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가 1월9일 기업회생절차 개시(법정관리)를 신청한 후, 이 회사의 본사와 공장이 위치한 경기도 평택시 일대는 초상집 분위기로 변했다. 지난 2005년 1월 워크아웃 졸업 4년 만에 더 짙은 먹구름이 드리운 것이다. ‘올 것이 왔다’는 푸념, ‘이 지경이 될 줄 알았다’는 분노, ‘어떻게 하다가 여기까지…’의 탄식이 뒤엉켰다. 법정관리 신청 12일째였던 1월20일 평택시를 찾아갔다. 협력업체와 평택시, 정부와 농협 등의 지원방안 발표가 있은 후였지만 수렁으로 빠져들기 시작한 쌍용차의 ‘내일’을 걱정하는 목소리만 가득했다. 시민들과 평택시장, 쌍용차 직원 및 노조 간부, 시민사회단체장 등을 만나 쌍용차 사태에 대한 복잡한 심정을 들었다.

먹튀 상하이차와

철없는 노조에 평택 울분

쌍용차가 망하든, 회생을 전제로 한 구조조정으로 1000~2000명의 실업자가 발생하든 어떤 경우라도 평택시는 충격을 피할 수 없다. 평택시의 관심사는 ‘어떤 구조조정안이 나올 것이며, 쌍용차 노조는 이를 받아들일 것인가’에 온통 쏠려 있었다. 감정 섞인 목소리로 “쌍용차는 쓴맛을 보고 이제 정신 좀 차려야 한다”고 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어려움을 딛고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 보였다.

쌍용차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경제유발효과는 막대하다. 쌍용차가 평택시에 납부하는 지방세는 매년 50억원(2008년 49억원 납부)가량이며 쌍용차로 인해 유발되는 직·간접 경제효과는 수천억원 규모에 달한다.

평택시에 따르면 이 지역에는 24개의 대기업이 있는데 매출 규모로는 쌍용차가 LG전자 휴대전화 공장에 이어 2위이지만 지역에 미치는 파급력은 LG전자에 비해 훨씬 크다. 때문에 쌍용차는 평택의 간판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평택공장의 직원과 협력업체 종사자 그리고 4인 가족까지 포함하면 쌍용차에 목을 매고 있는 인구는 무려 4만여 명이다. 이는 평택인구의 10% 정도에 해당한다. 시 추산에 따르면 쌍용차로부터 지역사회에 흡수되는 소득은 연간 840억원 규모로 평택 상권은 쌍용차 관련 기업 및 임직원들에게 크게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쌍용차로부터 돈줄이 막혀버렸다. 한때 평택시의 자랑이었던 쌍용차가 이제는 최고의 걱정거리로 전락한 것이다.

평택시 자영업자들은 쌍용차의 법정관리 신청이 있은 1월9일 이후의 경기 상황에 대해 “말도 못하게 형편없다”, “아마 전국에서 최악일 것”, “문 닫을 날만 기다리고 있다”는 등의 푸념을 털어 놓았다.  

평택 민심은 이번 사태의 탓을 쌍용차 대주주인 상하이차와 노조 두 군데로 돌리는 듯했다. 특히 이번 일을 겪으면서 새롭게 드러난 사실에 주목했다. 상하이차가 당초 약속했던 설비 투자를 전혀 이행하지 않았고 1200억원에 달하는 기술 이전 자금을 별 이유 없이 여태껏 미뤄왔다는 점이다. 평택 민심은 상하이차에 대한 ‘먹튀’ 비난으로 들끓었다. 

반면, 노조를 질타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노조가 그 동안 파업 카드를 내세우며 경영진을 압박했기 때문에 결국 이 지경이 됐고, 회생을 위해서는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불경기 한파를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노조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는 한층 거칠었다.

이렇듯 쌍용차에 대한 아쉬움과 분노가 교차하는 평택시민들의 모습은 역력했다. 이런 중에 일부 시민들은 쌍용차가 그 동안 타사에 비해 지역경제 공헌도가 형편없이 낮았다며 쌍용차에 대한 섭섭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은우 평택참여자치시민연대 대표는 1월20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평택시민 모두는 쌍용차가 끝내 파국을 맞지 않고 정상화되기를 간절히 바란다”면서도 “쌍용차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애증이 교차한다”고 말했다. 그는 “쌍용차는 그 규모나 위상에 비해 지역사회 환원과 인프라 투자가 그리 많지 않았다”며 “쌍용차에 대해 ‘우리 쌍용차’라는 말을 선뜻 하지 않는 시민들이 많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수원과 삼성, 포항과 포스코, 울산과 현대 등은 지역사회와 대표기업의 연결이 바로 가능하지만 평택과 쌍용차는 끈끈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그는 이어 “처음 쌍용차 문제가 터졌을 때 보이지 않는 민심에선 ‘굳이 살려야 하느냐’는 말까지 있었다”고 전하면서도 “그래도 평택을 대표하는 기업이고 평택의 생존권 확보 차원에서 ‘일단 살려야 한다’는 대의적 측면이 앞선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의 말에서 읽히듯 쌍용차 사태를 피부로 겪고 있는 평택시민들의 마음은 매우 복잡해 보였다. 분노와 아쉬움, 걱정 등이 섞여있었다.    

