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자전거 타기’가 열풍이다. 녹색성장과 함께 불어 닥친 이 열풍의 근원지이자 종착지는 따지고 보면 창원시다. 정부는 2005년 이후 사실상 소멸된 국내 자전거 생산기반을 올해부터 복구 작업에 나서는 등 자전거 열풍을 보다 확산시키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이코노미플러스>는 우리나라에서 자전거 인프라를 가장 짜임새 있게 갖춘 창원시를 5월14일 방문, 자전거 왕국으로 가기 위한 해법을 찾아봤다.

5월14일 창원시 신촌동 공단 주변. 아침 7시30분 박성균씨(49)는 가방을 맨 채 자전거로 출근하고 있었다. 삼성테크윈에 근무하는 그는 매일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한다. 이른바 자출족(자전거 출퇴근족)이 된 지 벌써 9년째다. 집에서 회사까지의 거리는 9㎞. 자전거로 25분 거리다. 그는 “버스나 자가용을 이용하는 것보다 자전거를 타면 하루를 상쾌하게 시작할 수 있고, 즐거워진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전거 타기가 더욱 편리해졌어요. 최근 2~3년 전부터 더 그렇습니다. 자전거길도 더 많이 생기고, 제도가 정비되면서 더욱 안전하게 탈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도 부쩍 많아졌어요.”

건강뿐만 아니라 경제적 효과까지

8시가 가까워진 대원동 현대 로템 공장 정문 앞 횡단보도. 서둘러 출근하는 근로자 중 5분의 1가량이 자전거를 타고 있다. 3㎞가량을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한 근로자는 “자전거로 출퇴근하면서 버스비도 아끼지만 자전거 출퇴근 수당도 지급받아 1석2조”라며 자전거 예찬론을 펼쳤다.

 이는 창원시가 출퇴근 수단을 승용차에서 자전거로 전환할 경우 출퇴근 수당을 지급하고 있기 때문. 그동안 공단 지역에 ‘나 홀로 출퇴근’ 하는 차량으로 교통 혼잡이 야기됐고, 기업체에서는 주차 빌딩을 신축해야 하는 등의 문제점이 발생했다. 창원시에 등록된 제조업체 종사자가 매월 15일 이상 자전거로 출퇴근하면 2만~3만원의 수당을 지급받게 된다. 창원시에 따르면 4월 말까지 47개 업체, 501명에게 1498만원의 수당이 지급됐다. 이 제도는 내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시행된다.

이외에도 창원시는 자전거 타기에 대한 시민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 제도를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자전거문화센터에서는 경미한 자전거 수리는 무상으로 해주고 있으며, 앞으로는 1만원 이하 경정비(펑크, 기어 등)도 무상 수리를 해 줄 계획이다. 자전거 타는 날인 ‘둘둘데이(매월 22일)’에 자전거를 타고 시청이나 읍·면·동사무소를 방문하는 민원인에게 쓰레기봉투를 지급하고 있다.

자출족 중에는 여성들도 더러 눈에 띄었다. “자전거 안장에 오르면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는 서경숙씨(46). 회사원인 남편과 두 딸을 둔 평범한 주부지만 그의 자전거 경력은 16년째다. 차멀미가 심해서 자전거를 타기 시작해 16년간 애용하고 있다는 것. 서씨에게 ‘자전거’는 흔히 말하는 ‘주부우울증’ 같은 증세를 말끔히 씻어주는 고마운 존재다. 상남상업지역의 한 식당에서 일하는 서씨는 매일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 번도 거른 적이 없다. 추우면 겉옷을 더 챙겨 입고, 비가 오면 우비를 입는다고 한다. “대방동 집에서 상남동 직장까지 버스로 출근하려면 30분 정도 걸려요. 하지만 자전거를 타면 20분이면 충분해요. 시간, 경제적으로 자전거만한 게 없어요.”

