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에서 촉발된 최근의 불황이 실물과 글로벌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대로 가면 망한다', '끝이 안 보인다'는 암울한 전망들이 무성하다. 전문가들조차도 그 깊이와 범위를 예상할 수 없을 정도다. 대공황 이후 100년 만의 위기라고도 한다. 불황은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시험대다. 불황은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제공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제위기와 내수 부진으로 많은 기업들은 죽겠다고 아우성이다. 하지만 이러한 불황에서도 웃는 기업들이 있다. 불황을 성장의 기회로 활용한 승자 기업들이다.

불황을 기회로… 반전 기업들의 DNA

실물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불황 극복이 기업의 최우선 과제가 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는 등 경영위기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1955년 <포천>이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 중 현재 살아남은 기업은 71개에 불과했다. 생존율은 14%. 불황이나 경제위기 이후에는 기업들의 판도 변화가 뒤따른다. 영원할 것만 같던 굴지의 대기업들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곤 했다. 이번 위기에서도 상당수 기업이 생존마저 위태로운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당분간 ‘생존’이 우리 기업들의 화두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기본에 충실하면서 차별화된 아이디어와 마케팅으로 불황을 극복하는 기업들이 있다. 꾸준히 연구개발을 지속해 위기 속에서 오히려 기업의 성과가 두드러지는 기업, 남들보다 먼저 고부가가치 시장에 뛰어들어 경쟁자들을 물리친 기업, 해외 시장을 꾸준히 공략하거나 핵심 사업 역량을 키우기 위해 선행투자를 감행했던 기업 등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렇다면 불황에 강한 기업들은 어떤 DNA를 갖고 있을까.

DNA1. 지속적인 R&D 투자

경영 환경이 어려울수록 기본기에 충실한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는 것은 당연지사. 기업 역량을 낭비하기보다는 기본에 충실하면서 핵심 역량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에 있어 핵심 역량은 무엇보다 핵심 기술 확보에서 비롯된다.

지문인식기술 업체인 슈프리마는 2008년 1400만달러의 수출 실적을 포함해 22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지문인식을 포함해 바이오인식 기업 중 1000만달러 이상을 수출한 첫 사례다. 이 회사가 해외 시장에서 탁월한 실적을 기록한 것은 핵심 기술에서 타의추종을 불허하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지문인식 핵심 알고리즘은 전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세계지문인식경연대회(FVC: Fingerprint Verification Competition)에서 2회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이재원 대표는 “핵심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돈을 벌기는커녕 생존조차 할 수 없다”며 “매년 매출액의 10%를 연구개발에 투자한다”고 말했다.

‘잃어버린 10년’으로 불리는 일본의 장기불황을 타개한 캐논의 핵심 전략 또한 기술력이었다. 캐논은 세계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단순한 기술개발만으로는 불충분하다고 봤다. 경쟁사보다 지식재산(지적재산 ??)에서 우위에 서야 한다는 판단 아래 1970년대 ‘특허법무본부'를 설립했다. 1989년 ‘지적재산 법무본부’로 이름을 바꾼 뒤 현재 40여 명 규모로 사장 직할 독립부서로 운영 중이다.

캐논은 지적재산을 ‘사업적인 관점에서 창출되고 차별화된 지혜 전부’라고 정의한다. 신기술개발에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독자적인 물류기법까지 경영의 모든 것을 지식재산(지적재산 ??)으로 취급했다. 지적재산 법무본부에 소속된 인재를 각 사업본부에 배치하고, 지적재산 관련 자격증까지 따도록 독려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 캐논은 일본에서 마쓰시타전기에 이어 2위의 특허 보유 기업이 됐다. 매년 특허 등록 건수가 3000건을 넘어서고 있다. 미국에서 등록된 특허 건수를 보면 IBM과 마쓰시타전기에 이어 3위를 달려, HP와 마이크로소프트마저 따돌렸다. 독자기술을 중시하는 문화는 연구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데서도 잘 나타난다. 1995년 1700억엔대였던 R&D비용은 지난해 3600억엔 수준으로 오르는 등 지난 1995년 이래 증가 일로다.

