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가 전 세계 실물경제 위기로 빠르게 전이되고 있다. 세계은행은 “2009년 세계 경제가 25년 만에 최악의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한국 경제에도 본격적인 충격 여파가 밀려들고 있다. 금융시장 불안감은 외환위기 이후 최고조에 달했다. 생산·소비·투자 3대 지표가 모두 감소세로 돌아서는 등 실물경제도 급강하하고 있다. 여기에 가계부채와 부동산 침체 등이 가세하면서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이코노미플러스>는 경제·경영학자들의 설문조사를 통해 2009년 경제를 전망하고, 현 정부의 경제 정책 방향 및 위기 대처 방안을 모색했다.

경제성장률 1.92%…‘올해보다 더 나빠질 것’ 68%

“이제부터 위기 본격화…     대규모 경기 부양 시급”

2009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92%로 전망됐다. 우리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달성해야 할 필요 성장률은 4.17%. 이보다 2.25%포인트나 낮은 수치다. 2009년 경제가 지금보다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은 8%에 불과하다. 10명 중 7명이 2009년 경제를 ‘지금보다 더 나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이코노미플러스>가 전국 19개 주요 대학 경제·경영학과 교수 1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다.

경제·경영학자들이 전망한 2009년 경제성장률 1.92%는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경제성장률 수치다. 이는 골드만삭스 등 세계 7개 주요 투자은행의 전망 평균치(1.2%)보다는 다소 높은 편이다. 하지만 한국은행 예측치(2.0%)와 비슷하며, 국내 국책·민간연구소 전망치(2.4~3.6%)보다는 낮다.

경제·경영학자들의 성장률 전망이 국내 국책 및 민간경제연구소 등에 비해 보수적인 것은 지난 4년 동안의 경제 전망 설문조사 결과와 궤를 같이한다. 5.0%의 성장률을 달성했던 2006년에는 이보다 0.78%포인트 낮은 4.22%를 전망했으며, 2007년(5.0%)에는 실제 성장률보다 1.1%포인트 낮은 3.9%를 전망하는 등 정부기관이나 국책·민간 경제연구소 등을 통틀어 가장 보수적인 시각을 보였다. 3.7%로 추정되는 2008년 전망은 이보다 1%포인트 높은 4.7%를 전망했지만, 정부기관이나 국책·민간연구소 등에 비해 경제·경영학자들의 예상 범위가 실제 수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경제·경영학자들은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인한 수출·내수 부진, 금융위기의 실물경제로의 전이를 성장률 부진의 주요요인으로 꼽았다. 금융위기가 기업 및 소비자에게 파급되면서 투자 위축, 수출 부진, 실업 확대, 소비 둔화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 불안으로 인한 자금난은 향후 기업 투자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실질소득의 감소와 미래소득에 대한 불안, 구조조정 등으로 인해 내수 회복도 기대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정책당국이 금융위기의 실물경제로의 전이에 우선 대응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이미 실물경기 침체가 예상보다 빨라지면서 불황이 경제지표로도 한 분기 이상 빨리 오고 있다. 한국은행은 2008년 4분기 전기 대비 성장률이 -1.6%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전기 대비 성장률 마이너스 전환은 2009년 1분기 정도로 예상됐던 것이다. 전기 대비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03년 4분기(-0.4%) 이후 처음이다.

최종학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금융뿐만 아니라 실물경제, 특히 제조업의 매출이 급속히 감소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소비가 위축되면서 자영업자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위기가 실물경제에 타격 줄 것

2009년 경제성장률이 3%를 넘어설 것이라는 응답자는 3명에 불과했다. 오히려 마이너스 성장내지 성장 정체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7%에 달해 2009년 한국 경제가 칠흑 같은 어둠속을 헤매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1.1~2% 사이의 전망이 45%로 가장 많았으며, 0.1~1%도 12%에 달했다.

