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은 재테크 수단 중에서도 부동산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부동산 불패’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일반 국민들뿐만 아니라 스타들도 부동산 투자를 한다. 스타들은 스타답게 서울 강남권처럼 최고 인기를 누리는 지역의 부동산을 선호한다. 그렇다면 스타들은 부동산 투자 성적도 국내에서 최고 수준일까? 그래서 준비했다. 최고로 잘나간다는 서울 강남권에서, 스타들은 어떤 빌딩을 샀고, 투자 성과는 어땠는지에 대해 입체적으로 분석해 봤다.

스타들은 늘 주목을 받는다. 그래서 스타다. 대중은 가수, 배우, 운동선수 등 스타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갖는다. 이 같은 관심은 스타들의 투자 성과에 대한 궁금증으로도 이어진다. 가끔씩 어떤 스타가 주식으로 대박을 냈다거나, 수십억~수백억원 하는 빌딩을 샀다는 뉴스는 이 같은 대중의 관심에 대한 화답이다.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스타들의 투자 성과는 ‘연예인 주식 부자’와 같은 주제로 비교적 쉽게 분석할 수 있다. 상장사의 주가는 누구나 쉽게 확인할 수 있으며, 일정 규모 이상의 지분을 가진 상장사의 주주라면 보유 지분이나 날짜별 매매 내역도 노출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식과 더불어 투자 세계의 양대 산맥인 부동산의 경우, 스타들의 투자 성과는 알려진 예가 별로 없다. 기껏해야 “스타 A가 어디에 시가로 얼마쯤 하는 빌딩을 갖고 있다”는 정도의 단편적인 소식이 전부다. 이는 부동산의 경우 누가 어떤 부동산을 매매해서 얼마를 벌었고, 얼마의 가치를 지닌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꽤나 까다롭기 때문이다.

주택, 특히 아파트는 부동산뱅크, 스피드뱅크 같은 부동산 시세 정보 사이트를 통해 개략적인 시세를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시세일 뿐, 매물의 소유자가 누구인지, 매매는 언제 이뤄졌는지 등은 알 수가 없다. 이를 확인하려면 개별 부동산의 주소를 보고 온·오프라인 등기소를 통해 일일이 등기부등본을 찾아봐야 한다. 주식과 달리 부동산 정보는 접근하기까지 진입장벽이 상당히 높은 것이다.

이 같은 현실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코노미플러스>는 국내 최초로 스타들의 부동산, 그 중에서도 빌딩 투자 성과를 상세히 취재해 분석, 보도한다.

지역은 국내에서 가장 주목 받는 부동산 시장이자 가장 비싸다는 서울의 강남권(강남구, 서초구)으로 한정했다. 전국의 부동산을 모두 파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어서였다.

김희애,이미영,류시원 등 최초 공개

발로 뛰며 찾아 나선 결과, 강남구와 서초구에 빌딩을 보유한 스타들 중 <이코노미플러스>의 눈에 포착된 이들은 다음과 같다.

고소영(배우), 김승우 김남주 부부(배우), 김지미(배우), 김희애(배우), 류시원(배우), 박정수(배우), 박중훈(배우), 박진영(가수), 박찬호(야구선수), 비(가수 겸 배우), 서장훈(농구선수), 서태지(가수), 손지창 오연수 부부(배우), 신동엽(MC), 신승훈(가수), 유인촌 강혜경 부부(장관·배우, 성악가), 이미연(배우), 이승철(가수), 이재룡 유호정 부부(배우), 임하룡(코미디언 겸 배우), 장우혁(가수), 차인표 신애라 부부(배우), 최란 이충희 부부(배우, 농구감독), 최용수(축구코치), 하일성(야구인), 하지원(배우)이 그들이다(가나다 순).

이 가운데 김희애, 박정수, 이재룡 유호정 부부, 임하룡, 장우혁, 최란 이충희 부부, 하일성의 건물은 <이코노미플러스>가 최초로 소개하는 사례다. 류시원과 이미연은 빌딩을 샀거나 신축 중이라는 뉴스가 나온 적은 있었으나 정확한 위치와 매입 시기, 빌딩의 사진 등은 이번에 본지에서 처음으로 전한다.

빌딩 표본은 총 27개였다. 분석 대상 빌딩은 스타 본인 명의로 등기한 것만 선택했다. 분석을 위한 기초 데이터는 빌딩과 빌딩이 위치한 토지 등기부등본, 일반건축물대장, 토지이용계획, 개별 공시지가 등에서 추출했다.

스타들의 빌딩 매매 시세와 임대 시세는 각 빌딩 인근의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확인해 정리했다.

스타들의 실제 투자 성과는 <이코노미플러스> 기자들이 일일이 계산기를 두드려 계산했다. 현 시점의 매입가 대비 차익을 계산하려면 매입 당시 빌딩의 시세와 현재 시세의 차이를 비교해야 한다. 그러나 과거 매매 시세의 경우 공식적인 기록이 거의 없어 확인이 어려웠다. 이에 빌딩이 위치한 토지의 공시지가 합계(㎡당 개별 공시지가를 대지면적과 곱한 것)를 기준으로 추산했다.

빌딩 가격은 토지와 건물 가격의 합산이지만 보통 토지 가격이 빌딩 가격의 80% 이상이고, 건물은 세월이 지나면 감가상각이 되기 때문에 토지 가격을 토대로 비교한다 해도 어느 정도 실태를 파악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

[한눈에 보는 '스타들의 강남 빌딩 지도' 보기]

[한눈에 보는 ‘스타들의 강남 빌딩 사진첩’ 보기]

누구 건물이 가장 비싼가

‘문화 대통령’서태지,

 논현동 빌딩 209억 ‘넘버원’


이혜경 기자 vixen@chosun.com

<이코노미플러스>가 강남 지역 스타 빌딩 27개의 현재 시세를 조사한 결과, 1위는 ‘문화 대통령’ 가수 서태지의 논현동 빌딩으로 나타났다. 2009년 6월 현재 시세는 209억원. 이 빌딩은 서태지와 그의 부친인 정상규씨가 지난 2002년에 함께 구입한 것이다. 빌딩이 위치한 논현동 차병원 사거리는 병원 밀집지인데, 역삼동과 삼성동, 강남역 등 강남의 주요 지역으로 넘어가가는 중간 기착지다.

