를 꽃피울 수 있는 소프트웨어에 더 큰 관심을 기울였다. 일례로 단순히 사람들이 모이는 광장으로서의 기능보다 광장을 통해 우리나라의 역사 및 문화를 세계에 각인시키는 랜드마크 쪽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래야 단순한 것에 금세 식상해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마음도 지속적으로 사로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8월20일 오 시장을 서울시 본청 시장실에서 만났다.  

광화문광장의 의의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광화문광장의 의의는 한마디로 말해서 역사적 정체성을 되찾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제가 취임 전에 공약단계에서 도심 재창조 프로젝트를 발표했습니다. 4대축을 임기 중에 다 시동을 걸거나 완성하겠다는 것이었죠. 여기엔 우리의 역사적 정체성을 찾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것과, 도심에 사람을 끌어 모으겠다는 전략이 있었던 겁니다. 이에 강남보다 낙후돼 있는 강북을 살리기 위해 스페이스 마케팅 방법을 구사했습니다. 그 중에서 제1축 사업만큼은 역사적 정체성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거였어요.

하지만 광화문광장 사업은 아직 절반의 완성입니다. 절반을 보고 많은 분들이 방문하고 평가하고 계시는데, 사실 10월9일(한글날)이 되어야 4분의 3 정도가 완성됩니다. 스토리텔링을 담고 있는 세종대왕 동상이 아직 안치가 안 돼 있기 때문에 뭔가 모호함을 느끼실 겁니다.

서울시는 2006년 도심 활성화를 위한 도심 재창조 프로젝트로 도심의 주요거점과 명소를 중심으로 연계되는 4대축을 설정했다. 이 모두 남산이 종착지이자 출발지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관련기사 80쪽 참조)

벤치마킹한 해외 광장들은 어디입니까.

프랑스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 미국 워싱턴의 내셔널몰, 영국 런던의 트라팔가 광장, 체코 프라하의 바츨라프 광장 등 한 나라를 대표하는 광장들이 가진 매력적인 요소들을 꼼꼼히 점검했습니다. 이들 광장은 하나의 큰 공통점을 갖고 있었는데, 바로 각 나라의 역사와 문화, 예술을 느낄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광화문광장 역시 역사와 문화, 예술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콘셉트를 잡았고, 동시에 다른 도시가 부러워하는 600년 역사에서 비롯된 풍부한 문화자본을 바탕으로 세계의 광장들과 차별되는 광화문광장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광화문광장을 완성하기까지 가장 힘들었던 점은?

아시다시피 서울시의 교통정책은 계속해서 차량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기능과 효용 중심에서 문화와 예술 역사 중심으로 바뀌어 가는 이른바 ‘소프트 시티’를 지향하는 것이에요. 이의 가장 상징적인 사업이 광화문광장 조성사업인 거죠. 때문에 여기에 조금이라도 저항이 생긴다면, 장애가 발생하기 때문에 상당히 긴장했었죠. 그렇다고 (이 사업이) 어느 날 갑자기 나온 아이디어나 공약이 아니라 서울시가 15~20년 전에 구상했던 겁니다. 역대 시장들이 과감하게 손을 대지 못해 미뤄졌던 것인데, 그것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왜 고민이 없었겠습니까?

또 한 가지는 세종대왕 동상이 지금은 광화문광장의 대표 내용물이 됐지만, 설계 단계 때까지만 하더라도 시청 내에서 조차 광장 중심에 안치되는 것에 대해 자신 없어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결국 시장이 결단해 (세종대왕 동상을) 안치하게 된 겁니다.

이런 구상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했을 때 뭐라고 하시던가요.

이 프로젝트는 이미 제가 공약했던 것입니다. 착공하기 한 달 전인 작년 4월 (이 대통령에게) 보고를 드렸죠. 하지만 이미 다 알고 계셨어요. 전임 시장님들이 모두 ‘카드’로 만지작거리다가 포기한 사업이었거든요. 보고를 했더니 대통령께서 “정말 큰 결심했다. 기왕 결심을 했으면 국민들이 모두 즐거워하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광화문광장의 주요 장소는 직접 이름까지 지을 정도로 애착이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2011년 11월, 광화문이 완성되면 외신기자들이 보도하는 장소가 정형화 될 겁니다. 광화문광장의 플라워카펫과 세종대왕 동상, 뒤편에 광화문이 보이고 그 뒤의 북악산 배경이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공간이 될 거예요.