서씨는 출퇴근에 자전거를 이용하지만 새벽 5시 반에 일어나 1시간30분가량 운동 삼아 자전거를 타기도 한다. 남편이 매일 자전거를 타면서 무슨 운동이냐며 볼멘소리를 할라치면 ‘일(출퇴근)’과 ‘운동’은 엄연히 다르다고 말한다고. 한겨울에 자전거로 출퇴근을 해도 가벼운 감기조차 걸린 적이 없었다고 한다.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이용하면 건강뿐만 아니라 얻을 수 있는 경제적인 효과도 만만치 않다. 서씨가 16년 동안 아낀 출퇴근 교통비는 대략 1000만원 정도로 추정된다. 자동차는 연료비에 보험료, 각종 세금, 유지 관리비, 감가상각비 등 많은 비용이 든다. 그러나 자전거는 초기 구입비용 10만~20만원이면 끝이다. 서씨는 16년 동안 3대의 자전거를 탔다. 그 중 한 대는 경품에 당첨돼 무료로 받았고, 또 다른 한 대는 선물로 받은 것이다.

창원시가 지난해 자동차와 자전거의 출퇴근 비용을 비교한 결과, 창원 시내 3.5㎞를 출퇴근할 경우 비용은 자동차가 5400원이 드는 반면, 자전거는 100원 정도로 추정됐다. 공영 자전거인 누비자 3000대 도입을 가정해 분석한 결과 약 53억원의 수익이 발생해 56%의 내부수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시 관계자는 “초기 시 공무원들의 ‘자가용 안타기 운동’ 참여로 에너지 절약 사례를 분석해 본 결과 연간 6억5000만원의 유류비를 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자전거 혁명 1 최고의 인프라

전용도로만 96km, 차도에는 통행유도선 표시


창원시에 자전거 출퇴근이 활성화된 것은 잘 갖춰진 인프라 때문이다. 현재 창원시의 자전거 전용도로 비율은 전국 최고인 44%다. 자전거 전용도로, 자전거 보행자 겸용도로, 자전거 자동차 겸용도로가 68개 노선 214㎞에 달한다.

이는 계획도시로 잘 갖춰진 도로 여건을 충분히 활용했기 때문이다. 계획도시로 조성된 창원시는 33년 전인 1974년에 이미 자전거 전용도로를 설치해 자전거에 대한 기본적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다.

무엇보다 시의 중앙을 관통하는 왕복 8차로의 창원대로에는 화단으로 분리된 자전거 전용도로가 부러울 정도로 잘 갖춰져 있다. 창원대로에는 자동차가 넘쳐 났지만 맨 바깥쪽 차선과 분리된 자전거 전용도로에서는 자전거들이 씽씽 달렸다. 이곳을 비롯해 이러한 자전거 전용도로는 96㎞에 이른다. 시 관계자는 “그동안 차량이 증가하면서 차도를 넓힌다는 명목으로 분리대가 상당 부분 없어졌다가 자전거 정책을 추진하면서 많은 구간이 복구됐다”고 전했다.

창원시는 경사지가 없고 대부분이 평지이며 방사형 격자형 도로망이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어 자전거 타기에 어느 도시보다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최근 시는 자전거도로 인프라 확충을 위해 도로 다이어트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대방로 등 간선도로의 차선을 축소하거나, 차로 폭을 조정해 자전거 전용도로의 비율을 높여 나가고 있다. 대방로는 4차선 중 1개 차선을 자전거 전용차선으로 추진한다. 장기적으로는 숲속길, 하천길, 주남저수지 자전거도로 등 테마형 자전거도로도 구축할 계획이다.

자전거 자동차 겸용도로에는 자전거 통행유도선이 표시돼 있었다. 주요 교차로 6개소와 주요 간선도로 12개 노선, 25㎞에 이른다. 유도선은 폭 1m 정도로 붉은 색으로 도색이 돼 있다. 버스 전용차로처럼 자전거 전용차로 표시다. 횡단보도에도 자전거 전용횡단보도가 설치돼 있다. 자동차 운전자가 자전거 운전자를 배려하고, 자전거 운전자는 안정감을 가지고 교차로 등을 통과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자전거를 자동차에 뒤지지 않는 시민 교통수단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볼 수 있는 사례다.