● 식당가 … 공장 앞 식당 절반 문 닫아

 

지역경제는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특히 자영업자들이 죽을 노릇이다. 지난해 하반기 불어 닥친 경기 침체 때문에 가뜩이나 장사하기 어려운 터에 올해 들어 쌍용차 사태를 겪자 다들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며 울상을 지었다.

평택역 앞 ○○식당의 50대 여주인은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요즘은 전쟁판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식당들 다 문 닫게 생겼어요. 다들 죽을 지경이니 이건 전쟁판이나 다름없어요. 폐허가 된 것 같기도 하고…. 그때(지난해 10~12월)는 우리나라 전체가 불경기라고 그래서 다들 힘들다니까 걱정이라고 생각했는데, 1월 들면서 평택만 완전히 죽어버린 느낌입니다. 손님은 반에 반도 안 되고, 쌍용차 직원들이 오며가며 팔아줬던 거 이젠 구경도 못 해요. 쌍용차 공장 앞에 있던 식당들 지금 문 닫고 있어요.”

쌍용차 공장 정문 앞. 점심시간인 12시30분경, 식당 한 곳으로 들어갔다. 의외로 자리가 꽉 차있었다. 1시 이후 썰물처럼 손님들이 빠져 나간 다음, 식당 종업원에게 ‘그래도 이 집은 장사 잘 되는 것 같네요’라며 말을 건넸다. 

“아니요. 장사 안 됩니다. 그나마 여기가 괜찮은 편인데 쌍용차 직원들은 요즘 이 부근에서 식사 안 합니다. 손님들은 다른 공사현장 사람들이고, 쌍용차에 일보러온 사람들이 간간이 오는 정도예요. (지난해부터) 매출은 반 이상 줄었습니다.”

지난해 11월부터 쌍용차 주변에서 ‘앞으로 월급이 제대로 안 나올 수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쌍용차 직원들은 지갑을 굳게 닫았다. 12월부터 대리운전 등 ‘투 잡’에 나서는 직원들까지 생길 정도였다. 식당 주변에서 만난 인근 회사 직원은 “쌍용차 직원들 두세 명만 모였다 하면 대리(운전) 같은 알바(부업) 뛰자 어쩌자 이런 말들 많이 한다”고 했다.

쌍용차 공장에서 만난 한 직원은 실제 4명 정도가 밤에 대리운전을 하고 있고 그 수는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이런 사정 탓에 쌍용차 직원들이 식당을 이용하는 횟수는 급격히 줄었다. 식당 종업원들에 따르면 쌍용차 직원들은 법정관리 신청 이후 공장 내 식당 외에서는 통 식사를 하지 않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를 쌍용차 미래 때문에 모두가 허리띠를 꽉 졸라맨 상태다.

쌍용차 공장 정문 앞에는 8개 가량의 식당이 있다. 당연히 쌍용차 직원들을 겨냥한 상권이다. 하지만 현재 정상적인 영업을 하는 곳은 절반인 네 군데에 불과했다. 나머지 식당은 텅텅 빈 채 문이 잠겨 있었다.

지난해 말 문을 닫은 한 편의점은 보증금 2000만원, 권리금 4000만원을 몽땅 날렸다고 한다. 몇 개월 동안 월세를 낼 수 없을 만큼 장사가 안 됐기 때문이라고 주변 상인들은 전했다.

정상영업 중인 나머지 네 군데 식당도 매출 급락 때문에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이번 쌍용차 사태로 앞으로는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절망감 때문에 희망이라곤 찾아 볼 수 없는 지경이 됐다. 상가 업주들은 저마다 “쌍용차 직원만 바라보고 임대했는데…”라며 이번 쌍용차 사태로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다고 한탄했다. 

한 식당 주인은 “지금은 그나마 공장 근처에 공사장이라도 있어 인부들로 인해 그럭저럭 넘어가고 있지만 공사가 끝나면 우리도 어떡해든 살 길을 찾아야 한다”며 암담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월세 채우기도 힘들어 보증금만 까먹는 형편”이라며 “숨 쉬니 사는 것이지 살고 싶지 않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다른 식당 주인은 “1월22일부터 2월1일까지 공장이 문을 닫는다고 들었다”며 “이번 달에도 또 마이너스”라고 말했다. 

어떤 식당 주인은 썰렁한 자신의 식당을 가리키며 “장사가 안 되니까 손님도 없고 악착같이 일하던 중국 종업원까지 월급 조금 못 받았다고 가버리고, 이제 나도 가야 할 것 같다”고 푸념했다.

평택에는 중국 교포나 중국인 근로자들이 많다. 하지만 이번 쌍용차 사태를 겪으면서 중국에 대한 감정도 많이 상한 것 같았다. 쌍용차 대주주였던 중국의 상하이차가 쌍용차로부터 챙길 것 다 챙기고 난 다음 헌신짝 버리듯 차버렸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평택역 인근 ○○다방 50대 여주인은 “6년째 여기서 장사하고 있지만 나는 중국 사람들 절대 고용 안 한다”고 했다.

