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시장에 검은 유혹의 손길이 늘고 있다. 선량한 투자자를 속여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무리들이 근절되지 않는 것이다. 특히 개발 호재 지역에는 이들의 마수가 끊이지 않는다. 수법은 갈수록 교묘해져 어지간한 전문가와 공무원도 속여 넘길 정도가 됐다. ‘토지 불패’의 신화만 믿고 덜컥 샀다가는 패가망신하기 십상이다. 이들에게 당하지 않으려면 조심 또 조심하고, 확인 또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토지 시장에서 자주 발생하는 ‘사기 행각’의 유형과 피해 예방법을 숙지하고 거래에 임해야 뒷탈이 없다.

며칠 전 서울의 한 경찰서에 참고인으로 방문해야 할 기회가 있어 경제범죄조사실에 가보니 옆자리에 토지 거래 사기를 당한 피해자가 진술하고 있었고, 다른 옆 자리에는 고의로 하자있는 부동산을 소개한 무허가 중개업자가 피의자로 조사 받고 있었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소액 투자자들이 오를 대로 오른 아파트보다는 땅으로 관심을 돌리면서 개발 호재 지역 토지 시장이 일부 되살아나고 있다. 하지만 신중히 접근하지 않으면 낭패 보기 십상이다. 가지고만 있으면 언젠가는 오르기 마련이라는 ‘토지 불패신화’를 믿고 무턱대고 땅을 샀다가 사기를 당해 전 재산을 날려 가정이 파탄나거나 가장이 자살까지 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거래 시장이 점차 투명해지고 있다고 하지만 ‘큰 돈’이 오고가는 부동산 거래의 속성상 토지 사기꾼들은 큰돈 한방(?)을 버는 쉬운 길이 토지라며 유혹을 일삼는다. 부동산 경기 회복세 때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토지 사기꾼들이 곳곳에서 움직이고 있어 초보 소액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기획부동산, 대규모 텔레마케터 두고 ‘무차별 유혹’

“남해안에 골프 리조트가 개발되는데 좋은 땅이 싼 값에 나와서 연락드렸어요.”

가정이나 회사에 거짓 개발정보를 흘리고 고가에 땅을 파는 기획부동산은 잘 알려진 토지 사기의 전형이다. 한동안 정부의 대대적인 세무조사에 사무실을 폐쇄하고 자취를 감췄다가 요즘 서울 강남에 법인을 두고 지방 땅을 대규모로 매입하며 본격적인 영업을 재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기획부동산이 활동하는 주 무대는 사실 개발 호재 지역들이다. 기업도시, 한반도 대운하, 수도권 전철 사업, 택지지구 개발, 유원지, 4차선 도로 등 각종 건설 사업을 빙자해 5000만 ~1억원 남짓의 소액 투자자들을 현혹해 투자를 유치한다.

기획부동산 업자들은 주로 공무원에게서 따로 입수한 정보라고 속이거나 외부에 절대 누설되면 안 되는 고급 정보라며 접근한다. “우리들만 알고 있는 정보인데 당신한테만 이야기하는 것이니까 걱정하지 말라"며 안심시킨다. 이들은 특히 100명 이상의 텔레마케터를 고용해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사무실을 방문하도록 한 뒤 각종 허위 정보를 제공하며 땅을 구입하도록 유도한다.

기획부동산은 본래 ‘회사 자체 기획안을 가지고 부동산 상품을 파는 회사’에서 출발했다. 처음에는 부동산 디벨로퍼 개념으로 출발했지만 미래의 투자가치에 대해 서민들을 상대로 허위 정보를 흘려 투자를 종용해서 이득을 취하는 수단으로 이용되며 토지 사기의 전형으로 전락했다.

개미 투자자들이 기획부동산에 피해를 입는 유형으로는 ▲사실상 개발이 불가능한 도시 지역 및 보전녹지 지역으로 지정된 땅을 싼 값에 매입하여 분할한 후 시세보다 10배 이상 가격으로 팔아넘기는 행위 ▲자신들이 파는 땅 앞으로 4차선 도로가 나고 용도변경이 가능하다고 속이는 행위 ▲자격 미달자가 중개업소 직원이라면서 거래를 알선하고 과다 수수료를 착복하는 행위 등이다.