그러나 이들은 우리나라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2009년 필요 경제성장률은 4.17%라고 제시해 2009년 경제 현실은 2008년보다 더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보탰다. 3.1~4%가 적절하다는 답변이 40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4.1~5%가 36명, 2.1~3%가 8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성장률 전망치가 적정 성장률에 비해 낮은 이유는 우리 경제에 대한 위협요인이 많은 반면 이에 대한 대처능력은 떨어진다는 반증이다. 경제학자들은 수출 및 내수 부진, 부동산 시장 위축, 금융시장 불안 등을 주요 위협요인으로 꼽았다. 이는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 시장뿐만 아니라 중국 등 신흥국 경제의 침체에 따른 것이다. 여기에 현 정부 경제팀에 대한 불신과 가계 부채, 환율문제 등이 2009년 우리 경제성장의 주요 걸림돌로 지적됐다.

이러한 비관적인 경제 전망은 2009년 경제 상황을 묻는 질문에 그대로 반영됐다. 2009년 한국 경제가 더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은 68%에 달했다.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전이되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신용경색으로 인해 기업의 자금조달 압박이 심해지고, 글로벌 경제의 침체로 수출 및 내수가 부진하는 등 위기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또 글로벌 금융위기가 심화되면서 그 여파는 2008년보다 커지고, 이에 따라 국내 후진적인 금융 시스템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내놓고 있다.

서용진 서강대 경영학 교수는 “금융 부문의 구조적 결함으로 인한 유동성 문제가 실물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데다 소득 수준의 상대적 감소, 지출 축소 등으로 인해 실물경제의 회복이 더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2009년 한국 경제가  2008년보다 더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한 경제학자들은 불과 8%. 이들은 각국이 내놓은 경기 부양책이 시차를 두고 효과를 나타내고, 10년 전보다 국제 공조가 효율적으로 작동할 것이라는 것을 주요 요인으로 내세웠다. 실물경제의 회복은 더디지만 더 이상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심리적 요인도 한몫을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양규혁 전북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금 상황은 구조의 붕괴라기보다는 신뢰나 평가의 하락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복구가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암울한 경제 전망과 함께 우리 경제가 향후 2년 후에나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는 게 경제학자들의 전망이다. 2009년 우리나라 경제 상황이 지금과 비슷하거나 나빠질 것이라는 경제학자들은 평균 23개월 후에나 경제가 호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호전 시기를 3년 후라고 답한 경제학자는 17명이며, 2년~2년6개월 후는 36명이었다. 절반 이상의 경제학자들이 현재의 경제위기가 호전되는 시기로 2년 후를 꼽은 것이다.

지난 11월27일 현재 4%인 기준금리 수준(한국은행은 12월11일 1%포인트 금리 인하를 전격 단행해 3%로 낮췄다)에 대해 설문에 응답한 경제·경영학자 58명이 높은 수준이라고 답했다.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시장금리 하락을 유도하는 적극적인 통화 정책 완화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다. 현 기준금리(4%)가 적절하다는 답변은 32명 이었으며, 높다고 답한 경제학자들은 8명에 그쳤다. 응답자 중 58명이 3% 이하가 적절하다고 답했다.

현 정부의 경제 정책 평균 55.9점으로‘낙제점’

이명박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평가는 요즘 경제 한파만큼이나 싸늘하고 날카로웠다. 현 정부의 경제 정책을 학점으로 환산하면 ‘F학점’. 경제·경영학자들은 현 정부의 경제 정책 수립 및 수행 능력을 100점 만점에 55.9점으로 평가했다. F학점의 기준인 60점을 밑도는 ‘낙제점’이다. 0점이라는 평가도 있었으며, 60점 미만이 전체의 40%에 달했다. 80점 이상을 제시한 응답자는 11%에 불과했다.

현 정부의 경제 정책이 실패했다고 평가한 가장 큰 이유는 시장에서의 신뢰 및 정책의 일관성 상실, 현실인식의 둔감성과 정확한 판단력의 부재, 정책 대응 시기를 놓쳤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특히 시장에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현 경제팀의 상황 인식과 정책 대응 능력에 대한 불신이 퍼져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그동안 현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경제 정책 기조와 강 장관의 잦은 말실수 등이 시장으로부터 비판의 대상이 돼 온 것이 사실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강 장관을 소재로 ‘리-만 브라더스’라는 농담이 연일 쏟아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가 초기에 보여준 ‘비즈니스 프렌들리(친기업적)’정책은 ‘재벌 프렌들리’, ‘부자 프렌들리’로 인식됐고, 경제 정책의 일관성 결여와 사회적 갈등 심화는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잃는 계기가 됐다.

