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와 비즈니스 하라, 그의 보살핌으로 위기를 벗어나리니’
하나의 주문이 세계 금융업계를 홀리고 있다. 탐욕에 사로잡힌 세계 금융업계에 100년 만의 위기가 찾아온 반면 이슬람권은 오랜 만에 ‘돈 벼락’을 맞았다. 국제 유가가 ‘고공행진’하면서 막대한 오일머니가 몰려든 것이다. 한 푼의 돈이 아쉬운 세계는 이슬람에 절절한 구애를 하기 시작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이슬람 금융이 세계 금융의 ‘베아트리체’로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중요한 것은 그의 기량은 아직 10%도 개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가진 이슬람 금융의 문을 연다.

 “자본주의의 붕괴는 이슬람의 경제 철학이 부상하고 있음을 일깨워준다.”

2008년 도하 컨퍼런스에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샤리아(이슬람 율법) 학자로 꼽히는 셰이크 유스프 알 콰라다위(Sheikh Yusuf al-Qaradawi)는 이렇게 선언했다. 이슬람 경제가 세계 자본주의의 대안이라는 것이다. 역시 영향력 있는 샤리아 학자인 유수프 타랄 디로렌조는 한발 더 나아가 “만약 당신이 수쿠크(이슬람 채권)를 가지고 있었다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슬람 금융의 우위를 강조했다. 거칠 것 없는 자신감이었다.

이슬람권의 자신감은 근거 없는 것이 아니었다. 금융위기로 금융계를 호령하던 투자은행들이 도산하고 투자자들이 자산 가치 폭락으로 시름하고 있을 때 이슬람 금융은 오히려 고공성장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2008년 상반기 수익이 영연방과 미국 은행들의 전년 대비 각각 60%, 87%씩 곤두박질쳤을 때 이슬람 금융권의 은행은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었다. 바레인이 102%, UAE가 38%, 쿠웨이트가 18%, 사우디아라비아 15%, 말레이시아가 5%의 수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기 속 나 홀로 성장

이슬람 금융의 ‘비행(飛行)’은 비단 2008년 만의 일이 아니다. 2000년대 들어 이슬람 금융은 매년 놀라운 성장세를 이어왔다. 2000년 이후 자산 규모가 연평균 15%씩 불어났다. 대표적인 이슬람 금융 상품인 수쿠크(이슬람 채권)의 경우 2001년 5억달러에 불과했던 발행액이 2007년에는 600억달러까지 급증했다. 6년 사이에 무려 120배나 불어난 것이다. 금융기관 수도 1997년 176개에서 2006년 271개로 크게 늘었다. 폭발적이라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은 성장세였다.

성장의 비밀은 기름에 있었다. 수년 동안이나 국제 유가가 치솟으면서 막대한 오일머니가 이슬람 지역으로 유입됐던 것이다. 걸프 지역으로 유입된 오일머니는 2001년 1498억달러에서 2007년 4734억달러로 3배 이상 불어났다. 연평균 증가율이 무려 28.6%에 이른다. 이 오일머니 중 상당 부분이 이슬람 금융권에 투자되면서 이슬람 금융의 덩치가 급속히 커진 것이다.

미래 전망도 밝다. 맥킨지는 이슬람 금융자산이 2006년 말 3860억달러에서 2010년 1조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장기적으로 이슬람 금융은 41조9000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본다. 막대한 오일머니, 이슬람권의 인구 성장 등이 맞물리면서 기하급수적인 발전을 이룰 것이란 설명이다.

인구 성장은 이슬람 금융의 발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엔진이다. 일단 이슬람교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종교다. 현재 13억 명의 신자가 있다. 20년 후에는 30억 명 가까이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들이 현대화된 이슬람 금융과 거래를 한다면 그 폭발력은 짐작하기조차 어렵다. 

