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기업들이 M&A를 통한 비상을 꿈꾼다. 성공하면 경쟁자들을 단번에 압도해 버릴 수도 있는 것이 M&A의 마법이다. 그러나 M&A는 양날의 칼이기도 하다. 자칫 상황이 예상과 달리 흘러가게 되면 M&A는 거꾸로 기업의 목을 조여 오는 무서운 덫이 된다. 성공적인 M&A의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쌍용차 파업 사태가 최근 각종 이슈를 남긴 채 정리됐다. 하지만 원인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쌍용차를 상하이차에 매각했던 당시의 M&A 문제가 사태의 씨앗을 잉태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규모가 큰 대형 M&A는 개별 기업만의 문제를 넘어서게 된다. 매각 당사자인 기업의 주주와 임직원, 채권 금융기관, 정부 등 연관된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해관계에 따라 기업을 사고파는 것이 M&A이지만, 생각보다 사회적 영향력이 큰 의사결정 행위가 될 수 있는 것이 M&A다.

쌍용차뿐만이 아니다. 실패한 M&A는 대기업도 휘청거리게 만들 정도로 위력적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과도한 빚을 내 대우건설을 인수한 후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걸림돌을 만나 소화에 어려움을 겪다가 결국 대우건설을 다시 토해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이번 M&A 의사결정 과정에서 빚어진 오너 형제들의 갈등이 동반 퇴진으로 이어지기까지 했다.

과연 M&A에서 실패하지 않기 위한 노하우란 무엇일까. 이에 M&A 관련해 각종 자문을 맡아 하는 증권사와 회계법인의 M&A 전문가들에게 베스트(Best)와 워스트(Worst) M&A 사례를 추천 받고, 이 통계 결과에서 교훈을 도출해 보기로 했다. M&A 전문가들이 냉정히 평가한 기업들의 M&A 점수와 사례별 교훈을 정리한다.

총 12개사에 설문을 의뢰했는데, 이 가운데 7개사에서 14명이 답변을 보내왔다. 설문 요청을 했을 때 M&A 결과에 대한 평가가 부담스럽다며 설문에 응하기를 거절한 곳이 여럿이었다. M&A를 수행한 기업들이 이들의 기존 고객이었거나 잠재 고객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는 까닭이다. 어렵게 응답을 보내온 곳도 철저히 익명을 보장해 줄 것을 부탁해왔다. 이에 전문가들의 솔직한 생각을 듣는다는 취지를 살리고자 설문 결과에 대한 코멘트는 모두 익명으로 처리한다.

설문에서는 전문가 1인당 베스트 및 워스트 사례를 각각 세 개까지 선정해줄 것을 요청했다. 평가 대상 M&A는 2004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기간 동안 국내 기업이 주체가 되어 인수 혹은 매각했던 사례로 한정했다.

기준에 맞지 않는 사례를 제외하고 전문가들이 거론한 사례들을 취합한 결과, 베스트와 워스트 모두 각각 11가지씩의 사례로 의견이 모아졌다.

베스트 사례에서는 두산그룹과 STX그룹의 인수 사례들이 많은 표를 얻어 M&A를 잘하는 두 그룹의 면모를 확인시켰다. 두산그룹의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와 STX그룹의 아커 야즈(현 STX유럽) 인수가 나란히 1위에 올랐다. 두산그룹은 동명모트롤(현 두산모트롤) 인수와 미쓰이밥콕(현 두산밥콕) 인수도 베스트 사례에 이름을 올렸다. STX그룹 역시 아커 야즈와 함께 범양상선(현 STX팬오션) 인수가 전문가들의 호평을 받았다.

반면 워스트 사례의 경우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우건설 인수가 압도적인 혹평을 받았다. 베스트와 워스트를 통 털어 가장 많은 9표를 받아 1위가 됐다.

그 뒤를 이어 유진그룹의 하이마트 인수, 이랜드그룹의 까르푸 인수 및 재매각(현 홈에버. 이랜드에서 다시 내놓은 것을 삼성테스코가 인수), 웅진그룹의 극동건설 인수 사례에도 쓴 소리가 나왔다. 대부분 인수 사례 지적이 많았지만, 매각한 사례 중에 쌍용차 매각 사례가 3표를 얻으며 워스트 사례에 이름을 올렸다.

한편, M&A를 잘하는 기업으로 소문난 두산그룹과 STX그룹은 워스트 사례에도 각각 1건씩의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M&A의 우등생들도 늘 성공만 할 수는 없다는 뜻일까.