“그 사람들이 한국 와서 고생하는 건 알지만 너무 돈만 밝히고 잇속만 챙기는 바람에 내가 아는 사람들(사업주)이 얼마나 고생하는지 다 듣고 있어요. 다른 동남아나 이런 데서 온 사람들하고는 질이 틀려요. 다방 쪽에서는 특히 중국 여자들을 종업원으로 많이 쓰는데 이 사람들이 돈만 밝히고 그러다 보니까 단돈 2만~3만원에 몸도 팔고 돈만 주면 뭐든 하고 이러니 다방에서 일하는 사람들 전체 이미지가 엄청나게 상해버렸어요. 그래서 손님들 중에는 ‘그때 그 아가씨(중국 여성)는 잘 응해줬는데 너(한국 여성)는 왜 튕기느냐’는 식으로 우리를 대합니다. 쌍용차가 중국으로 넘어간다 했을 때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는데 결국 이 꼴 나잖아요.”

이 다방 여주인은 “돈만 밝히는 중국에 쌍용차가 당한 것이고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다”며 상하이차를 한국에서 일하는 중국 여성 근로자들과 애써 빗댔다.

● 통복시장…“쌍용차 죽으면 평택 죽는다”

평택시 통복동에 있는 통복시장은 평택 민심의 ‘바로미터’로 통한다. 시장을 주축으로 금융 및 유통·서비스 기능을 담당하는 중심지다. 시장 사람들은 평택을 대표하는 대기업 쌍용차는 반드시 정상화돼야 한다고들 말했다. 

이곳에서 수십 년째 장사를 하고 있는 40대 후반의 한 상인은 “쌍용차가 죽으면 평택이 죽는다”며 “쌍용차와 협력업체 사람들이 주머니를 열지 않아 설 대목을 앞두고도 돈 버는 재미를 잃어버렸다”고 속상해 했다.

백반 등을 3000원에 파는 시장 뒷골목의 한 조그마한 음식점의 40대 후반 여주인은 “쌍용차 직원들을 언제 봤는지 기억에도 없다”고 중얼거렸다. 과거 밤샘근무를 마치고 새벽밥 먹고 집에 들어가는 직원들이 많았지만 요즘엔 통 볼 수 없다고 했다. 통복시장의 매출은 평소의 절반 정도밖에 안 된다고 했다.

이완형 통복시장 상인회장은 “기본적인 경기 불황에 쌍용차 사태가 덮치면서 시장 전체 매출이 50% 정도 급락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쌍용차로 먹고사는 사람들이 지갑을 꽁꽁 닫아버리면 이런 시장은 물론이고 지역경제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시장 사람들의 갖은 푸념 속엔 쌍용차 노조의 각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섞여 있었다. 이들은 쌍용차 노조를 “강성”이라고 주장했다. 노조의 일방적·극단적 행보가 이번 사태를 제공한 원인 중 하나라며 “(노조가) 양보할 것은 최대한 양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택시… 노조 향한 원망의 화살

평택시청 앞에서 평택역으로 이동하는 5분여 동안, 50대 택시기사는 “노조가 각성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노조가 자정노력을 하지 않으면 무슨 힘으로, 또 누가 쌍용차를 정상화시키겠어요. 2000명은 구조조정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당연한 겁니다. 평택시, 경기도, 또 정부까지 나서서 쌍용차 문제를 해결해 보자고 하는 마당에 쌍용차 스스로도 뭔가 자정노력을 해야 일이 될 것 아닙니까. 도움 받으려고 하는 사람이 도움 받을 자세가 안 돼 있으면 누가 도와주려고 하겠어요. 안 그래요? 길 가는 사람들한테 물어보세요. 다들 노조가 정신 차리고 구조조정 하는데 협조해야 한다고 하지요.”

‘쌍용차 경영 차원의 문제를 노조 책임으로만 돌리는 것 아니냐’고 묻자 택시기사는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만 잘못했다고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시민들이 노조에 호응을 안 하는 이유가 다 있습니다. 예전 쌍용차 간부들이 택시를 탔는데, 언제부턴가 꼭두새벽부터 이 양반들이 출근을 하는 겁니다. 왜 이 새벽에 출근하느냐고 물어봤더니만 그 양반들 이야기가 ‘노사분규 중인 새벽에 노조원들이 자동차 부품을 빼돌리는 거 같아서 그거 감시하러 간다’는 거예요. 내가 얼마나 황당했는지…. 또 공장에서 다쳤다고 하는 사람들이 병원에 드러누워서 일 안하고 그저 월급만 타는 모습도 봤어요. 그 사람들 연봉이 얼마인지 모르지만 시내에서 젊은 사람들이 흥청망청 하는 것도 알고요. 노조원들이 인심을 잃은 거예요. 경영진이랑 노조원이 일치단결해도 현대차, 기아차, 삼성차, 이런 데 못 따라 가는데 그런 자세로 뭐가 되겠어요. 쌍용차 사람들 진짜 고생해봐야 세상 무서운 줄 압니다.”