지난해 미국발 신용위기에서 시작된 전 세계 불황 여파로 올해 조사 대상 스타들의 빌딩 가치는 2008년과 비교해 대부분 떨어졌다(공시지가 기준). 그러나 서태지 빌딩만은 유일하게 공시지가가 작년과 같은 수준을 유지하며 선방했다. 지하철 9호선 개통이라는 강력한 후광효과 덕분이었다. 서태지 빌딩에서 5분쯤 걸어가면 곧 개통을 앞둔 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이 있다. 이것이 시세에 든든한 방패가 된 것이다. 인근 청원공인중개사의 최승혁 중개사는 “개통이 되고 나면 시세가 지금보다 20~30%는 더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2위는 208억원의 시세를 보인 차인표 신애라 부부의 청담동 빌딩이다. 청담동 고급 주택가 쪽에 위치해 있다. 이들은 이 빌딩 부지를 2006년 9월에 사들여 2007년 5월에 착공, 2008년 8월에 지하 2층, 지상 6층짜리 빌딩으로 완공했다. 건물 전체가 소위 ‘키즈 카페’라고 하는 어린이 대상 놀이 공간으로 이뤄진 빌딩이다.

3위는 신사동 도산대로변에 위치한 코리안 특급 박찬호 선수의 빌딩이 차지했다. 시세는 180억원이다. 조사 대상 스타들의 빌딩 중 연면적(건물 각 층의 바닥 면적 합계)이 가장 넓다. 박찬호 빌딩의 연면적은 5544.05㎡로, 두 번째로 넓은 서태지 빌딩 연면적 3729.35㎡의 두 배에 육박한다. 이는 박찬호 빌딩이 지하 4층, 지상 13층으로 조사 대상 스타들의 빌딩 가운데 가장 높게 지어졌기 때문이다.

덩치 큰 빌딩이 가격도 높아

현 시세 기준 1~3위인 서태지, 차인표 신애라 부부, 박찬호의 빌딩은 연면적 순으로도 1~3위다. 순서는 다르다. 박찬호, 서태지, 차인표 신애라 부부 순이다. 이들은 대지면적 순위도 높다. 대지면적으로는 차인표 신애라 부부가 2위, 서태지가 4위, 박찬호가 5위다.

이것은 빌딩 가격에 있어서 해당 지역의 땅값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키가 크고(건물 층수가 높고), 덩치가 좋고(연면적이 넓고), 건물이 있는 땅(대지면적)이 넓은 것이 더 크게 작용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보유대지의 ㎡당 공시지가 순위로 따지면 서태지는 9위, 차인표 신애라 부부는 19위, 박찬호는 5위다.

중견배우 박정수의 건물은 이를 역으로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강남구 신사동 소재 박정수의 건물은 소위 ‘압구정 로데오 거리’라고 불리는 번화가에 있어서 개별 공시지가 순위 3위(㎡당 1350만원)에 올라 있다. 그러나 현재 시세 기준으로는 70억원을 나타내 17위에 그친다. 대지면적 순위 24위(300.4㎡), 연면적 순위 24위(214.41㎡)인 박정수의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2층의 조그마한 건물이기 때문이다.

10위인 이재룡 유호정 부부의 청담동 주차장(95억원)과 13위인 배우 김희애의 청담동 주차장(82억원)은 사실 빌딩이 아니다. 그러나 언제든 착공만 하면 빌딩으로 변신할 수 있는 땅에 위치해 잠재적인 빌딩으로 간주하고 계산했다. 청담동처럼 땅값이 비싼 지역은 빌딩보다 땅값이 건물 가격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했다.

최근에 알려진 배우 류시원이 신축중인 빌딩(대치동 소재)은 거의 완공을 앞두고 있지만 6월15일 현재 아직 건물의 등기부등본이 없다. 출산을 앞둔 엄마 뱃속의 아기와 같은 상태다. 하지만 시세는 70억원 정도로 추정되어 단번에 17위에 올랐다. 인근 중개업소 등에서는 “2호선 삼성역 인근 오피스타운에 위치해 있고, 멋진 디자인과 고급 자재로 짓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토지와 건물을 합해 70억원대로 볼 만 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류시원 빌딩과 동일한 70억원의 시세가 매겨진 빌딩으로는 개그맨 겸 MC 신동엽의 청담동 빌딩, 중견배우 박정수의 신사동 빌딩이 있다.

tip  누구 땅값이 가장 비쌀까?

보유한 땅과 건물의 전체 시세가 아닌, 땅값을 기준으로 가장 비싼 곳에 건물을 갖고 있는 스타는 누구일까?

그는 바로 젊었을 때 한국의 엘리자베스 테일러라고 불렸던 배우 김지미다. 압구정 갤러리아 명품관 맞은 편 쪽에 있는 김지미 빌딩 부지의 ㎡당 가격은 무려 1800만원이다. 그 뒤는 2위 서장훈(서초동, 1770만원), 3위 박정수(신사동, 1350만원), 4위 박중훈(역삼동, 1340만원), 5위 박찬호(신사동, 1130만원) 순으로 이어진다.

누가 가장 많이 벌었나?