토지 사기를 당하는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이들 기획부동산 일당으로부터 투자를 종용받고 본래 시세보다 수십 배나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토지를 매입한다. 피해자들이 투자 가치가 없는 쓸모없는 땅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때면 이미 대부분 계약금 등을 받고 종적을 감췄거나 법적 문제를 이유로 등기이전 등을 차일피일 미룬다.

기획부동산은 대개 한 필지의 토지, 이를테면 6600㎡에서 9900㎡의 토지를 330㎡에서 660㎡로 분할해 매매한다. 이들이 매입하는 토지의 가격은 보통 3.3㎡ 당 2만~3만원 안팎이지만 조직적으로 크게는 50여 배 정도까지 부풀려 지인이나 친척 등을 상대로 매입을 강요하거나 종용한다.

이처럼 서민들을 상대로 일확천금의 투자 기회가 있다고 유혹해 수천만원에서 수억원대의 돈을 사기 치는 것은 고전적인 수법이다. 법인으로 자산관리업체를 만들고 지인을 통하거나 114 전화번호부를 보고 전화를 건 뒤 재테크 상담을 구실로 접근, 투자가치가 높은 토지가 있음을 알리고 투자를 종용한다.

이후 피해자들로부터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투자금을 받아 챙긴 뒤 법적 이전절차가 복잡해 시간이 걸린다고 하거나 아예 연락을 끊고 종적을 감춘다. 이들에게 당한 투자자들은 개발지에서 한참 떨어진 외곽지의 밭과 논 또는 야산을 두고 전철역과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라는 말에 속아 3.3㎡당 최고 2만~3만원 안팎에 불과한 땅을 수십만원을 주고 매입, 이제나 저제나 개발되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처지가 되고 만다.

최근에는 이 같은 사기 사건이 많이 알려진 서울·수도권에서 자신들의 수법이 먹혀들지 않자 광역시나 지방 중소도시에서 활동하는 기획부동산이 늘고 있다.

기획부동산으로부터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검증되지 않은 개발계획에 대해 인터넷이나 지자체 민원실 토지정책 담당부서 공무원에게 문의하고 거래 시 땅 소유자를 직접 만나 적법한 거래계약서 작성 절차를 거쳐 소유권을 이전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회사 법인이 잘라서 파는 땅이거나 개별등기가 아닌 지분등기를 해주는 땅은 투자를 유보하는 것이 좋다.

 

바람잡이 동원은 고전적 수법

용인시 처인구 ○○면 토지 거래 현장. 공인중개사를 대동한 토지 투자 예정자 A씨는 중개사와 함께 현장에 나갔다. 중개사가 이 지역 개발 상황과 땅값을 한참 설명하다가 갑자기 타고 온 차에 뭘 놓고 왔다며 잠시 자리를 비운다. 이 때 A씨 앞에 멀리서 일하던 농부가 다가와 말을 건넨다. “여기 땅 보러 오셨나 봐요?”

A씨는 대수롭지 않게 “저~기 있는 땅을 보러 왔는데 생각보다 비싸네요”라고 대꾸했다. 농부 왈, “아니에요~ 바로 옆에 땅이 어제 3.3㎡당 50만원에 팔렸던데 이 땅은 얼마에 나왔나요?” 이 때 A씨는 갑자기 말문을 닫아버린다. 중개사가 소개한 땅은 3.3㎡에 35만원. 이 땅을 계약한다면 개발성은 차치하고라도 땅값만 가만히 앉아서 3.3㎡에 15만원의 차익을 거두는 셈이다.

잠시 자리를 비웠던 중개사가 곧 다시 나타나고 A씨는 중개사 사무실로 가 바로 가계약을 치르고 다음날 정식계약을 한다. 그러나 사실 알고 보면 숨은 비밀이 있다. 여기서 갑자기 나타나 묻지도 않은 땅값을 친절하게 알려준 농부는 중개사와 모종의 밀약이 있는 바람잡이였던 것. 땅을 보러 오는 사람을 현혹해 계약을 이끄는 전형적인 사기꾼인 셈이다.

부동산업계의 공공연한 비밀 중 하나가 바람잡이를 동원하는 것이다. 계약 성사율을 높이고 부풀린 가격에 팔기 위해 순진한 고객을 유인하는 전략인 셈이다. 토지뿐 아니라 모델하우스, 상가분양 현장에도 바람잡이 동원은 잘 알려지지 않은 마케팅 수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죄의식 없이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는데 ‘야바위’와 다를 바 없다.

