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는 1998년 다중 접속 역할수행게임(MMORPG) ‘리니지’를 출시했다. 이후 2013년 ‘리니지 2’를 선보였고, 현재는 세 번째 시리즈인 ‘리니지 이터널’을 개발하고 있다. <사진 : 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의 지난해 매출은 9836억원으로 전년 대비 17%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38% 증가한 3288억원을 기록했다. 2012년 매출 7535억원, 영업이익 1513억원과 비교하면 각각 30.5%, 117.3% 증가했다. 흥미로운 것은 엔씨소프트의 높은 영업이익률이다. 엔씨소프트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20~30%대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엔씨소프트가 실적 성장세를 보이며 높은 영업이익률을 달성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성장비결 1 | 지속적 게임 개발·업데이트

엔씨소프트의 성장을 주도한 게임은 ‘리니지’다. 엔씨소프트는 1998년 다중 접속 역할수행게임(MMORPG) 리니지를 출시해 대박을 터뜨렸다. 리니지는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인터넷에 동시 접속한 이용자들이 군주, 기사, 요정, 마법사 등의 역할을 맡아 가상공간에서 다른 이용자와 대화를 나누고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판타지 온라인 게임이다.

엔씨소프트는 금세 흥미를 잃는 온라인 게임 이용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리니지를 업데이트했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콘텐츠·시스템 등 굵직한 업데이트 횟수만 93번에 달한다. 게임 개발팀과 별도로 운영·업데이트 팀도 꾸렸다.

엔씨소프트는 새로운 게임도 꾸준히 개발해나갔다. 특히 기존 리니지 마니아층을 유지하기 위해 비슷한 장르의 게임을 개발하고 출시하는 데 집중했다. 2003년 출시한 ‘리니지2’와 현재 개발 중인 리니지 세 번째 시리즈 ‘리니지 이터널’ ‘길드워(2005년)’ ‘아이온(2008년)’ ‘블레이드&소울(2012년)’ 모두 다중 접속 역할수행게임이다. 엔씨소프트의 게임 출시와 유지(업데이트) 전략은 성공적이었고, 실적도 고속 성장할 수 있었다. 특히 게임 산업의 경우, 출시한 게임이 시장에서 성공하면 추가 비용이 그리 많이 들어가지 않는다. 엔씨소프트의 영업이익률이 높은 이유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영업이익률 33.4%를 달성했고, 2015년 28.3%, 2014년 33.2%, 2013년 27.1%를 기록했다.

그러나 엔씨소프트는 고화질·고사양 PC 기반 게임을 고집하다 모바일 게임 시장에 한발 늦게 진출했다. 최근에야 모바일의 문을 두드렸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12월 리니지를 재해석한 모바일 역할수행게임(RPG) ‘리니지 레드나이츠’를 출시했고, 올해 2월에는‘파이널 블레이드’를 선보였다.

경쟁 업체에 비해 한발 늦었지만 시장 반응은 좋다. 두 게임 모두 ‘구글 플레이’ 최고 매출 순위에서 상위권에 올랐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상반기에는 리니지의 모든 요소를 완벽하게 모바일로 구현한 ‘리니지M’을 출시할 계획이다. 리니지M은 다른 이용자와 직접 교감할 수 있는 완전한 오픈 필드 모바일 게임이다. 캐릭터뿐만 아니라 혈맹과 대규모 사냥, 공성전 등 리니지의 핵심 콘텐츠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PC에서 모바일로 변화된 플랫폼에 맞춰 비주얼도 강화했고, 조작 체계도 최적화했다. 엔씨소프트는 블레이드&소울, 아이온을 활용한 모바일 게임도 개발 중이다.



