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한국 경제는 연초에서 3분기까지와 4분기 이후 두 기간의 경기흐름이 극명한 대조를 이루었다. 두 기간 중 대외여건이 크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앞의 기간 중 세계 경제는 산발적인 금융 불안이 지속되는 가운데 유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에 따라 우리 경제는 물가가 급등하고, 경상수지 적자가 누적되는 등 고유가의 영향권에 있었다. 경제성장률이 1분기 5.8%에서 점차 하락했지만 수출이 두 자릿수의 증가세를 지속하며 경제성장의 버팀목 역할을 했다.

“과거 외환위기와 달리 지금은 안에서 돌파구 찾아야”



4분기 이후 글로벌 금융 불안이 위기상황으로 전개되면서 국내 경제상황이 급속히 악화됐다. 유가가 급락하면서 물가 상승세가 꺾이고 월별 경상수지는 흑자를 보였으나 경기가 급랭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 경제의 침체가 시작되면서 수출이 급감했다. 연중 두 자릿수 증가세를 지속하던 수출은 10월에는 8%대로 둔화되더니 11월에는 18%나 감소했다. 내수도 부진의 골이 깊어졌다. 소비심리가 악화되면서 10월 중 소비재 판매는 2003년 신용카드 사태 이후 최대 폭인 3.7%나 감소했다. 또한 투자도 신용경색으로 인한 자금난, 향후 경기의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정체 수준에 머물고 있다. 특히 미분양 문제 등 주택 경기 침체로 건설투자는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수출과 내수가 동반 부진 양상을 나타내며 경제성장률은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5.8%에서 4분기에는 1% 이하로 추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2008년 경제성장률은 4%를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2009년 산발적 금융 불안은 지속

2008년 10월 이후 세계 금융시장은 매우 불안한 양상을 지속하고 있다. 선진국과 신흥국을 가릴 것 없이 주가는 폭락했고, 금융기관 및 기업에 대한 신용위기로 번졌다. 금융위기의 전염을 방지하고 시장 안정화를 위한 국가 간 정책공조도 확대됐다. 미국 연방정부는 2007년 9월 이후 경기부양을 위해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를 7회에 걸쳐 4.25%포인트 인하해 1% 수준까지 끌어내렸다. 유로 지역과 영국도 2%까지 정책금리를 인하했다. 달러 유동성 확대를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과 각국 중앙은행은 단기 달러 스와프라인도 무제한으로 증액했다. 유로존 15개국과 영국은 은행 간 대출을 정부가 보증하고 은행 도산을 막기 위한 지분을 취득하기로 합의했다.

금융위기는 아직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지만 이는 그 동안의 구제금융안 발표에도 실무상 필요한 준비기간 등으로 인해 공적자금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투입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구제금융자금이 본격적으로 투입되면 금융시장 분위기가 점차 개선되며 글로벌 금융위기 가능성은 급속히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향후에도 산발적인 금융 불안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주택 가격 하락이 진행 중이어서 금융기관의 손실 규모를 확정하기 어려운 데다가 경기 침체로 인한 실업 증가로 신용카드 등 소비자 신용 연체율이 증가하는 것도 불안요인이 될 수 있다. 또한 소비와 투자부진 등으로 기업의 부실이 커지는 것도 기업대출의 손실 확대와 함께 CDS(Credit Default Swap) 등에 대한 위험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금융위기로 인한 극심한 유동성과 신용경색 등은 해소되더라도 실물경제의 침체가 이어지면서 금융시장의 불안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못할 전망이다.

