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사카(大阪)시 이쿠노(生野)구에 있는 로토제약 본사. <사진 : 로토제약>

일본 로토제약은 1899년 설립돼 올해로 창업 118년째를 맞았다. 오래된 기업이지만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틈새시장을 파고드는 도전정신도 강하다.

로토제약은 위장약·안약으로 출발했지만 제약 업종에 안주하지 않고 저렴한 스킨케어 상품을 개발해 화장품 시장 ‘가격 파괴’를 이끌었다. 제약 회사라는 장점을 활용해 건강한 이미지의 레스토랑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혁신에 힘입어 로토제약의 매출액은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 10년간 95% 늘었다. 순이익도 같은 기간 39% 상승했다. 해외 진출도 적극적이다. 근육통에 효과가 있는 로션으로 유명한 ‘멘소래담’도 로토제약이 인수했다.



로토제약이 100년 넘게 이어온 핵심 제품인 위장약과 안약. 로토제약이 1899년
발표한 위장약 ‘이카쓰(胃活·왼쪽 위)’와 1909년 내놓은 ‘로토 안약(오른쪽 위)’.
현재 판매되고 있는 위장약 ‘판시론(왼쪽 아래)’과
안약 ‘V로토 프리미엄(오른쪽 아래)’. <사진 : 로토제약>

1899년 위장약 발매하며 창업

로토제약의 시작은 19세기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창업주 야마다 야스타미(山田安民)가 1899년 오사카(大阪)에서 로토제약의 전신인 신텐도야마다야스타미약방(信天堂山田安民藥房)을 개업했다.

처음 판매한 위장약 ‘이카쓰(胃活)’는 크게 인기를 얻었다. 이카쓰는 1999년 로토제약 창업 100주년을 기념해 기간 한정 제품으로 부활하기도 했다. 1909년엔 독일 뮌헨대학에서 의학 박사학위를 받은 안과 의사 이노우에 도요타로(井上豊太郎)가 처방한 점안약 ‘로토 안약’을 발매했다. 이 약은 당시 눈병이 유행하고 있어 판매가 급증했다.

로토제약은 위장약·안약이라는 두 가지 핵심 사업을 중심으로 오랫동안 대중적인 일반 의약품 판매에 주력해왔다. 지금도 피곤한 눈, 충혈된 눈에 좋은 안약, 소화불량에 좋은 위장약 등 다양한 일반 의약품을 판매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은 제약 회사이지만 화장품 매출이 전체 매출액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크다. 변화가 시작된 것은 21세기부터다. 로토제약의 꾸준한 성장세를 의약품이 아닌 화장품이 주도하고 있다.



로토제약의 대표적 화장품 브랜드 하다라보와 국내 광고 모델 배우 정유미(사진 위).
다른 화장품 브랜드 오바지(사진 아래). <사진 : 로토제약>

성공비결 1 |
기능성 화장품 사업 도전

야마다 구니오 회장은 1999년 사장에 취임해 신성장 동력으로 화장품을 주목했다. 그는 “여성이 신제품에 대해 흥미가 많고, 상품의 좋고 나쁜 것을 판단하는 감성도 날카롭다. 여성으로부터 지지를 얻어내면 어떤 분야에서도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로토제약은 2001년 기능성 화장품 ‘오바지(Obagi)’를 발매했다. ‘오바지’라는 이름은 미국 캘리포니아 베벌리힐스의 피부과 전문의 제인 오바지에게서 따왔다. 오바지 박사는 피부 표면의 일시적 개선에 그치지 않고 피부 조직 내 모든 기능이 건강한 상태로 개선·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이론을 적용한 화장품이 로토제약의 ‘오바지’ 브랜드다. 오바지 박사의 처방을 일본인의 피부에 맞도록 변경했다.

로토제약이 화장품 사업에 안착할 수 있게 한 것은 2001년 6월 발매된 ‘오바지C’다. 이 제품은 파괴되기 쉽고 피부에 침투하기 어려운 비타민C를 로토의 기술력으로 농도를 높이고 침투성을 향상했고, 안정화시켜 화장품으로 만들었다. 오바지 브랜드는 이 제품의 성공으로 기능성 화장품 시장을 주도했다. 로토제약의 오바지 제품은 당시 일본에서 비타민C 붐을 일으켰다.

오바지 브랜드의 매출액은 2015년도(2015년 4월~2016년 3월) 54억엔(약 541억원)으로, 전년보다 4억엔 증가했다. 회사 측은 “세계 최초로 로토제약이 개발한, 자외선을 다른 파장대의 빛으로 바꾸는 성분인 ‘톤 체인지 파우더’를 함유한 기능성 화장품 제품군이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바지보다 더 많이 판매되고, 지금 로토제약을 대표하는 화장품은 2004년 출시된 ‘하다라보(肌ラボ)’다. 보습에 강점이 있는 이 제품은 2007년엔 ‘4초에 1병씩’ 판매됐고, 2013년엔 ‘2초에 1병씩’으로 판매 속도가 빨라졌다. 중국과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한국 등에 진출했다. 2015년도 하다라보 제품군 매출액은 128억엔(약 1283억원)으로 전년보다 6억엔 늘었다.