DNA2. 독특한 아이디어로 새로운 시장 창출

세계적인 경제위기로 소비자가 잔뜩 움츠리고 있다. 기업들도 가만히 앉아서 소비자의 지갑이 열리기를 기다리다간 망하기 십상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구매력이 있는 고객은 누가인지를 파악해 소비자를 찾아가야 한다.

특히 남들과 구별되는 독특한 아이디어가 불황 극복 기업의 탈출구였다. 소비 트렌드와 기회를 감지하고, 무관해 보이는 아이디어를 결합해 남들이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개념을 창조해 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언제든 즐길 수 있는 ‘걷기’가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무조건 걷는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걷기에 적합한 신발을 신고 바른 걸음걸이로 걸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기능성 신발인 ‘린’의 탄생 배경이다.

2006년 설립된 린코리아는 밑창이 45도 기울어진 기능성 신발인 ‘린’으로 지난해 4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김기태 사장은 누가 굳이 신발을 따로 구입해 걷기 연습을 할까 반문할 때 맨 발로 맨 흙을 밟을 수 있는 보행법으로 유도하는 기능성 신발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린코리아의 사례는 아이디어만 있다면 사양 산업은 있어도 사양 기업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소비자가 정말 필요로 하는지, 얼마만큼 어필할 수 있는지 확실한 시장조사가 이뤄져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침구용 살균 진공청소기 ‘레이캅’으로 불황 극복에 성공한 이하우 부강샘스 회장은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신규 품목이라도 시장성과 장점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며 “남의 말만 믿고 아이디어를 선택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DNA3. 차별화된 해외 시장 공략

핵심 사업에 집중하지만 소비 시장을 다각화하는 것도 불황을 극복한 기업의 공통점이다. 불황에 강한 기업들은 미국과 일본, EU 등 경기 침체가 심한 전통 주력 시장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불황을 덜 타는 신시장 개척으로 수출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린코리아는 올해 중동 지역에서만 10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조만간 스웨덴과 노르웨이에도 수출길이 트일 전망이다. 이는 해외 시장 개척 초기 미국보다는 중동과 북유럽 시장 등을 먼저 공략했기 때문이다.

화장품 업체인 더페이스샵은 경기 침체에도 2008년 3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11.3% 증가한 54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맞춤형 해외 시장 공략에 따른 것이다.

지난 2004년 11월 해외에 처음 진출한 더페이스샵은 단순히 해외 진출 국가를 늘리기보다는 해외 시장 현지화에 초점을 맞췄다. 예를 들어 중국은 로드샵(가두점) 중심의 소비재 상권이 태동 단계인 만큼 대형 쇼핑몰이나 백화점 상권에 입점하는 전략을 추진했다. 2006년 9월 상하이에 5개 매장을 오픈한데 이어 2007년에는 베이징 쥔타이 백화점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플래그십 스토어는 한 기업에서 만들어낸 여러 상품들을 한 곳에 모아서 홍보하거나 판매하는 매장을 말한다. 기업의 이미지를 높이고, 매출을 늘리는 데 목적이 있다.

미국은 로드샵보다는 현지의 유통체인을 공략했다. 소비자의 65% 이상이 대형 유통체인을 통해 화장품을 구매한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그 결과 2008년 5월에는 국내 화장품업계 최초로 미국의 대형 홈쇼핑 채널인 HSN에 런칭했으며, 6월에는 대형 디럭스토어 유통체인 ‘윌그린스’와 입점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대만과 일본 시장 공략도 마찬가지였다. 2008년 9월 일본 전역에 매장을 보유한 ‘도큐핸즈’와 ‘소니 플라자’ 등 대형 유통체인에 진출, 약 180개의 더페이스샵 세일즈존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0월말에는 대만 현지에서 최대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왓슨스’의 400개 매장에 진출했다. 이러한 현지화 전략을 통해 더페이스샵은 현재 미국, 일본, 중국, 캐나다, 호주, 요르단 등 총 19개국에 단독매장 210여 개, 대형 유통체인에 660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DNA4.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으로 체질 강화