하지만 자전거 통행유도선을 따라 자전거를 타는 모습은 눈에 잘 띄지 않았다. 대신 인도를 이용하는 자전거 운전자들이 더 많았다. 아직은 도로에서 자동차와 함께 통행하는 것에 불안감을 느끼는 듯했다.

박성균씨도 “능숙한 운전자도 자전거 자동차 겸용도로에서는 가끔 위험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다”며 “자동차 운전자들이 자전거를 배려하는 문화가 굳어지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창원시에는 자전거 출퇴근 수당제, 자전거 통행유도선뿐만 아니라 자전거 관련 ‘최초’의 수식어가 붙는 제도가 여럿 있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진 각종 자전거 정책은 ‘혁명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창원시는 지난해 5월 자전거 정책의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자전거정책과를 신설했다. 지난해 지자체 중 처음으로 자전거 전담 부서를 설치, 12명의 직원을 배치한 것. 자전거 특별시로 거듭나겠다는 창원시의 강한 의지인 셈이다. 마침 창원시를 방문한 5월14일이 바로 자전거정책과가 신설된 지 1년째 되는 날이었다.

최의석 자전거정책과장은 1년 동안의 가장 큰 성과로 “시민들이 자전거를 안전하고, 편리하게 탈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점을 꼽았다. “편안한 자가용을 버리고, 불편한 자전거를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게 가장 어려웠죠. 그런데 요즘 자전거가 교통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에서 뿌듯합니다.”

공영 자전거인 누비자로 출퇴근을 하고 있는 최 과장은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데 3개월 정도 걸렸다”며 “편리한 자동차를 포기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랬던 그가 요즘은 “자전거를 더 잘 타기 위해 오히려 체력 단련을 할 정도로 자출족 마니아가 됐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불특정 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시민 자전거보험’도 전국 처음이다. 창원시민이면 누구나 자전거 사고로 인한 상해 등을 보장받을 수 있다. 자전거보험 가입은 그야말로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불특정 시민을 대상으로 한 자전거보험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자전거정책과의 조성국씨는 “국내 보험사를 수소문했지만 어디에도 자전거보험이 없었다”며 “1여 년 동안 창원시와 보험사가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상품을 만든 셈”이라고 말했다. 4월 말까지 120명의 시민들이 자전거보험의 혜택을 받았다. 지급된 보험금은 모두 4800만원. 최근에는 자전거 사고로 사망자가 생겨 사망보험금이 지급되기도 했다.

자전거 사고의 경우 자전거 운전자의 사소한 과실이 대부분이었으며, 자전거 자동차 겸용도로에서는 한 건의 사고도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전거 운전자가 오히려 더 조심한다는 것이다. 16년 동안 자전거를 타면서 한 번의 사고도 없었던 서경숙씨는 “걸어 다닐 때보다 더 조심하기 때문에 사고가 없었다”고 말했다.

자전거 혁명 2 공영 자전거 전국 최초 도입

어디서든 5분이면 최첨단 자전거 이용 가능


창원시 자전거 정책의 가장 큰 성과는 공영 자전거인 ‘누비자’다. 지난해 10월20일 창원시는 어디서나 자전거를 타고 반납할 수 있는 ‘누비자’를 개통했다. 누비자는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고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유비쿼터스 기술이 적용된 자전거 무인시스템이다. 누비자는 ‘누비다’와 ‘자전거’의 합성어다.

누비자는 최첨단 공영 자전거 시스템이다. 정보기술(IT)과 플라스틱 머니(카드)를 적용해 누가 자전거를 타고 갔는지 알 수 있게 한 것이다. 어디서든 걸어서 5분 이내에 누비자를 빌리거나 맡길 수 있는 무인 자전거 보관대인 누비자 터미널을 만날 수 있다. 시민들은 회원가입 후 자전거 터미널에서 회원카드로 신분을 인식시킨 후 자전거를 탈 수 있다.