다시 평택역에서 쌍용차 공장이 있는 칠괴동으로 가는 택시를 탔다. 사업가 출신라고 자신을 소개한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택시기사는 “일터를 너무 쉽게 생각하면 안 된다”며 쌍용차 노조를 질타했다.

“어제(1월19일) 손님 중에 어떤 분들이 ‘삼성에 인수되는 게 낫다, 아니다 러시아 쪽이 유리하다’ 이런 이야기를 하던데, 지금 어느 누구라도 쌍용차 인수하면 망합니다. 저 상태로 방만해져 있는 쌍용차를 누가 인수하겠어요. 경쟁력이 있어야 인수를 하든가 말든가 생각이라도 해보지요. 어림없을 겁니다. 회사와 노조가 뭘 합심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통 그런 모습을 보질 못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평택 토박인데요, 사업주도 문제지만 직원들이 일터를 너무 쉽게 생각하면 안 됩니다.” 

● 공장… 불 꺼진 채 3라인만 ‘겨우’

공장을 방문했던 1월20일 오후 2시경, 평택공장의 전체 3개(1·3·4) 라인 가운데 액티언스포츠와 카이런을 혼류생산하는 3라인만 가동되고 있었다. 공장 곳곳은 불이 꺼져 있었다. 공장가동률은 30% 정도밖에 안 돼 보였다.

1라인에서 생산되던 렉스턴이 3라인으로 옮겨오면서 작업은 매우 더디게 진행되고 있었다. 체어맨W와 체어맨H, 로디우스를 혼류생산하는 4라인도 가동이 멈춰있었다. 공장 관계자는 “라인이 언제 재개될지 모른다”고 했다. 이어 3라인에 대해서도 “곧 라인 교체 문제 때문에 또 멈출 수 있으니 사진 찍으려면 지금 움직이고 있을 때 찍으라”고 했다.

취재진을 안내한 홍보 담당자는 “언론 등에서 공장 내부를 촬영할 때 완성차 라인만 공개해왔는데, 오늘은 움직이지 않고 있으니까 어쩔 수 없이 이쪽 라인을 찍을 수밖에 없겠다”며 1라인에서 최근 3라인으로 넘어온 렉스턴의 프레임 공정라인이라도 촬영하라고 소개했다. 1라인을 보여 달라고 하자 한 직원은 “질퍽거리는 중이라 볼 것도 없다”며 만류했다. 공장에서 ‘질퍽거린다’는 말은 라인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쌍용차의 법정관리 신청 여파로 쌍용차 관련 업체들은 현재 넋이 나가있다. 쌍용차와 얽혀있는 1차 협력업체만 250여 개, 2·3차까지 합치면 1500여 개에 달하는 자동차 관련 업체들이 앞날을 예측하지 못한 채 공황상태에 빠져있다. 법정관리 신청과 함께 진행된 재산보전신청으로 쌍용차의 모든 채권·채무와 현금흐름이 중단되면서 협력업체 상당수가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협력업체들로부터 부품 납품을 받지 못한 쌍용차 공장은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협력업체들에 대한 결제가 동결된 데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다.

지난 1월13일 공장이 멈춘 이후 16일 재개됐지만 하루만인 17일 또 다시 멈춰섰다. 대주주인 상하이차가 1월15일 법원에 제출한 회생계획안에 쌍용차에 대한 자금 지원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불안감을 느낀 부품사들이 다시 공급을 중단한 것이다. 그리곤 19일 또 재개됐다. 하지만 20일 공장 직원들은 1월 말이 되면 당분간 공장이 멈춰 설 것 같다며 막막해 했다.

협력업체들 역시 생사의 경계에서 오락가락하고 있다. 쌍용차 협력업체 모임인 협동회의 대표인 A사(경상북도 경산시 소재) 사장은 언론과의 접촉을 끊고 있다. A사 간부는 “9일 이후 밀려드는 인터뷰 요청 때문에 (사장이) 골치 아파하는 중”이라면서 “다들 알다시피 지금 협력업체 입장에선 별로 할 말이 없고 사태를 지켜볼 뿐”이라고 했다. 쌍용차 사태 이후 어느 누구보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을 협력업체들이지만 현재로선 할 수 있는 말이 별로 없다는 게 대다수의 입장이다.

법정관리 신청 이후 일부 협력업체의 부품 납품 중단으로 쌍용차 조립공장이 중단되자 협동회가 이들 업체에 공급 재개를 설득, 부품 납품이 이뤄지고 공장 가동이 재개되기도 했지만 업체들을 강제할 수 없어 정상적인 부품 납품은 이뤄지지 않았다.

천안·아산 지역의 협력업체 B사 대표 역시 “회생이냐 청산이냐를 결정할 법원의 판단이 나오기까지 기다리는 방법 외에 우리로선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1월19일 협력업체에 대한 정부의 지원 발표가 있었지만 공장이 멈춘 상태로 당장 부도 위기를 맞고 있는 이들에겐 ‘가뭄의 단비’가 되기엔 요원하다.