‘한 우물 파기’, ‘외길 30년’ 등도 이젠 옛말이 됐다. 기존 사업에서 탈피해 업종을 완전히 바꾸거나 새로운 품목, 업종을 추가하는 등 이른바 ‘제2의 창업’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신사업의 대표주자인 동양제철화학은 태양광 산업에서 이미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동양제철화학의 경우 태양전지 원료인 폴리실리콘의 누적 수주액이 100억달러 이상으로 오는 2013년까지 안정적인 매출과 수익 증대가 예상되고 있다.

삼성, LG 등 대기업이 신사업 추진을 본격화한 가운데 중소기업들도 새로운 먹을거리 찾기에 나서고 있다. 1978년 설립 이후 자동차 및 전자부품용 스프링, 냉간단조 제품을 생산한 부강샘스는 2004년쯤부터 위기에 처하자 새로운 우물을 팠다. 고민 끝에 신수종 사업으로 선택한 분야는 침구용 살균 진공청소기. 기존의 전자부품 노하우를 응용했다. 이 회사가 개발한 침구용 살균 진공청소기 레이캅은 국내외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레이캅을 내놓은 첫 해 1억원이었던 매출은 2007년 50억원으로, 지난해 90억원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2002년 설립 이래 철강 도?소매업을 운영해 온 아이케이는 화재에 잘 견디는 신개념 단열재 ‘프리보드’ 및 스틸하우스용 경량 구조물 등을 개발했다. 철강 도?소매업은 시장 특성상 가격 변동 폭이 너무 커 경영에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기존 사업과 함께 건축 신소재 제조업을 추가한 아이케이는 2008년 750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2002년보다 2배 이상 성장한 수치다. 특히 프리보드는 해외에서도 인기가 높아 올해 수출물량만 2000만달러에 달하는 등 ‘효자상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15명에 불과했던 종업원 수도 현재 120명으로 늘어났다.

한국몰드는 20년간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금형을 제조해 왔으나 2007년부터 직접 자동차 부품 생산에 뛰어들었다. 사업 전환을 통해 매출액이 종전 150억원에서 265억원으로 늘어났으며 종업원도 60명에서 161명으로 증가했다.

DNA5. 과감한 혁신 통해 효율성 제고

캐논의 ‘셀(Cell)’ 방식 생산 프로세스가 주목받고 있다. 캐논은 독특한 셀 방식이라는 생산 프로세스를 도입, 2000년 국내 공장 전환을 마무리했으며, 2001년 이를 해외 공장으로 확산시켰다. 일본 이바라키 현 아미 지역에 위치한 복사기 생산 공장에는 컨베이어 라인이 없다. 7~8명의 근로자가 U자형 작업대에서 복사기를 조립한다. 이른바 셀 방식 생산이다. 이 방식의 장점은 유연하다는 것. 예를 들어 300대만 생산하려는 복사기 A모델을 위해 컨베이어 라인을 따로 만들 필요는 없다. 셀을 늘려 생산량을 맞추면 그만이다. 앞 공정이 늦어지더라도 뒷공정이 늦어질 염려는 없다. 이 셀 방식의 도입으로 캐논은 도쿄돔 18개에 해당하는 공장 바닥면적을 절약했고, 3000억엔 이상의 재고비용을 절감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거뒀다.

