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는 대표적 올드 미디어다. 인터넷과 DMB(이동 멀티미디어 방송 서비스) 등 뉴미디어의 강력한 어퍼컷 펀치에, 조금 과장하면 녹다운 전망이 오래 전부터 제기돼왔다. ‘라디오의 위기’라는 것이다. 하지만 뉴미디어가 범람하는 가운데 라디오는 죽지 않고 건재하다. 오히려 새롭게 주목받는 매체로 부활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으로 대변되는 아침 시사 프로그램은 ‘방송 권력’ 칭호를 얻기에까지 이르고 있다. “여의도 정가에 출근하려면 라디오에 출연해야 진짜 실세”라는 말이 나돌 만큼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의 영향력은 상당하다. 방송 3사뿐 아니라 라디오 전문 채널에서도 다양한 포맷의 시사 프로그램들을 선보이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반면 중요성은 공히 인정하면서도 경제 한 분야에 올인 한 전문 프로그램은 많지 않다. 총 6개 프로그램이 있다. 이중 KBS가 절반을 차지하고 MBC, CBS, YTN 등이 각각 1개씩 전파를 탄다. 특히 아침(오전 6~10시) 출근시간대에 4개 프로그램이 몰려 자존심 경쟁을 벌이고 있다. 완성도와 품격 그리고 민감한 청취율이 그것이다. MBC <손에 잡히는 경제 유종일입니다>(오전 8시35분~9시)를 비롯해 KBS 1라디오 <성공예감 김방희입니다>(오전 8시35분~9시57분), KBS 2라디오 <박경철의 경제포커스>(오전 7시10분~8시55분), CBS <곽동수의 싱싱경제>(오전 6시5분~7시) 등이 출근시간대 경제 프로그램이다.

Econotainer: Economy+Entertainer

“재미있는 버라이어티도 가능”

  …이코노테이너 꿈꾼다

라디오 경제 프로그램은 매체의 특성인 음성과 쌍방향이 성공요인으로 다가온다. TV와 다르게 화면에 대한 고민이 필요 없다는 점이 매력적인 평가를 받는다. 세계 어느 곳이든 현지 전화 연결만 되면 신속하게 소화할 수 있다. 그러나 시각적 효과의 전무함은 집중력 저하와 지루함을 초래할 개연성을 동반, 단점으로 지적된다. 때문에 라디오 인터뷰는 6~10분을 넘기지 않으려 한다. 또한 자신의 궁금증을 해소하려는 청취자들의 참여가 용이하다.  

TV에선 경제 프로그램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을 받는다. 경제 전문을 표방한 TV프로그램들은 오랜 수명을 자랑하기보다는 엎어지기 일쑤였다. 실패의 원인 중 경제는 딱딱하다는 선입견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박경철의 경제포커스> 연출가 박기완(44) PD는 ‘오락 강박증’을 원인으로 꼽았다. 

“경제 프로그램을 찾는 배경은 실질적인 정보에 대한 갈증 때문임을 직시하고 이에 부응하는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부분적으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반면 라디오라는 매체에선 경제 프로그램이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박 PD는 “라디오 매체가 더 이상 오락매체로서는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의미를 부여했다. 라디오의 속성상 오락 취향의 청소년보다는 이동 중인 중·장년층이 주 청취 대상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한 집안의 가계를 책임지는 중·장년층의 주된 관심사에서 먹고사는 경제문제를 제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실제 대외적으로 라디오 경제 프로그램의 위상은 높아졌다. 정부의 고위 공무원들이 거꾸로 출연 요청을 해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문제는 계획된 질문을 제외하곤 받지 않는 일방적 홍보만을 원한다는 것. 아무런 의미 없는 병풍 같은 존재가 되기 싫은 제작진들이 수용하기 힘든 요구사항이다.

이와 달리 라디오 내부에선 상황이 거꾸로다. 경제 프로그램의 위상이 외부와 다르게 반비례한다는 것이다. 이는 경제 프로그램 제작진들의 일치된 체감 의견이다. 주변부나 변방에 위치한 존재감이라는 것. 한마디로 찬밥.