성장성도 놀랍지만 서구의 금융계가 정작 주목한 것은 이슬람 금융의 안정성이다. 전 세계가 몸살을 앓을 때 이슬람 금융은 건재했다. 도대체 비결이 무엇이란 말인가. 답은 샤리아 학자인 모하메드 엘가리의 “돈 자체는 아무런 가치를 만들어내지 않는다. 돈이란 단지 교환 수단일 뿐이다”라는 말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이슬람 금융은 샤리아의 가르침을 따르는 금융을 말한다. 샤리아에 위배되면 이슬람 금융이란 이름표를 달 수가 없다. 샤리아는 실물자산이 연계되지 않는 투자를 금지한다. 돈이 돈을 버는 식의 전통적 금융업을 용납하지 않는 것이다. 은행 이자마저 허용하지 않는 마당에 파생상품같은 ‘대량살상무기’에 눈을 돌릴 리 만무하다. 그 결과 대량살상무기의 무차별 폭격에서도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었다. 전통적인 금융의 끔찍한 변동성에 놀란 세계의 투자자들이 이슬람 금융에서 대안을 찾으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투자자뿐 아니라 금융 당국과 기업들도 이슬람 금융에서 돌파구를 찾고자 한다.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다. 너나없이 금고의 돈이 턱없이 부족한 반면 이슬람은 넉넉했다. 우리 금융 당국과 기업들이 이슬람 금융에 본격적인 관심을 보인 것도 바로 이 대목이었다. 부족한 외환을 이슬람을 통해 조달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희망을 본 것이다.

최근에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슬람 금융은 구멍가게에 불과했다. 전통적인 금융의 기본적인 수익 모델인 ‘이자’를 금지하니 은행에 저축할 이유도 없었고 돈이 없으니 금융 산업이 성장하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서면서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변화의 기수는 바레인과 말레이시아였다. 샤리아를 유연하게 해석하면서 이슬람 금융 상품은 다양화하면서 기반을 넓혀나갔다. 이를 계기로 무라바하, 이자라, 무하라바, 무샤라카, 타카풀, 수쿠크 등이 생겨나거나 본격적인 발전을 시작했다. 그리고 2001년, 드디어 최초의 국제적인 수쿠크가 탄생하며 현대적인 이슬람 금융의 시대가 열렸다. 씨티, HSBC, UBS, 도이치뱅크, ABN암로 등 세계적인 투자은행들이 잇달아 이슬람 금융에 진출한 것이 이 무렵이었다.

이슬람 지역은 세계 금융기업의 각축장

세계적인 투자은행들이 줄줄이 이슬람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이슬람 경제가 막대한 오일머니를 총알 삼아 적극적인 개발 정책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이슬람 전체가 공사판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개발 붐이 일면서 프로젝트 파이낸스, 사모펀드, 기업공개(IPO) 등 기업 금융 물량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실제로 이슬람 지역에서 기업 금융 부문은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1995년 10개 남짓에 불과했던 이슬람 펀드는 2002년 100개를 넘어섰고 2010년엔 1000개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중 60% 이상이 중동과 아프리카(MENA)에 집중적으로 투자되고 있다. 9·11사태는 이러한 발전 추세에 기름을 붓는 역할을 했다. 이슬람 자본의 미국 진출이 제한되면서 오일머니가 MENA로 모이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 부동산에 투자됐는데 내부 수익률(IRR)이 30%를 넘어서면서 투자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대목에서 이슬람 금융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 또 하나 있다. 실물자산이 반드시 연계되어야 한다는 원칙에서 비롯되는 장점이다. 이슬람 금융의 수익모델은 이자가 아니라 투자한 사업에 대한 수익 배당이다. 이익이 나지 않으면 투자자에게 돈을 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금융권의 부담이 없다. 또 전통금융의 채권의 경우 이익이 나든 안 나든 이자를 줘야하지만 이슬람 채권은 그럴 일도 없다. 기업 자금 조달 비용이 저렴하다는 얘기다. 저렴한 데다 부담도 없으니 자금 수요자 입장에선 이만한 상품이 없는 셈이다. 

김삼종 우리은행 이슬람 금융연구회장은 “중동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의 본고장이어서 세계 금융기업의 각축장이라고 할 수 있다”며 “안정성이 뛰어나 마진은 적지만 단순히 마진이 아니라 시장을 확대한다는 데 초점을 두고 사업을 추진한다면 우리 금융기업에게도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슬람 금융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비관적인 시각을 가진 전문가들도 없지 않다. 먼저 이슬람 금융이 지켜야 하는 ‘샤리아’의 해석이 일정하지 않다는 점이다. 해석이 제각각이어서 어떤 나라에서 통하는 이슬람 금융 상품이 다른 나라에서는 허가되지 않을 때도 있어서 국제화에 어려움이 있다.