미타라이 후지오 회장은 셀 방식을 넘어 ‘공장 완전 자동화'에 주력했다. 전기가 꺼진 상태에서도 제품이 생산되는 공장을 만들라는 주문이다. 공장 무인화가 이뤄지면 중국 등 인건비가 싼 곳으로 공장을 이전할 필요도 없고 불황이 와도 직원 수를 줄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본 게임개발업체인 닌텐도에는 ‘밥상 뒤집기’라는 것이 있다. ‘슈퍼마리오’와 ‘젤다의 전설’ 기획자인 미야모토 전무가 개발 중인 게임을 점검하다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개발을 중지시키고 처음부터 다시 만들도록 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최대한 완벽한 게임을 만들겠다는 열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만들던 것을 뒤엎고 다시 시작하기란 보통 기업에선 생각하기 쉽지 않은 일이다. 재정상의 문제도 있지만 다시 일을 해야 하는 직원들의 반발도 보통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닌텐도에서 미야모토 전무가 밥상 뒤집기를 선언하지 않으면 오히려 직원들은 불안해한다. 그가 밥상을 뒤집으면 그 게임은 반드시 성공한다는 속설이 있기 때문이다.

2007년 12월 발매 이후 전 세계적으로 1000만 대가 팔린 게임기 ‘위 핏(Wii Fit)’도 2차례의 밥상 뒤집기를 통해 완성됐다. 위 핏의 발판이 완성단계에 들어설 무렵이었다. 미야모토 전무는 “정사각형보다는 어깨 넓이의 직사각형으로 만들 것”을 주문했다. 당시 개발자들이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은 것은 당연. 그러나 밥상 뒤집기는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유선으로 개발된 것을 이번에는 이와타 사장이 “유선으로 연결된 게 보기에 좋지 않고 안전하지 않다”며 무선으로 바꾸도록 지시한 것이다.

기능성 신발로 각광받는 린코리아

독특한 아이디어에 기술력 접목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부산은 신발 제조의 메카였고, 대한민국 신발하면 전 세계 사람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신발 산업은 한때 국내 제조업의 간판이었다. 그러나 1990년 수출액 43억달러를 정점으로 사양길을 걷기 시작해 지금은 5억달러까지 떨어졌다. 국내 신발업체의 42%가 몰려있는 부산 경제에 직격탄이 가해졌음은 당연하다. 동양 최대 신발 생산기지였던 부산으로선 하루빨리 대안을 만들어 내야 했다.

대안 중 하나가 바로 기능성 신발이다. 기능성 신발은 한때 사양 산업으로까지 내몰린 신발업계의 미래를 대비한 실험이기도 하다. 이미 상당한 시장을 형성한 웰빙형 신발은 관절염?디스크?요통 등 신체 부위별 질병 예방과 치료를 겨냥한 신발로까지 한층 진화했다.

사양 신발 산업에서 돌파구 찾아

이러한 기능성 신발 시장에서 순수 국내 기술로 불황을 극복하고 있는 기업이 바로 린코리아다. 노동집약적인 신발 산업에 독특한 아이디어와 최첨단 기술력을 접목시켜 돌파구를 찾았다. 김기태(38) 사장은 “스포츠 신발하면 나이키이듯, 기능성 신발하면 ‘린’을 떠올릴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6년 기능성 신발 산업에 뒤늦게 뛰어든 린코리아는 지난해 4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2007년 매출액 140억원보다 3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린코리아의 올해 매출 목표는 700억원. 불황이라는 단어를 무색케 하는 성장률이다. 린코리아의 독자 브랜드인 ‘린’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각광받고 있기 때문. 이 회사는 지난 2007년 50억원의 수출 실적을 올린데 이어 지난해 해외에서만 150억원어치를 판매했다. 신발 수로 따지면 2007년 1만6000켤레에서 지난해 15만 켤레로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독일, 노르웨이, 미국 등 전 세계 16개국에 수출되고 있으며, 올해에는 최대 30개국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아랍에미리트(UAE)에서의 인기는 주목할 만하다. 린코리아는 최근 UAE 내 최대 그룹중 하나인 알파제르그룹과 중동 전 지역에 린 판매를 위한 제휴를 체결했다. 린을 UAE뿐만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 시리아 등 중동 전 지역에 수출할 수 있는 길을 튼 것이다. 올해 중동 지역에서만 100억여원의 수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린이 중동 시장에 안착하게 된 것은 UAE 최고위층으로부터 제품의 우수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제품을 직접 체험한 두바이 국왕이 제품의 우수성에 반해 공무원 지정화로 채택하겠다고 할 정도였다”며 “이 때문에 알파제르그룹과도 제휴를 맺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두바이의 한 신문에 린을 신은 국왕과 고위층 등의 모습이 실리기도 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두바이 지역의 병원에서 허리 디스크나 관절염 환자, 비만 환자 등에게 린 제품을 처방해 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린의 이러한 성공비결은 독특한 아이디어와 기술력에서 비롯됐다.