B사 대표는 “천안·아산지역엔 협력업체가 25개쯤 있는데 벌써 5개 업체가 부도난 걸로 알고 있고 시간이 갈수록 더 늘어날 것”이라며 “다른 지역도 우리 쪽과 별 차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공장 앞 비정규직 집회…‘체불임금 달라’

오후 3시부터는 공장 정문 앞에서 집회가 열렸다.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비정규직 지회 소속 40여 명이 모여 체불된 임금을 빨리 지급해 달라고 요구하는 집회였다.

쌍용차의 비정규직 근로자는 650여 명. 이들의 한 달 치 임금은 7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정규직 급여일은 25일, 비정규직은 12일이다. 공장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2월25일 정규직 급여가 나오지 않고, 12월 치가 1월9일 일괄지급됐다. 하지만 12일 예정이었던 비정규직의 12월 급여는 법정관리 신청(1월9일) 때문에 지급되지 않았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정부나 노동부에서는 쌍용차에 대한 지원을 언급하면서 가장 고통을 받고 있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임금체불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며 체불된 급여를 빨리 지급해 달라고 쌍용차 측에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집회에 참석한 한 비정규직원의 이야기다.

“우리 비정규직들의 임금이라고 해봐야 법정최저임금입니다. 근속년수가 오래돼 그것보다 조금 많아질라치면 이 회사 저 회사로 전직을 시키고 전직이 되면 호봉수는 다시 제자리를 맴돕니다. 길게는 10년이 넘는 시간을 쌍용차에서 근무했지만 상하이차가 다 빼먹고 떠나고, 법정관리 신청 때문에 임금체불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설날 선물을 받고 다들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습니다.”

12개 사내 하청 비정규직 근로자 이외에 식당, 청소, 경비 업무 등을 하는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들도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정문 경호팀 이견호 팀장 역시 비정규직이다.

“용역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임금이 아주 적습니다. 훨씬 더 어려운 형편에 놓인 사람들입니다. 새벽부터 한밤중까지 따스한 밥을 짓고 겨울 찬바람 속에서 회사 경비를 서고, 온갖 어려운 잡일을 마다하지 않고 일하는 분들입니다. 정문에서 경비를 서다 보면 회사로 걸려오는 전화를 받게 되는데 비정규직 가족이 왜 돈이 안 나오느냐고 하소연을 합니다. 설도 쇠야 하고 장도 봐야 하고 애들 학원도 보내야 하고 세금도 내야 하는데 이렇게 어려운 사람들한테 큰 회사가 돈을 안 주면 어떻게 하냐고 우리한테 하소연을 합니다. 정말 억장이 무너집니다.”

정문에서 만난 금속노조 조끼 차림의 한 비정규직원은 “갖은 설움을 참아가면서 적은 돈이나마 받아 가정을 꾸려가야 하는 우리한테 임금체불은 신용불량자로, 아이들 학비도 못주는 아빠 엄마로, 집세도 못 주는 무능한 가장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공장 접견실에서 만난 또 다른 비정규직원은 이야기 도중 “이제 회사의 명줄이 법원에 있는 것 같은데 우리 급여나 앞으로 운명도 법원이 쥐게 되는 것 아니냐”며 “판사 이름을 알려줄 테니까 혹시 연락이 닿으면 (체불임금 해결) 이야기 좀 잘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어 그는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 수석부장판사와 부장판사 등 3명의 판사 이름을 쪽지에 적어 기자에게 건네기도 했다. 한 달 치 급여가 안 나온 것도 힘들지만 앞으로 운명이 어떻게 결정될지 몰라 극도로 불안해하는 것 같았다.  

이들의 사정을 쌍용차 측도 잘 알고 있지만 법정관리 신청으로 자금줄이 묶인 터라 비정규직의 요구를 들어줄 방도는 마땅찮았다. 비정규직의 딱한 처지를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이들의 울분을 그저 바라볼 뿐이다. 

구조조정 앞둔 노조의 속내 

쌍용차는 이번 법정관리 신청과 관련한 일련의 사태에 대해 “긴박한 자금 유동성 위기 해소를 위한 불가파한 선택”이라며 “투명하고 공정한 법률적 판단하에 회사의 이익을 보호하고 정부, 은행, 주주 및 노조 등 대내외 각 계층의 이해관계를 가장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조정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나온 고육지책”이라고 주장했다. 또 “법원의 법정관리 절차가 확정되면 기업 정상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노조는 쌍용차가 말하는 ‘기업 정상화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름 아닌 ‘구조조정’으로 보고 있다. 정부도 쌍용차의 구조조정을 대놓고 요구하는 중이다.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은 1월21일 한 강연에서 ‘위기에 처한 자동차 산업’에 대해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도 위기 국면에 진입했고 이는 구조조정을 통해 극복할 수밖에 없다”며 우선적인 구조조정을 강조했다. 