비록 이슬람 국가들이 표준화를 위해 이슬람금융기관회계감독기구(AAOIFI), 이슬람금융서비스위원회(IFSB), 이슬람은행 및 금융기관 총평의회(GCIBFI) 등의 국제기구를 세워 활동하고 있지만 표준화에 이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샤리아 학자 내부에서도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데다 일종의 권력 게임도 있어 의견 조율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샤리아 사회 일부에서는 현재 유통되고 있는 이슬람 금융 상품의 85%는 율법에 어긋난다고 비난하기도 한다.

이번 금융위기의 피해를 비켜갔다고 하지만 온전히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도 고민거리다. S&P에 따르면 2008년 3분기까지 SCF(Shariah Compliant Finance) 주식은 23%의 손실을 입었다. 25% 손실을 입은 전통금융에 비하면 적지만 역시 만만찮은 피해다. 수쿠크 발행 역시 감소했다. 이슬람금융정보서비스(IFIS·Islamic Finance Information Service)에 따르면 지난해 수쿠크 발행액은 146억달러였는데 이는 2007년에 비해 절반에 불과한 수치다.

기름 값 떨어져도 대세 상승 ‘이상무’

수쿠크 발행액이 급전직하한 것은 궁극적으로 세계적인 금융위기 탓이었다. 수쿠크의 매수자들이 대부분 비 이슬람 지역의 투자자였는데 금융위기로 이들의 투자가 움츠러든 것이다. 외국계 자본 이탈도 심했다. UAE의 경우 2008년 9월에만 700억달러의 글로벌 펀드가 UAE에서 철수한 것으로 추정된다.

2009년 이슬람 금융이 크게 회복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최근 들어 크게 성장한 신디케이트론과 PF의 규모도 2007년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란 비관론도 나오고 있다. 이슬람 은행들이 세계적 금융위기의 영향권 아래 들 것이란 설명이다. 무디스에 따르면 이슬람은행의 결합자산(combined asset)은 2009년 전년 대비 10~1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고 이슬람 금융이 장기적으로 위축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오일머니는 지속적으로 유입될 것이고 인구도 성장할 것이기 때문에 걱정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원대로 KTB투자증권 싱가포르 사무소 대표는 “중동 지역 정부 대부분은 배럴당 20달러 선의 국제 유가 수준에서 예산을 잡고 있다”며 “50달러면 잉여 자원이 쌓이는 데 아무 문제가 없으며 투자 여력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누가 이 끊임없이 성장하는 과실을 딸 수 있느냐이다. 이미 많은 국가들이 이슬람 금융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다. 이슬람 금융 허브를 자처하는 말레이시아를 비롯해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영국, 프랑스, 일본 등이 이슬람 금융 발전을 위해 정책적인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다소 늦기는 했지만 한국도 이슬람 금융 육성에 민관이 힘을 모으고 있다. 말레이시아와 영국 등이 앞서가고 있지만 아직은 절대강자도 없다. 해볼 만한 승부다.

하지만 변수가 있다. 미국이다. 지금이야 미국과 중동 사이가 좋지 않아 미국의 금융기업이 조용하지만 만약 관계가 정상화된다면 이슬람 금융의 판도는 확 달라질 수도 있다. 미국은 세계 최고의 금융 노하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전에 확실히 자리매김하지 않으면 영영 기회를 잃을 수도 있다고 금융권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과연 누가 이슬람 금융이라는 오아시스의 지배자가 될지 아직은 모른다. 다만 세계 각국의 숨 가쁜 도전이 이어지고 있을 뿐이다.

 tip  키워드 이슬람 금융

샤리아(Shariah)  이슬람 율법. 이슬람 금융 상품은 판매 전에 해당 상품이 샤리아 위원회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샤리아 학자는 세계적으로 약 200명 정도인데 각자 입장 차이가 있다. 말레이시아 쪽이 유연하다면 걸프 지역 학자들은 보다 엄격하게 율법을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SCF(Shariah Compliant Finance)  샤리아의 지침에 위배되지 않는 금융 상품.

이자라(Ijarah)  리스와 비슷한 형태의 이슬람 금융 상품. 소비자가 사고자 하는 물건을 금융기관이 대신 사서 이를 빌려주고 임대료를 받는다.

무라바하(Murabahah)  소비자 금융과 유사한 이슬람 금융 상품. 소비자가 원하는 물건을 금융기관이 사서 이를 소비자에게 지급한 뒤 이에 해당하는 대금과 비용을 받는다.

무다라바(Mudarabah)  벤처 캐피탈에 해당한다. 기업인에게 투자를 한 뒤 수익이 날 경우 계약 시 정한 이익을 배분받는다.

