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유니폼은 움직이는 광고판이나 다름없다. 대중이 유니폼을 보며 기업에 대한 이미지를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유니폼이 눈에 보기 좋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유니폼을 통해 기업의 가치를 보여주려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단순히 통일성과 실용성의 차원을 넘어 기업의 전략적 마케팅 수단으로 진화하고 있다. 유니폼은 소속감 증대는 물론이거니와 기업의 문화와 전통을 상징하며 경영전략, 브랜드 정립, 비전 제시, 이미지 창출 등을 담아내고 있다. 더욱이 기업의 이미지를 반영하는 만큼 획일화된 이미지에서 탈피, 패션을 가미한 명품 유니폼으로 거듭나고 있다. 국내·외 유명 디자이너들에게 제작을 맡겨, 고급스럽고 차별화된 이미지를 강조한다. 유니폼을 통해 드러내려는 기업의 숨은 뜻을 알아본다.

걸어 다니는 ‘기업 이미지’ 유니폼에 담긴 뜻은?

교보문고 한글 디자인 유니폼

지식·문화기업 정체성 지향

교보문고는 1981년 6월 광화문에 첫 영업점을 연 이래 2년 내지 3년을 주기로 유니폼을 교체해왔다. 2004년 10월 비전 선포와 함께 브랜드 전략 방향을 수립하며 유니폼 또한 브랜드 경영의 일환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브랜드 표현 체계에 입각해 유니폼 교체를 실시한 것은 2008년 1월 동계 유니폼부터다. 당시 새롭게 선보인 유니폼에 한글을 입혔다. 이는 한글을 패션에 접목한 것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디자이너 이상봉씨의 작품이었다. 글 내용은 교보문고의 기업 철학이자 창립 이념인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이다. 서체는 음악인 장사익씨가 썼다.

그들이 공동작업한 하계 유니폼은 그해 8월에 바뀌었다. 다른 계절과 달리 여름에는 교보문고를 찾는 독자들이 대폭 증가한다는 점에 착안해 유니폼을 더욱 부각시키는 데 초점을 뒀다.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교보문고 직원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여름옷은 색깔이 다양해서 시선이 분산되기 십상이다. 남성호 교보문고 독서홍보팀장은 “하계 유니폼은 버뮤다그린 색을 채택해 매장을 찾은 고객들이 쉽게 직원을 찾고 문의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고 말했다.

유니폼 교체는 ‘모든 사람이 역량을 키워 더 나은 세상을 만들도록 도와주는 것’이라는 2004년 교보문고 비전 선포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졌다. 당시 단순한 대형서점에서 탈피, 책과 연계된 다양한 문화적 즐거움을 고객에게 제공하는 ‘지식 문화 기업’으로의 이미지 업그레이드를 시도했다.

남 팀장은 “영업점을 방문하는 고객에게 다양한 문화적 즐거움을 제공하고, 우리 한글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을 알리는 계기로 삼고자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 중요성이 부각되는 ‘브랜드 디자인 경영’ 개념도 접목했다.

교보문고는 2005년부터 브랜드 전략을 치밀하게 수립, 추진해왔다. 2007년 ‘꿈을 키우는 세상’이라는 슬로건을 만들어 책을 파는 서점을 넘어, ‘고객의 꿈을 실현시켜주는 공간’, ‘고객이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친구’라는 이미지를 전달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와 함께 교보문고 CI 컬러를 디자인에 적극 반영했다. 유니폼을 보는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교보문고 브랜드를 떠올리도록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남 팀장은 “영상문화의 범람이라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문자문화의 대표 격인 책을 통해 인간 심성의 회복과 건강한 문화 발전, 나아가 개인과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교보문고의 의지를 담아낸 것”이라며 “우리의 글자, 한글이 얼마나 아름답고 과학적이며, 그런 글자로 쓰여 진 책을 만나는 일이 얼마나 큰 즐거움인지를 알리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만큼 새 유니폼에 대한 고객 만족도가 높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실제 교보문고 매장에서 만난 고객들 대부분은 “신선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웅진코웨이 코디 유니폼

회사 혁신 철학 담았다

웅진코웨이는 1998년 업계 최초로 렌탈 비즈니스 개념을 도입하고 서비스 전문가 ‘코디(Cody)’를 양성했다. 고객이 찾기 전에 먼저 정기적으로 고객 가정을 방문해 지속적인 부가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것이 코디의 업무다. 코디는 현재 전국적으로 1만20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웅진코웨이는 코디 10주년을 맞이한 지난해 세 번째로 유니폼을 교체했다. 디자인은 유명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씨가 맡았다. 콘셉트는 한국 고유의 이미지에 젊고 혁신적인 웅진코웨이의 기업 이미지를 담는 것.