“린의 바닥은 평평한 일반 신발과 달리 45도로 둥글게 기울어져 있습니다. 자연적으로 발뒤꿈치, 중앙, 앞꿈치의 순서로 롤링효과를 주며 걸을 수 있죠. 인체가 받는 하중을 최소화해 관절이나 근육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한 것입니다.”

또 경사진 밑창 때문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일반 제품보다 마모율이 3배 이상 뛰어난 고무재질을 밑창으로 사용했다. 7겹으로 된 특수소재를 덧대고, 터널처럼 공간을 둬 충격을 흡수하도록 하는 등 안전성도 높였다.

20여 명의 인력으로 구성된 R&D센터에는 제품의 설계에서부터 인체공학 실험을 통한 제품 완성까지 모든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연구소는 제품의 내구성 및 착화감, 인체교정효과 및 다이어효과 등에 대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데이터를 산출해 낸다. 현재 린코리아가 보유한 특허만 해도 22개에 이른다. 김 사장은 매년 매출액의 5%를 R&D에 투자해 더 우수한 제품을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생산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지 않고 부산에 둔 것도 성공비결 중 하나다. 중국이나 베트남 등지로 이전하면 생산비용 절감을 통해 가격 경쟁력은 확보할 수 있지만 품질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요즘도 해외 바이어들은 부산이 신발 산업의 메카였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부산에서 만들었다고 하면 일단 믿어줍니다. 더 높은 가격을 부를 수 있는 것은 당연합니다.”

앞서 진출한 스위스 브랜드인 엠베테(MBT)는 마사이족의 걸음을 모방한 걸음법을 제시하고 있지만 너무 고가라는 단점이 있다. 반면 너무 저렴해서 품질이 의심되는 제품도 있다. 린은 이러한 틈새시장을 확실히 공략한 것이다.

해외 유명 브랜드와 특허소송에서 승소

국내 중소 브랜드의 해외 수출에는 많은 제약이 따른다. 그 중 하나가 해외 대기업이 걸고넘어지는 특허소송이다. 린코리아도 이러한 장벽에 부딪혔다. 유럽 시장의 판로가 개척되고 린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자 세계 시장을 선점하고 있던 엠베테가 독일에서 특허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해외 특허소송에는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기 때문에 자금력이 없는 국내 중소기업은 해외 시장 진출 초기부터 거대한 장벽에 부딪히게 된다. 하지만 린코리아는 특허소송에 당당히 맞섰고, 1월13일 특허소송에서 승소하는 쾌거를 거뒀다. 유명 브랜드와의 특허소송으로 인해 오히려 그 기술력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셈이다.

김 사장은 “특허 분쟁으로 인해 제품 구매를 관망하던 바이어들이 이제 본격적인 구매에 나설 것”이라며 “이번 승소가 해외 시장 공략의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승소를 계기로 유럽 지역에 대한 공략을 강화하고 현재 진행 중인 헝가리와 노르웨이 뿐 아니라 영국과 프랑스 시장도 본격 공략할 계획입니다. 국내 대표 기능성 신발을 넘어 생활건강 브랜드로서 대한민국 원천기술로 세계 시장을 제패할 것입니다.”

사업 전환으로 불황 탈출한 부강샘스

‘한 우물 파기’ 포기하고 주력 업종 과감히 변경

“불황이요? 없어서 못 팔 지경입니다. 협력업체로부터 들어오는 부품의 한계로 인해 더 만들고 싶어도 만들 수가 없습니다.”