노조는 어떤 식으로든 구조조정이 선행돼야 회생이 가능하다는 쪽으로 여론이 모아지고 있는 데 대해 매우 안타까워하고 있다. 특히 인원 감축을 전제로 한 어떠한 구조조정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공장 정문 앞 길에 걸려있는 현수막 문구처럼 ‘구조조정 분쇄 총고용 사수’, ‘고용불안 없는 평생일터, 주간연속 2교대로 장악’ 등의 입장 그대로다. 공식적으로는 일단 그렇다. 

노조는 “일부 여론이 강력한 구조조정만이 유일한 해결 방안인양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이미 쌍용차의 수천 명 근로자가 구조조정으로 직장을 잃었다”며 “한때 1만 명 가까이 됐던 근로자가 지금 5000명 남짓한 상황에서 더 이상 어떻게 인원 감축을 할 수 있느냐”는 입장이다. 쌍용차가 법정관리까지 가게 된 원인이 상하이차 자본과 정부에 있는데 일만 해온 근로자가 대체 무슨 잘못이 있어 고통을 다 부담해야 하는 것이냐며 응할 수 없다는 것이다.

노조 역시 회사 측의 ‘불가피한 선택’을 이해는 한다. 결국 인원 감축이냐 감축 없는 고통 분담이냐의 문제만 남는다. 하지만 노조는 크게 두 가지만큼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고 주장한다. 구조조정과 경영진 평가에 대한 것이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 이창근 기획부장의 이야기다.

“구조조정은 ‘일자리’와 같은 의미로 이해해야 합니다. 정확히 동일합니다. 정부가 일자리 만들겠다 만들자 하는데, 구조조정 하겠다는 것은 일자리 없애겠다는 것과 같은 말입니다. ‘2000명 구조조정 해야 한다?’ 이런 말이 대체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중국 신문이 했다고 하는데 그 신문에서도 누가 정확하게 그런 말을 했는지 명시하지 않았습니다. 실체가 없습니다. 정부와 일부 언론이 문제 해결 포인트를 구조조정으로만 몰아가는데 쌍용차가 앞으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숙련된 사람들을 보유하고 있어야 합니다. 쌍용차는 지금껏 구조조정 많이 해왔습니다. 동료들이 회사를 많이 떠났습니다. 고통 분담하더라도 사람들을 지키면서 다 같이 살아갈 방도를 찾아야 합니다.”

‘유령’과 싸우다 ‘치킨게임’ 치닫나? 

대규모 구조조정설은 법정관리 신청 하루 전날인 1월8일 중국 현지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당시 쌍용차는 중국 상하이차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구조조정안의 막판 조율에 들어갔다. 이사회 의장인 천홍 상하이차 총재를 포함한 중국인 6명과 한국인 3명의 이사들이 쌍용차의 미래를 결정하는 자리였다. 이날 오후 중국의 포털사이트 시나닷컴은 ‘상하이차가 쌍용차 생산직 2000명 감축을 조건으로 2억달러(2666억원) 지원안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대규모 인력 감축설은 지난 12월에도 나돌았다. 국내 주요 신문사들도 12월 말 ‘쌍용차가 생산직 2000~3000명 감축을 요구하고 있다’는 식으로 보도한 바 있다.

이에 쌍용차는 ‘일부 언론에 보도된 인원 감축 관련 입장’이란 보도자료를 내고 ‘보도된 기사가 전혀 사실이 아님을 알린다. 쌍용차 관계자의 말을 인용 보도한 기사 내용은 쌍용차 내부 임직원은 물론 대외적으로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쌍용차의 조기 경영 정상화를 저해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나닷컴 보도 이후 구조조정설은 기정사실처럼 쌍용차 주변을 맴돌았고 노조는 바짝 독이 올랐다.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는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이사회 지침이 내려오면 즉각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시나닷컴의 보도는 상하이차나 쌍용차에서 구조조정안에 대해 공식적으로 밝힌 바 없는 상태에서 나온 것이어서 노조는 대규모 감원설을 ‘유령’으로 보고 있다. 노조 집행부는 “우리는 지금 유령과 싸우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체 없는 온갖 ‘설’들을 상대하고 있다는 얘기다.

현 쌍용차 노조집행부는 지난 12월 새로 출범했다. 인수인계 기간에 법정관리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터라 노조도 경황이 없다. 비노조원인 회사 간부들조차도 노조의 당혹스러운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할 정도다.

익명을 요구한 쌍용차 간부의 이야기다.

“언론이 사측과 노조를 극단적인 대립구도로 몰아가는데, 지금 어떤 식으로든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고 회사가 살려면 고통을 분담하고 감수해야 한다는 데에는 노사 모두 마음으로는 동의하고 있습니다. 근데 주변에서 노조의 숨구멍을 너무 조이는 측면이 있습니다. 지금 (노조) 집행부는 이전 집행부로부터 인수인계를 받는 단계입니다. 무척 혼란스러운 상황이지만 어떤 식으로든 회생의 실마리를 찾아 보려 하는데 양측의 대립을 너무 극단적으로 몰아가지 않았으면 합니다.”