M&A 사례 평가에 도움을 준 곳

굿모닝신한증권, 대우증권,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삼성증권, 삼일회계법인(PWC), 삼정KPMG, 우리투자증권(가나다 순. 본문 내 ABC 순서와는 무관함)

베스트 M&A, 뭐가 다른가

큰 그림 그린 뒤 전략적으로 사냥…

인수 후 통합도 야무지게 추진

역시 명불허전(名不虛傳)이었다. 전문가들이 꼽은 뛰어난 M&A 목록에는 재계에서도 M&A 명가로 이름 높은 두 그룹, 두산그룹과 STX그룹의 인수 사례가 단연 발군이었다. 전체 11건의 베스트 사례 중에서 두 그룹은 같은 득표를 해 나란히 선정된 1위 사례 이외에도 두산그룹이 2건, STX그룹이 1건씩을 더 올렸다. 베스트 사례 설문답변 가운데 2003년 사례여서 통계에서는 제외됐지만 두산그룹의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인수를 적은 전문가도 2명이나 있었다. 그만큼 두산그룹은 M&A에서  돋보였다. 

호평을 받은 M&A들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두산그룹이나 STX그룹의 M&A는 사실 개별적인 한두 건이 뛰어난 것이 아니라 사전에 치밀한 전략에 따라 행한 일관성 있는 M&A였다. 그룹 주력 사업의 큰 밑그림을 바탕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개별 M&A 사례도 전체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었다.

두산그룹 / 전략적 M&A로 중공업 그룹 변신

두산그룹은 원래 맥주, 의류, 식음료 등 소비재 중심 기업이었다. 변신을 모색하던 두산그룹은 2001년에 한국중공업을 3057억원에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중공업 그룹으로의 변신에 시동을 걸었다.

2003년에는 3364억원에 고려산업개발(현 두산건설)을 인수하며 중공업·건설·기계 부문의 포트폴리오를 마련했다. 2005년에는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를 1조6880억원에 인수했다. 2006년에는 발전소 보일러 원천기술을 보유한 미쓰이밥콕(현 두산밥콕)을 1600억원에 인수했고, 2007년에 미국의 소형건설장비 브랜드 밥캣을 49억달러에 인수했다. 2008년에는 건설중장비 핵심부품업체 동명모트롤(현 두산모트롤)을 인수해 중공업·건설·기계로 연결되는 두산그룹 M&A의 일관성을 이어갔다.

A사의 M&A 담당자는 “두산그룹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적극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했고, 동시에 그룹 차세대 주력사업의 육성과 전환을 위한 빠른 의사결정, 그룹의 전체 전략에 맞춘 체계적인 준비를 통해 성공적으로 M&A를 완성했다”며 높이 평가했다. 그는 “두산그룹의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및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사례는 M&A를 통해 대형 그룹사의 구조조정과 기업 사업구조 개편을 성공한 대표적 사례로, 그 이후 국내 M&A 시장의 활성화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STX그룹 / 수직계열화 & 빚 최소화 전략

STX그룹이 M&A를 하며 걸어온 길도 두산그룹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선박엔진업체였던 쌍용중공업을 모체로 하는 STX그룹은 조선·해양·에너지 전문그룹을 지향하며 주요 M&A 대상도 이 분야 기업들로 특화했다. 2001년에 대동조선(현 STX조선해양)을 1000억원에, 2004년에는 범양상선(현 STX팬오션)을 4199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2007년 10월에 유럽의 크루즈선 전문조선사 아커 야즈(현 STX유럽)를 8000억원에 인수했다.

B사의 관계자는 “대동조선을 인수한 STX는 조선 산업의 시너지를 확대하고 매출을 보장받기 위해서 해운사 인수를 고려하다 해운사 중에도 특히 벌크선사(자원운송)를 인수했다”며 “이로써 그룹의 밸류 체인(value chain)상 중간단계인 벌크선사를 통해 전후방 회사와의 시너지를 높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STX그룹이 인수 후 회사를 싱가포르와 국내 증시에 상장해 투자자금을 단시간 내에 회수한 것도 호평했다.

STX그룹의 M&A는 주요 계열사를 인수할 때 빚은 최대한 지지 않고, 인수에 들어간 비용도 인수한 기업을 상장시켜 회수하는 방식으로 재무적인 위험을 최소한으로 낮추는 전략으로도 명성이 높다.  

신한금융그룹 / 인수 후 통합의 귀재

공동 1위인 두산과 STX 사례에 이어 3위에 오른 베스트 사례는 신한금융지주(이하 신한지주)의 LG카드(현 신한카드) 인수였다. LG그룹이 내놓은 카드업계 1위 LG카드를 신한지주가 2007년에 6조6000억원에 인수한 사례다. 이를 통해 신한지주의 내·외형은 급격히 불어났다.