토지 브로커, 즉 사람을 믿고 토지 계약금을 치렀거나 거래 선수금(거래가의 10%)을 먼저 지불했다가 사기를 당하는 사례는 너무나 많다. 시내 요지에 위치한 금싸라기 국공유지와 현존 건물이 버젓이 존재하는 국가 재산을 매각이 가능한 땅이라 속여 자산가나 건설·시행사 직원들에게 접근하기도 한다.

무허가 토지 브로커와 거래할 경우 과다 수수료를 착복하거나 ‘대두리’(부동산 중개업의 은어로 매물의 가격을 올려서 팔고 그 차익을 수수료로 챙기는 불법행위)를 붙이기도 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지자체에 부동산 중개업 등록을 마친 공인중개사는 고의·과실로 인한 고객 책임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이 있으므로 허가 받은 중개업소를 통해 토지 거래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

모 부동산 시행업체 대표인 B씨는 얼마 전 가슴을 쓸어내리는 아찔한 경험을 했다. 부동산  개발 사업을 하려고 경기도 의정부시 일대 토지를 알아보던 중 인근 공인중개사의 알선으로  C씨를 소개받았다. 그런데 B씨에게 접근한 C씨는 토지대장 등의 문서를 위조해 지주 행세를 하며 땅을 팔아넘기려는 사기꾼 일당이었다는 것이다.

토지 거래에서 가장 쉽게 속는 것이 부동산 서류를 위조해 시세보다 값이 싸고 조건이 좋은 것처럼 내놓는 방법이다. 명의도용에 필요한 등기부등본, 토지대장 등은 본인 확인 없이 발부받을 수 있어 얼마든지 위조가 가능하다. 서류를 위·변조한 후 남의 땅을 자기 땅인 양 속여 팔거나 이름을 바꿔치기 하거나, 호적등본의 위·변조, 주민등록증과 공문서를 위조해 토지 거래 경험이 없는 일반인에게 소유주인 양 접근하는 수법이다.

효력이 없는 허위 변조된 서류를 미끼로 토지 매입자의 돈을 가로채는 사례는 부동산 중개업계와 개발업계에서 너무나 자주 일어난다. 효력을 상실한 토지계약 동의서와 허위 실적사업보고서를 제시하며 아파트 신축사업 토지주로부터 토지계약동의서를 확보했으니 투자하면 이익을 볼 수 있다고 속여 거액의 땅값을 가로챈다. 

개발 호재 내세운 허위 개발계획서 난무

휴전선 부근이나 미개발 지방에 소유관계가 정리되지 않은 토지가 많은 점을 착안해 토지 사기꾼들은 자신이 토지 소유주의 적법한 상속자인 것으로 서류를 꾸미고 포장해 억대 토지 사기를 벌이기도 했다. 특히 상속에 따른 소유권 이전을 마치지 않은 채 사망한 토지 원소유주와 동명이인으로 이름을 바꿔치기 하는 기발한 사기극을 벌였던 사례도 있다.

고령자나 상속받은 토지, 외국에 거주해 토지 관리가 허술한 땅도 사기꾼들의 표적이다. 이들은 토지대장과 등기부등본 등을 뒤진 다음 토지 소유권이전청구를 내 자기 소유로 재빨리 돌린 후 토지를 팔아넘기는 수법을 쓴다. 소송 중에 본인 확인을 하지 않고 원고와 피고, 변호사 간 합의만으로 소송을 마무리하는 민사재판의 맹점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것이다.

이런 서류위조로 인한 사기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업자나 매도자가 보여주는 서류만을 무작정 믿을 것이 아니라 본인이 직접 서류를 발급받아 확인해야 한다. 토지등기부 외에 토지(임야)대장 등 토지 관련 서류를 크로스 체크해 봐야 한다. 매도자의 주민등록증을 통해 본인 여부를 확인하고 ARS 1382를 통해 위조 신분증인지도 체크해야 한다.

토지사기단은 대개 별 쓸모없는 지방의 임야 등을 헐값에 매입한 후 허위로 꾸민 개발계획 문서를 투자자에게 보여주며 부동산을 매각하고 자취를 감추는 수법을 쓴다. 한반도 대운하 사업과 기업 도시 등 각종 개발 호재를 내세워 투자자를 모아 개발 가능성이 없는 토지를 비싸게 떠넘기는 식이다. 도로 개통과 용도변경 가능성이 높다고 현혹하거나 일정 규모로 분할 매매해 재산권 행사 자체가 불가능할 땅을 3.3㎡당 2만~3만원대의 싼값에 사들인 뒤, 최고 30만~50만원까지 부풀려 되판다.