서장훈 경매통해 121억원 차익

김지미 빌딩 46억원 올라 ‘돈방석’


이혜경 기자 vixen@chosun.com

성공적인 투자란 뭐니 뭐니 해도 ‘투자 대비 차익을 남기는 것’이다. 따라서 아무리 보유 빌딩의 시세가 높다 해도 시간이 흐른 뒤 빌딩의 값이 매입 당시보다 떨어져 있다면 실패한 투자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코노미플러스>가 조사한 스타 중 가장 성공한 강남 빌딩 투자자는 배우 김지미다. 27개의 스타 빌딩들이 위치한 땅값, 즉 공시지가 합계를 기준으로 매입 시점과 2009년의 차액을 계산한 결과다. 스타들이 빌딩을 매입한 시점의 실거래가는 공식 기록이 없어서 확인이 불가능하다. 이에 대강이나마  차익의 규모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방법을 선택했다.

차익 1위에 오른 김지미의 청담동 빌딩 부지 공시지가 합계는 매입년도와 비교해 46억원이 올랐다. 김지미는 지난 1994년 2월에 이 빌딩을 매입했다. 압구정 갤러리아 명품관 인근에 있는 이 빌딩은 매입 당시만 해도 해당 빌딩 부지의 공시지가 합계가 37억원에 불과했다. 15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이 부지의 올해 공시지가 합계는 83억원으로 두 배나 뛰었다.

김지미는 현 시세 기준으로는 6위였는데, 그를 비롯한 차익 순위 상위권 스타들 중에는 현 시세 기준으로는 상위가 아니었던 이들이 여럿이었다.

차익 순위 4위 유인촌 문화관광부 장관과 강혜경 중앙대 성악과 교수 부부(청담동, 차익 28억원, 현 시세 9위), 6위 개그맨 겸 MC 신동엽(청담동, 차익 21억원, 현 시세 17위), 8위 야구해설가였던 하일성 전 KBO(한국야구위원회) 사무총장(역삼동, 차익 17억원, 현 시세 14위), 9위 가수 박진영(청담동, 차익 14억원, 현 시세 20위), 10위 가수 이승철(삼성동, 13억원, 현 시세 23위), 11위 코미디언 겸 배우 임하룡(신사동, 12억원, 현 시세 26위) 등이 그들이다.

시세 낮아도 일찍 사들여 이익 짭짤

현 시세 기준으로는 낮은 순위였던 이들은 어떻게 높은 차익을 올린 것일까? 이는 바로 ‘시간의 효과’를 충분히 누린 결과다. 요지의 빌딩을 비교적 일찍이 매입한 덕분에 부동산 가격이 덜 올랐을 때 싸게 샀고, 이후 부동산 가격이 달아오른 덕에 큰 차익을 낼 수 있었던 것이다.

배우 출신인 유인촌 장관 부부는 청담동 건물 부지를 1995년 12월에 사들여 1999년 5월에 지금의 유시어터 건물을 지었다(토지는 부부가 함께 샀고, 건물은 유 장관 명의).

신동엽은 2002년 11월에 청담동 빌딩을 사서 2004년 4월에 새 빌딩을 올렸다. 하일성 전 KBO 사무총장은 1989년에 역삼동 빌딩을 사들여 조사 대상자 가운데 가장 장기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차익 계산은 1990년 공시지가 기준임). 가수 박진영의 청담동 빌딩은 그가 대표로 있는 JYP엔터테인먼트의 사옥이기도 하다. 그는 이 빌딩을 2001년 3월에 부친 박명노씨와 함께 구입했다(현재는 박진영 개인 소유).

거꾸로, 2009년을 기준으로 할 때 현 시세는 비싸지만 차익을 내지 못한 빌딩을 지닌 스타들도 일부 있었다. 작년에 청담동 빌딩과 대치동의 빌딩 부지를 각각 매입한 가수 겸 배우 비와 배우 류시원이 주인공이다. 공시지가 기준으로 최근 10년간 쉼 없이 오르기만 하던 부동산 가격은 전 세계적인 불황으로 인해 2009년에 처음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이에 작년에 빌딩을 샀던 두 사람은 모두 매입가 대비 마이너스 성적을 기록 중이다. 비의 차익은 마이너스 2억원, 류시원의 차익은 마이너스 4000만원이다. 주식에 비해 비교적 긴 시간 보유 경향이 있는 부동산의 특성을 고려하면 이들의 투자가 성공이 될지 실패가 될지는 시간이 더 흘러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아울러 올해 2월에 청담동 빌딩을 60억원에 사들인 배우 이미연 또한 부동산 가격의 상투를 잡았는지 여부도 관심거리다.

tip  농구선수 서장훈, 경매 통해 토지 매입 ‘대박’

투자 차익 순위에서는 조기 매입에 따른 시간의 힘과 함께, 경매를 통한 저가 구매 효과까지 톡톡히 누린 행운아들이 있어 눈길을 끌었다. 투자 차익 순위 2위에 오른 농구선수 서장훈(공시지가 합계 차익 38억원)과 10위인 가수 이승철(공시지가 합계 차익 13억원)이 그 주인공.

법원이 주관하는 경매를 통하면 감정가의 60~80%대 가격으로 부동산을 살 수 있다. 또한 경매는 공식적인 낙찰 기록이 남는다. 이에 두 사람의 경매 기록을 추적해 현 시세와의 차익을 계산했다. 기록에 의하면 두 사람의 경매는 모두 건물을 제외한 토지 입찰이었다. 이에 두 사람 빌딩의 현재 시세에서 땅값만 추출해서 토지의 낙찰가격과 비교해 봤다. 땅값만 봤지만 계산 결과, 엄청난 수치가 나왔다.

토지가격 기준 서장훈의 실제 투자 차익은 무려 121억8300만원, 이승철의 차익은 38억820만원이었다. 경매인 만큼 명도, 즉 기존 임차인(세입자)을 내보내는 비용이나 경매 대행인에게 주는 수수료 등 추가 비용이 더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이를 감안한다 해도 실로 어마어마한 차익이 아닐 수 없다.