반납은 빌린 장소와 상관없이 가까운 터미널에서 할 수 있다. 자전거 대여 후 1시간 이하는 무료다. 이후에는 초과 30분당 500원의 사용료를 내야 하며 가입 회비는 별도다. 타 도시에서 창원을 방문한 외지인도 누비자를 이용할 수 있다. 휴대전화 결제를 통해 1일 이용권 서비스로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터미널에 설치돼 있는 터치스크린 방식의 키오스크에서 1일 이용권을 구매하고 누비자를 타봤다. 누비자는 중국산이지만 칼라와 디자인이 멋졌다. 일반 자전거보다 좀 무거웠지만 별 다른 차이는 없었다. 여성이나 노약자도 편하게 탈 수 있는 생활형 자전거로 6단 변속기가 달려 있다. 자전거를 좀 탈 줄 안다는 사람에게는 그렇게 매력적인 자전거는 아니다. 하지만 보기완 달리 최첨단 자전거다. 핸들에 있는 계기판에 주행속도와 주행거리, 시간이 표시됐다. 한 대 가격이 60만원에 이른다.

누비자가 벤치마킹한 것은 프랑스 파리의 밸리브이지만, 이보다 업그레이드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프랑스가 공영 자전거 도입 초기에 3000대의 자전거를 분실했다는 점에 착안, GPS를 장착해 누비자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도록 했고, 자체 잠금장치도 부착했다. GPS와 회원카드로 이용자의 정보를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자전거의 분실과 미반납 등의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최의석 과장은 “도입 초기 망가지는 경우는 몇 번 있었지만 이런 최첨단 시스템 덕분에 아직까지 단 1대의 누비자도 도난당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누비자는 운영센터에서 365일 24시간 관리되고 있다. 운영센터의 통합관제 시스템에는 각 터미널마다 몇 대의 누비자가 비치돼 있는지 표시되었다. 창원시 경계를 넘어가거나, 한 곳에 2시간 이상 방치되면 운영센터에 경고표시가 나타난다. 누비자 운영센터의 박영진 팀장은 “누비자가 도심으로 집중되는 출근시간 이후에는 이를 다시 주택가 등지로 적절히 분산, 배치한다”며 “실시간으로 각 터미널에 누비자가 몇 대가 있는지를 파악해 많이 있는 곳의 자전거를 부족한 곳으로 옮겨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는 누비자를 경륜공단 등 20곳의 터미널에 430대를 비치했으며 올해 2000대, 2013년까지 5000대로 늘려 시민 100명당 1대꼴이 되도록 할 계획이다. 현재 개방돼 있는 터미널에 지붕을 설치하고, 그 지붕에 태양광발전모듈을 설치해 전력을 생산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생산된 전력을 한국전력에 팔아 누비자 운영비용으로 조달하기 위해서다.

창원시는 손꼽히는 교통 혼잡 도시 중 하나다. 출퇴근 시간에는 줄을 잇는 버스와 승용차가 뒤엉키기 일쑤다. 하지만 누비자를 도입하면서 도시 풍경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 누비자는 도입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도시 전체에 열풍을 불어넣으며 공공 자전거의 대명사로 떠오른 것이다.

누비자를 운영하는 최의석 창원시 자전거정책과장은 “누비자 도입 전에는 5%였던 자전거 교통 분담률이 7%대를 넘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자전거 타기는 ‘환경보호를 근간으로 대중교통과 함께 하는 나홀로 차량 줄이기 사업’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시민들의 의식 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전거 혁명 3 160여 개 지자체에서 벤치마킹하는 자전거 문화센터

자전거 타기 교육에서부터 시민의식 제고까지


창원시는 이를 위해서 다양한 자전거 시책을 펼치고 있다. 시민들의 자전거 이용 붐을 조성하기 위해 안전교육과 자전거 정책 홍보 등을 꾸준히 추진해 오고 있다. 이를 위해 설치·운영되고 있는 곳이 바로 ‘자전거문화센터’다. 창원경륜공단 경륜장에 있는 자전거문화센터는 자전거 교육, 정비, 전시, 홍보, 체험 등을 한 곳에서 할 수 있는 자전거 종합 문화공간이다. 자전거 전시관, 홍보관, 교육장, 체험관, 정비소 등으로 구성돼 자전거 문화를 한눈에 알 수 있도록 돼 있었다.