외부의 높아진 위상과 달리 라디오 내부에선 찬밥

<곽동수의 싱싱경제>의 양병삼(41) PD는 그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씁쓸해했다.

“사람들의 실생활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각종 경제 정보와 뉴스를 전하는 경제 프로그램이 정치문제를 다루는 시사 프로그램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그 위상이나 영향력이 미미하죠.”

그러나 종합편성 채널의 라디오에서 경제 프로그램은 결코 빠질 수 없는, ‘약방의 감초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경제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욕구가 워낙 강하다는 이유에서다.

15년째 <손에 잡히는 경제 유종일입니다> 작가를 맡고 있는 이병관씨(44)는 “앞으로 경제에 대한 관심은 자연히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경제 라디오의 비중도 점차 커질 것”이라고 희망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대한민국 경제는 지금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먹고 사는 것의 중요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의 경제 위기를 지내다보면 경제 프로그램의 위상도 자연 높아질 것이라고 봅니다.”

이는 외환위기를 겪은 그의 학습효과다. 실제 한반도를 덮친 경제 위기 때문에 청취자들의 관심과 참여가 대폭 늘어난 것 같다고 경제 프로그램 제작진들은 설명한다. 전과 후를 비교할 구체적 수치는 없지만 현장 관계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양병삼 PD는 “지난해 가을부터 세계 경제가 요동치자 경제 상황 변동에 대한 사람들의 정보 욕구가 강해지면서 경제 프로그램에 대한 청취자들의 관심도 더불어 높아진 것 같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경제가 바닥을 쳤는지, 언제쯤 회복돼 좋아질 것인지, 반 토막 난 주식이나 펀드, 부동산 시장이 앞으로 어떤 추이를 보일지 주목하기 때문이겠죠.”

라디오는 TV시청률 조사기관인 TNS미디어코리아와 AGB닐슨미디어리서치처럼 청취율을 조사하는 곳이 따로 없다. 해당 방송사가 1년에 한두 번 자체적으로 조사할 뿐이다. 이는 수면 위의 얘기다. 수면 밑에서는 대외적으로 공개되지 않지만 라디오 프로그램 전체에 대한 청취율도 조사된다. 전 연령대와 특정 연령대의 남녀 등으로 구분돼 상세하게 청취율이 드러난다. 의뢰기관은 광고주 쪽이다. 다른 매체에 비해 라디오 청취자 층은 분명하면서도 세분화되어 있다는 지적이 많다. 청취율 조사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미시와 거시 지향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거시를 다루는 경제 프로그램은 청취자들의 욕구를 채워줄 소구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내기도 쉽지 않다. 사실 사람들은 미시경제에 포커스를 맞춘 프로그램에 높은 호응도를 보이기 마련이다. 언제 집을 사고팔면 좋은지, 주식시장은 앞으로 어떤 장세를 보일지, 어떤 펀드를 사고, 지금 갖고 있는 펀드의 환매 여부와 같은 맞춤형 정보에 더 관심을 갖는다. 거시경제 흐름에 대해서는, 그 연관성과 파급성에도 당장 자신에게 영향을 덜 미친다는 점 때문에 관심도가 떨어진다. 경제 프로그램들이 청취자들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미시와 거시를 혼합하는 이유다.

미시와 거시 지향점 따라 청취율 희비 엇갈려

<성공예감 김방희입니다>의 윤남중(45) PD는 “청취율? 중요는 하다”고 전제하면서도 “하지만 프로그램을 청취율의 잣대로만 재단하거나 제작진이 지나치게 청취율에 민감하면 부작용이 크다”며 경계하는 눈치였다.

“오락 프로그램에만 자극적인 요소가 있는 것이 아니라 시사 프로그램에서도 대중 영합적이고 자극적인 아이템이 등장할 수 있습니다.”

<이코노미플러스>가 확보한 라디오 청취율 조사에 따르면 6개 경제 프로그램 중 1위는 <손에 잡히는 경제 유종일입니다>(이하 손경제)다. 진행자는 엄길청, 김방희, 박찬희, 김광수, 홍종학씨 등을 거쳐 현재 유종일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맡고 있다. 김방희씨는 현재 똑같은 시간대에 방송되는 경쟁 프로그램의 마이크를 잡고 있다.