침구용 살균 진공청소기 ‘레이캅(Raycop)’을 생산?판매하고 있는 부강샘스의 이하우(72) 회장은 불황이라는 말은 듣도 보도 못했다고 말했다. 레이캅은 2007년 50억원, 2008년 90억원어치가 팔렸다.

1978년 설립된 부강샘스는 인천 남동공단에 위치한 각종 스프링, 샤프트류 생산 전문 기업이다. 30년 동안 자동차와 전자 산업의 핵심 부품인 각종 스프링 등 정밀 냉간단조 부품을 제조, 공급해 왔다. 또 중국에 인쇄회로기판(PCB) 부품 조립?생산라인을 갖추고 있고, CRT 모니터?TV 모니터의 핵심 부품인 FBT(Fly Back Transformer) 생산라인도 가동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업 전환을 통해 침구류 살균 진공청소기를 개발, 잠자리의 ‘웰빙’을 주도하고 있다.

이 회장이 사업 전환을 검토한 것은 2005년. 자동차와 전자 산업 분야의 대기업들이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면서 납품 물량이 확연히 줄어들기 시작하면서부터다.

“한창때는 몇 십원짜리 스프링으로 3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대기업의 발주가 줄어들면서 매출이 줄어들기 시작했어요. 지난해 스프링류 매출이 160억원으로 줄었으니 반 토막이 난 거죠.”

주력 사업 매출 줄자 신성장 사업 발굴

향후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신규 사업을 찾아야 했던 것은 불가피했다. 신규 사업 추가로 기존의 냉간단조, 스프링 시장 규모의 축소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야 했다. 잘 나가지만 남들이 하는 것을 해서는 성공할 수 없었다. 시장에 없는 전혀 새로운 것을 찾았다. 새로운 아이템 발굴을 위해 노력을 기울인 끝에 2006년 소독 기능을 갖춘 침구용 전기청소기 개발 업체인 대성이노텍을 인수하면서 사업 전환을 추진하게 됐다.

당시 대성이노텍은 삼성전자 출신의 개발자들이 아이디어를 모아 특허를 획득해 침구용 살균 진공청소기 레이캅을 개발, 시장에 내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소비자의 반응은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했고, 대성이노텍은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던 참이었다. 이렇던 대성이노텍을 부강샘수가 인수, 기존 제품을 보강해 보다 완벽한 제품을 출시하기에 이르렀다.

부강샘스로서는 전혀 뜬금없는 업종 추가는 아니었다. 중국의 PCB 조립?생산 공장은 진공청소기에 내장되는 PCB를 공급하는 데 제격이었다. 기존 인프라에도 적합하고, 보다 고품질로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침구용 살균 진공청소기라는 틈새시장에서 성공을 확신했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세계 시장을 목표로 기술 및 제품 개발에 나섰죠. 2년여 동안 30여억원을 투자해 세계에서 처음으로 침구류 살균 진공청소기를 만들게 된 겁니다.”

사업 전환을 진두지휘한 것은 사실 이 회장이라기보다는 그의 아들인 이성진(40) 사장이었다. 의대를 졸업하고, 공중보건의를 마친 이 사장은 “사업가와 의사의 길 중 어느 것이 사회에 대한 기여도가 큰지 고민해보라”는 아버지의 말에 과감히 의사의 길을 포기했다.

군복무를 마친 후 그는 의사의 꿈을 접고 MBA를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미국 듀크대에서 MBA를 마친 그는 미국 존슨앤드존스에 취직, 2년간 마케팅과 영업 분야에서 실무를 익혔다. 2004년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살균 진공청소기 개발을 진두지휘했다.

2년여만의 연구 끝에 이불이나 소파에 사용할 수 있는 자외선 살균기능과 펀치기능이 있는 알레르기 방지용 청소기인 레이캅을 개발해냈다. 레이캅은 침구류를 비롯해 소파, 커튼, 인형, 장난감 등 모든 패브릭 제품에 사용할 수 있는 전문 청소기다. 두들겨서 털고, 살균, 청소, 먼지 분리, 공기 청정, 열풍 건조까지 7단계의 살균 시스템이 통합된 제품이다.