서장훈은 외환위기 후유증이 남아있던 지난 1999년 7월에 지금의 서초동 빌딩 부지를 경매로 28억1700만원에 낙찰 받았다. 이승철도 같은 해 4월 현 빌딩 부지를 4억9180만원에 낙찰 받았다. 서장훈 빌딩의 현 시세는 170억원, 이 중 토지의 시세가 150억원, 이승철 빌딩의 현 시세는 57억원, 토지의 시세는 43억원으로 추산된다.

빌딩 언제, 어떻게 샀나

2000년 이후 빌딩 매입 러시…

임대 수입도 짭짤


이혜경 기자 vixen@chosun.com

스타들의 빌딩 매입 시기를 살펴보면 재미있는 점이 발견된다. 2000년대가 되면서 매입 사례가 급증해서다. 1998년까지는 한 해에 2명 이상 매입한 기록이 없다. 하지만 2002년 2명, 2003년 5명, 2005년 3명, 2006년 4명 등 2000년대 들어 스타들은 속속 ‘빌딩주’ 대열에 참여했다. 왜 그랬을까.

이를 이해하려면 금리 흐름을 봐야 한다. 지난 1997년 말 외환위기에서 비롯된 IMF(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 시절, 1998년의 은행 평균 대출 금리는 무려 15.18%로 치솟았다. 그러나 고금리에 따른 부작용 때문에 이후 금융 당국은 점차 금리를 낮춰갔다. 은행 평균 대출 금리는 1999년을 기점으로 꾸준히 하락, 2005년에는 5.59%까지 내려갔다(한국은행 자료).

금리가 낮다는 것은 돈의 가격이 싸다는 뜻이다. 돈 빌리는 데 드는 비용(금리 = 이자)이 줄면 그 돈을 빌려 투자하고픈 마음이 들게 마련. 이에 2002~2003년에는 서울 강남권이 부동산 투자 열풍으로 들썩였다. 아파트를 중심으로 빌딩, 토지 등 서울 강남의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던 것. 2000년대 스타들의 빌딩 매입 붐은 이 같은 사회적 흐름과 궤를 같이 한다.

거시적인 배경 외에도, 조사 대상 스타들이 그 시절에 많은 돈을 번 것도 중요한 이유다.

국세청에 따르면 2000년 3월 모범납세자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던 고소영은 1999년에 5억800만원의 소득을 올렸고, 이중 1억8900만원을 세금으로 납부했다. 2003년 3월에 역시 모범납세자로 대통령 표창을 받은 오연수는 수입이나 세금 액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평소 방송 활동으로 번 소득의 절반 이상을 저축한다”고 밝힌 적이 있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 선수는 1994년에 미국 LA다저스에 연봉 10만9000달러에 입단한 뒤, 착실히 연봉을 불려나갔다. 2003년에는 1300만달러(한화 약 150억원)의 연봉을 받았다. 박찬호의 회사 피에스그룹이 현 신사동 빌딩 부지를 매입한 것이 바로 이 2003년이었다.

정상급 연예인과 스포츠 선수 등은 실로 ‘걸어 다니는 기업’이라 할 만큼 뛰어난 현금 창출 능력을 지닌 것이다. “수입의 절반을 저축한다”던 오연수의 말처럼, 스타들은 낭비만 하지 않는다면 어렵지 않게 빌딩을 살 수 있다는 얘기다.

2006년 이후부터는 스타들 사이에서 청담동 빌딩의 인기가 절대적이었던 것도 눈에 띈다. 명품매장, 고급 빌라, 유명 레스토랑 등이 밀집해 유행을 선도하는 지역인 만큼 스타들도 청담동에 관심을 가진 것 같다.

빌딩 운영은 임대 혹은 사옥으로

스타들은 사들인 빌딩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임대 수익을 벌어들이는 임대용 빌딩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임대 수익도 짭짤하다.

강남 지역 중개업소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논현동의 빌딩 임대 가격은 330㎡(옛 100평) 기준으로 보증금 1억원에 월세 600만~700만원선. 청담동은 이보다 높다. 웬만한 청담동 빌딩에서는 330㎡ 기준으로 보증금 1억~2억원에 월세 700만~800만원쯤 받을 수 있다고.

류시원이 빌딩을 짓는 대치동의 경우, 오피스 타운답게 빌딩 임대 가격이 청담동보다 훨씬 세다. 보증금 1억원에 월세 1000만원은 받을 수 있다는 것.

신사동 박찬호 빌딩의 연간 임대 수입은 약 9억4300만원에 달한다(2007년 7월~2008년 6월 기준). 박찬호 매니지먼트와 빌딩 운영 등을 하는 회사 피에스그룹이 연간 손익계산서에서 밝힌 내용이다. 박찬호는 피에스그룹의 100% 주주.

빌딩 관리의 경우 박중훈, 최란은 빌딩 관리 전문회사에 맡겼다. 축구 스타 최용수는 본인이 직접 관리하고, 농구선수 서장훈의 빌딩 관리는 부친 서기춘씨가 책임지고 있다.

한편, 가수 이승철과 박진영, 배우 차인표 신애라 부부, 유인촌 장관은 자체적인 용도로 빌딩을 운영한다. 이승철은 음악 스튜디오와 본인의 음반 제작회사를 입주시켰고, 직접 이 건물에서 거주도 한다. 박진영도 빌딩을 자신의 회사 JYP엔터테인먼트 사옥으로 쓴다. 어린이 교육에 관심이 많은 차인표 신애라 부부는 건물 전체를 12세 이하 어린이 대상 놀이시설(키즈12)로 꾸몄다. 유인촌 장관의 빌딩에도 자신의 극단 유시어터가 있다.