<손경제>는 1994년 가을부터 방송된 장수프로그램이다. 당시 산파 역할을 했던 초대 PD가 지난해 10월, 되돌아와 연출을 맡고 있다. 유경민(44) PD가 주인공. 그는 “이전에도 경제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오래 가지 못하고 줄줄이 간판을 내렸다”고 밝혔다. <손경제>가 자리 잡은 이유는 “포맷은 엇비슷했을 텐데 아마도 프로그램 이름 덕분인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제를 손에 잡게 해주는 것이 프로그램의 목표다. 그는 광고를 빼면 20분에 불과한 방송시간이 모자라지 않느냐는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짧은 시간을 효과적으로 쓰는 게 경제원리”라는 경제 프로그램 연출가다운 답변이 돌아왔다. 처음에는 17분으로 출발해 22분 그리고 지금의 25분으로 늘어났다.

유 PD와 동갑내기 이병관 작가는 그 이듬해 참여해 현재까지 똬리를 틀고 있는 <손경제>의 터줏대감이다. 그는 “중심이 있는, 부화뇌동하지 않는 특성 때문에 1등을 차지한 것 같다”고 환한 표정을 지었다.

“부동산이나 증시가 오르거나 내린다고 해서, 거기에 휩쓸리지 않고 중심을 잡아주려는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증시, 펀드 열풍이 불 때는 위험성을 지적하고, 너무 가라앉을 때는 장기투자의 원칙을 강조하는 식이죠. 또 경제가 지금 어떤 흐름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알려주려고 노력하는데 이런 것이 청취자들에게 신뢰를 주고 고정 팬으로 만든 게 아닌가 싶습니다.”

<손경제>의 주 타깃 층은 서민이다. 때문에 그들의 고민과 목소리 대변을 지향점으로 삼는다. 반면 청취자들의 고민거리에서 벗어나 따로 노는 것은 절대적으로 멀리한다.

제작진이 밝히는 유 교수의 장점은 “아무리 어려운 인터뷰도 쉽게 정리와 요약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것이다.

개별 이해관계 영향 받지 않는 중립적 정보 제공

<손경제>와 동 시간대에 방송되는 <성공예감 김방희입니다>(이하 성공예감)는 당초 오전 9시10분에 시작됐다. 하지만 지난해 11월17일, 가을개편 때 앞당겨졌다. <손경제>를 의식한 맞불인 셈이다. 기존 타이틀은 <김방희 조수빈의 시사플러스>였다. 시간이 변경되면서 <성공예감>으로 바뀌었다.

<성공예감>으로 타이틀을 바꾼 이유에 대해 윤남중 PD는 “(경제로) 특화했다기보다는 청취자들에게 프로그램의 정체성과 인지도를 보다 분명하게 드러내기 위한 시도로 원래 경제 프로그램의 성격을 유지해왔다”고 밝혔다. 그의 제작 목표는 두 가지다. 첫째는 청취자들에게 경제를 보는 안목 제공이며 둘째는 미래 경제 상황과 흐름에 대해 가능하면 제대로 짚어주기 위한 노력이다. 타깃은 직장인들과 자영업자들이다. 여성보다는 남성 청취자들이 많다는 것이 자체분석.

윤 PD 역시 진행자인 김방희 생활경제연구소 소장의 가장 큰 장점으로 부드러운 목소리와 알기 쉽게 풀어서 설명하는 기술이 뛰어나다고 치켜세웠다. 특히 프로그램의 상징인 오프닝멘트를 직접 작성한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오프닝멘트는 그날 혹은 어제의 경제 현상을 소재로 삼는다. 많은 애청자들의 다시 듣고 싶다는 요청이 쇄도해 홈페이지에서 해당 코너를 만들었을 정도다.

‘시골의사’로 유명한 경제평론가 박경철씨가 진행하는 <박경철의 경제포커스>(이하 경제포커스>는 지난해 11월17일, 첫 방송됐다. 현 진행자 박경철씨는 새내기이지만 <경제포커스>의 역사는 오래됐다. 전 진행자는 이영권 명지대 겸임교수. <경제포커스>는 2001년 11월부터 전파를 탔다.