그래서 이름이 굉장히 중요해요. 제가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 있는 분수의 이름을 ‘12·23’이라고 명명했습니다. 제가 직접 난중일기를 비롯해 관련문헌을 밤새도록 찾아서 붙인 겁니다. 예컨대 해외 리포터들이 “지금까지 광화문광장의 ‘12·23’분수 앞이었습니다”라는 멘트를 하면 왜 ‘12·23’인지 자연스럽게 몇 줄의 설명이 들어가게 됩니다. 이순신 장군이 12척의 배로 23전23승 한 스토리가 나오겠죠. 스토리텔링은 네이밍과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름 짓기에 신경을 쓰는 것이죠.

최근 브랜드 네이밍을 할 때 기업들은 언론학자들에게 자문을 구하곤 한다. 의미가 좋더라도 발음이 어려우면 회자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언론학자들에게 자문을 구하긴 했지만 ‘12·23’분수를 ‘충무공’분수 등 너무 평범한 것들을 아이디어로 제안해실망스러울 때가 있었다”고 귀띔했다.

 

대로에 인접한 만큼 안전장치에 대한 지적이 많습니다. 어떻게 보완해 나갈 계획입니까?

광화문광장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안전관리에 대해 지시하고 검토하면서 빈틈없이 처리하려고 최선의 노력을 다했는데, 막상 개장해보니 몇 가지 보완해야 할 점들이 나타나 지금 즉각적으로 조치를 취해가고 있습니다. 먼저 기존에 30명이었던 안전요원을 100명으로 대폭 확대 배치해 ‘역사물길’ 수로와 차도 사이의 안전사고 등을 방지하도록 했습니다. 또 차도와 광장을 분리하는 방안으로 당장 안전펜스를 설치해야 한다는 얘기도 있었는데, 사실 안전펜스가 있으면 심리적으로 운전자들이 과속할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우선 임시 안전조치로, 직사각형 모양의 화강암 670개로 광장 3면에 울타리를 쳐서 차량이 광장 안으로 진입하지 못하도록 해놨고, 9월까지는 여기서 한 단계 개선된 대책으로 안전성은 기본이고, 시민 편의, 미관, 운전자 안전까지 고려한 화분형 석재안전방호 울타리를 설치할 생각입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차량들이 저속으로 운행할 수 있는 교통여건을 만드는 것만큼 좋은 해결책이 없다고 봅니다.

일각에서 광화문광장 사용허가 기준이 엄격해 집회·시위가 사실상 불가능해졌고, 이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광화문광장은 우리의 역사성, 정체성, 자부심 등 이런 것을 디자인하려고 노력했어요. 아마 이점에 대한 평가는 6개월~1년 동안 공감대가 형성되는 과정을 거쳐서 정착되리라고 봅니다.

시위나 집회에 관해서는 집시법에 의해 이 공간은 절대시위금지구역입니다. 집시법 11조를 보면 절대시위금지구역으로 되어 있어요. 외국 공관이나 시설물 반경 100m 안에는 시위가 금지돼요. 아시다시피 인근에 미국대사관 등 서너 군데가 있어요. 광화문광장의 전체가 이 구역에 해당될 것입니다.

성급한 질문일는지 모르지만 광화문광장의 개발에 따른 인근 지역의 개발 이익에 대한 환수 얘기도 나올법한데요.

광화문광장 개장으로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주말마다 공동화 현상을 나타내던 이 일대가 새롭게 활기를 되찾고 있는 것은 도심 재창조 프로젝트의 목적이 제대로 달성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인 현상으로 평가됩니다. 그러나 앞으로 광화문광장이 확실한 정체성을 찾고, 또 나머지 도심 재창조 프로젝트 사업들이 진전되어 가다보면, 그 효과는 단순히 일정 지역이나 도심으로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서울 전역에 영향력을 미치게 될 거라고 봅니다. 그러므로 지금 당장 이 지역에 대한 어떠한 조치를 생각하기보다는 도심 재창조 프로젝트를 통해 도심 전역이 겪게 될 변화와 또 광화문광장이 갖춰나갈 역사적, 문화적 정체성을 고려해 가면서 도시 계획을 세우고, 그에 따라 이익 환수라든지 하는 다양한 조치를 결정해 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봅니다.

‘오세훈식 하드웨어가 없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광화문광장은 곧 시장님의 대표적인 하드웨어가 될 수 있음에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 특별한 이유는 뭡니까.

제가 인터뷰하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바로 “당신의 청계천은 무엇이냐”는 것이에요. 사실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어떤 의도로 그런 질문을 하고, 어떤 대답을 원하는지 알면서도 이에 대한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이번에 개장한 ‘광화문광장’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시민들이 하드웨어 프로젝트의 경우 완공된 모습을 보고, 직접 그 공간을 즐기다보면 제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 의미가 고스란히 전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시는 도심 재창조 프로젝트와 관련, 지하도로를 중점 활용하는 방안도 발표했죠.