전시장에는 최초의 자전거 모델에서부터 최신 제품까지 전시돼 있었고, 체험장에는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이용해 코스를 체험해 볼 수 있는 스크린 자전거와 최고 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경륜 자전거가 구비돼 이색체험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스크린 자전거는 1대에 1000만원 한다는 것이 센터 측의 설명이다.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자전거교실이다. 자전거를 안전하게 타기 위한 국내 최대의 자전거 주행 전문 교육장이다. 교육 프로그램은 10일짜리로 4명의 국가대표, 프로경륜선수 출신 강사가 가르친다. 수강생은 40~60대 여성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현재까지 배출한 수강생은 모두 1100여 명. 대기자만 250명에 이른다.

교육장은 실제 도로와 같은 도로표지판, 신호등, 횡단보도 등을 갖춘 자전거 교육 전문 주행로와 창원경륜장 데크와 경사로 등 총 1㎞를 이용해 자전거의 변속, 속도를 체험하는 자전거 주행 교육장으로 구성돼 있다. 마지막 날에는 실제 도로에서 연수를 실시해 실생활에서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가르친다. 강사인 하경삼씨는 “그동안 다칠까봐 겁나서 배우지 못했던 40~60대 여성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며 “자전거와 친하게 해 안전하게 탈 수 있도록 가르친다”고 말했다.

5일째 자전거 타기를 배우고 있는 김정자(45)씨는 “그동안 어디 배울 데도 없었고, 남편도 가르쳐 주지 않아 배울 기회가 없었다”며 “여기서는 혼자서 3일 만에 탈 수 있었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자전거를 타니까 스트레스도 훌훌 털어버리고 너무 좋아요. 앞으론 시장 갈 때 꼭 자전거를 이용할 겁니다.”

문화센터에서는 초등학교 5학년을 대상으로 한 자전거 교육도 펼치고 있다. 어려서부터 안전하게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는 문화를 몸에 배게 하기 위해서다.

이 자전거문화센터는 누비자와 함께 타 지자체의 벤치마킹 대상이다. 심재상 자전거문화센터 팀장은 “지금까지 160여 개 지자체 및 지방의회에서 4300여 명이 다녀갔다”며 “요즘도 매일같이 오는 문의전화와 방문객 때문에 일을 못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자전거도로 등 시설과 관련된 하드웨어적 접근이 아니라 각종 프로그램 개발과 제도의 정비 그리고 자전거 이용자들의 안전성과 편의성 및 통행 행태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자전거 타기 활성화 시책을 추진한다는 것이 창원시의 구상이다.

특히 창원시는 국내 자전거 산업 활성화에도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자전거가 국내 생산이 전무하다는 데 착안해 향후 국내 자전거 산업 클러스터에서 생산되는 자전거를 누비자 자전거로 구매할 것이라고 표명한 것.

박완수 시장은 “자전거 클러스터뿐만 아니라 창원공단 내 자전거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이미 관련 부서와 기업 등이 머리를 맞대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기존 창원공단 내 자전거 업체 중 중국으로 이전한 업체를 재유치하기 위해 싼 값의 부지 제공, 세금 혜택 등 최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전거 타기 활성화 위해선 시민의식 제고돼야

일부에서는 전국 최고의 자전거 인프라를 갖추고 있지만 자전거 타기 활성화를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서경숙씨는 아직 자동차 운전자들의 배려가 없고, 자전거 전용도로도 울퉁불퉁한 경우가 많아 불편한 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서씨는 “자전거 전용도로에 자동차들이 주차돼 있어 위험한 경우가 많고, 자동차 운전자들이 경적을 울리면 깜짝 놀라기도 한다”며 “자전거 활성화를 위해서는 자전거를 안전하게 탈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정비하거나 시민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할 부분이 아직 많다”고 말했다.