박기완 PD는 40대 초반 남성을 제1타깃, 30대 초·중반의 여성을 제2타깃으로 하고 있다고 했다.

“이 연령층은 한국 사회의 금전적인 능력을 가진 주류층으로서 이들의 관심사, 문화적 취향이 결국은 여타 세대를 이끌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진행자가 교체된 후 처세와 자기관리에서 시장분석과 재무 처방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방송 내용이 개편됐다고 제작진은 설명한다.

박 PD는 자산운용 방안 등 실질적인 정보 제공을 <경제포커스>의 매력으로 꼽았다. 그는 이어 “경제 현안 및 시장 동향에 관한 접근도 단순히 시사정보 제공차원이 아니라 ‘그 같은 동향 변화가 투자자의 향후 선택과 관련해서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중심으로 짚어낸다”며 여타 프로그램과의 차별화를 내세웠다.

그가 지향하는 경제 라디오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거시적인 경제흐름을 쉽게 전달해야 한다. 둘째, 개인의 자산운용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은 개별 이해관계에 영향을 받지 않는 정직하고 중립적인 정보가 제공되어야 한다. 그는 “경제 정보는 이해관계에 따라 정보 및 전문가 분석이 왜곡되는 현상이 심하다”고 혀를 내둘렀다.

진행자의 장점으로는 “정확한 시장분석으로 이미 시장에 검증된 인물이 아니냐”고 오히려 반문했다. 그는 이어 “사회 현안에 대해 따뜻한 시선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라고 했다. 또한 사투리와 어색한 영어발음, 촌스러운 말투 그리고 잦은 실수가 오히려 진행자의 인간미를 돋보이게 하는 효과라고 덧붙였다.

어렵다는 말 더 듣기 싫다는 항의 전화도

<곽동수의 싱싱경제>(이하 싱싱경제)는 가장 빠른 시간대에 방송되는 프로그램으로 거시경제를 표방한다. 첫 출발은 2004년 5월. 말 그대로 생활경제에 초점을 맞춘 경제 프로그램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였다는 것이 제작진의 설명. 오후 시간대에 전파를 탔던 당시 청취자 층이 주부들이나 자영업자들이 많다는 점에 기인해 소비자 문제나 알뜰생활 정보 등을 담아내는 미시경제를 지향했다고 한다. 그러나 아침으로 옮기면서 30대부터 50대 중·장년층을 주 타깃으로 설정, 미시에서 거시로 프로그램 성격이 바뀌었다.

<싱싱경제> 방송시간은 오후 3시였지만 지난해 5월 봄 개편 때 오전 6시5분으로 옮겨왔다.

“세계 경제의 흐름과 국내 경제계 안팎의 주요 이슈를 전하는 거시경제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이죠. 기존 오후 시간대에서 편성시간을 바꿔 새벽 시간대에 배치한 이유는 아침 시간대가 주로 시사 프로그램 일색이다 보니, 우리는 차별화해서 시사보다는 경제문제에 관심이 더 많은 청취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었습니다.”

<싱싱경제>는 뉴욕 증시가 끝나자마자 방송된다는 점을 활용하고 있다. 양병삼 PD는 “뉴욕 증시를 비롯한 세계 증시 움직임과 각종 경제정보를 제일 먼저 분석해 전해드리고 있다”면서 “다른 경제 프로그램에선 없는 코너로 차별화되는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시와 거시가 적당히 섞여있는 와이드 경제 프로그램을 꿈꾼다. 시간대는 오전 11시쯤. “누구나 편하게 들을 수 있는, 때로는 해설을 해주기도 하고, 때로는 분석과 비판을 해주기도 하지만, 재테크와 실생활 정보 등이 함께 다뤄지면서 어렵지도, 지루지하지도 않는 프로그램 말입니다. 그래서 경제가 결코 어렵지 않고, 재미있으면서 들을 때는 경제 현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면서 실용적인 정보까지 주는 역할까지 한다면 금상첨화겠죠.”

