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영화 <파워 오브 원(Power of One)>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 정책에 반대하며 흑인들을 도우는 한 청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백인이면서 백인 사회보다는 흑인 사회와 그 차별 속으로 자신을 내던짐으로써 흑인들의 노예의식과 패배의식을 떨쳐내게 하는 데 한 사람의 열정이 얼마나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영화다. 한국 노동계에서 현대중공업 노조가 이러한 역사를 써가고 있다. 지난 3월2일 현대중공업 노조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경영난이 예상되는 올해 임금인상안을 회사 측에 위임함으로써 노조의 임금협상 투쟁에 쐐기를 박고 노조 역사에 일대 전환점을 제공했다. 현대중공업 노조의 선언 이후 각 단위사업장별로 백지위임 등 유사한 형태의 선언이 쏟아진 것이다. 그러나 현대중공업 노조가 이를 결정하기까지 그 과정은 결코 간단하지만 않았다. 노조 상근집행간부와 대의원들의 반발은 물론 강성 조합원들의 예상되는 비난과 두려움 속에서 협박 위협까지 대비해야 했다. 임금인상안을 회사에 전격 위임하기까지의 막전막후 스토리를 심층 취재했다.

Part 1

임금인상안 회사 위임 결정

비하인드 스토리

“위기땐 고용보장이 최고”

강성조합원 경제논리로 압박 ‘주효’

“반대하는 쪽에서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 단단히 각오하라.”지난 2월18일 대의원 수련회가 끝난 뒤 아내와 전화통화를 한 오종쇄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은 솔직히 두려웠다고 했다. 노조의 결정이 자신들과 다를 경우 반대파에서 가족까지 괴롭혔던 과거의 경험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2월23일 조합원 설명회 당일엔 숙직자가 “오늘 잠자기는 글렀다”고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역시 반대파 조합원들의 항의전화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기우일 뿐이었다. 오히려 이상하리만치 가족을 괴롭히는 반대파도 없었고, 노조에 항의전화도 없었다. 오 위원장을 비롯한 노조 집행부들을 의아하게 했던 것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노조 행사가 있는 날이면 조합원들은 으레 회사 주변 술집을 찾아 노조 집행부를 성토하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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