빌딩 부지를 매입한 후 신축을 보류한 채 주차장으로 활용하는 스타도 있다. 청담동에 주차장을 운영 중인 김희애, 그리고 이재룡 유호정 부부다. 신축 후 수익성에 대한 고민이나, 신축 자금 마련 등의 문제로 빌딩 짓기를 보류 중인 것으로 인근 부동산 중개인들은 추정하고 있다.

tip  스타들의 빌딩 취득 노하우

대출 활용,경매,상속 등 다양 …  부부는 공동 명의로

스타들의 빌딩 취득 및 신축 과정에는 다양한 부동산 관련 금융 기술이 적용되어 흥미를 더했다. 본인 자금에 더해 은행 대출을 빌딩 매입의 지렛대로 삼는 것은 기초 중의 기초.

가수 신승훈과 배우 이재룡 유호정 부부는 이보다 상위 기술인 ‘대출 갈아타기’를 구사했다. 신승훈은 매입할 때 받았던 대출을 신한은행에서 국민은행으로 교체한 기록이 있다(2006년 6월). 이재룡 유호정 부부도 하나은행에서 받았던 부동산 담보 대출을 국민은행으로 갈아탔다(2007년 8월). 아마도 당시 국민은행이 제시한 대출 금리가 더 낮았던 모양이다.

박찬호 선수의 경우, ‘엔화 대출’이라는 응용 기술을 썼다. 그의 회사 피에스그룹은 2003년 8월에 신사동 부지를 매입한 후 그 해 12월 국민은행에서 엔화 대출을 받았다. 2004년 6월부터 시작한 빌딩 건축 비용에 투입됐을 가능성이 있다. 지금은 전액 상환했다.

농구선수 서장훈, 가수 이승철처럼 ‘경매’라는 고급 기술을 쓴 예도 있다. 두 사람은 모두 1999년에 경매로 빌딩을 싸게 사들였다. 아직 외환위기 후유증이 남아 헐값에 나온 부동산 매물이 넘쳤던 시절이었다.

부모에게 상속받은 ‘엄친아’도 있었다. 강남구·서초구가 아니어서 이번 분석에서는 제외했지만 가수 이승환의 강동구 성내동 빌딩(소속사 겸 본인 회사인 드림팩토리클럽 사옥)은 부친 이현종씨가 2006년 4월에 증여한 것이다. 가수 박진영은 2001년 3월에 청담동 빌딩을 본인 70%, 부친 박명노씨 30%의 지분율로 함께 구입했다가, 2008년 5월에 부친의 지분을 증여 받았다.

부부 스타들의 경우, 하나같이 공동 명의로 매입해 눈길을 끌었다. 유인촌 강혜경 부부가 토지의 지분을 2대1로 나눠 매입한 것을 제외하고, 최란 이충희 부부, 손지창 오연수 부부, 이재룡 유호정 부부, 차인표 신애라 부부(사진), 김승우 김남주 부부는 모두 지분을 50%씩 나눈 공동 명의였다. 매입한 부동산을 부부 공동 명의로 등기하면 나중에 매도할 때 양도세가 절약됨을 감안했던 걸까.

빌딩 예술성 성적표

 단순하면서도 엄격한 미

‘차인표 부부’건물 최고

스타들의 빌딩 중 신축한 빌딩은 고소영, 박찬호, 신동엽, 신승훈, 이승철, 임하룡, 장우혁, 차인표 신애라 부부, 최용수 등이 지은 것으로, 총 9개다. 대중의 주목을 받는 스타인 점을 감안하면 건물 디자인에 있어 건축주의 요구와 개성이 반영됐을 것으로 점쳐진다. 실제 대부분의 건물 외관이 평범하지 않았다. 뭔가 독특하고 남달랐다. 건축 전문가 3명의 도움을 받아 스타 빌딩의 예술성을 살펴봤다. 물론 외관만이다. 예술성 분석은 현장방문이 아닌 사진을 중심으로 이뤄졌다.(도움말 : 유현준 홍익대 건축대학 교수, 이종건 경기대 건축전문대학원 교수, 손세형 건원건축디자인 2본부장 상무)

성강현 기자 neat@chosun.com

 ‘고소영 빌딩’은 조형미가 돋보인다며 높은 점수를 받았다. 서울의 강남에서 발생한 발레파킹(Valet Parking) 문화를 반영한 저층부의 주차장과 넓은 계단의 구성이 좋다는 것이다. 또한 노출 콘크리트 시공이 잘 됐으며, 특히 주차장 내부의 동그란 원형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의 느낌도 좋다고 했다. 반면 주변에는 아랑곳 하지 않는 다소 괴기한 모습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박찬호 빌딩’은 대박 연봉을 터뜨렸던 몸값에 걸맞게 값비싼 커튼월을 사용해 지은 건축물이라는 평이다. 단순한 듯 하면서도 세련된 커튼월이 주변건물과 차별화된다는 것이다. 1층에 수입 자동차 매장이 있어서 빌딩을 더욱 고급스럽게 보이게 한다고 했다. 다만 옥상의 옥외 광고판이 너무 거대해 건축가의 디자인 의도를 많이 변질시키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별 특징 없이 평범하고 조용한 빌딩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가로변, 특히 가로 모퉁이에 위치한 빌딩의 덕목이라 할 수 있는 저층부의 트임을 통한 가로 활성화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신동엽 빌딩’은 전체적으로 수수하고 평범하며 목재루버와 석재를 적절히 혼합해 사용한 점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저층부에 노출된 기둥과 빔의 마감처리 등이 상층부와 조화를 이루었다면 더 좋은 건물이 됐을 것 같다고 한다. 하지만 내부 프로그램 때문인지 건물이 다소 폐쇄적이고 보행자들과 만나는 1층은 공공공간에 대한 배려 부족이 두드러진다고 꼬집었다. 건물 밖 길가에 놓인 에어컨 실외기처럼 보이는 물건은 마치 얼굴에 붙어있는 밥풀떼기처럼 무척 눈에 거슬린다는 반응이다. 이는 위치 선정에 좀 더 관심을 가지라는 충고로 이어졌다.