진행자 곽동수 한국사이버대학교 겸임교수의 장점도 청취자들의 눈높이를 맞춘다는 것.

고정 게스트들만 돌고 돈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으면서 청취자들의 반응은 크게 엇갈린다. 시시각각 변하는 경제지표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자신의 입장을 경제 현상에 대입해 보면서 정보를 얻으려는 적극적인 청취자들이 존재한다. 예전보다 방송에서 다루는 아이템에 대해 궁금하다는 전화나 문자가 폭증하고 있다는 것이 방증이다. 반면 어렵다는 말이 더 듣기 싫다면서 외면하는 청취자들도 있고, 부정적인 얘기는 더 이상 하지 말아달라는 항의전화도 많다고 한다. 불난 집에 부채질 한다는 불만이다.

경제 프로그램 제작진들이 겪는 가장 큰 고충은 섭외 스트레스다. 각 분야에 정통한 전문가들이 방송 출연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이 생방송에 대한 부담감과 말실수를 우려해 고사한다. 결국 방송에 출연하는 고정 게스트들만 돌고 돈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제작진의 섭외전쟁을 진행자가 나 몰라라 할 수도 없다. 그들 역시 출연요청 전화에 동참한다. 붙박이로 15년째 경제 프로그램 한 우물을 파고 있는 이병관 작가는 “재미있는 경제 프로그램도 가능하다”는 주장을 펼치며 버라이어티 경제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한마디로 이코노테이너(Econotainer: Economy+Entertainer)를 꿈꾼다.

“딱딱한 느낌을 지우기 위해 그날 경제 상황에 맞는 트로트, 팝송 등 다양한 노래를 들려주고, 콩트도 하고 그러면서 경제 현안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과 비평도 한다면 버라이어티 경제 프로그램이라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지 않을까요.”

물론 현 방송 환경에선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의견을 덧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언젠가를 기다리며 꼭 해보고 싶다고 했다. 경제에 대한 청취자들의 욕구가 증폭되고 있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제로일 것만은 같지 않다.

KBS <성공예감 김방희입니다>는 지난해 11월17일부터 방송 시간대를 옮겼다. 경제 프로그램 터줏대감인 MBC <손에 잡히는 경제 유종일입니다>를 의식한 맞대결이었다. 경제 한 분야를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두 프로그램 모두 오전 8시35분에 방송된다. 라디오 프로그램은 진행자가 간판으로 상징성이 상당하다. 누가 진행을 맡느냐에 따라 청취율이 요동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그만큼 진행자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공교롭게 김방희씨는 <손에 잡히는 경제> 진행자 출신이다. 양 프로그램의 간판을 만나봤다.   성강현 기자 neat@chosun.com

인터뷰 <성공예감 김방희입니다> 진행자 김방희

촌철살인 1분 오프닝멘트 직접 작성

KBS 1라디오 <성공예감 김방희입니다>(이하 성공예감)의 진행자 김방희 생활경제연구소 소장은 “경제는 일부 전문가들끼리만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며 “사람들이 먹고 사는 문제, 그것도 잘 먹고 잘 살려는 노력이 경제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금융위기와 경기 침체가 본격화 되면서 청취자들이 궁금해 하는 것은, 자신의 삶이 어떻게 될 것이냐,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 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드리려는 것이죠. 라디오든 TV든 경제 프로그램들을 보면 지나치게 청취자를 가르치려고 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는 청취자들이 궁금해 하는 것에 대해 답을 드리는 것을 가장 중시합니다.”

그는 기존 경제 프로그램들이 지나치게 소수의 경제 전문가들의 목소리만 반복적으로 내보낸다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때문에 주류 경제학자가 아니더라도 실력 있는 시장 관찰자들을 방송에 많이 출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성공예감>에선 낯설지만 흥미로운 출연자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는 얘기를 가끔 듣는데, 그게 바로 제가 원하는 바입니다.”

김 소장이 꿈꾸는 경제 프로그램의 구성안에 대해선 “현 프로그램에 대단히 만족한다”고 했다. 다만 두 가지가 추가됐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냈다. 우선은 방송 중에 두고두고 곱씹을 내용들이 있는데, 핵심을 인쇄 매체 형태로 다시 펴내는 것.