무샤라카(Musharaka)  사모펀드과 비슷한 상품. 투자자를 모아 함께 사업에 투자한 뒤 수익이 나면 출자 비율에 따라 수익을 나눈다.

수쿠크(Sukuk)  이자라, 무라바하 등 이슬람 금융 구조를 증권화한 이슬람 채권 또는 수익증권이다.

이슬람 금융 산업 진화중

금융위기에도 ‘꿋꿋’ … 지속발전 ‘이상무’

김진홍 한국은행 해외조사실 차장 sigehiro@bok.or.kr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2007년 무렵부터 중동 국가들의 입장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오일머니를 쓰는 방식이 달라진 것이다. 과거 1970년대 석유 파동 당시 중동 국가들은 넘쳐나는 오일머니를 대부분 고급 별장이나 호화 요트 구입 등으로 과소비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이번 유가 상승기에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언젠가는 자신들의 주요 재원인 원유가 고갈될 때를 대비해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경제 발전에 오일머니를 투자하기 시작한 것이다. 두바이의 ‘The Palm’과 ‘The World’와 같은 초대형 건설 프로젝트로 상징되듯이 국부펀드(SWF)를 조성하여 관광, 무역, 금융 산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소비자 금융 부문 대폭 성장

오일머니를 경제 발전에 활용하는 시도는 이슬람의 교리와 맞물리면서 금융 산업의 발전으로 이어졌다. 실물자산이 뒷받침되어야하는 이슬람 금융의 특성과 자연스럽게 융합되면서 이슬람 금융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말레이시아는 1990년대 후반의 아시아 금융위기를 경험하면서 헤지펀드와 같은 서구 금융에 좌지우지되지 않겠다는 의식과 이슬람 금융의 허브를 지향하는 국가 전략과 맞아떨어지면서 이슬람 금융 발전에 기폭제 역할을 했다.

말레이시아는 샤리아를 유연하게 해석해 선진 금융 수법과 유사한 다양한 금융 상품(소프트웨어)을 적극적으로 개발해 나갔다. 이러한 금융 산업 발전 전략은 중동 지역의 오일머니를 재원(하드웨어)삼아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며 이슬람 금융의 존재감을 높여 나갔다.

하지만 2007년 가을쯤부터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문제가 부각되고 2008년 9월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하면서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기 시작한 금융위기와 더불어 세계 경기가 일제히 감속하자 이슬람 금융도 타격을 피할 수 없었다. 풍부한 오일머니로 조성된 국부펀드가 대부분 미국에 투자되었던 관계로 UAE의 펀드에서만 지난해 약 1250억달러의 손실을 입었고 다른 중동 펀드들도 약 20~30% 정도는 손해를 입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2002년 10월 말부터 2007년 10월 말 정점까지 5년간 연평균 23%의 상승률을 보였던 미국 뉴욕의 이슬람 주가 지수도 지난해 9월부터 지난 5월12일까지 20.8%, 정점 대비로는 37.7% 하락한 상황이다. 이슬람 금융의 발전을 상징하는 수쿠크의 발행액도 크게 줄어들었다. 2004년 54억달러에서 2007년 331억달러로 확대되었다가 2008년에는 151억달러까지 움츠러들었다. 전년 대비 54.4%나 감소한 것이다. 지난해 상반기 이후 국제 유가가 약 70% 하락한 것이 결정타였다.

금융위기 속에서도 이슬람 금융에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스쿠크의 발행액이 상품의 종류에 따라 양 갈래의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2008년 중 무다라바(신탁 금융)의 발행액은 전년 대비 -68.6%, 무샤라카(출자 금융)는 -83.1%로 급감한 반면 무라바하(소비자 금융)는 59.3%가 증가하였고 이자라(리스 금융)는 -5.5%의 소폭 감소에 그쳤다.

금액 규모로는 무샤라카가 사업 성격상 가장 크나 무라바하가 급증하고 이자라도 소폭 감소에 그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 상품들은 실물자산이 뒷받침되어 샤리아에 가장 가까운 상품이기 때문이다.

이슬람 국가들은 최근 금융위기를 야기한 허구적인 유동화 상품과 같은 서구식 금융보다는 실물자산이 뒷받침되는 이슬람 금융이 우수하다고 강조하고 있어 이러한 생각이 수쿠크 발행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해석된다.