김현정 웅진코웨이 홍보실 과장은 “한복 저고리의 색동라인을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웅진의 CI 컬러를 반영했고, 한복 당의의 라인을 모티브로 한 뒤트임으로 활동성을 극대화했다”며 “과장된 비대칭 깃과 기존 유니폼과 차별화 된 디자인은 코웨이의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캐릭터를 잘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코디 유니폼의 대표 색깔은 다크네이비(짙은 블루). KKCI(한국색채연구소)에 따르면 다크네이비의 이미지는 신뢰와 비전이다. 이 컬러는 웅진코웨이 사업의 근간인 정수기 물의 청량함과 고객에 대한 신뢰감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하여 웅진코웨이의 상징 색으로 낙점했다. 

1999년 최초의 코디 유니폼은 정수기를 관리하는 서비스 전문가의 깨끗하고 깐깐한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여성미를 강조하기 위해 전체적으로 화이트와 밝은 블루 컬러를 사용하고 스카프로 포인트를 주었다. 당시 광고모델로 탤런트 이영애씨를 기용하여 코디 유니폼을 입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서 깨끗하고 깐깐한 코디의 이미지가 자연스레 연상되도록 했다.

2002년 두 번째 유니폼은 전문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 다크네이비 컬러에 스트라이프를 넣은 차분하고 정갈한 기본 정장 스타일로 서비스 전문가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광고모델은 이영애씨에 이어 탤런트 김정은씨를 섭외, 신뢰감을 극대화하고 능동적이며 활달한 그녀의 캐릭터가 더해지면서 커리어 우먼을 표현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 이 역시 성공적이었다는 것이 회사 내부의 평이다. 

김 과장은  “고객 접점에서 활동하는 코디의 유니폼은 무엇보다도 신뢰감을 주는 디자인이 가장 중요하다”며 “유니폼을 통해 코디 스스로도 서비스 전문가로서의 자긍심을 가질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SC제일은행 모던 미니멀 룩 유니폼

‘최고 금융 파트너’비전 표현

스탠다드차타드제일은행(SC제일은행)은 지난 5월 유니폼을 교체했다. “기성복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차별화된 디자인이 돋보여 유니폼의 틀을 깨고 디자인을 다양화했다”는 것이 주희선 SC제일은행 홍보팀장의 자랑이다. 

SC제일은행의 새 유니폼 프로젝트는 금융 전문성을 차별화된 이미지로 승화시킨다는 전략적 목표로 출발했다. 단순히 예쁜 유니폼을 만들겠다는 의도가 아니었던 것이다. 주 팀장은 은행의 비전인 ‘성장을 위한 최고의 금융 파트너’라는 테마에 맞도록 금융회사답게 전문적이면서 신중한 면을 표현함과 동시에 현대적이고 고급스러운 콘셉트로 디자인했다고 설명했다.

유니폼 교체는 올해 초부터 시작된 SC제일은행의 브랜드 재구축을 위한 ‘새로운 가능성’ 캠페인의 일환이기도 하다. 주 팀장은 “새 유니폼을 통해 직원에게는 자부심을 갖게 하는 한편 고객들에게는 보다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해 드린다는 새로운 각오와 의지를 유니폼에 담았다”고 말했다.