이는 실제 자전거를 타고 도로를 달려본 체험에서도 나타났다. 자전거 전용도로에서는 자동차를 의식하지 않고 달릴 수 있었지만 어쩌다 주차된 자동차가 앞을 가로 막았다. 자동차와 같은 방향으로 달려야 하지만 역주행하는 자전거도 더러 있어 위험하기도 했다.

자전거 자동차 겸용도로는 통행유도선이 표시돼 있었지만 바로 옆에서 달리는 자동차 때문에 불안했다. 시내버스 정류장에서는 시내버스와 버스에 타려는 시민들로 인해 사고의 위험도 있어 보였다. 자동차 운전자들의 배려가 아쉬웠다. 자전거도로 등 인프라를 잘 갖춘다고 해서 자전거 도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실감했다.

자전거도로에서 만난 한 시민은 자전거 자동차 겸용도로에 자전거가 나서지 못하면 교통수단으로서 자전거는 아직 멀었다고 꼬집기도 했다. 자전거 운전자와 자동차 운전자들의 인식이 다 같이 높아져야 한다는 얘기다.

자전거의 ‘환경적 가치’가 중요하다는 점이 강조되기도 했다. 이재호 창원자전거타기실천연합회 회장은 “인프라만 잘 갖췄다고 해서 시민들이 자전거를 많이 이용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며 “일상생활 속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이 환경문제와 연관됐다는 것을 시민들이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이 나빠진다면 자전거를 타기가 어려워집니다. 결국 자전거 활성화는 환경과 연결될 수밖에 없어요. 에너지를 절약하고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교통수단으로는 자전거가 최적인 거죠. 환경을 생각하는 시민의식이 자전거 타기와 함께 성장해야 합니다.”

박완수 창원시장

“도심에선 자동차 속도 시속 50km로 제한, 대중교통과 연계 완벽히 하겠다”

오전 8시가 좀 넘은 시간. 박완수(54) 창원시장이 자전거를 타고 시청 내 누비자 터미널에 나타났다. 양복 차림에, 자전거 앞부분에 달려있는 바구니에는 서류봉투가 담겨 있었다. 박 시장은 자출족 3년차다. 2㎞ 떨어진 집에서 15분 정도 걸린다고 했다. 그는 2007년 2월부터 직접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면서 자전거 타기 붐을 조성했다. 18만원짜리 접이식 개인 자전거를 타고 다니다 공영 자전거가 도입되면서 누비자로 바꿨다. 창원시가 자전거 도시의 표본이라는 명성을 얻게 된 데는 그가 펼친 강력한 자전거 정책 덕분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박 시장이 자전거 타기 정책을 펼친 것은 ‘환경수도 프로젝트’를 펼치면서부터다. 창원시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2006년 11월 ‘환경수도 창원’을 선언했다. 그는 “공단도시로 대기오염에 취약한 점을 고려해 환경과 교통, 에너지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대안은 ‘자전거’라고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환경수도 창원’을 실현하기 위해선 대기오염의 67%를 차지하는 자동차 통행을 막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출근시간대면 시내는 자동차로 꽉 막힙니다. 그 중 대부분은 나홀로 차량이었어요. 기업들은 수십억원을 들여 이들 자가용을 수용할 주차장을 만들고 있고요. 공장 지을 땅도 없는데, 이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죠.”

아무나 할 수 없는 정책 발 빠르게 추진

2007년 1월 살기 좋은 도시로 꼽히는 일본 히메이지 시를 방문했을 때 그는 큰 충격을 받았다. 시 직원들의 자가용 출퇴근이 금지돼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돌아오자마자 자가용 출근 금지를 선포했다.