인도네시아 이슬람 금융 국제화 ‘박차’

세계 최대의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는 2010년까지 이슬람 금융의 국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금년 2월에는 자국민을 대상으로 최초의 개인용 수쿠크를 발행하였다. 3년 만기로 표면이율이 12%에 이르러 큰 인기를 끌며 총판매액이 5조5560억루피아(약 6784억원)에 이르렀다.

지난 4월에는 인도네시아 최초의 미국 달러 표시 수쿠크(6억5000만달러)도 발행했는데 이번에는 목표액의 7배에 가까운 47억달러나 자금이 몰려들었다. 이 수쿠크 구입에 참여한 투자자들을 나라별로 구분하면 중동 30%, 아시아 32%, 미국 19%, 유럽 11%의 순이었다. 특히 국내 투자가도 8%를 차지하여 수쿠크가 상품 설계에 따라 여전히 높은 인기를 끌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수쿠크 발행액의 60% 이상을 차지해온 말레이시아도 이에 자극받아 경기 부양책의 일환으로 지난 5월14일부터 인도네시아와 같이 개인 대상으로 약 25억링깃(약 8908억원) 규모의 수쿠크 발행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수익률을 은행 금리의 2배인 5%로 하고 1000링깃(약 35만원) 단위로 21세 이상 국민이면 누구나 구입 가능한 상품이다. 말레이시아는 향후 3년간 총 75억링깃(약 2조 6723억원)의 수쿠크를 발행할 방침이다.

게다가 지난해 11월13일에는 말레이시아 증권위원회(SC)가 그동안 부정적으로 보던 주식 대차를 통한 공매도의 허용 의향을 밝히는 등 이슬람 금융의 새로운 진화가 시작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러한 말레이시아의 공격적인 상품 개발에 모든 중동 국가들이 동조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말레이시아보다 엄격하게 샤리아를 적용하기 때문에 말레이시아에서는 샤리아 적격 수쿠크임에도 중동에서는 부적격으로 판정받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향후 이슬람 금융의 주도권을 말레이시아에 순순히 넘겨주지 않겠다는 것이 이들의 속내다.

서구 금융은 예금(부채)이 재원이어서 경기 감속으로 자금 면에서 압박을 받는 반면 이슬람 금융은 석유 판매 대금이 재원이라는 점에서 오일머니가 지속 유입되는 데다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 등의 새로운 움직임과도 연동하면서 다시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 이슬람 국가의 ‘러브 콜’

정부 밀고 민간 뛰고…영국 ‘선두’

지난해 5월 <파이낸셜타임스>는 흥미로운 기사를 게재했다. 프랑스 정부가 이슬람 금융 육성을 위해 조직적이고 다각적인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크리스틴 리가르드 재무장관의 주도하에 이슬람 금융을 유치 ‘작전’을 시작했다는 얘기다. 이 신문은 크리스틴 장관의 이러한 행보는 ‘런던’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경쟁자인 런던이 이슬람 금융의 허브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반면 파리는 무슬림 인구가 영국의 3배에 가까운 600만 명에 이르면서도 이슬람 금융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데 대한 조치라는 것이다.

이슬람 금융의 유럽 허브 ‘런던’

프랑스의 행보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유럽에서도 이슬람 금융은 확대되고 있다. 특히 영국은 비 이슬람 지역에서 가장 선진적인 이슬람 금융을 전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6년 고든 브라운 총리가 ‘영국을 이슬람 금융의 게이트웨이로 만들겠다’고 공언했을 정도로 자신감도 충만하다. 2000년대 초반부터 공들여온 이슬람 금융 육성이 열매를 맺고 있는 셈이다.

영국은 먼저 이슬람 금융 이용자에 대한 세금 문제를 해결했다. 수쿠크 투자로 나오는 배당을 이자로 간주, 배당에 부과하던 세금을 없애 이슬람 금융 이용자와 일반금융 이용자 간의 불평등을 해소했다. 이슬람 금융이 시장에 안착할 수 있는 길을 터준 것이다. 대개의 비 이슬람 국가가 이중과세 문제로 이슬람 금융 도입이 늦어지고 있다는 점에 비춰 영국 정부의 결정은 파격적인 것이었다.