유니폼은 직원들이 매일 착용하는 옷이니만큼 디자인과 제작의 모든 과정에 직원들이 직접 참여해 ‘직원에 의한, 직원을 위한’ 유니폼으로 만들었다. 유니폼 착용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디자인과 기능에 대한 의견을 들었고 디자이너 또한 직원들이 직접 선정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최종 낙점된 디자이너는 정구호씨. 유명 패션 디자이너인 정씨는 “새로운 유니폼은 모던 미니멀 룩으로 SC제일은행의 금융 전문성을 표현하는데 역점을 뒀다”면서 “타 유니폼에서는 볼 수 없는 차별화된 디자인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SC제일은행의 브랜드 컬러인 블루와 그린을 기본색상으로 하고, 로고인 ‘트러스트마크’를 프린트 패턴으로 활용해 SC제일은행만의 독창적인 유니폼을 만들었다.

SC제일은행의 유니폼은 기존 유니폼 디자인의 틀에서 벗어나 다소 파격적일 정도로 새로운 스타일을 선보인 것이 특징. 시원한 소재의 7부 소매 블라우스에 여성스러운 디자인의 스카프와 베스트를 매치해 부드러운 이미지를 강조했다. 

대한항공 ‘명품’승무원 유니폼

‘리딩 글로벌 항공사’ 도약 의지 표현

대한항공 유니폼은 모든 기업 유니폼의 대명사로 불릴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유니폼 업계 관계자들은 “대중이 워낙 항공사 객실승무원 유니폼에 관심이 많다보니 업계에서도 늘 예의주시하는 벤치마킹의 대상”이라고 했다. 그들은 가격대도 기업 유니폼 가운데 가장 비쌀 것이라고 추정했다.

실제 기업 유니폼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항공사 유니폼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상당수다. 이는 올해 창립 40주년을 맞이한 대한항공 출범과 함께 시작된 유니폼의 오랜 역사와 무관치 않다. 한 나라의 문화와 전통을 상징하면서 세계적인 패션 흐름을 반영하는 것이 다름 아닌 항공사 승무원 유니폼이기도 하다. 대한항공은 창립 때부터 현재까지 모두 11번 객실승무원 유니폼을 바꾸며 시대의 유행에 발맞춰왔다.

1969년 다홍색 치마에 당시의 유행이 반영된 깃 없는 블라우스를 필두로, 1970년 가수 윤복희씨가 유행시킨 미니스커트 열풍을 과감하게 적용해 화제를 모았다. 1972년에는 모국 항공사로는 처음으로 태평양을 횡단해 LA 교민들을 감격시킨 A라인 스커트 유니폼, 1986년 아시안게임과 88 서울올림픽 당시 세계인들에게 대한항공의 세련된 이미지를 알린 붉은색 유니폼, 1991년부터 무려 14년 동안 입어 국민들에게 친숙한 진한 감색 유니폼 등이 대한항공을 대표했다.

현 유니폼은 11기로 2005년부터 입기 시작했다. 이전 유니폼은 국내 최장수 단일 유니폼으로 장기집권 했지만 대한항공의 ‘리딩 글로벌 항공사’의 미래 비전에 따라 무대 뒤편으로 사라졌다. 당시 조양호 회장은 “명실상부한 글로벌 선도 항공사로서 전 세계 사람들이 이용하길 원하는 최고 명품 항공사로 도약하자”며 유니폼을 교체했다. 조 회장은 유니폼 제작을 맡은 해외 디자이너에게 ‘한국의 미를 담아 달라’고 특별 주문했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세계적 디자이너 지앙 프랑코 페레가 만든 현 유니폼은 동서양,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세련된 디자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니폼은 기존 스커트와 빨강과 짙은 파랑 위주의 유니폼과는 달리 청자색과 베이지색을 기본 색상으로 채택했다. 이 때문에 우아하면서 밝고 부드러운 느낌을 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헤어리본, 스카프, 액세서리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덕분에 명품 유니폼으로 불리게 됐다. 또한 기존 스커트와 함께 국내 최초로 바지 정장을 도입했다.

최형찬 대한항공 홍보실 과장은 “기존 유니폼 디자인을 넘어선 진일보한 개념의 디자인으로, 유니폼 패션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명품 디자인에 명품 유니폼”이라고 했다.