신한지주는 2003년 조흥은행을 인수해 대규모 자산을 보유한 거대 은행 그룹으로 떠올랐다. 이어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비은행 부문의 역량 강화를 위해 LG카드를 인수, 국내 1위 카드 사업자로 부상했다. 신한지주는 LG카드 인수 후 신한카드와의 합병을 원활히 진행하며 그룹 내 대표 캐시카우(주요 수익원)로 만들었다. 2007년 3분기 신한지주의 비은행 부문 순이익 비중은 기존 31% 수준에서 2009년 1분기에는 약 74%로 불어났다. 현재 신한카드의 순이익은 그룹 내 대표주자인 신한은행을 추월한 상황.

A사 관계자는 “신한지주는 수익 창출 능력이 뛰어난 LG카드를 인수함으로써 국내 2위 금융 그룹의 지위를 확고히 했으며, 동시에 국내 리딩뱅크의 자리를 놓고 국민은행과 경쟁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진단했다.

신한지주의 M&A에도 신한지주만의 스타일이 있다.

신한지주는 LG카드 인수 후 신한금융그룹의 조직 문화를 이식한 다음에 기존 신한카드와 합병, 지금의 신한카드를 출범시켰다. 이같이 인수 후 피인수 회사에 그룹 문화를 전파하고, 시스템을 정비한 다음에야 기존 계열사와 합병하는 것이 신한지주 M&A 전략의 특징이다. 과거 조흥은행 인수 후 신한은행과 합병할 때도 동일한 과정을 거쳤다. 신한지주의 조흥은행 통합 사례는 성공적 M&A 케이스스터디(사례연구) 모델로 미국 하버드경영대학원에서 분석되기도 했다.

LG생활건강 / 적자기업 인수해 알짜로 키워

LG생활건강의 코카콜라보틀링(현 코카콜라음료) 인수에 점수를 준 전문가도 두 명이 나왔다. LG생활건강이 2007년에 코카콜라보틀링을 3853억원에 인수하며 단숨에 음료업계 2위로 올라선 사례다. 인수 후 LG생활건강의 총매출과 이익은 음료 시장 침체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인수 이전에 비해 모두 2배 이상 성장했다.

당시 LG그룹은 이 M&A에 관한 판단을 전문경영인인 차석용 LG생활건강 사장에게 과감하게 위임해 주목을 받았다. 인수에 성공한 후 차 사장은 코카콜라, 미닛메이드, 조지아커피 등 주력 음료 브랜드에 회사의 마케팅 역량을 집중하고, 유통과 영업정책의 군살을 빼는 등의 구조조정을 통해서 4년 연속 적자에 빠져있던 코카콜라보틀링을 인수한 이듬해인 2008년에 멋지게 흑자로 돌려놓았다. 인수 첫해인 2007년 7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던 코카콜라음료는 2008년에 37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효자로 변신했다.

C사의 관계자는 “적자기업을 인수 후 흑자로 돌려놓은 케이스로, 인수자의 능력에 따라 매각 대상 기업의 실적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 준다”고 호평했다.

워스트 M&A, 무엇이 문제인가

빚으로 사들여 유동성 위기 자초…

인수 후 통합작업 ‘비실비실’

‘최악의 M&A’는 무엇이 문제였기에 실패로 치닫게 되었을까. 전문가들의 지적을 종합해보면 ‘최고의 M&A’와 정반대의 지점에 서있었다. 성공적인 M&A가 M&A의 기본원칙에 충실했다면, 최악의 M&A는 기본을 간과해 위기를 자초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번 조사에서 최악의 M&A로 선정된 것은 총 9명이 거론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우건설 인수 사례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6년에 6조4225억원에 대우건설을 인수했다. 대우건설은 국내 시공능력 기준 2위 건설사로, M&A 규모 면에서도 사상 최대 수준에 가까웠다. 그러나 그룹 규모에 비해 과도한 빚을 내 인수한 것이 문제였다. 무려 인수가격의 3분의 2가량이 빚이었다.

이 그룹은 빚을 낼 때 재무적 투자자가 인수해준 대우건설 주식을 나중에 주당 3만2450원에 되사주기로 했는데(풋백옵션), 그게 발목을 잡았다.  

2009년 8월 현재 대우건설의 주가는 1만4000원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지불해야할 차액은 총 2조5000억원도 넘는다. 자금 압박을 견디다 못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결국 대우건설을 다시 매물로 내놓았다.