이중과세 철폐 후 영국은 가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이슬람 금융이 일반금융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나갔다. 2004년엔 소매금융, 2005년에 종합은행업, 2007년엔 수쿠크 발행과 관련한 법규를 개정했다. 영국 클리포드 법무법인의 팀 프루스 대표는 “영국 계약법 특유의 유연성이 이슬람 금융 도입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슬람 금융 도입에 따른 혼란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계약 당사자가 샤리아 준수를 합의한 상태에서 계약 위반으로 분쟁이 발생하면 영국법을 적용해 조정하고 있다”며 이슬람 규율과 영국법의 공존이 가능한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 비즈니스에서도 문을 열어 나갔다. 2004년 8월 영국이슬람은행(IBB)에 최초로 이슬람 금융 허가를 내줬다. IBB는 소비자 시장에서 SCF를 판매하고 있다. 2006년에는 유러피안이슬람투자은행(European Islamic Investment Bank)에 영연방 최초로 이슬람 금융 상품을 판매하는 독립은행 허가를 줬다. 2008년에는 ‘게이트하우스’가 샤리아를 준수하는 예금은행 인가를 받았다. 게이트하우스는 쿠웨이트에 위치한 KSH의 자회사로 독자적인 샤리아 위원회를 두고 있다.

정부 노력의 결과 영국 내 이슬람 금융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영국 내 이슬람 모기지 시장 규모는 2006년에서 2007년 1년 동안 무려 50%나 증가해 9억달러에 이르렀다.

싱가포르 정부 차원 육성책 강화

비 이슬람권에선 영국이 독보적인 위상을 구축했을 뿐 영국에 견줄만한 경쟁국은 없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싱가포르, 일본, 미국 등이 이슬람 금융에 관심을 보이면서 국가적인 전략하에 이슬람 금융 유치에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뚜렷한 절대강자가 없는 초기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아 향후 이슬람 금융의 중심이 된다는 목표다.

아시아의 금융허브를 자부하는 싱가포르는 국제금융센터의 경쟁력 강화라는 측면에서 이슬람 금융에 접근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국제 금융이 거래할 수 있어야 하며 이슬람 금융도 예외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싱가포르는 이슬람 금융의 허브로 자리 잡고 있는 말레이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는 지리적 이점, 말레이시아에 비해 월등히 풍부한 국제 금융 경험과 인프라 등이 강점으로 꼽힌다. 

싱가포르의 접근법은 영국과 비슷하다. 일반금융과 이슬람 금융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2005년 은행법을 개정, 이슬람 금융과 일반금융의 세제 차이를 없애고 은행에 실물자산 매매를 허용했다. 은행이 실물자산 매매를 할 수 없다면 이슬람 금융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06년에는 싱가포르 증권거래소에 샤리아 적격 범아시아 주가지수를 도입하는 한편 무라바하 방식의 투자 상품을 승인하는 등 이슬람 금융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2007년엔 싱가포르 최초의 이슬람 은행인 ‘이슬람뱅크아시아’가 영업을 시작했다.

일본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슬람 금융기관과 제휴가 잇달아 맺어지고 있고 이슬람 금융 상품 발행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슬람 금융 육성에 필요한 국내법 개정이 지연되고 있어 이슬람 금융 발전에는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본의 은행법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실물자산 거래를 금지하고 있으며 이중과세 문제도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요시다 에츠아키 일본국제협력은행(JBIC) 부국장은 지난 1월 금융감독원 세미나에 참석한 자리에서 “일본 금융기관이 이슬람 금융을 활용한 사례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모두 해외에서 해외법을 따른 거래”였다며 “2008년 12월에 은행법을 개정해 금융회사의 자회사가 샤리아 율법과 샤리아 위원회의 승인을 받은 경우 이슬람 금융을 취급할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 

미국에서도 이슬람 금융이 확대되는 분위기다. 정부 차원에서 이슬람 금융을 육성하겠다는 방침은 없다. 하지만 민간에선 이슬람 금융이 조용히 지지자를 불러 모으고 있다.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이슬람 금융의 안정성을 높이 평가하는 여론이 일고 있다. 실제 비즈니스에서도 이슬람 금융 거래가 늘고 있는 추세다. 700만 명에 달하는 미국 내 무슬림 인구가 튼튼한 받침돌이 되고 있다. 무슬림 인구 중 절반 이상이 고소득 계층이라는 것도 강점이다.