간단히 말해 긴급한 차량을 지하로 유도하겠다는 겁니다. 그러면 지상의 교통량이 21% 줄게 됩니다. 그만큼 여유가 생긴다는 거죠. 이 경우 지상의 도로를 다이어트해서 자전거도로와 녹지공간을 만들 수 있어요. 그리고 여유가 생기기 때문에 오히려 소통이 원활해져서 지상을 이용하는 일반 차량에게도 수혜가 돌아갑니다. 이런 취지로 동서 3개 축, 남북 3개 축을 격자형으로 잇는 지하도로를 만들겠다고 발표한 겁니다.

이것은 정치적인 잣대를 들이대서 서울과 수도권을 30분 이내로 연결하겠다고 발표한 경기도의 ‘대심도 광역급행철도’와는 전혀 무관한 일입니다. 지하라는 것만 같을 뿐 차원과 내용, 태생이 다릅니다.

서울시는 8월 초 도심 지하 40~60m를 지나는 총연장 149㎞의 도로망을 건설하기로 했다. 동서 3개 축, 남북 3개 축을 격자형으로 잇는 지하도로를 내년에 설계에 들어가 2020년까지 완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오 시장은 “금융 중심지인 런던은 샐러리맨들이 많아 도심지 교통 혼잡료를 ‘세게’ 받더라도 저항이 덜하지만 서울은 자영업자 비율이 높아 무리가 따른다”며 “이의 대안으로 비싼 통행료를 지불하더라도 시간 단축을 원하는 차량들이 지하도로를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얼마 전에 다산콜센터 신규 상담원들에 대한 교육장에서 큰절을 했는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습니까.

텔레마케팅은 굉장히 스트레스가 많은 직종이에요. 얼마 전에 방송보도를 보니까 텔레마케터들은 연령대가 20~30대 초반으로 직업 이직률이 높고, 처우도 열악하고, 정제되지 않은 언어폭력에 상당히 노출되어 있고,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더군요. 더욱이 이들은 서울시 직원이 아닌 아웃소싱 형태로 근무합니다. 하지만 이들의 말 한마디는 서울시정을 가늠하게 할 정도로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들이 직업적인 자부심을 갖도록 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이번에 25개 자치구들을 통합해서 운영하려다보니 텔러마케터들을 100명에서 500명으로 늘리게 됐어요. 그 과정에서 신규직원이 많이 들어와 제가 강연 차 갔던 겁니다. 그런데 서울시의 비전체계에 대한 설명 도중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이 사람들 머릿속에 남을 뭔가 상징적인 모습이 필요했습니다. (이들이) 힘들고, 짜증날 때도 끝까지 참고 친절하게 대해야 하는 극한 상황이 하루에도 여러 번 닥칠 텐데 그런 상황에서 떠올릴 수 있는 하나의 장면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겁니다.

그래서 강연 도중에 “날 생각하고 참아라. 힘들 때 이 장면을 기억해라. 그러면 좀 더 쉽게 인내할 수 있고 좀 더 친절할 수 있을 거다”하고 큰절을 한 것이죠.

오 시장은 텔레마케터들이 100명 정도였을 때 이들을 본청 사무실에 입주토록 했다고 한다. 당시 서울시는 신청사를 건설 중이어서 각 부서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을 때였다. 그럼에도 이들을 제쳐놓고 텔레마케터들에게 본청을 내준 것이다. 오 시장은 이들에게 주인의식을 갖고 일해 줄 것을 요구하는 무언의 상징적인 메시지였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이번에 500명으로 늘어나서 신설동에 별도의 건물을 마련해 내보냈다. 서울 본청을 벗어났어도 이들에 대한 오 시장의 애정은 아직도 각별하다.

오세훈 서울시장 약력  1961년 서울 출생. 1979년 대일고 졸업. 1983년 고려대 법학과 졸업. 1990년 고려대 대학원 법학 석사(상법). 1999년 고려대학교대학원 법학 박사(민사소송법). 1984년 제26회 사법시험 합격. 1991년 변호사 개업. 1997~1998년 숙명여대 법학과 겸임교수, 제16대 한나라당 국회의원. 2003년 한나라당 청년위원장, 한나라당 상임운영위원 (최고위원). 2004년 법무법인 지성 대표변호사. 2006년 7월~현재 제33대 서울특별시 시장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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