보통 4층 정도 규모의 근린생활시설 건물은 입면이 단조롭기 마련이다. 하지만 ‘신승훈 빌딩’은 이런 제한을 극복하기 위해 ‘ㄹ’자 모양으로 슬래브를 뽑아냄으로써 역동적인 입면을 얻는 데 효과가 좋았다는 평이다. 인도가 부족한 우리나라 골목길의 현실을 잘 파악하고 반 층을 계단으로 올린 것 역시 건물에 입주한 사람들 입장에선 공간의 위계를 높이는 효과적인 해결책이라고 호평했다. 하지만 일부에선 식상한 코드라는 평도 나왔다.

‘이승철 빌딩’은 2층과 4층에 발코니를 설치하고 3층은 캔틸레버(외팔보: 한쪽은 벽에 고정되고 다른 한쪽은 허공에 뜬 형태)로 매스를 돌출시킴으로써 거리와 소통하는 입면공간을 만든 것이 장점이라는 평이다. 또한 겸손한 개구부로 이루어진 어찌 보면 단순하지만 오히려 여러 요소로 복잡하고 정리되지 않은 주변의 흔한 건물 외관과 대조되어 눈에 띌 것 같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1층을 모두 주차장으로만 오픈한 것은 아쉬움이라고 한다. 심지어 디자인이라는 말이 적용될 만한 건물이 아니라는 의견도 나왔다.

1층 부에 설치된 차양이 골목길을 따뜻하게 만들어준다는 건물이 ‘임하룡 빌딩’이다. 아마도 4층, 5층에 발코니가 있었던 것 같으나 이 부분을 증축함으로써 건물을 망친 것 같다는 평이다. 입면이 좀 더 단순하게 디자인됐다면 더 좋은 건물이 됐을 것 같다는 지적이다.

‘장우혁 빌딩’은 한때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아이돌 스타의 건물답게 신비성을 가지려고 했던 것 같다는 반응이다. 주변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거부하며 오로지 내적 집중을 보이는 것 같다고 한다. 건물의 중간 높이 부분의 코너에 설치된 절제된 간판은 내부가 사적 용도가 아닐 것이란 짐작을 하게 하지만 외부와의 소통을 거부하는 듯 한 외관은, 전시시설 같이 공공적이지만 내부 지향적인 용도를 반영하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한동안 인기였던 노출 콘크리트는 식상하지만, 전체적으로 단아하고 정제되어 있어 디자인이 조용하면서도 어필하는 맛이 있다는 평이다.

9명의 스타 신축 빌딩 가운데‘차인표 신애라 빌딩’이 최고의 지지를 받았다. 다소 아쉬움도 거론됐지만 전체적으로 엄격하면서도 단순하고 형식이나 구성이 제일 낫다는 것이다. 벽이라는 기본에 대해 진지한 태도로 풍요로운 어휘를 만들어내며 사뿐히 서있는 이 건물은 사회를 향한 남다른 진지한 활동만으로 우아한 존재감을 지니는 차인표 신애라 부부의 모습을 담고 있다는 시각. 다만 3~5층에 무작위로 창문들을 뚫는 디자인을 했다면 건물을 더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며 2% 부족을 아쉬워했다. 그래도 9개 빌딩 중 굳이 점수를 매긴다면 이 빌딩의 예술성이 가장 높다고 평가했다.

‘최용수 건물’은 너무 차분한 모습으로 당사자의 스타성과 거리가 있어 조금 당황스럽다는 말까지 나왔다. 전형적인 우리나라의 근생 건물이라는 것이다. 지극히 평범하고 어느 동네 어디서나 봄직한 일상의 사소함과 무미건조함으로 느낌이 없다는 반응이 중평이었다.

용어설명

커튼월(Curtain Wall): 벽체를 뚫고 설치한 유리 창문이 아닌, 벽체 대신에 유리면 자체를 외장재료로 사용한 시스템.(예. 63빌딩의 전면 유리)

목재 루버(Timber Louvre): 목재로 된 루버로서, 루버는 일반적으로 빛, 시각, 빗물 등의 차단을 꾀함과 동시에, 공기의 흐름, 빛, 시각을 여는 시스템으로 흔히 수평적으로 긴 요소들이 수직적으로 반복되어 나타남.

슬래브(Slab): 복층형의 건물에서 층간을 구분하는 바닥판.

매스(Mass): 건물의 형태나 볼륨을 설명하고자 할 때 쓰이는 건물 전체.

개구부 (Opening): 벽체에 설치된 창문이나 문 같이 열려있는 구멍.

차양 (Sunshade): 빛이나 빗물을 가리기 위한 설치물로서, 지붕보다는 작거나 가벼운 의미로 많이 쓰인다.

인터뷰  곽희수 이뎀도시건축 대표

“고소영, 문고리 하나도 문장처럼 디자인 요구”

고소영 빌딩과 신승훈 빌딩은 이뎀도시건축 곽희수 대표(사진)의 작품이다. 곽 대표는 당초 스타 연예인들이 건축주이다 보니 건축가 입장에서 무척 긴장했지만 기우였다고 밝혔다. 두 명 모두 건물이 완공되는 순간까지 분별력이 뛰어났고 냉정을 잃지 않았다고 치켜세웠다. 고소영 빌딩은 청담동 골목의 공공성에 맞춰졌다고 설명했다. 골목의 주머니 공간에 숨통을 만들려는 의도였다는 것이다. 고소영은 중세성, 즉 문고리 하나도 문장처럼 디자인하는 것이 중요한 요구였다고 한다. 곽 대표는 “(고소영의) 세련된 안목과 상상력은 실제로 디자인의 많은 부분에 영감을 주었다”고 밝혔다. 신승훈 빌딩은 상층부가 주택으로 설계된 것이 특징이라고 했다. 실제 주거공간에 들어서면 신승훈의 많은 고민을 읽을 수 있다고 한다. 최상층 주택 내부의 8m 높이 층고는 신승훈이 평소에 흠모하던 원형계단을 동화적으로 실현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설명이다.