세계 경제는 지난 4년간 양대 성장엔진인 미국과 중국 주도의 ‘고성장?저물가’로 표현되는 ‘골디락스경제’를 구가해왔다. 그러나 2008년에는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기인한 금융시장의 혼란으로 역사상 전례 없는 혼돈의 시기를 경험했다. 10월 이후 진행된 국제적인 공조에도 기업과 개인에 대한 금융기관의 여신이 강화되는 등 신용경색 현상이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2009년은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금융위기는 점차 안정을 찾아가겠지만 실물경제의 침체에 대한 불안은 더욱 증폭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09년도 세계 경제는 2008년의 경제성장률 2.7%보다 크게 낮아진 1.3%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1970년대 초반과 1980년대 초반에 경험했던 스태그플레이션의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선진국 경제는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후유증으로 인해 침체(recession)에 근접한 제로 또는 -0.4% 내외의 성장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의 ISM제조업지수, 일본의 단칸지수 등 선진국 기업의 업황지수가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으며, 이러한 동시 다발적인 경기 후퇴가 선진국 상호간 수출 둔화로 이어져 경기 침체를 한층 가속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이션 우려는 점차 약화되고 있지만 금융 불안이 재연되거나 미국이나 유럽의 주택 시장 조정이 장기화될 경우에는 향후 선진국 가계의 소비활동을 더욱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 결과 향후 경기가 바닥을 치고 2010년에 상승 국면에 진입한다 하더라도 급격한 V자형 회복은 기대하기 어려우며 완만하지만 회복세가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신흥시장에 있어서도 2008년 대두되었던 ‘디커플링(decoupling)’은 비현실적인 낙관론에 그칠 것으로 보여 경제성장률이 1~2%포인트 정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선진국의 경기 침체가 그 동안 세계 경제의 성장을 주도하던 신흥개도국들의 수출 부진으로 이어지고, 내수시장만으로 이를 만회할 수 없는 신흥개도국들의 성장률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기 충격으로 선진국의 경기 침체와 신흥국의 본격적인 경기 둔화로 세계 경제는 2~3년간의 조정기간을 거친 후에야 비로소 본격적인 회복 국면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경제는 심각한 경기 침체 예상

한국 경제는 2000년대 들어 두 차례의 경기 침체를 경험했다. 첫 번째 경기 침체는 2001년으로 ‘세계 IT버블 붕괴’라는 대외충격에서 비롯됐다. 미국 경제는 IT 경기 침체로 10년간의 장기 호황을 마감했고,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들이 어려움을 경험해 세계 경제성장률은 1.5%로 급락했다. 대외여건의 악화로 한국 경제는 수출이 급감하면서 경제성장률이 3.8%에 그치는 침체 국면에 들어갔다. 한국 경제의 두 번째 침체는 2003년 발생한 ‘가계버블 붕괴’에 따른 후유증이다. 가계 빚으로 신용불량자가 100만 명을 넘어서는 등 가계 부실이 급증하면서 소비가 1.2% 감소했다. 이러한 내수 충격으로 경제성장률은 3.1%로 하락했다.

2009년 한국 경제의 대내외 여건은 두 차례 경기 침체 시기의 복합형이라 할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실물경제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침에 따라 세계 경제성장률이 1.3%로 2001년과 같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적으로는 2003년의 ‘가계버블 붕괴’와 같은 충격은 아니지만 내수는 장기적인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자리 창출 수가 평균 10만 명에 그치고 있어 소비여력이 약화되고 있고, 660조원에 달하는 가계 빚이 소비회복을 제한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수의 다른 축인 투자에 있어서도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져 기업의 보수적인 경영형태가 더욱 확대됨에 따라 투자 확대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이 국내 경제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도 보인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국내 실물경제에 파급되는 경로는 금리, 환율, 주가 등 금융 변수의 변동으로 내수가 위축되는 경우와 세계 경제의 악화로 수출이 둔화되는 경우로 파악될 수 있다. 자금시장 경색에 따른 금리 상승은 가계의 이자 부담을 확대시켜 소비여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또한 원/달러환율 상승은 물가 부담을 가중시켜 가계의 구매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또한 환율 상승은 기업의 외채 원리금상환 부담을 증가시킨다. 국내 민간기업의 대외채무는 2008년 6월 말 현재 1088억달러로 기업외채가 급속히 늘어나기 이전인 2005년 말에 비해 60% 이상 증가해 환율 상승은 기업의 투자자금 확보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가 하락은 경제주체의 심리에 악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역(逆)자산 효과로 소비여력을 약화시킨다. 특히 2006년 이후 펀드 등 간접투자가 활성화되면서 주식투자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개인의 금융자산 중 주식 비중이 점차 상승해 주가 하락이 내수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에 비해 확대되고 있다. 또한 주가 하락은 기업의 직접금융을 통한 자금 조달을 어렵게 하여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세계 경기를 둔화시켜 한국의 수출을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2009년 중 선진국의 경우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하고, 한국의 주요 수출국인 개도국의 경기 하강세도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율 상승이 수출에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세계 경제 침체가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이를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로 크다. 2009년 한국의 수출 증가율은 3.2%로 2003년 이후 6년간 지속되었던 두 자릿수 증가세를 유지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2009년 한국 경제는 글로벌 금융 불안이라는 대외 충격과 더불어 장기적인 내수 부진으로 2000년 이후 세 번째 경기 침체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성장률은 3.2%가 예상된다. 세계 경제의 둔화로 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2008년 6.0%포인트에서 2009년에는 3.4%포인트로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내수의 성장 기여도는 동 기간 중 2.1%포인트에서 0.6%포인트로 약화될 전망이다. 장기적인 소비 부진으로 2009년에도 내수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 침체로 전 업종에 걸친 동반 부진이 예상된다. IT 산업의 경우 반도체 산업은 시장여건이 좋지 않지만 경쟁사의 설비투자 축소로 시장의 공급과잉이 해소되면서 국내 업체의 수출이 다소 증가할 전망이다. 가전은 평판TV의 수요 증가율 둔화와 해외 현지생산 증가로 수출 감소가 우려된다. 디스플레이는 선진시장이 성숙기에 진입하면서 성장세가 둔화되고 제품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되고 있다. 다만 휴대전화를 중심으로 하는 통신기기는 품질 및 비용 경쟁력 개선을 배경으로 2009년에도 20% 가까운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큰 호황을 누리던 조선업은 고가로 수주한 선박 인도가 본격화되면서 건조량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겠지만 신규 수주량은 감소할 전망이다. 자동차는 국내외 경기 침체와 고유가 및 해외 현지생산 본격화로 내수와 수출이 모두 정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화학은 경기순환주기의 최저점에 도달한 데다 중동산 저가제품의 출시 본격화로 아시아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유통과 건설 등의 서비스 산업은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심리 악화로 부진이 예상된다. 유통은 전반적으로 부진을 보이는 가운데 가격 경쟁력을 갖춘 인터넷 쇼핑몰의 성장이 예상된다. 건설 부문은 정부의 규제완화와 SOC 예산 증가에 기대를 걸고 있는 가운데 중동의 오일머니에 힘입은 해외 건설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경제활성화 대책에 기대

