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는 일만 놓고 보면 기업 경영인과 별반 다를 바 없다. 요즘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의 18명 판사들은 회계장부와 재무제표 등 법정관리 기업들의 각종 자료에 파묻혀 지낸다. 말 그대로 눈코 뜰 새도 없다. 1999년 국제통화금융(IMF) 관리체제하에서 처음 생긴 파산부는 그 어느 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100개에 달하는 법정관리 기업과 70여 자영업자, 게다가 수많은 개인파산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살 곳은 살리고 죽을 곳은 죽여야 하는’ 극단적인 긴장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파산이냐 회생이냐, 생사를 오가는 기업들과 이들 기업을 살리려는 파산부의 모습은 영락없는 ‘병원 수술실’이다. 파산부의 가장 핵심적인 수술법은 다름 아닌 M&A(인수·합병)다. 파산부는 곧 M&A 전문기업이다.

파산부는 ‘기업 사형장’ 아닌 ‘M&A 전문기업’



2008년 12월15일 오후 3시30분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가 위치한 서울중앙법원 남관 3층 수석부장판사실 옆 회의실에서 세미나가 열렸다. ‘기업회생 M&A’를 주제로 18명 파산부 판사들이 한 곳에 모였다. 정신 없이 바쁜 파산부 판사들이지만 연구활동에도 귀한 시간을 내야만 한다. 특히 이날 세미나의 주제인 ‘M&A’는 파산부가 온 신경을 쏟고 있는 화두다. 우리나라 파산부는 지난 2000년부터 많은 법정관리 대상 기업들을 조기 종결시켰다. M&A를 통해서였다. 2000년 2건, 2001년 14건, 2002년 19건, 2003년 8건, 2004년 15건, 2005년 6건, 2006년 6건, 2007년 7건, 2008년 12월15일 현재 2건 등 모두 79건에 이른다. 다른 나라 기업회생절차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한 성과다. 기아자동차, 아시아자동차, 삼미특수강, 유원건설, 범양상선, 세양선박, 쌍방울, 쌍방울개발, 미도파, 한신공영, 통일중공업, 극동건설, 기아특수강, 고려산업개발, 영남방직, 뉴코아, 진도, 동서산업, 일화, 두루넷, 진로, 아남건설, 한합산업, 건영 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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