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있다. 뭐든 돈 값을 한다는 뜻인데 얼핏 그런 것 같지만 따지고 보면 반만 맞는 말이다. 흔치는 않아도 싸도 좋은 게 있는 것이다. 시장은 이때 ‘혁신적’이라는 표현을 한다. 요즘의 저가항공이 그렇다. 저렴한 가격은 예전 그대로지만 제공하는 가치는 갈수록 고급스럽다. 찾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 국내선의 좁은 울타리를 넘어 국제선으로 활동무대도 넓히고 있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속설을 뒤집고‘싸면서도 꿀떡’으로 거듭나고 있는 저가항공 업계의 날갯짓이 힘차다.

서비스 · 안정성 ‘레벨업’

국내선 찍고 국제선 ‘기웃’

저가항공을 찾는 발길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이에 따라 과연 한국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을까하는 우려도 자취를 감추고 있다. 지금까지의 성장 속도가 유지된다면 오히려 대형 항공사가 저가항공사의 도전을 이겨낼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그만큼 저가항공사들은 대형 항공사들이 장악하고 있던 시장을 덥석덥석 집어삼키고 있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 5월 저가항공 업계의 국내선 시장 점유율은 25.8%를 기록했다. 국내선 이용자 4명 중 1명이 저가항공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5월에 비하면 말도 안 될 정도로 성장한 수치다. 당시 저가항공 업계의 시장 점유율은 7.1%에 불과했다. 1년 사이에 4배 가까이 덩치를 키운 것이다. 한성항공과 제주항공 등 2개뿐이던 저가항공사 시장에 진에어, 부산에어, 이스타항공 등이 가세하면서 파이가 급속히 커졌다.

국내선의 최대 각축장인 김포-제주 편만 따져보면 위세가 더욱 대단하다. 지난 1월에서 5월까지 시장 점유율이 29.6%에 달한 것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점유율이 12.9%였으니 1년 새 갑절 이상 불어난 수치다.

탑승률은 항공사마다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80% 수준에 달해 대형 항공사에 뒤지지 않는 성적을 내고 있다. 아직은 수익을 내고 있지 못하지만 이 상태라면 머잖아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는 항공사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이 커지고 업체가 늘면서 업계의 경쟁도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가격은 물론 서비스와 안전, 사후처리의 수준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저가항공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불식시켜 업계의 세도 불려나간다는 구상이다. 업계의 경쟁이 치열할수록 소비자는 즐겁기 마련이다. 저가항공의 매력이 더욱 ‘찐’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매력 포인트 1  상상 이상의 할인 효과

저가항공사에 이용자가 몰리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저렴한 가격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소비자보호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저가항공사의 운임은 대형 항공사에 비해 20~70%가량 싸다. 일반운임을 기준으로 하면 절약할 수 있는 돈이 20% 정도에 머물지만 저가항공사들이 운영하고 있는 할인제도와 이벤트를 이용하면 70%까지 싸게 살 수 있다. 잘만 하면 한 번 탈 돈으로 3번 이상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진에어는 ‘가족운임제’라는 할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3인 이상의 직계 가족이 이용할 때 10%를 깎아준다. 성수기 주말에도 이용할 수 있으며 쿼터 제한 없이 해당 편의 좌석이 다 찰 때까지 진행된다. 4인 가족이 이용하면 5만~6만원 정도의 할인효과가 발생한다.

에어부산은 ‘기업 우대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이용실적에 따라 최대 20%까지 할인해준다. 이 프로그램은 출장이 잦은 부산 지역 비즈니스맨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으며 에어부산의 탑승률을 높이는 견인차 역할을 한다.

이스타항공은 ‘얼리 버드(Early Bird)’ 제도를 도입했다. 예매자 가운데 선착순으로 가격을 깎아주는데 그 폭이 파격적이다. 5만7900원인 김포-제주 노선의 경우 조기 예매자 10%에겐 1만9900원, 다시 10% 이내에겐 2만99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제주도 출신의 이용자를 위한 할인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제주도에 살지 않아도 제주도 출신이기만 하면 15% 낮은 가격에 항공권을 구입할 수 있다. 단, 성수기와 주말엔 할인 혜택이 주어지지 않는다.

가족도 기업인도 아니라고 낙담할 필요는 없다.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할인 티켓도 있기 때문이다. 항공사의 홈페이지를 방문해 운임을 조회하면 정상요금과 할인요금을 검색할 수 있다. 예매율이 낮을수록 할인율도 높고 좌석 수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티켓을 구하기 어려우므로 서두르는 것이 좋다. 할인 폭은 최대 30% 정도다. 일회성 할인 이벤트도 자주 열린다. 신규 취항 노선이 있거나 회사의 창립일 등을 기념하며 대폭적인 할인 행사를 벌인다. 