강남,서초구 ‘스타존’ 르포

 ‘아담한’박중훈 빌딩에서 ‘거인’박찬호 빌딩까지

스타들 강남 빌딩 ‘십인십색’

연예 및 스포츠 스타들이 보유한 강남 빌딩들은 어떤 사연을 담고 있을까.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에 위치한 스타 빌딩들을 샅샅이 찾아다녔다. 번듯한 건물에서 허름한 주차장까지 각양각색의 스타 빌딩 얘기를 땀을 뻘뻘 흘리며 주워 모았다.

성강현 기자 neat@chosun.com·하상원 인턴 기자 hman1010@naver.com

 ‘취재하다 보면 연예인을 한번은 보겠지? 고소영, 하지원, 이미연… 우와~.’ 취재보다 잿밥에 더 관심을 가진 채 ‘스타존’인 서울 강남구 청담동을 찾았다. 그 유명한 ‘고소영 빌딩’부터 찾아갔다. 고소영 빌딩은 2008년에 한국건축문화대상을 받은 건물. 그만큼 건물의 외양이 독특하고 이색적이었다. 그러나 두 시간 동안 건물을 드나드는 사람들을 지켜봤지만 고소영은 보이지 않았다. 이 건물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에게 물어보니 고소영이 오는 일은 거의 없단다.

“여기는 ‘스타존’이라고 봐야죠. 고소영 빌딩도 있지만 다른 스타들이 가지고 있는 빌딩도 10개가 넘거든요.” 고소영 빌딩 근처 럭키부동산컨설팅을 운영하는 김승화 대표의 귀띔이었다.

‘스타존’답게 청담동에는 10개가 넘는 스타들의 빌딩이 있었다. 배우 이미연, MC 신동엽, 가수 박진영 등이 소유한 10여 개의 빌딩을 돌아보는 내내 기자는 스타 ‘빌딩주’들의 그림자도 볼 수가 없었다. 우연히 신사동과 압구정 로데오 거리에서 본 방송인 홍록기, 개그맨 양배추가 그나마 목격한 연예인의 전부였다.

“가수 비 빌딩 근처에 김희애 주차장 있는 건 아시죠?” ‘아니, 김희애도 청담동에?’ 청담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직원이 기자가 미처 몰랐던 사실을 말해줬다. 천연덕스럽게 불러주는 번지수를 받아 적고 중개업소를 나섰다. “음… 김희애가 주차장을 한단 말이지.” 빌딩형 주차장을 기대하며 두리번거리는데 눈앞에 철제 구조물로 만든 웬 허름한 주차장이 나타났다. ‘설마….’ 그러나 잘못 찾았을 가능성은 없었다. 번지수도 맞고, 인근에 다른 주차장은 없었기 때문이다. 깔끔하고 청순하며 깨끗한 이미지의 배우 김희애와 허름한 주차장이라니. 하지만 인근 중개업소의 얘기를 들어보니 이상하게 볼 것만은 아니었다. 땅을 사서 건물을 올리기 전에 그냥 나대지로 두면 세금이 많기 때문에 세금을 줄이려고 주차장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었다. 김희애는 과연 어떤 빌딩을 생각 중일까.

 

개성 넘치는 스타 빌딩들 즐비

압구정 로데오 거리 골목에 위치한 중견배우 박정수의 빌딩을 처음 봤을 때도 주소를 잘못 적어온 줄 알았다. 외양이 꽤나 낡았고, 별로 크지도 않은 건물 1층에는 테이블 3~4개를 간신히 놓을 정도로 좁은 매장이 6개나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여섯 쌍둥이를 안고 있는 엄마의 느낌이랄까. 방금 지나쳐온 압구정 로데오 거리의 분위기와 사뭇 달랐다. 마치 2층짜리 주택을 개조한 것처럼 보여서 빌딩이라고 부르기에는 좀 어색하기까지 했다. “이것도 빌딩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기야 그래도 압구정인데….” 

지극히 ‘소박한’ 박정수 빌딩과는 달리 신사동 도산대로변에 있는 코리안 특급 박찬호의 건물은 그야말로 ‘마천루’였다. 지상 13층이라 다른 스타들의 건물에 비해 2~6배쯤 높았다. 웅장한 느낌을 주는 박찬호의 빌딩을 보자 수년 전에 그가 텍사스 레인저스에 입단하면서 터뜨렸던 6500만달러짜리 계약이 생각났다. ‘역시, 메이저리거다운 빌딩인데!’

역삼동 르네상스 호텔 맞은편에 위치한 배우 박중훈의 빌딩은 그 지역 ‘땅꼬마’다. 지상 5층의 당당한 빌딩이지만 인근 역삼동 사거리 대로변의 건물들은 박중훈 빌딩 외에는 모두 15층 이상의 고층빌딩이기 때문이다.

한편 국보급 센터 농구선수 서장훈의 서초동 빌딩은 외양만 보면 ‘할아버지’다. 양재동 사거리에 있는 서장훈 빌딩은 지은 지 20여 년이 지난 낡은 건물이다. 하지만 낡았어도 무시하면 안 된다. 주변의 공인중개사들은 “재건축을 한다면 상당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보물단지 같은 건물”이라고 입을 모았다.