공장에서 만난 한 용역 직원은 민주노총 금속노조 정갑득 위원장과 한상률 쌍용차지부장이 1월19일 공장에 마련된 임시 천막에서 함께 밤을 새며 사태 대응을 논의했다고 귀띔했다. 이 직원은 “(정 위원장과 한 지부장) 두 사람은 코드가 통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쌍용차 노조가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는 방안에 대해서는 거의 윤곽을 잡지 않았나 하는 말들이 많다”며 “문제는 명분인 것 같은데 노조가 고통 분담과 구조조정안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협상 구멍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직원의 말처럼 협상 구멍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가 지속될 경우 ‘선 구조조정 후 자금 지원’ 명분을 내세운 상하이차와 ‘구조조정 불가 고통 분담 방안’을 주장하는 노조가 서로 대치하고 있는 형국이어서 양측이 ‘치킨게임’을 벌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차 두 대가 서로 마주 달리다가 먼저 핸들을 꺾어 피하는 쪽이 겁쟁이(치킨)가 되는 형국이란 얘기다. 

‘사건의 재구성’으로 본 상하이차 

이런 가운데 상하이차에 대한 책임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노조를 비롯한 여론은 이번 일을 겪으면서 상하이차 자본에 대한 실체 규명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구조조정안이 나오기 전에 최소한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는 지적이다.

상하이차 자본의 성격이 도대체 어떤 것인지, 그 동안 상하이차가 쌍용차 대주주로서 어떻게 경영하고 어떤 책임 있는 모습을 보였는지 면밀히 따진 다음 회생 방안에 대해 논해야 한다는 것이다.

쌍용차가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된 책임은 어디에 있을까. 원론적으론 경영 전략의 실패를 가장 큰 이유로 들 수 있다. 하지만 상하이차가 경영 정상화에 당초 약속과 다르게 소극적이었다는 점이 이번 사태의 주원인이란 지적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선 여전히 구조조정이 필요한 비대한 회사 조직을 문제로 꼽기도 한다.

상하이차는 현재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공식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1월21일 현재) 여러 채널을 통해 대규모 감축설을 흘리며 여론의 동향을 살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선 구조조정, 후 지원’이라는 입장이 분명하다.

상하이차는 지난 2005년 쌍용차 인수 이후 실질적인 지원이 없었다. 뿐만 아니라 쌍용차에 지급해야 할 기술개발 부담금 1200억원도 뚜렷한 이유 없이 미뤄왔다. 법정관리를 코앞에 둔 지난해 12월에서야 이중 600억원만 납부했다. 최근 쌍용차의 하이브리드 시스템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됐다는 논란까지 이어지면서 상하이차는 한국 자동차 기술을 빼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쌍용차를 인수했다는 의혹과 비난을 강하게 받고 있는 중이다.

상하이차의 이런 태도 때문에 “한국 진출 목적 자체가 기술 빼먹기였던 만큼 이제 챙길 것 다 챙겼으니 쌍용차를 살리는 데 적극적일 이유가 없어졌다”는 주장이 자연스럽게 제기된다. 쌍용차의 대주주가 이런 태도를 가지고 있었으니 회사가 발전할 가능성은 애당초 ‘제로’였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경영 실패와 노조 압박의 함수관계   

경영진의 경영 전략 실패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지난해 고유가로 인해 경차와 연비가 좋은 차종들이 큰 인기를 끌었다. 기아차의 경우 뉴모닝과 포르테 등의 경차와 연비절감효과 시스템을 갖춘 준중형차를 앞세워 내수 시장에서 전년 대비 16% 이상의 성장률을 보였다. 하지만 쌍용차는 기아차와 같은 성장 동력 아이템이 전무했다. RV와 대형 세단 판매가 위축된 시장 상황에서 승부를 벌여야 했고 결국 충격적인 성적으로 추락했다.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핵심 키워드로 부상한 ‘디자인’에 대한 투자보다는 기존 스타일을 고집한 결과라는 것이다. 

쌍용차의 한 간부는 “2004년 워크아웃 때만 해도 카이런이나 액티언 같은 신 모델 출시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회사 앞날에 기대할 만한 것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때 상황과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신차 C200 정도가 있지만 오는 9월 출시조차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경기 침체의 여파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쌍용차 사태라는 직격탄을 맞은 평택 지역경제는 쌍용차의 정상적인 회생을 기원하고 있지만, 그 긴 시간을 견디며 살아남을 수 있을지를 먼저 걱정하고 있다.

한편 시민들 사이에선 “삼성에 인수되면 좋겠다”, “러시아 쪽으로 제조권을 넘기는 것이 유리하다”, “상하이차를 어떤 식으로든 잡아서 중국 판매망을 뚫는 게 상책이다”는 등 쌍용차의 미래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다양하게 오간다. 하지만 쌍용차가 처한 가장 시급한 과제는 구조조정의 규모와 정도에 대해 노사가 합일점을 낼 수 있을 것인지로 모아지고 있다.