매력 포인트 2  최신예 항공기+세계적 정비 시스템

저가항공에 대한 일반적인 오해 가운데 하나는 항공기가 노후해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소비자보호원이 발표한 저가항공사 고객 만족도 조사에서도 승객들은 ‘기내 쾌적성’ 항목에 67.3점을 부여한 반면 ‘최신 항공기 운항’ 항목엔 60.7점이라는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줬다. 하지만 이는 실제와는 거리가 있는 결과라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저가항공사의 항공기 나이는 어린축에 속한다는 설명이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운송 사업용 항공기의 평균 기령은 8.3년이다. 이에 비해 제주항공의 평균기령은 5.7년에 불과하다(한국항공진흥협회). 이스타항공이 8.7년으로 그 뒤를 이었고 진에어가 9년, 에어부산이 13.6년으로 나타났다. 북미항공사들의 평균 기령이 11~15년임을 감안하면 결코 노후했다고 할 수 없는 나이다.   

항공기 자체도 충분한 검증을 받은 첨단 제품들이다. 국내 저가항공사들의 주력 기종은 중형 항공기의 ‘세단’이라 할 수 있는 B737 시리즈다. 제주항공과 진에어, 이스타항공의 주력 기종인 B737-NG(B737-600 이상의 시리즈) 시리즈는 디지털 기반의 첨단 항공기로 돌풍감지레이더와 공중충돌방지장치 등을 장착해 안전성을 높인 기종으로 평가된다.

특히 제주항공과 진에어의 B737-800은 1000회 비행에 1~2회 정도의 시스템 점검 경고가 발생할 정도로 높은 안정성을 자랑하는 국내선과 단거리 국제선용 항공기로 알려져 있다. 에어부산의 주력 기종인 B737-400과 B737-500도 안전성 면에선 충분히 검증된 모델로 사우스웨스트 등 세계적인 항공사의 단거리 노선 주력 기종으로 운항되고 있다. 

안전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대한항공의 자회사인 진에어와 애경그룹의 계열사인 제주항공은 최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로부터 항공사 안전평가(IOSA) 인증을 받아 국제적 수준의 안전 시스템을 인정받았다. 아시아나항공의 계열사인 에어부산은 아시아나항공의 정비 시스템을 활용, 아시아나항공과 동일한 수준의 안전성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IOSA 인증 획득을 준비하고 있으며 무리 없이 통과할 것이라고 회사 측은 밝혔다. 이스타항공은 세계 3대 항공정비업체로 꼽히는 에스알테크닉(SR Tectonics)에 정비를 아웃소싱, 자체 정비와 샤프(Sharp)의 경정비와 함께 3단계 정비 시스템을 구축했다.

안전 운항을 좌우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는 기장의 역량이다. 이 점에서도 국내 저가항공사들은 합격점이다. 비행경력이 풍부한 베테랑 파일럿들이 즐비하다. 에어부산 기장들의 평균 비행경력은 25년, 평균 비행시간은 1만50시간에 달한다. 제주항공의 파일럿들은 경력 15년차 이상이며 이스타항공은 6000시간 이상의 비행경력을 자랑한다. 진에어의 운항승무원들은 대한항공의 파일럿 출신들로 구성돼 있다.

매력 포인트 3  높은 정시성과 운항률

항공기도 작고 오래됐고, 안전 시스템도 허술하지 않겠느냐는 선입견은 고장이나 준비 미숙 등으로 인한 사고가 잦을 것이라는 오해로 이어질 수 있다. 기체 결함으로 결항이나 출발 도착이 지연되는 일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 역시 사실과 전혀 다르다. 저가항공사들의 정시성(정확한 시간에 출발 도착)과 운항률(결항하지 않고 정상 운영되는 비율)은 오히려 대형 항공사보다도 높기 때문이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 1월에서 5월까지 저가항공사의 누적 지연율은 2.55%에 그친 반면 대형 항공사의 지연율은 2.77%로 나타났다. 이 기간 동안 대형 항공사의 지연율이 더 낮은 달은 2월뿐이었다. 같은 기간 결항률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저가항공사의 경우 1.96%인데 비해 대형 항공사는 2.27%를 기록했다. 4월에만 저가항공사의 결항률이 높게 나타났다.

