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각 기관이 내놓은 2009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의 특징은 ‘대폭 하향’ 혹은 ‘오락가락’ 두 가지로 정리된다. 정부, 한국은행, 국내외 금융 및 경제연구 기관들이 성장률을 새로 쓰고 있다. 너 나 할 것 없이 전망치를 줄줄이 낮게 잡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 금융위기와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성장률 전망치가 수직으로 떨어지는 모양새다. 이러다간 실제로 마이너스 성장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마이너스 성장률을 전망한 기관들을 둘러싸고 희한한 해프닝도 벌어졌다.

정부 전망도 실제는 -2%?

정부는 지난 11월초 경제성장률을 4%로 내다봤다. 하지만 정부와 세계 주요 투자은행들의 평균 전망치 1.2%와의 격차는 2.8%포인트나 됐다. 특히 -3% 성장률을 내놓은 스위스계 UBS증권의 전망치와는 무려 7%p 차이가 났다. 이런 가운데 지난 12월12일 한국은행이 성장률을 2.0%로 잡았고, 며칠 뒤인 12월16일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3.0%로 낮춰 발표했다. 기획재정부는 ‘2009년 경제운용방향’을 밝히는 자리에서 “객관적 대내외 여건이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 같은 전망치를 내놓았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이 둔화되는 등 장기간 어려움이 지속될 것”, “금융위기로 인해 실물경제가 침체를 거쳐 회복되는 시점까지 장기간이 소요될 것” 등의 기획재정부 설명을 감안하면 정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더 내려갈 가능성이 짙다. 

정부 데이터 받아쓰기? 

한국개발연구원(3.3%), 금융연구원(3.4%), 삼성경제연구소(3.2%), LG경제연구원(3.6%), 현대경제연구원(3.1%), 한국경제연구원(2.4)% 등 국내 금융·경제연구 기관들은 대체로 3%대 성장률을 전망했다. 이들 기관은 정부가 전망치를 1%포인트나 내렸기 때문에 앞으로 전망치를 낮춰 잡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정부의 데이터를 받아쓰기 하는 수준의 전망치’라는 일각의 비판도 있지만 국내 기관이 정부와 한국은행의 전망치와 따로 놀 수는 없는 사정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금융기관의 전망치는 제각각이다. 신한은행이 3.5%로 가장 높고, 현대증권이 3.3%로 뒤를 잇는다. 굿모닝신한증권 3.2%, SK증권 2.5%, 유진투자증권 2.3%, HMC투자증권 2.3%, 키움증권 2.0% 등의 전망치를 내놓았다. 주목을 끈 것은 삼성증권의 -0.2% 전망치였다. 삼성증권은 국내 기관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을 예측했다가 다시 정정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삼성증권은 지난 11월27일 ‘2009년 한국경제전망보고서’를 통해 국내 금융기관으로는 처음으로 2009년 성장률이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0.2% 역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12월12일 “수출 전망을 -6.7%, 내수성장률을 -3.0%로 각각 낮춘 데 따라 기존 2%에서 -0.2%로 낮췄던 것”이라는 이유를 대며 마이너스 전망치가 공식적인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또 “-0.2%는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 나온 성장률”이라고도 했다.

해외 기관들의 전망치가 오히려 냉정하고 객관적이다. 이들은 한국 경제성장률을 상대적으로 낮춰 잡았다. UBS(-3.0%), 골드만삭스(1.8%), JP모건(3.0%), 모건스탠리(2.7%), SC은행(1.4%), 메릴린치(1.5%) 등 세계 7대 주요 투자은행들이 지난 11월 말 발표한 2008년 한국 경제성장률 평균치는 1.2%다. 시간이 흐르면 이들의 평균 전망치는 더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역시 전망치를 매월 낮춰왔기 때문이다.

해외 투자은행들은 지난 9월 말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평균치를 4.3%로 예상했지만 한 달 뒤인 10월 말 3.0%로 낮게 잡았다. 다시 11월 말에는 1.2%로 대폭 내렸다. 세계 경제가 빠른 속도로 하락하면서 한국의 수출 증가폭이 둔화되고 가계대출 부담, 건설 경기 위축 등으로 내수 부진이 예상된다는 것이 투자은행들이 밝힌 ‘내리막 전망치’의 이유다.

이런 가운데 금융권에선 “일찌감치 -3.0% 성장률을 예상했던 UBS가 속편해 보인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UBS의 충격적인 전망을 우리나라 정부가 나서서 공인해줬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UBS가 “정부의 구제노력에도 한국의 신용거품이 터질 것이고, 수출 둔화와 실업률 증가, 가계 빚 확대 등의 요인이 한국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며 마이너스 성장률 배경을 설명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꽤 먼(?) 시간인 지난 11월20일의 일이다. 정부가 4%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은 지 불과 보름 남짓한 때였다.

UBS 전망치에 1%포인트 더하면 실제 성장률 

기획재정부는 UBS가 전망치를 내놓은 날, 우리나라 성장률에 대한 UBS 전망치와 실적치를 비교하며 UBS가 예전부터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잘못 내려 잡았다고 반박했다.

기획재정부의 비교자료에 따르면 UBS는 지난 2004년 10월, 한국의 2005년 경제성장률을 3.3%로 전망했다. 2005년 11월에는 3.9%, 2006년 10월에는 3.7%로 다음해의 전망치를 발표했다. 하지만 실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UBS가 내놓았던 전망치를 매번 상회했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005년 4.2%, 2006년 5.1%, 2007년 5.0%의 성적을 냈다. 당초 UBS가 내놓은 전망치보다 약 1% 이상의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 정부는 이 점을 내세우며 ‘UBS가 주로 틀린 예측을 했으니 놀라지 말라’는 식의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오히려 정부의 이런 주장 때문에 UBS 이번 마이너스 전망치는 신빙성을 갖는 결과를 초래됐다.

UBS가 1%포인트 격차가 나는 선에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낮게 예측해왔기 때문에 UBS의 이번 -3.0% 전망치는 곧, 2009년 성장률이 -2%쯤일 것이란 관측을 가능케 한다. 정부는 4.0% 성장률을 발표한 지 불과 17일 만에 -2% 성장률을 공공연히 인정한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인 셈이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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