스타 빌딩, ‘이웃사촌’도 있다 

스타 빌딩 이웃엔 또 다른 스타 빌딩이 있었다. 청담동 차인표 신애라 부부의 빌딩 입구 쪽에는 이재룡 유호정 부부의 주차장이 있었다. 차인표 부부 빌딩과 최란 빌딩은 등을 맞대고 있는 모양새였다. 차인표 신애라 부부 빌딩은 주차공간이 부족한지 이 건물을 드나드는 차들이 대충 도로에 주차되어 길을 막고 있었다. 하지만 바로 앞에 있는 이재룡 유호정 부부의 주차장은 텅텅 비어 있었다. ‘두 부부가 모르는 사이도 아닐 텐데, 차인표 부부 빌딩을 찾는 사람들이 주차장을 이용하는 방법을 논의해보지 않았을까?’ 두 부부는 생각만큼 가까운 사이가 아닌 것일까.

얼마쯤 걷다 보니 이명박 대통령이 장로로 있는 ‘소망교회’가 보였다. 소망교회에서 도보 5분 거리에는 가수 신승훈의 빌딩과 H.O.T 멤버였던 장우혁의 빌딩이 있다. 우리나라 최고의 발라드 황제와 최고의 아이돌 스타였던 두 가수는 500m 거리에 서로의 빌딩을 두고 있었다.

‘신승훈 빌딩과 고소영 빌딩을 같은 회사에서 설계했다더니, 역시…’ 신승훈 빌딩은 계단의 구성이나 빌딩 벽을 통유리로 처리한 점 등 빌딩의 전반적인 느낌이 앞서 들렀던 고소영 빌딩과 상당히 비슷했다. 외양에 약간 차이가 있을 뿐 전체적으로 고급스러운 분위기도 같았다. 신승훈의 깔끔한 외모와 잘 어울리는 건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승훈은 이 건물 5층의 음악 스튜디오에서 작업을 하고, 6층에서 거주한다.

신승훈 소속사인 도로시컴퍼니의 유홍은 팀장은 “신승훈씨가 건물 설계회사 선정부터 건축자재 구입, 공사 등 건물 짓는 과정을 직접 꼼꼼히 챙겼다”고 전했다.

장우혁 빌딩은 페인트칠을 따로 하지 않고 회색 콘크리트 느낌을 살린 다소 모던한 분위기였다. 미니멀한 디자인이 세련된 느낌이었다. 이 건물 1층 레스토랑의 박성호 매니저는 “장우혁씨가 가끔씩 배우 유지태씨와 우리 레스토랑에 온다”고 말했다. ‘댄싱머신 장우혁과 영화배우 유지태가?’ 뜻밖이었다. 두 사람이 어떻게 친해진 것인지 궁금했다.

스타 빌딩 중엔 모텔도 있어

역삼동이라는 주소지만 보고 떠올렸던 왕년의 인기 야구해설가 하일성 전 KBO사무총장의 빌딩 이미지는 ‘번듯한 오피스빌딩’이었다. 강남 테헤란로를 끼고 있는 역삼동은 서울의 3대 오피스 타운(광화문, 여의도, 테헤란로)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일성 빌딩 근처에 도착했을 때 기자의 예상은 무참히 깨졌다. 예상과는 달리 역삼동 모텔촌 한복판에 있는 모텔 건물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근처 중개업소에서 얘기를 들어보니 기자의 선입견이 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삼동에서 15년 넘게 일했다는 한 중개업소 사장의 설명 때문이었다. “유흥업종이 모여 있긴 하지만, 업종에 대한 편견만 무시한다면 꽤 높은 수익이 보장된다”는 것.

아닌 게 아니라 정말 장사가 잘 되는 것 같았다. 하일성 건물에 처음 갔던 때는 6월8일 오후 3시경으로, 건물 주차장에는 차 4대가 주차되어 있었다. 추가 취재를 위해 14일 오후 5시경에 들렀을 때는 주차장에 차가 꽉 차 있었다. 주차 공간이 부족해 건물 옆 골목까지 주차 차량이 쌓여있을 정도였다.

혹시나 얘깃거리가 있을까 싶어 하일성 건물 지하 유흥주점에 들어가 명함을 내밀었다가 봉변만 당했다. 건장한 사내가 “당신 뭐야! 빨리 안 나가!”라며 기자를 문전박대하며 내쫓았다. 

가수 서태지의 논현동 빌딩에 갔을 때도 푸대접을 받았다. 서태지 빌딩 1층 약국에 들어가 약사에게 정중하게 몇 마디를 물어봤다. ‘문화 대통령’이라고 불리며 아직도 세간의 많은 관심을 받는 서태지 빌딩에서 일한다는 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서였다. “바쁩니다. 바빠요. 할 말 없습니다.” 손님이 한 명도 없는데도 약사는 바쁘다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처음엔 기분이 나빴지만, 나중에 생각해 보니 약사의 심정이 이해가 갔다. 이곳을 찾아와 귀찮게 한 사람들이 어디 한둘이었겠나 싶었다.

서태지 빌딩에는 서태지가 살았다는 5, 6층 전용 엘리베이터가 따로 있었다. 외부인이 올라갈 수 없다는 뜻이다. 서태지의 기획사인 ‘서태지 컴퍼니’ 홈페이지를 보면 전화번호나 주소, 약도 등 직접적인 연락처가 나오지 않는다. 오로지 담당자들의 이메일 주소뿐이다. 건물도 그렇고, 홈페이지도 그렇고, ‘신비주의’ 이미지가 강한 서태지이지만, 이 정도면 ‘신비주의’가 아니라 ‘폐쇄주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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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경 기자, 성강현 기자, 하상원 인턴 기자 / 사진 : 이상윤, 오수진, 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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