이슬람 금융을 제공하는 금융기업은 대부분 규모가 작다. 거래 형태는 주로 주택 모기지 상품으로 규모도 크지 않다. 대형 중에선 유일하게 HSBC가 뉴욕을 중심으로 이슬람 금융을 하고 있다. 프레디 맥과 페니메 같은 정부 금융기관도 샤리아 적격 모기지 등 이슬람 금융을 거래하고 있다. 2007년 프레디 맥은 2억5000만달러 상당의 이슬람 가계 대출 채권을 매입했다. 이 회사의 거래액이 1조7700억달러임을 감안하면 매우 적은 액수지만 의미가 적지 않다는 게 현지 언론의 평가다. 미국 연방은행도 이슬람 상품에 대한 공식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OCC(Office of the Comptroller of the Currency)는 SCF와 관련한 2개의 지침을 정했다. 1997년 이자라에 대한 지침을 정했다. 또 1999년에는 무라바하를 인정했다. 하지만 이슬람과 미국의 관계가 정상화되지 않는 한 미국 내 이슬람 금융의 발전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한국, 이슬람 금융에 길을 묻다

  민관 손잡고 투자 노크…

‘열려라! 오일 머니’
  

 “세계 13위의 경제 국가인 대한민국이 최근에서야 비로소 이슬람 금융 활용에 관심을 갖게 되었듯이 이슬람 금융은 아직도 개척해 나갈 신천지가 크게 열려있으며, 특히 한국 등 비 이슬람권에서 도입이 활성화될 경우 미래 국제금융질서의 새 지평을 열게 될 것입니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이 이슬람 금융 관계자들 앞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을 호소했다. 지난 5월6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한국 설명회(Korea Showcase)’자리에서였다. 한국 정부가 이슬람 금융과 관련해 해외 IR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국제 사회에 이슬람 금융 ‘신고식’을 치른 셈이다. 반응은 상당히 우호적이었다. 공식 자리 이후에도 이슬람 금융 관계자들이 한국 측 참석자들에게 한국에 대한 관심을 적극적으로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이에 앞서 국내에서 이슬람 금융 지원을 위해 개최한 바 있다. 지난 1월에 서울에서 ‘이슬람 금융 세미나’를 열었다. 이 자리에도 말레이시아, 영국, 일본 등 해외의 이슬람 금융 관계자들이 참여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정부, TF 꾸려 법체계 전면 검토

한국의 본격적인 이슬람 금융 도전이 드디어 시작됐다. 정부가 어거지로 끌고 가는 것도 아니고 민간기업이 부모 없는 아이처럼 홀로 개척하는 것도 아니다. 민관이 머리를 맞대고 손발을 맞추며 한걸음씩 나갈 채비를 갖추고 있다. 이슬람 금융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법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에 민관이 함께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는 게 금융업계의 평가다.

이율희 한국투자증권(한국증권) 이슬람 금융팀장은 “이슬람권에서 한국의 인지도는 매우 낮은 게 사실”이라며 “정부가 나서서 한국을 홍보하고 이슬람 금융에 대한 호의를 표하는 것으로도 기업이 이슬람 금융을 활용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사실 이슬람 금융에 정부와 업계가 진출을 모색한 것은 이전에도 있었다. 금융위기로 외환 부족 현상이 심화되자 정부는 이슬람 금융에 눈길을 돌렸다. 이슬람 금융을 통해 외화자금을 조달해보자는 것이다. 제2의 외환위기가 올 수도 있다는 설이 힘을 얻을 정도로 급박한 상황이었던 만큼 금융 당국의 사정이 다급했다. 공기업과 은행권에서는 수쿠크 발행을 적극적으로 검토했다. 하지만 외환 문제가 거의 해결된 지금 외환 조달 창구로서 이슬람 금융에 대한 요구는 많이 사라진 상황이다.

민간기업의 경우 증권업계를 중심으로 현지 금융기업과 제휴를 맺는 등 다각적인 시도를 해왔다. 막대한 오일머니를 끌어낸다는 목표로 우리투자증권, 대우증권, 굿모닝신한증권 등이 말레이시아 현지의 대형 은행들과 전략적 제휴를 잇달아 체결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성과는 없는 상태다. 이렇다 할 진척도 찾기 어렵다. 이유는 단순하다. 국내법상 이슬람 금융을 도입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정부의 도움 없는 이슬람 금융 진출은 ‘그림의 떡’임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다르다. 정부가 팔을 걷어붙였다. 한번 해보자는 분위기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승수 국무총리 등 국가 지도자들이 잇달아 이슬람 금융에 대한 관심을 표한데 이어 지난 3월엔 기획재정부가 주축이 되고 금융업계와 학계, 법조계, 세무사 등 가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이슬람 금융 테스크포스(TF)팀까지 꾸려졌다.