C사 관계자는 “풋백옵션은 사실상 주식담보 차입과 다름이 없어서 주가가 오르지 않더라도 상환이 가능한 수준으로 제공해야 하는데,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의 주가 상승을 과신했다가 낭패를 봤다”며 대규모 투자 손실을 예상했다.

A사 관계자는 “대우건설 인수 후 시너지 창출 및 조직문화 융화 측면에서도 성공적이지 못해 인수전에 사후 전략을 체계적으로 마련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시장에 팽배하다”며 혀를 찼다.

최악의 M&A 2위에는 6표를 받은 유진그룹의 하이마트 인수가 올랐다. 금호아시아나의 대우건설 인수와 대동소이한 사례라는 평이다. 

유진그룹은 2008년에 전자제품 유통업체 하이마트를 1조9500억원에 인수했다. 레미콘업체인 유진기업 위주로 짜인 그룹의 사업을 다각화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하지만 인수 자금 조달 과정에서 무리수를 뒀다.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1조6500억원의 채무보증 및 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제공해 결국 유동성 위기가 온 것이다.

D사 관계자는 “유진그룹의 하이마트 인수는 단기간에 무리한 사업 다각화 추진으로 수익성이 좋은 모기업의 재무 상태까지 위험하게 한 M&A 사례”라고 정의했다.

B사 관계자는 “하이마트는 인수 당시 이미 잠재 성장성이 최고수준에 올라 추가 매출 성장이 한계점에 이른 상황이었다”며 “입찰 과정에서 유진그룹이 높은 가격을 제시해 그룹의 현금 흐름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했다”고 봤다.

4표를 얻어 최악의 M&A 3위에 오른 사례는 이랜드그룹의 까르푸 인수 및 재매각 건이었다. 이랜드그룹은 2006년에 프랑스계 할인점 한국까르푸를 1조7500억원에 인수했다. 홈에버로 이름을 바꿔 경영했으나 고전하다 2008년 홈플러스를 운영하는 삼성테스코에 2조3000억원에 매각했다.

이랜드그룹은 까르푸 인수 당시 자기자금이 3000억원뿐이었고 나머지는 빚으로 충당해 이자비용 부담이 엄청났다. 차입금 중 상당부분은 인수 후 까르푸 매장을 담보로 하여 조달한 전형적인 LBO(차입매수: 피인수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자금을 차입해 인수대금으로 충당하는 금융기법) 방식 M&A였다. 이에 비용 절감을 위해 이랜드그룹은 무리하게 비정규직을 늘렸고, 여기에다 외국계 기업이던 까르푸에 청교도적인 이랜드 기업문화를 밀어붙이며 노사관계는 악화됐다. 그때 발생한 노조원들의 점포 점거 농성 등은 사회적인 이슈가 되었다. 그나마 지난해 금융위기 초입에 매각하는 데 성공,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A사 관계자는 “과도한 외부 차입도 문제였지만 인수 후 기업문화 융화 실패가 가장 큰 문제였다”고 했다. 그는 “기업문화가 상이한 해외 기업인 까르푸를 인수한 후 일방적인 기업 운영방침 등으로 직원들과 마찰이 발생했다”며 “점포 점거 및 농성 등으로 인해 이랜드그룹은 인수 후 전략을 구사하기도 전에 그룹 전체의 유동성에까지 위기가 번질 상황에 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M&A를 잘하는 기업으로 칭찬을 받았던 두산그룹과 STX그룹이 워스트 사례에 각각 1건씩의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두산그룹의 경우 현재 그룹의 유동성 위기의 진원지가 된 미국의 소형 건설기계장비 브랜드 밥캣 인수가 거론됐다.

B사 관계자는 “두산그룹이 세계최고 건설기계장비 생산회사로의 도약이라는 더 높은 목표를 위해 무리하게 인수를 추진했다”며 “연이은 M&A 성공에 따른 자만심과 밥캣 인수를 주선한 해외 IB(투자은행)의 욕심이 만든 최악의 합작품”이라고 꼬집었다.

“근본적으로 건설 관련 기계장비는 건설사보다 건설 경기에 더욱 민감한데, 2007년에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사태가 발생하면서 주택 경기가 하락할 것이란 예측이 나왔음에도 두산그룹과 해외 IB가 이를 축소 해석했다”는 지적이다.

STX그룹의 경우 베스트 M&A의 공동 1위 사례였던 아커 야즈(STX유럽) 인수가 워스트 사례로 한 표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아직 성공과 실패를 논하기에 이르지만 M&A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이 노출됐다는 것이다.