대한항공은 올 봄 창사 40주년을 기념해 한 달 동안 과거의 유니폼을 모두 입고 근무하는 ‘추억의 하늘 비행’ 행사를 고객사랑 환원 마케팅 차원에서 벌였다. 이는 역사와 전통이 짧은 기업은 엄두도 낼 수 없는 뜻 깊은 행사였다.

대한항공의 자회사인 저가항공사 진에어는 객실승무원들이 진(Jean)바지와 티셔츠, 연두색 캡모자, 캔버스화 등을 유니폼으로 입어 젊고 신선한 이미지가 강하다. 파격적이고 캐주얼한 유니폼은 고객에게 친근하게 다가가 즐겁고 편안한 여행이 되도록 돕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한국야쿠르트 주부 판매원 노란 유니폼

밝은 ‘건강 기업’이미지 심어

올해 창립 40주년을 맞이한 한국야쿠르트(이하 야쿠르트)의 큰 자산 중 하나가 이른바 ‘노란 유니폼’이다. 야쿠르트 하면 친숙한 그 유니폼이 연상되기 때문이다. 야쿠르트 주부 판매원은 전국 방방곡곡 아파트 단지나 주택가는 물론이고 회사, 빌딩 숲 등 어디서나 볼 수 있다. 그들은 단순한 판매원의 차원을 넘어서 전국을 걸어 다니는 홍보맨이자 움직이는 광고판이다.

1971년 8월, 야쿠르트가 첫 선을 보임과 동시에 노란 유니폼의 주부 판매원이 등장했으니 그 역사가 깊다. 야쿠르트 판매원은 기혼여성만 뽑는다는 원칙이 있지는 않지만 미혼여성이 일한 적은 전무하다.

최동일 야쿠르트 홍보팀장은 “가족의 건강을 책임지는 주부들이 중심이 된 판매원들의 유니폼을 브랜드 재정립의 기회로 삼고 있다”면서 “1만3500명의 주부 판매원들로부터 나오는 야쿠르트의 강한 브랜드 인지도를 인식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야쿠르트는 유니폼이 주부 판매원들의 유니폼에 그치지 않고 기업 발전에 기여하는 브랜드 이미지로 강화시키고자 한다. 야쿠르트가 추구하는 브랜드 이미지는 보다 전문적으로 차별화된 ‘건강 기업’이다.

야쿠르트는 2007년 단순히 물건을 파는 판매원이 아닌 전문직 종사자로서의 위상을 정립한다는 야심찬 계획과 유산균 이외에 다른 상품에까지 판매 영역을 넓히며 고객의 건강 상담까지 하겠다는 미래비전에 따라 유니폼을 변경했다. 직장 여성이란 전문가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 세련되고, 우아한 디자인으로 유니폼을 업그레이드했다.

최 팀장은 “야쿠르트는 브랜드의 변화와 영업일선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주기적으로 유니폼을 교체하며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복은 매년, 동복과 춘추복은 각각 2년, 3년에 한 번씩 새로운 소재와 디자인으로 유니폼을 교체한다.

유니폼의 교체 과정은 설문조사를 통해 이뤄진다. 소비자와 사용자의 니즈와 개선점을 파악한 후 다양한 소재와 디자인을 면밀히 살펴 유니폼 전문 제작업체에 의뢰해 다양한 샘플들을 만들어 평가받는다. 물론 최종 선택은 현장 주부 판매원들의 몫이다. 이렇게 제작되는 유니폼이 전국적으로 1만3500명 야쿠르트 판매원의 모자, 상의, 우의다. 주기적으로 신 디자인을 적용시키는 데에는 회사 전략이 숨어 있다. 다양한 소비자와 사용자를 고려해 판매원이 자부심을 느끼는 브랜드 유니폼, 전달 용구, 가방 등을 만들고 이를 통해 전문화된 브랜드 이미지 구축(BI: Brand Identity)을 위해서다.

그러나 유니폼 변경 시 다른 것은 바뀌더라도 ‘노란 색깔’ 만큼은 그대로 고수한다는 대원칙이 있다. 최 팀장은 “40년 회사의 브랜드 정책은 ‘노란색’으로 변함이 없다”면서 “노란색이 내포하는 친절, 자상함의 이미지는 성공적인 요소로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과 일치 한다”고 말했다.

성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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