금융업계는 정부의 접근법이 단순한 자금 조달 창구에서 산업적인 차원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안되면 말고’ 식의 이벤트가 아니라 이슬람 금융을 한국 경제의 진정한 파트너로 삼으려 한다는 것이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이 ‘한국 설명회’에서 ‘한국은 투자할 만한 곳’임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얘기다.

TF팀의 실무를 총괄하고 있는 김이태 기획재정부 국부운용과장은 “현 법체계 아래에서 이슬람 금융이 가능한지 세제 개편이 필요한지 등을 포함해 이슬람 금융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를 시작했다”며 “영국이나 싱가포르 등도 몇 년에 걸친 노력 끝에 이슬람 금융을 먼저 받아들인 만큼 우리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들 나라보다는 빠르게 이슬람 금융 활성화를 위한 작업을 마칠 계획”이라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국내 기업 진출 가속도…‘아직은 먼 길’  

기업들도 종전에 비해 적극적으로 이슬람 금융을 노크하고 있다. 한국증권이 대표적이다. 정부와 업계 관계자들이 ‘국내 기업 중 가장 앞서있다’고 입을 모을 정도로 체계적으로 이슬람 금융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금융업계에서 유일하게 독립된 이슬람 금융 전담팀을 설치해 리서치와 전략을 수행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샤리아(이슬람 율법) 학자이자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의 자문위원회 의장인 모드 다우드 바카르 박사를 자문역으로 영입해 이슬람 금융 사업의 구조 설계와 실무, 내부 통제 등에 도움을 받고 있다.

이율희 이슬람 금융팀장은 “한국증권은 일시적인 자금 조달 창구가 아닌 장기적인 안목으로 이슬람 금융에 접근한다는 방침”이라며 “전략적으로 이슬람 금융을 이용할 필요가 있는 중동 관련 사업을 하는 국내 기업들을 상대로 한 기업금융 부문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현지에서 잘 알려진 국내 기업을 포스트 삼아 이슬람 금융 시장의 입지를 다지겠다는 포석이다.

KTB투자증권(KTB증권)은 자사의 강점인 ‘사모펀드(PEF)’를 중심으로 이슬람 금융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사모펀드는 수쿠크가 국내법상 발행이 어려운데 비해 국내법과 충돌하지 않기 때문에 비즈니스하기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다. 실물자산과 반드시 결합되어야 한다는 이슬람 금융의 대원칙과도 일맥상통하기 때문에 샤리아 적격을 위한 기술적인 처리만 해주면 사업을 진행하는데 문제가 없다. 최근 들어 이슬람 금융시장에서 PEF는 운용이 편리한 데다 수익률도 높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투자자가 몰리고 있어 분위기도 좋은 편이다.

원대로 KTB증권 싱가포르 사무소 대표는 “이슬람 금융시장에서 PEF는 초기 시장이어서  첫 성공사례만 만들면 비교적 수월하게 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은 물론 아시아 전체를 상대로 중소기업 대상 구조조정 펀드, 부실업체 대상 부실채권 펀드(distressed fund), 정부 주도의 신성장 동력 펀드 등 다양한 종류의 상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산업은행도 중동 지역 투자자가 참여하는 PEF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주채무계열 대기업의 구조조정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산업은행 측은 “중동은 물론 일본과 국내의 투자자들을 모아 상반기까지 1조원 상당의 PEF를 발행할 계획”이라며 “향후 2조원 규모까지 추가 발행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슬람 금융에 국내 기업이 일궈낸 성공 사례는 아직은 없다. 하지만 전망은 매우 밝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수쿠크 등 국내법상 할 수 없는 상품을 제외하더라도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나 PEF, 벤처캐피탈 등의 형태로도 얼마든지 거래의 물꼬를 틀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금융기법은 실물자산과 연계돼 있기 때문이다.

김진홍 한국은행 해외조사부 차장은 “실물자산이 뒷받침되는 인프라 투자나 태양광 발전 등 녹색성장산업 등의 분야와 연계시킨 사업 계획이 이슬람권 투자자에게 보다 설득력을 가질 것”이라며 “이슬람 금융은 향후 지속 성장이 예상되므로 위기 극복을 위한 단발성의 발상보다는 이슬람 금융 자체의 메커니즘에 대한 면밀하고 꾸준한 조사와 연구 검토를 통한 지식의 축적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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