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연말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 시점은 흔히 ‘평가의 계절’로도 불린다. 어느 때보다 유달리 풍파가 많은 2008년이었다. 연초부터 닥치기 시작한 원유 및 원자재 가격 상승,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후폭풍, 글로벌 금융 쇼크, 국제 경기 침체 등으로 우리나라 주요 대기업집단(그룹)들은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여파는 올 연말 각 그룹에서 실시될 CEO 및 임원급 인사에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불황 때문에 잔치 성격의 대규모 승진 인사는 줄겠지만 생존 돌파구 마련을 위한 새판 짜기 식 인사는 늘어날 것으로 재계는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올 한 해 경영 실적이 부진한 CEO들은 연말이 두려울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실적 부진과 상관없이 그룹이 처한 저마다의 ‘사연’ 때문에 교체되는 CEO들도 적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재계를 대표하는 재벌그룹 총수들에게도 2008년은 그야말로 한 편의 드라마 같은 무대였다. 전에 없던 사건들이 줄을 이었다. 전반적인 경제 여건도 그랬거니와 각각의 총수들이 겪고 있는 저마다의 상황도 한 편 한 편 시나리오감이라 해도 손색없을 만큼 드라마틱했다. 증권선물거래소와 한국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상장기업들의 매출은 호조를 보였음에도 환율 급등에 따른 환차손 등으로 순이익이 크게 떨어졌다. ‘금융 후폭풍’에 된통 당한 꼴이다. 때문에 저마다 기업의 실적 부진을 외부 악재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 같은 불황 속에서 장사를 잘 한 기업도 분명히 있다. 각 그룹은 대개 연말·연초에 임원단 인사를 실시한다. ‘젊은 피’가 임원단에 영입되면서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 CEO는 이 시기에 책임 추궁을 당하기도 한다. 올해엔 실적 평가 기준을 정하기가 까다롭겠지만 실적 부진 등에 따른 CEO 교체 폭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재벌그룹 가운데 가장 먼저 임원인사를 단행하면서 재계 임원인사의 신호탄을 알려온 금호아시아나그룹이 11월1일로 예정됐던 그룹 인사를 뒤로 미루자 그룹 주변이 일시에 뒤숭숭해졌다. 인사를 앞두고 불안과 기대가 엇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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