로토제약의 화장품이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낮은 가격이다. 하다라보 브랜드의 주요 제품은 1000엔(약 1만원)이 안 되는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 2004년 출시 당시엔 화장품 업계의 상식이었던 제품 포장 상자를 없앴고, 향료와 착색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가격을 1000엔 이하로 내리기 위해서였다. 다 쓴 용기에 화장품 용액을 다시 채워 넣을 수 있는 리필용 비닐 포장 제품도 판매한다.

시세이도, 가네보 등 대형 화장품 업체도 로토제약에 대응해 저렴한 제품을 선보이는 등 로토는 일본 화장품 시장에 큰 영향을 줬다. 일본 화장품 시장에서 시세이도·가네보·고세 등 상위 3개 업체는 50% 정도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 시장에서 신흥 기업 로토제약이 독자적인 지위를 구축하며 10% 정도의 점유율을 얻었다.

하다라보와 오바지 브랜드는 출시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드러그스토어에서 재구매 비율이 높은 상품 중 하나다. 일본 시장에서 확고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고, 해외로 시장을 넓혀나가고 있다.


성공비결 2 |
건강 식당 사업 진출

로토제약은 2013년 ‘슌코쿠슌사이(旬穀旬菜)’라는 이름의 프렌치 레스토랑을 열었다. 일본에서 프랑스 요리의 거장으로 알려진 미쿠니 기요미(三國淸三) 셰프가 진두 지휘해 만든 매장이다. 오사카 중심지인 우메다(梅田)에 있는 그랜드프런트오사카 빌딩의 음식점 거리에 위치해 있다.

언뜻 보기에 지금까지의 사업과 관계가 멀어 보이지만, 따지고 보면 로토제약의 정체성을 잇는 행보다. 이 레스토랑은 글로벌 약선(藥膳·약이 되는 음식) 요리를 지향한다. ‘슌코쿠슌사이’라는 이름도 제철(旬) 곡물·채소를 뜻한다. 이 레스토랑은 제철의 식재료를 요리로 만들어 제공해 고객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 식당임을 내세우고 있다.

슌코쿠슌사이는 특히 채소를 중시하는 전략을 갖고 있다. 건강한 신체를 가지려면 균형 있게 영양을 섭취해야 하고, 고기나 생선도 좋지만 채소를 먹어야 비타민·미네랄 등이 부족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레스토랑은 메뉴에 채소를 많이 사용하는데 채소의 공급처가 남다르다. 점포 병설로 만들어진 식물 공장, 또는 자회사가 운영하는 나라(奈良)현의 농장에서 채소를 가져온다. 특히 식물 공장은 슌코쿠슌사이 옆에 있다. 임대료가 비싼 도심 빌딩에 식물 공장을 마련해 식사하러 온 고객이 새로운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배치한 것이다.

로토제약은 레스토랑 사업에 진출하고 직접 채소를 재배하는 것은 제약사로서 병을 ‘치료’하는 게 아닌 ‘예방’한다는 의미라고 말한다. 아픈 사람에게 약을 판매하는 것에서, 식재료와 과학을 융합해 몸을 건강하게 유지되도록 한다는 의미다.

또 로토제약은 아이스캔디 전문점 ‘파레타스(PALETAS)’도 운영하고 있다. 역시 일본에서 재배한 ‘제철 과일’을 넉넉하게 사용한다는 것을 홍보한다. 착색료와 합성첨가물은 최대한 사용하지 않는다. 1호점도 도쿄에서 차로 1시간쯤 걸리는 역사·문화 도시 가마쿠라(鎌倉)에 냈다.



로토제약이 2013년 문을 연 약선 프렌치 레스토랑 ‘코쿠사이(사진 위)’. 코쿠사이의 저녁 메뉴(사진 아래).<사진 : 코쿠사이>

성공비결 3 |
美 멘소래담 인수해 해외 진출

멘소래담(Mentholatum)은 1889년 알버트 알렉산더 하이드 박사가 친구인 약사와 함께 미국에서 창업한 회사다. 로토제약 창립보다 10년 빠르다. 소염진통제 ‘멘소래담 연고’는 가정 필수 상비약으로 인식돼 미국 전역에 퍼졌다. 멘소래담은 이 제품을 바탕으로 세계적 제약 회사로 발전했다.

로토제약은 멘소래담을 1988년 인수했다. 멘소래담 인수는 로토제약이 해외로 진출하고 일반 의약품 시장 강자로 떠오르는 계기가 됐다. 화장품 개발에도 멘소래담의 기술력이 도움을 줬다.