쌍용차의 현 사태를 경영 실패와 노조 압박이 서로 맞물리며 빚어낸 결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인 만큼 노사가 원활한 합의로 회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Interview 

송명호 평택시장

“쌍용차 웃으면 평택도 웃고

 쌍용차 울면 평택도 운다”

지난 1월20일 오전 9시 평택시장 집무실. 송명호 평택시장은 예정된 인터뷰 시간을 훌쩍 넘기면서까지 지역사회에서 차지하는 쌍용자동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음 일정을 재촉하는 비서의 반복된 기침소리로 인터뷰는 끝났다. 당일 빼곡한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면서도 그는 아쉬운 듯 뒤돌아보며 “쌍용차가 웃으면 평택도 웃고, 쌍용차가 울면 평택도 울 수밖에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쌍용차와 평택은 한 몸이라는 얘기였다.

성강현 기자  neat@chosun.com

평택에는 24개의 대기업이 입주해 있다. 평택시에 따르면 대기업은 상시근로자 300명 이상과 자본금 80억원 초과가 기준이다. 매출 규모로는 쌍용차가 2위다. 1위는 LG전자 휴대전화 공장이다. 하지만 쌍용차가 평택에 미치는 파급력은 LG전자 휴대전화 공장에 비해 훨씬 크기 때문에 평택의 간판기업으로 꼽힌다. 쌍용차로부터 평택시에 들어오는 지방세는 50억~60억원 규모. 지난해의 경우 49억원의 지방세를 납부했다. 그러나 쌍용차 사태는 재정적 측면보다 쌍용차의 인력 감축에 따른 대규모 실업자 증가와 평택 소재 253개 협력업체의 자금난으로 인한 연쇄부도 우려라는 측면에서 심각하게 다가오고 있다.

평택공장의 쌍용차 인원과 협력업체 종사자 그리고 4인 가족까지 포함하면 쌍용차 사태에 직격탄을 맞은 인구는 4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이는 평택 인구의 10%선. 문제는 이들의 소비 등 방계를 추정할 경우 그 규모는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송 시장은 “연간 840억원 정도의 소득이 지역사회로 환원됐는데, 이것이 중단되면 도·소매상권이 연차적으로 무너지는 도미노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이미 그 후폭풍은 진행형”이라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작년 여름부터 징후가 나타났다고 한다. 당시 잔업이 줄어들면서 수당이 줄어들자 소비가 위축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실물경제가 본격적으로 타격을 받으며 지역경제가 급전직하했다고 한다.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을 앞두고 있지만 평택 어느 곳에서도 설 모습을 엿볼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안타까움이다.

“쌍용차 사태가 정상화되지 못할 경우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 도무지 잠이 오지 않습니다.”

때문에 송 시장은 쌍용차를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쌍용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간 직후 365일 24시간 민생안정 비상대책단을 운영 중이다. 그는 “쌍용차 노사는 자신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인지하고 독단적으로 결정하지 말기를 바란다”며 “지역경제를 대표하는 기업이라는 인식 아래 평택 시민들의 뜻을 존중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역사회의 커다란 볼륨이 하루아침에 꺼지지 않기 위해 각종 지원 등도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쌍용차의 최대주주인 중국 상하이차를 막다른 코너로 몰고 가서도 안 된다는 것이 송 시장의 주장이다.

“상하이차의 먹튀 논란을 제공한 기술 유출에 대한 혐의는 검찰이나 법원의 최종 결정을 기다려야 합니다. 자칫 빠져나갈 빌미를 만들어 한·중 교역을 무너지게 할 수 있습니다.”

상하이차는 상하이 시 정부가 지분 100%를 소유한 중국 자동차업계 2위의 국영기업이다. 송 시장은 “쌍용차와 상하이차는 한·중 경제교류의 역할 모델이라는 점을 감안해 모두 쌍용차 회생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평택은 황해경제권으로 나아가는 대한민국의 관문이고 중국 경협의 중추기지로서 평택시의 비전 전략이기도 합니다.”

물론 상하이차의 책임 있는 자세와 혁신적으로 변화된 모습을 조건으로 내세웠다. 송 시장은 인터뷰 말미에 “쌍용차 노조가 지나친 감정에 매몰돼 희망 없는 평행선을 그리지 말고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접근으로 서로가 조금씩 양보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최근 나돌고 있는 삼성그룹의 쌍용차 인수설에 대해선 “과거에도 삼성이 쌍용차의 주인이 된다는 말이 있었다”면서 “삼성이 됐든 어느 기업이 됐든 경영 자질을 갖춘 경쟁력 있는 기업이 쌍용차의 새 주인이 되는 것은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쌍용차와 상하이차 문제가 완전히 매듭지어진 다음 단계에서 제기돼야 한다며 선을 그었다.

평택시는 쌍용차 문제와 더불어 그동안 추진 예정이던 미군기지 이전 문제가 2012년, 2016년 등으로 연거푸 연기되고 고덕신도시 보상도 지연되는 등 여러 악재가 맞물려 지역경제 붕괴에 대한 불안이 무한대로 증폭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의 주름살은 더욱 깊어보였다.

김동현, 성강현 기자 / 사진 : 신승희

  • 목록
  • 인쇄
  • 스크랩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