하지만 직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1주일 후부터는 원거리 거주자, 대중교통이나 도보 출퇴근자는 제외했다. 3㎞ 이내 거리에 거주하는 직원에 대해서만 ‘자전거 출퇴근’을 의무화했다. 자신도 직접 자전거로 출퇴근하면서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래도 직원들의 반발이 있었지요. 그런데 출퇴근을 자율화한 요즘 자출족 직원들이 더 많아졌어요. 공영 자전거인 누비자의 경우에도 처음에는 시장이 펼치는 ‘쇼’ 정도로 비쳐졌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시민들의 호응이 높아지고 있어 뿌듯합니다. 이제 어느 정도 자리 잡아 가고 있어요.”

2008년 말 기준 7.3%인 자전거 교통분담율을 2020년까지 유럽 자전거 선진국 수준인 2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그는 “10% 이상까지만 끌어올리면 자연스럽게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그동안 강력한 자전거 정책을 펼쳤다.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들고, 자전거 자동차 겸용도로에는 자전거 통행유도선을 표시했다. 무료주차장을 유료화하고, 차 없는 거리도 지정했고, 일방통행 구역도 늘려 자동차가 불편하게 했다.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정책들을 발 빠르게 추진한 것이다. 그는 나아가서는 도심 내 자동차의 속도를 50㎞ 이내로 제한할 생각까지 하고 있다. 이미 법 개정 준비 작업에 나선 상태다.

문화로 정착시킬 것

그는 자전거 정책을 추진하면서 느낀 것도 많다. “교통 정책은 자동차가 빠르게 달릴 수 있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자전거에 불합리한 조항들이 수두룩했지요. 자전거를 안전하게 타기 위한 제도적 장치와 지원을 중앙정부 등에 요청해 이뤄진 것도 있고, 추진 중인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규제만으로 다 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자전거 타기는 문화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자전거를 이용하는 시민들에 인센티브를 제공해 자발적으로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이후 다양한 방안과 제도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 5월3일 개최된 ‘제1회 대한민국 자전거 축전’은 시민 자전거 타기 붐 조성에 한몫을 했다고 평가했다. 축전 이후 누비자의 평균 이용 횟수는 38% 가까이 증가했으며, 자전거 축전 전 50여 명에 불과하던 1일 평균 회원 가입 역시 축전 후 120여 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박 시장은 “지역 축제로 준비한 것이 정부의 녹색성장과 맞물리면서 예상한 것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며 “축전을 통해 창원시는 자전거 거점도시로서의 위상을 확립했다”고 평가했다.

창원시는 이번 축전을 계기로 세계적인 자전거 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선진국형 자전거 인프라 확충에 나서기로 했다. 부족한 인프라와 미흡한 제도적 장치 등을 대폭 손질하는 등 자전거 정책 점검 및 후속 자전거 로드맵도 구체화했다. 자전거 전용 신호등 및 자전거 육교 설치, 자전거 전용도로 확대 구축, 누비자 이용 활성화를 위해 누비자와 시내버스 간 환승할인제 및 마일리지제를 운영할 방침이다. 박 시장은 “시내버스에 자전거를 실을 수 있을 정도로 자전거와 대중교통과의 연계체계를 완벽히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국 자전거 네트워크의 중심 역할은 물론 세계 선진 자전거 도시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국제기구 등을 통해 자전거 도시로서 창원을 적극 홍보하는 한편 가칭 ‘국제 공영 자전거 운영 도시연합’ 결성과 자전거 관련 학술대회 등을 개최할 계획도 세워 놓고 있다. 국제 공영 자전거 운영 도시연합은 노르웨이, 스웨덴, 프랑스, 미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및 미주 지역의 자전거 선진도시를 대상으로 결성, 각 도시의 자전거 우수정책을 공유하고 협력 체제를 구축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박 시장은 “창원이 대한민국 자전거 도시의 모델이 된 만큼 전국 지자체와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자전거 보급 확대를 위한 선진 시책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세계적인 자전거 도시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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