이외에도 대통령과 경제팀의 업무 조율 미숙, 핵심 부처 간의 의견 조율 기능 마비, 전문성 부족, 리더십 결여 등이 현 정부 경제 정책의 문제점으로 꼽혔다. 결국 현 정부의 경제 정책이 총체적인 난국을 맞았다는 것이 경제·경영학자들의 결론이다.

“허둥지둥 내놓는 도식적이며, 인기 영합주의적인 정책”, “강부자를 위한 쏠림정책”, “뒷북 대응, 경제팀의 무능”, “아마추어적이며 구시대적인 정책이 적지 않다”, “나이 많은 관료의 옛날식 사고”, “철학과 비전이 없다”, “정책 집행자들이 대통령 눈치만 살핀다”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유병삼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경제팀이 현 경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도 의심스러우며, 구태의연한 정책의 효과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조중석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 자신이 경제 전문가라고 너무 믿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경제 관료들은 이에 끌려가고 있는 형태”라며 이 대통령의 리더십을 꼬집기도 했다.

경기 부양·부실기업 구조조정·내수 회복에 먼저 나서야

이들 경제·경영학자들은 2009년 현 정부가 우선적으로 경기 부양책을 실시해야 한다(28.4%)고 조언했다. 뒤를 이어 부실기업의 구조조정(21%), 내수 회복(16.2%), 미래성장 동력 발굴(10.1%) 등에 주력해야 한다는 대안을 내놓았다. 소비 및 투자를 진작시키기 위한 각종 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금융 불안이 실물경제로 전이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금융 시스템을 복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대규모의 경기 부양을 통해 소비와 투자를 진작시키고, 실물경기를 회복시켜 고통스런 경제 위기의 동굴에서 빠져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침체에 빠진 부동산 시장의 안정과 규제완화, 각종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경기 침체를 약화시키고, 신성장 동력 육성을 통해 향후 수년간 세계 경제를 선도할 산업구조로 혁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설문조사는 전국 19개 대학의 경제·경영학과 교수를 대상으로 2008년 11월27일부터 12월12일까지 16일간 전화 및 이메일을 이용해 조사했다. 이 설문조사에는 경제학 전공 38명, 경영학 전공 62명의 교수들이 응답했다.

설|문|응|답|교|수

강원대 

김광수  박상규  이   유  임재열 

경북대 

구동모  권철우  손병해  허문구 

경희대 

김건우  이근수  

고려대 

강성진  김동철  김소영  김익수  남종현  

이관휘  이동원  이만우  장하성  정인식  

정주연  홍세준  황준호 

부산대 

김무성  김영재  유승훈 

서강대 

김양민  김용진  남주하  이한식  최  인   홍광헌 

서울대 

김병도  김성수  류근관  백복현  양동휴  

유병준  윤계섭  이   근  조성욱  조승아

최병선  최종학  최진남   표학길 

성균관대 

김봉근  김준영  전용일 

숙명여대 

박래수  신도철  오중산 

연세대 

김성문  김정식  김태현  박영렬  박태규

손성규  신의순  연강흠  유병삼  이두원  

이종태  이호영  이호욱  정갑영  최흥식

이화여대

박정은  박헌영  신정순  안홍식  이용주  

정문종  지홍민 

전남대

구재운  박양섭  이수열 

전북대

박태식  양규혁  이경선

제주대

고부언 

중앙대

류덕현  안국신  이상규  임병하  정광선 

충남대

양영식 

충북대

김병기  서도원  임병인 

한국외대

강효석  박명호  이명호  조장연  최  광 

한양대

이병희  이상명  조중석  홍종호 

익명 요청

1명

장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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