결항이나 출발이 지연되었을 때의 보상 시스템도 대형 항공사에 못잖다. 동일한 법과 약관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운송약관은 천재지변, 전쟁, 소요, 노사분규, 악천후, 정부의 명령 등 불가항력적인 이유에 의한 결항과 지연에 대해서는 환불 이외의 보상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항공사의 귀책사유로 결항과 지연이 발생했다면 정부가 고시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따르게 돼 있다. 하지만 이 기준보다 낮은 보상을 하는 항공사도 왕왕 있기 때문에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엔 관련 규정을 먼저 확인하고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매력 포인트 4  다채로운 이벤트와 특화 마케팅

저가항공사는 불친절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소비자보호원의 조사에서도 승무원들의 응대 능력과 친절도는 높은 점수를 받았다. 오히려 저가항공사의 서비스는 다채로움과 참신성 면에서 대형 항공사를 앞지르는 면이 많다. 기내에서 실시되는 이벤트는 마치 파티에 온 듯 한 감흥을 일으키기도 한다는 평가다. 목적지에 안전하게 도착하는 것은 물론 즐거운 비행을 위한 여흥거리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제주항공은 기내 이벤트를 위한 별도의 팀까지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15명의 객실승무원으로 구성된 ‘JJ팀’이 기내에서 발랄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기내 프러포즈 이벤트, 캐릭터 분장 후 사진을 찍어 보내주는 이벤트,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 특별한 날을 위한 이벤트 등이 대표적이다. JJ팀이 탑승하는 항공편은 전체의 22% 정도이며 JJ팀이 탑승하는 항공편을 ‘찍어서’ 예약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에어부산은 본사가 있는 부산 지역에 특화한 마케팅과 이벤트로 지역 고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부산의 명소를 테마로 한 여행 상품이나 부산시내 호텔과 제휴한 에어텔 상품, 부산에 본사를 둔 크루즈 회사와 연계한 에어크루즈 상품 등을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이바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진에어와 이스타항공도 이벤트를 자주 열어 즐거운 여행을 돕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기내 사진촬영 이벤트, 기내 프러포즈 이벤트 등을 열고 있으며 제주 왕복 1만9900원, 9만9000원짜리 2박3일 제주여행 상품, 청주공항 취항 기념 특별 할인 이벤트 등 파격적인 할인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매력 포인트 5  확장되는 편수…이용 편의성 확대

국내 저가항공 업계는 이제 겨우 걸음마 단계라고 할 수 있다. 가장 오래된 제주항공의 나이도 3살에 불과하다. 시작하는 단계인 만큼 규모도 작고 항공기도 적다. 그러다 보니 운항 편수가 많지 않다. 싸고 안전하고 재미있다지만 원하는 시간의 항공편이 넉넉지 않아 발길을 돌려야 하는 일도 빚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불편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항공사들이 공격적으로 증편에 나서고 있는 데다 신규 항공기 도입도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적극적인 항공사는 제주항공이다. 올해 안에 2대의 B737-800을 도입하고 2011년부터는 5대의 신규 항공기를 인도받는 등 2013년까지 모두 15대의 항공기를 추가로 들여올 방침이다. 올해 출범한 이스타항공은 1월에 2호기, 6월에 3호기를 추가 확보하고 올해 안에 5호기까지 늘릴 계획이다. 진에어도 오는 10월에 B737-800 1대를 추가 도입할 예정이다. 항공기가 늘어남에 따라 운항 편수도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여 원하는 시간의 표가 없어서 발을 구르는 일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선뿐만 아니라 국제선도 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국제선에 진출하는 저가항공사가 증가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제선을 취항하고 있는 곳은 제주항공 하나뿐이다. 지난해 제주-히로시마를 시작으로 인천-오사카, 인천-기타큐슈, 인천-방콕 등으로 노선을 확대해가고 있다.

4개 저가항공사 가운데 제주항공만이 국제선을 취항하는 것은 국제선 진출의 조건 때문이다. 국내선에서 1년 이상, 1만 회 이상 무사고 운항을 해야 국제선 취항 자격이 주어진다. 제주항공을 제외한 다른 항공사들은 지난해 또는 올해 첫 취항을 했기 때문에 이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을 때까지 국내선만을 운항해야 했다. 하지만 최근 정부는 기존 ‘1만 회 무사고’ 조건을 폐지하고 3대의 항공기와 150억원의 자본금만 있으면 누구에게나 국제선 운항을 허용하기로 방침을 바꾸고 오는 9월부터 이를 시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진에어,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등 3사 모두 9월부터 국제선에 진출할 수 있는 문이 열렸다. 세 항공사는 방침이 바뀌기 이전부터 국제선 취항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국제선 취항에 무리는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아직 노선이 정해지진 않았지만 경제성이 높은 중국과 일본, 동남아시아 등 근거리 국제선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통해 국내선에선 불가피했던 낮은 수익성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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