레이캅은 홈쇼핑, 인터넷 판매를 통해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홈쇼핑은 화면으로 사용법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기에는 더없이 좋은 홍보 및 판매 수단이다. 부강샘스는 한 달에 약 1만 대 이상의 판매 실적을 거두고 있다. 1시간 동안 4000대가 팔린 적도 있다. 또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인터넷 쇼핑몰에는 ‘강추’를 외치는 고객들로 넘쳐나고 있다.

레이캅이 인기를 끄는 비결은 높은 살균 및 살충기능과 품질 때문이다. 레이캅의 살균, 살충기능은 한국생활환경시험연구원 등의 시험결과를 통해서도 검증됐다. 또 영국알레르기재단(BAF)으로부터 알레르기 케어 인증도 취득했다. BAF 인증은 국제적인 알레르기 전문 패널에 의해 개발된 공인된 인증이다.

불량 반품 거의 없어… A/S 전담직원 1명

품질은 A/S 전담직원이 한 명이라는 사실에서 드러난다. 고장으로 인한 반품이 거의 없다. 최근에는 중국의 생산라인을 국내로 이전했다. 보다 높은 품질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 회장은 “‘메이드 인 차이나’보단 ‘메이드 인 코리아’가 해외 시장에서 확실히 더 잘 먹힌다”고 말했다.

레이캅은 해외 시장에서도 인기몰이중이다. 최근에는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 더욱 적극적인 공세에 나서고 있다. 레이캅은 이미 미국 내 항공기에 실리는 스카이몰(Skymall) 등을 통해 판매되고 있으며, 지난해 9월부터는 대형 유통채널인 리넨스앤싱(Linens'n Things)과 타깃(Target), 홈디포(Home Depot)에 입점했다. 현재까지 2만5000대를 판매했다. 영국에서는 해로드(Harrods) 백화점과 대형 가전양판점에서 판매되고 있다. 독일에서는 2008년 2만 대 정도를 판매했으며, 메트로(Metro) 판매 유통 입점을 필두로 2009년에는 7만 대를 판매할 계획이다. 이제 막 공략에 나선 일본에는 3000대의 초도물량을 납품했으며, 연 5만 대 수출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세계 최초의 개발품으로 아직까지 경쟁사는 전무한 상태. 국내 다수의 특허, 디자인, 의장등록을 완료했으며 미국, 일본, 유럽, 중국, 러시아, 인도 등에 특허 및 상표등록을 완료, 진행 중이다.

“레이캅의 유명세로 인해 짝퉁 제품이 나오긴 했지만 레이캅의 품질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설사 대기업이 나서더라도 싸워 이길 자신이 있습니다. 국내든 해외든 누구와 맞붙든 이길 자신이 있습니다.”

핵심 기술로 해외 시장 공략한 슈프리마

꾸준한 연구개발로 고부가가치 기술개발

지문인식기술은 모든 부문에 적용될 수 있는 고부가가치의 요소기술이다. 특정 산업에 편중돼 있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수 있다. 이 기술은 이미 출입보안 및 근태관리, 금융결제 및 정보보호, 신분확인 및 자동지문검색 시스템(AFIS) 등의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지문인식 제품의 가장 중요한 품질 기준은 높은 인증율과 빠른 인증 속도다. 이러한 지문인식기술에서 가장 뛰어난 인증 성능을 보유한 기업으로 슈프리마가 꼽힌다.