“한번 전파를 타고 나면 흘러가 버리는 것이 못내 아쉽거든요.”

또 한 가지는 청취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다.

“KBS 1라디오가 광고가 없는 방송이다 보니까 제약이 있는데, 협찬을 많이 유치해 (청취자들에게) 뭔가 드리고 싶습니다.”

그는 자연스럽고 인간적이라는 게 스스로의 장점이라고 자평했다. 인터뷰도 상대방을 공박하거나 논쟁하기보다는 인간적으로 접근해 자연스럽게 듣고 싶은 얘기를 끌어내는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단점은 늘 지적당한다는 발음문제를 꼽았다. 단어의 고저장단에 취약점을 드러낸다고 고해성사했다.

“저는 방송언어로 문어체보다는 구어체를 지향하는데요. 그런 탓도 있고, 하고 싶은 얘기를 직설적으로 급히 하려는 제 성격 탓도 작용하고 있다고 봅니다.”

김 소장은 작가의 도움 없이 스스로 작성하는 1분의 촌철살인 오프닝멘트를 위해 하루 종일 고민하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밝혔다.

“역시 청취자들이 이즈음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합니다. 당장의 경제뉴스를 좇지는 않습니다. 금융위기가 본격화 될 때는 그 다음 상황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를 궁금해 합니다. 그 의문에 대한 답을 드리는 거죠.”

인터뷰  MBC <손에 잡히는 경제 유종일입니다> 진행자 유종일

“재밌다, 배운다, 서민 편이다”

<손에 잡히는 경제 유종일입니다>(이하 손경제) 진행을 맡고 있는 유종일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진행자의 주관이 뚜렷한 방송”이라고 밝혔다.

처음 맡을 때 조건을 확실히 했다고 한다. 2006년 10월부터 마이크를 잡은 그는 “중립적 진행 같은 건 없다”면서 “잘못된 정책 비판하고, 나 하고 싶은 말 마음대로 하겠다”고 제작진에게 특별 요청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자신이 하고 싶은데 PD가 못하게 하는 건 특별히 없다고 했다. 다만 그 역시 제작진 의견을 최대한 수용하려고 애쓴다고 했다.

그가 꼽은 <손경제> 인기비결은 간단명료하다. 첫째, 재밌다. 둘째, 배운다. 셋째, 서민 편이다. 아쉬움은 부족한 시간. 현 25분으로는 깊이 있게 이슈를 다루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전 원래 스피드를 좋아해요. 운전도 그렇고, 스키 같은 빠른 운동도 좋아하고. 진행도 스피디한 걸 좋아하죠. 그러니 편안함이 부족하겠죠, 가끔 출연자가 내용도 없는 얘기를 늘어놓는다거나 시간이 촉박한데 장황하게 말하면 중간에 자르는 경향이 있는데, 이걸 안 좋게 보는 분들도 많이 계신 것 같습니다.”

그는 이어 “제가 주관이 뚜렷하기 때문에 저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은 기분이 나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자신의 솔직함을 이해해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그는 <손경제>가 상아탑 교수의 한계를 넘게 해줬다고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라디오 진행을 통해 서민경제, 실물경제의 구체적 모습을 많이 배운다는 의미에서다. 다만 어려운 내용들을 차분히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시각자료 없이 말로만 오래 하면 진행자도, 듣는 청취자들도 금방 지루해진다는 것이다.

“할 수만 있다면 경제학 강의처럼 체계적으로 하고 싶은데, 라디오에서 할 만큼 쉽고 재밌고 짤막하게 할 재주가 없네요.”

그래도 TV보다는 라디오의 경제 프로그램이 훨씬 경쟁력이 높다고 평가했다. TV는 화면에 신경 쓸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발 빠르게 이슈를 다루지 못한다는 것이다. 반면 라디오는 세계 어디든 전화연결만 하면 가능해 신속하다고 했다. “호흡이 빠른 점을 활용해 청취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줘야 한다”는 것이 그의 라디오 경제 프로그램의 성공 경쟁력이다.

성강현 기자 / 사진 : 신승희,이상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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