토지공사에 따르면 연기군 일대의 땅값이 정점에 이른 2003년 이후 토지를 사들였던 외지 투자자 600여 명이 큰 손실을 봤다. 시세차익을 노리다 원금을 까먹는 우(愚)를 범하는 사례는 너무 많다. 또 보상이 이루어진 강원도 기업·혁신도시도 사정은 마찬가지. 임야 5만원, 농지 15만원 선의 보상가로 책정된 땅을 일부 투자자들이 이보다 2~10배 비싼 가격에  매입한 경우다. 보상가가 5만원인 임야를 50만원에 산 경우도 있었다.

개발예정지나 용도변경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땅에 투자할 때는 중개업자나 매도자의 말만 믿기보다 투자자 본인이 직접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미리 지자체의 ‘도시계획 결정 및 변경 결정 공람 공고’를 확인하고 토지이용계획확인원을 통해 가부를 알아봐야 한다. 모르는 도시계획 용어나 절차는 해당 지자체 공무원을 통해 직접 확인해 봐야 한다.

tip  토지 거래 사기 방지법

1. 땅을 파는 사람의 말을 맹신하지 마라.  토지 분양을 결정한 후의 모든 책임은 피분양자와 매수자에게 있다. 미리 입지와 상권, 개발계획 등을 꼼꼼히 확인한 연후에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 

2. 투자 전 미리 상담을 구하라.  땅 투자를 결정하기 전에 그 지역 거주자 또는 투자 경험자, 전문가가 활동하는 부동산사이트 등에서 미리 자문을 구하면 잘못된 투자 결정을 바로잡을 수 있다. 

3. 매도자의 실체를 확인하라.  가짜 주인인지를 확인하려면 최소 계약금을 치르기 전에 주민등록증 조회와 함께 등기권리증을 통해 위조여부 정도는 확인해 봐야 한다. 

4. 허가받은 중개업소를 이용하라.  공인중개사를 이용했다가 권리, 물건상 손해를 입게 되면 손해배상청구를 통해 배상을 받을 수 있지만 직거래 매물은 민·형사 소송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시간적 손실이 크다. 

5. 바람잡이 매물을 조심하라.  거래가 많지 않은 매물인데 내가 현장에 찾아가 매물을 볼 때나 매매상담을 하며 중요한 투자 결정을 할 때 유난히 사람이 붐비거나 여러 명이 계약서를 쓰고 있다면 옆자리의 계약자는 가짜일 가능성이 크다. 

6. 주인이 자주 바뀐 부동산은 의심하라.  단기간 동안 소유자가 여러 번 바뀐 부동산은 법률 전문가에게 자문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7. 부동산 서류는 직접 챙겨라.  최근 들어 등기부등본, 토지 관련 공부뿐 아니라 판결문까지 교묘하게 위조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으므로 관공서의 인증(원본과 동일하다는 확인도장) 여부를 확인하고 원본과 사본을 직접 대조해볼 필요가 있다. 

8. 계약서는 구체적으로 작성하라.  부동산 인도 날짜, 부동산에 딸린 종물의 소유권 여부 등 본인이 반드시 요구해야 할 사항은 합의에 의해 기재하고 특약내용도 명확히 기재해야 한다. 

9. 휴일 거래는 피하라.  토지 사기꾼들은 주로 토요일이나 공휴일, 명절 전후에 계약날짜를 잡는다. 상대방이 각종 공부를 확인할 틈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금전거래는 되도록 평일에 하거나, 통장거래 또는 수표로 중도금 등을 지급하는 것이 안전하다. 

10. 가격이 유독 싸다면 의심하라.  인근 지역 유사 매물과 비교해 현저히 호가가 싸다면 일단 의심하라. 인근 중개업소나 지역주민 탐문을 통해 싸게 파는 이유를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 

11. 계약 전 여러 번 현장을 답사하라.  여러 번 현장을 답사하다보면 장점뿐 아니라 단점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12. 개발호재를 너무 믿지 마라.  지방의 대형 프로젝트가 줄줄이 무산되는 추세여서 애꿎은 투자자만 골탕 먹고 있다. 개발호재 여부의 확인은 직접 관공서 담당 공무원을 만나 확인하고 국가 사업이 아니라면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봐야 한다.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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