슈프리마는 2000년 5월 서울대,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출신의 박사급 전문 연구 인력들이 주축이 돼 설립됐다. 당시만 해도 지문인식기술이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각광받을 때였다. 수많은 벤처기업들이 지문인식기술을 개발한다며 투자를 유치했지만 어느 누구도 제대로 된 기술이나 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이재원 대표는 “후발주자로 시장에 참여해 선두업체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 걱정했지만 기존 업체들의 기술수준이 낮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그의 예상대로 벤처 열풍을 타고 ‘머니게임’에만 몰두하던 기존 기업들은 기술개발에 실패하면서 하나둘씩 시장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지문인식 경연대회에서 세계 1위

시장에서 통하는 제품을 만들면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진 그는 핵심 기술개발에만 몰두했다. 지문인식 분야는 마케팅이나 브랜드 파워보다는 기술력 차이가 곧 수익 창출의 관건이기 때문이다. 2년여에 걸쳐 개발된 이 회사의 지문인식 핵심 알고리즘은 전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세계지문인식경연대회에서 2회 연속(2004년, 2006년) 세계 1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FVC는 지문인식기술에 대한 세계 최대의 평가 대회로 미국과 이탈리아의 독립 연구기관에 의해 격년으로 개최된다.

슈프리마는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창업 이래 매년 큰 폭의 매출 신장과 함께 지속적인 흑자를 기록해 왔다. 2005년 37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은 2006년 51억원으로 소폭 성장하더니 2007년에는 112억원으로, 지난해에는 22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영업이익도 2005년 8억4000만원에서, 2006년 11억5000만원, 2007년 40억원, 2008년 95억원으로 매년 2배 이상 성장했다. 특히 1인당 이익은 약 1억7000만원으로 여느 대기업 수준을 뛰어넘는 초우량 기업의 면모를 보인다. 특히 일반적인 시스템 공급업체들과 달리 최근 3년 동안 53% 이상의 높은 매출 이익률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향후 매출 증가에 따른 영업 이익률의 증가 속도도 더욱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처음부터 판로 개척이 쉬었던 것은 아니었다. 2002년 핵심 기술을 기반으로 지문인식 제품을 내놨지만 국내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처음으로 제대로 된 제품을 출시했지만 국내에선 누구도 관심이 없었습니다. 2000년대 초 벤처 거품 시기에 지문인식기술에 덴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죠. 투자 유치나 판로가 꽉 막혀 있었습니다. 할 수 없이 해외 시장을 공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창업 멤버 4명이 제품을 들고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섰다. 하지만 문전박대 당하기 일쑤였다. 해외 영업에 성공하지 못하면 사업을 접자며 ‘배수의 진’을 치고 해외에서 열리는 관련 전시회 등에 꾸준히 참석하며 얼굴을 알렸다. 2003년 미국의 한 금고제작 업체에서 연락이 왔다. 첫 수출 실적은 1만달러에 불과했지만 이후부터 수출길이 트이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해외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해 유럽, 중동, 북아메리카 등 전 세계 100여 개국에 글로벌 세일즈 네트워크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매출의 60% 이상 해외에서 거둬

슈프리마는 2003년부터 수출을 시작한 이래, 2004년 100만달러, 2005년 200만달러, 2006년 400만달러, 2007년 700만달러의 수출 실적을 올렸다. 2008년에는 1400만달러를 기록하는 등 빠른 수출 신장률을 보이고 있다. 2007년에는 국방부, 법무부, 전국 해양경찰청 등 국내 공공 부문의 지문인식기 도입 및 국내 최대 SI업체와의 독점 공급 계약을 통해 내수 실적도 향상돼 균형적인 매출구조를 이루고 있다.

지금까지는 주로 지문인식 기반의 출입보안, 근태관리와 같은 물리적 보안 분야에 주력해 왔다. 올해부터는 전자주민증, 전자여권, 자동지문검색 시스템 등에도 진출함으로써 향후 슈프리마의 새로운 성장 축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외 바이오인식 민간 부문 시장(Commercial)의 활성화와 미국 비자면제 협정에 따른 전자여권 시장(Public)의 급성장에 따라 이후에도 성장가도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대표는 “세계적으로 지문인식 시스템의 도입이 확산되면서 공공 부문의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며 “FBI 인증, 미국국립표준원 인증 등으로 글로벌 인지도가 급상승했기 때문에 해외 수출은 더욱 늘 것”이라고 기대했다.

장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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