이를 워스트 사례로 꼽은 F사의 관계자는 “고용창출효과가 높고 방위산업과 연관된 기업일수록 정부, 여론, 노조 등에 대한 사전 홍보작업이 필수적인데, 이에 대한 준비가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또 “인수 후 사후관리가 철저하지 못해 인수 후 피인수 회사 경영진과 노조의 거센 반발, 비협조적인 태도로 인해 인수한 지 2년여가 지난 지금도 눈에 보이는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쓴소리를 보냈다. 경영권 공백으로 인해 수주 및 영업활동, 생산활동에 막대한 지장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M&A 성공 노하우

M&A 성공률 50%도 안 돼…

철저한 사전 준비 ‘필수’

M&A의 성공은 무엇으로 알 수 있을까? 대체로 M&A 이후에 기업의 가치가 올라가면 성공한 것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이를 기준으로 파악한 M&A 후 성공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놀랍게도 50%가 안 된다.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에 따르면 1997년부터 2006년 사이에 일어난 1000건의 M&A를 분석한 결과, 분석대상의 62%가 M&A 이후에 주주가치 증대에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스턴 컨설팅그룹이 1995년부터 2001년까지 있었던 302건의 M&A를 조사했을 때도 조사대상의 61%는 M&A 이전보다 주주가치가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M&A가 그만큼 비즈니스상 위험이 큰 의사결정 행위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 같은 이유로 기업인들이 M&A를 포기하기에는 M&A 성공 시 얻을 수 있는 과실이 너무나 달콤하다. 인수한 기업의 인재들과 기술, 경험, 영업망 등을 일시에 확보할 수 있고, 기존에 보유 중이던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과거에 비해 비즈니스의 속도가 빨라져 M&A를 아예 무시하기도 어려워졌다. 차근차근 자체적인 기업 성장만 고집하다가는 어느 틈엔가 M&A를 업고 저만치 앞서간 경쟁사의 뒤를 좇아야 할 위험을 만날 수 있어서다.

어떤 시너지 창출할 것인지 명확히 해야

그렇다면 M&A의 성공 비결을 익혀 실패 확률을 낮추는 수밖에 없을 게다. 과연 M&A 성공 비법은 무엇일까.

LG경제연구원에서 나온 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M&A 성공비결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봤다.

보고서는 먼저 “기업의 전략 실행을 위해서 M&A가 꼭 필요한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다른 대안에 비해 해당 M&A가 우월한 요소를 지녔는지에 대한 분석을 거쳐 ‘그렇다’는 결론이 나오면 그때 움직이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인수를 위한 인수’에 빠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또한 “M&A 검토를 할 때 그 M&A에서 어떤 시너지를 창출할 것인지를 명확히 하고, 그 달성 방안을 구체적으로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물론 아직 발생 전인 M&A 이후의 시너지 효과를 예측하는 일은 매우 어렵지만, 구체적인 방안을 세우다보면 어느 정도는 예상 시너지 효과를 눈앞에 그려볼 수 있다는 것이다. 생각보다 시너지 효과가 낮다면 인수하지 않는 편이 오히려 득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이어 “M&A 대상에 붙은 프리미엄이 실제 가치에 비해 과하다면 과감히 포기하는 것도 좋다”는 견해를 밝혔다. 상황이 별로라면 ‘쉬는 것도 투자’라는 얘기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 인수전에서 입찰 경쟁이 너무 치열해 그룹이 불리한 조건을 감수하면서까지 고비용 구조로 인수를 했는데, 바로 이 같은 원칙을 무시한 케이스라 하겠다. 위와 같은 기본을 잘 살펴 M&A에 성공했다 해도 그것이 끝은 아니다. 기술적인 M&A의 성공이 M&A의 전반전이라면, 후반전에 해당하는 ‘M&A 후 통합’의 과정이 남아 있어서다. 

보고서는 “M&A 후 통합을 성공적으로 실행하려면 M&A 검토단계 때부터 통합 전략과 실행 방안을 일찌감치 수립하고, 일관되게 실행해야 한다”고 전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조흥은행과 LG카드를 인수한 후, 시간을 두고 그룹의 문화를 이식하면서 시스템을 정비하고 나서 비로소 각각 신한은행과 신한카드에 합병시키며 성공적인 통합을 이뤘다.

반면 이랜드그룹은 프랑스계 기업이던 한국까르푸를 인수했으나 이랜드 특유의 청교도적 기업문화와의 조화에 어려움을 겪다가 결국 재매각했다.

끝으로, 보고서는 “M&A에도 연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은 작은 규모의 M&A를 통해 경험을 쌓고, 그 후 대규모 M&A에 나서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이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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