전반적인 상황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기대를 걸만한 희망의 싹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유가와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라 무역수지 및 경상수지의 개선이 예상되는데, 이에 따라 외화 유동성에 대한 우려가 상당 부분 축소돼 금융 부문의 극심한 불안이 해소될 가능성이 높다. 또 물가 급등세도 진정돼 소비여력의 확대에 일정 부분 기여할 수도 있다. 특히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도 경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금융시장 안정대책’, ‘건설대책’, ‘경제난국 극복 종합대책’ 등 금융 불안 완화와 실물경기 안정을 위한 다양한 대책을 잇달아 내놓았다. 미국과 3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협정을 체결 등 외화 유동성을 확보하고 금융권에 원화 공급을 확대해 신용경색을 완화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또한 정부는 11조원의 공공지출 확대, 3조원의 세제 지원 등 총 14조원의 재정지원을 통해 일자리 창출과 내수 진작 등 경기활성화를 추진한다. 이를 위해 2009년 예산안을 기존안 대비 10조원 증액된 283.8조원을 새로 편성했다.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2009년 재정적자 규모는 21.8조원으로 GDP 대비 2.1%가 예상된다. 또한 부동산 경기활성화를 위해 재건축 규제완화, 투기지역 해제, 양도세 감면, 전매제한 완화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투기지역 해제로 금융규제가 다소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에 발표된 대책을 포함하면 총 33조원을 경기부양을 위해 투입하게 된다. 정부는 다양한 경기활성화대책을 통해 경제성장률을 1%포인트 상승시키고, 취업자 수를 7~8만 명 증가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만약 이러한 대책이 경기부양에 가시적인 효과를 보이지 않을 경우 대규모 국책사업의 추진 등 추가적인 재정 확대가 예상된다.

금융위기의 전 세계적 확산과 실물경제로의 빠른 전이라는 현 상황은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했던 충격이다. 미증유의 충격인 만큼 과거의 틀에 구애받지 말고 과감하고 신속하게, 그리고 참신한 발상으로 대처해 나가야 한다. 금융 부문에 유동성이 돌아가도록 공급함과 동시에 금융기관의 자금중개기능을 복원해 가계 및 중소기업 등이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자금을 수혈 받도록 해야 한다. 경기 부양을 위한 충분한 실탄을 확보해 신속하게 필요한 부문에 실질적 혜택이 돌아가도록 집행도 서둘러야 한다.

한국은 과거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역량을 발휘한 바 있다. 가계와 기업의 피나는 노력의 결과였지만 대외환경 호조에 힘입은 바도 컸다. 이제는 돌파구를 안에서 찾아야 한다. 규제개혁, 감세, 성장동력 발굴 등을 통해 경제 내의 공급 능력을 확대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러한 대책들은 단기적으로는 경기 활력을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지속적 성장을 가능케 해 줄 것이다. 내우외환의 충격을 내적 체질개선으로 극복해야 한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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