멘소래담 인수를 시작으로 멘소래담은 해외 시장에서 자리를 잡았다. 1990년대에는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에 진출했다. 현재 매출액 중 40%는 해외에서 나온다. 2015년도 로토의 일본 매출액은 969억3700만엔을 기록했다. 아시아는 516억2100만엔, 미주는 83억7800만엔, 유럽은 80억800만엔이다. 전체 매출 가운데 일본이 59%, 해외가 41%를 차지한다. 해외 시장은 성장 속도가 빠르다. 일본은 매출액이 전년보다 7.3% 증가했지만, 아시아는 13.2%, 미주는 12.0%, 유럽은 26.7% 늘었다.

로토제약은 아시아 시장에선 겨울이 따뜻해진 영향으로 중국에서 새로운 입술 보호제 ‘립퓨어’ 판매가 호조를 보였고, 강렬한 햇볕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선플레이’ 등 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는 제품 판매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로토제약은 “아시아에서도 일상적으로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하는 습관이 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표 상품 ‘하다라보’ 판매도 늘었다. 로토제약은 “아시아 각국 현지 브랜드와 화장품 시장에 뛰어들었고, 일본 매출로 집계되는 온라인 쇼핑몰을 통한 역(逆)직구가 늘었다”라며 “하지만 하다라보의 현지 판매가 늘어 매출 증가에 공헌했다”고 설명했다. 전통적인 상품 안약 판매도 아시아에서 판매가 호조를 보였다. 로토제약은 일본에서 인기를 끌었던 충혈 제거용 안약 ‘로토리세’를 중국에 출시하기도 했다.

미주 시장에서도 따뜻한 겨울의 영향으로 입술 보호 제품 매출이 늘었고, 안약 신제품 판매가 호조를 보였다. 유럽에선 소염진통제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2014년도에 인수한 폴란드의 ‘닥스 코스메틱스’도 실적에 기여했다.

로토제약은 해외 각국의 상황에 맞는 상품을 개발해 해외 매출 비중을 더 높일 계획이다. 또 해외 인재 역량을 활용하기 위해 외국인 연구자 비중을 현재의 5%에서 2020년까지 2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성공비결 4 |
‘재생 의료’ 신사업 발굴

프렌치 레스토랑의 사례처럼 로토제약은 ‘건강·뷰티 케어’라는 회사의 전문 영역에서 연관된 분야의 틈새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재생의료도 그런 분야다. 재생의료는 손상된 신체의 세포나 조직, 장기를 대체 또는 재생시켜 정상 기능을 회복하거나 새로 만들어내는 의료기술을 말한다.

다만 재생의료는 아직 연구 단계이고, 실제 사업화한 것은 없다. 로토제약은 2013년 재생의료연구기획부를 설립했다. 류큐(琉球)대학과 공동으로 사람의 지방 세포를 이용한 재생의료 기초연구와 임상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1월엔 교토(京都)의 연구시설에서 재생의료 연구를 위해 개발한 자동세포배양장치를 공개했다.


plus point

창업주 증손자 야마다 구니오 회장
회장을 ‘구니오씨’라고 부르는 기업 문화 자유로운 분위기 만들자 히트 상품 탄생

로토제약은 1899년 창업한 이후 창업주 가문이 한 세기 넘게 회사를 이끌어 왔다. 현재 회장 야마다 구니오(山田邦雄)는 창업주의 증손자다.

야마다 회장은 창업한 지 100년이 되던 해인 1999년, 당시 43세의 나이로 사장에 취임했다. 당시 일본의 유통 채널은 변혁기였다. 드러그스토어가 등장하기 시작해 의약품 가격 경쟁이 거세지던 때였다.

야마다 회장은 취임하자 이 오래된 회사를 개혁했다. 첫 단추는 이름 뒤에 직함을 붙여 부르는 관습을 폐지한 것이다. 직원들은 모두 ‘로토 네임’이라고 하는 별명을 갖게 됐다. 그는 자신부터 모범을 보였다. 일반 사원들은 야마다 회장을 ‘구니오씨’라고 불렀다. 또 임원실을 없애고, 의미 없는 질서를 제거했다. ‘구니오씨’가 사무실을 지나가면 사원들이 가볍게 불러 잡담을 하는 등 자유로운 분위기를 조성했다.

로토제약의 성장을 이끈 ‘하다라보’는 이 분위기 속에서 탄생했다. 2004년 경력직으로 입사한 무라모토 유리(村本由理·현 프레스티지 스킨케어 사업부 부장)가 나누고 있던 잡담에 ‘구니오씨’가 끼어들었다. 무라모토 부장이 화장품에 대해 말한 아이디어를 듣고는 야마다 회장은 “괜찮은 것 같은데”라고 말하며 개발을 지시했다.

하다라보 개발팀은 무라모토 부장을 포함해 총 4명이었는데, 그중 3명이 20대였고 신입사원도 있었다. “괜찮은 것 같다”라고 말한 지 반 년 만에 하다라보 제품이 나왔고, 2015년도에 128억엔의 매출을 올렸다.

손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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