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 산업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수요가 급감하면서 2008년 주요 업체들의 실적이 급격한 내리막길로 치닫고 있다.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의 빅3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파산 위기에까지 직면하며 급기야 GM과 크라이슬러는 지난해 12월19일 미국 정부로부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전제조건으로 구제금융을 긴급 수혈받았다. 그러나 국제 신용평가회사 무디스가 최근 공개한 채무 불이행 가능성이 높은 ‘바닥 등급(Bottom Rung)’ 기업 283개사 명단에서는 빠져나오질 못했다. 특히 효율적인 생산 시스템과 최고의 생산성을 자랑하며 제조업의 신화를 창조해 왔던 일본 도요타마저도 전 세계 시장에서 극심한 판매 부진을 보이며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서는 충격적인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지난 3월14일 일본 <요미우리신문> 보도에 따르면 3월 말 집계되는 도요타의 2008년 회계연도의 영업이익은 4500억엔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고통 분담 차원에서 임원 상여금을 100% 삭감하고 관리직의 인건비도 대폭 줄이기로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도요타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 그렇다고 올해 도요타의 실적 만회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비단 도요타뿐만 아니라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회복 자체가 불투명하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위기는 무엇보다 수요 부진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가 전 세계 실물경제로 전이되면서 자동차 수요 하락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특정 국가에서만의 수요 하락이 아니라 최대 시장인 미국은 물론 중국과 인도 등 최근 몇 년 동안 수요가 크게 증가했던 신흥국에서도 판매 하락 속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판매 실적을 접한 마크 라네브 GM 판매 및 마케팅 담당임원이 인구 증가를 감안할 경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판매라고 말한 것은 자동차 산업의 위기를 단적으로 대변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위기와 실물경제의 침체가 결합된 현재의 글로벌 위기의 회복시기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전망이 더 우세하다. 김철묵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연구위원은 “과거에는 한 지역이나 국가에서 위기가 발생하더라도 그 지역의 부진을 대체할 수 있는 시장이 있었다”면서 “(이번에는) 기존의 위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즉, 과거 금융위기나 경기 침체는 비교적 한 국가나 좁은 지역에 영향을 준 경우가 많았고, 고유가나 전쟁 등 외부의 돌발변수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던 반면 이번 금융위기는 세계 경제의 중심인 미국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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