엔씨소프트 판교R&D센터에서 근무하는 연구 인력은 전체 직원의 70%에 달한다. <사진 : 엔씨소프트>

성장비결 2 | 맞춤형 해외 시장 진출

엔씨소프트는 2000년 본격적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했다. 현재 엔씨소프트는 북미·유럽·일본·대만 등에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전 세계 60여개국에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해외 매출은 지난해 전체 매출 대비 37.6%를 차지하고 있다. 그중 북미와 유럽이 전체 매출 대비 16%로, 해외 매출 중 비중이 가장 크다.

엔씨소프트는 국내와 해외를 구분해 지역별 특성에 따른 맞춤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현지 인력을 중심으로 한 개발 스튜디오를 통해 각 지역에 맞는 게임을 개발·서비스하고 있는 것이다. 현지에서 성공할 수 있는 게임은 그 시장, 문화, 소비자를 가장 잘 아는 현지 인력의 머리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길드워’ 시리즈는 미국 시애틀 소재 엔씨소프트 개발 스튜디오인 ‘아레나넷’에서 개발했다. 2005년 출시된 길드워는 전 세계적으로 700만장 이상 판매됐고, 길드워의 세계관을 잇는 ‘길드워2(2012년)’와 확장팩 ‘길드워2: 가시의 심장(2015년)’은 북미, 유럽 유력 게임 전문 미디어로부터 작품성을 인정받은 시리즈다. 현재 두 번째 확장팩 출시를 위해 개발을 진행 중이다.

2015년에는 북미·유럽 시장을 겨냥한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 샌머테이오 지역에 모바일 게임 제작 스튜디오인 ‘아이온 타이거’를 설립했다. 이곳에선 자체 제작 지식재산권(IP)과 엔씨소프트의 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 신작을 개발 중이다. 2014년 11월 북미 모바일 개발 총괄임원으로 선임된 제시 테일러(Jesse Taylor)를 중심으로 현지 인력을 채용해 신작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제시 테일러는 글로벌 게임 회사인 미국 일렉트로닉아츠(EA), 일본 세가(SEGA) 등을 거친 게임 개발 전문가다.

해외 파트너들과의 긴밀한 협업도 엔씨소프트의 해외 성장 전략으로 꼽힌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3월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 텐센트와 ‘블레이드&소울 모바일’을 중국에 출시했다. 엔씨소프트는 마케팅을 비롯해 게임을 마지막으로 다듬는 단계 등에서 철저히 중국 이용자의 취향을 반영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2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게임 개발자 콘퍼런스 ‘GDC 2017’에서 VR 게임 ‘블레이드&소울 테이블 아레나’를 공개했다. <사진 : 엔씨소프트>

성장비결 3 | 매출의 10% 이상 R&D 투자

엔씨소프트는 매출 대비 10%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다. 2013년에는 매출의 20.2%인 1530억원을, 2014년 1506억원(17.9%), 2015년 1541억원(18.3%)을 R&D에 투자했다. 엔씨소프트 판교R&D센터에서 근무하는 연구 인력은 전체 직원 2638명의 70%에 달한다.

현재 엔씨소프트는 가상현실(VR)·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을 게임에 접목하는 R&D에 주력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2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게임 개발자 콘퍼런스 ‘GDC 2017’에 참석해 VR 업체 오큘러스(Oculus)와 함께 ‘블레이드&소울 테이블 아레나’를 공개했다. 이 게임은 엔씨소프트의 원작 PC 온라인 게임 블레이드&소울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실시간 전략 VR 게임이다. 이용자가 VR 컨트롤러를 사용해 게임에 등장하는 인물(캐릭터)을 전장에 소환하고 상대 진영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다른 이용자와 대결하는 일대일 PvP(Player vs Player) 모드가 핵심 콘텐츠다.

게임 시장 조사 전문기관인 수퍼데이터는 지난해 15억달러(약 1조6950억원) 수준이었던 VR 하드웨어 시장이 올해 36억달러로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엔씨소프트는 블레이드&소울 테이블 아레나를 오큘러스 외에도 다양한 VR 플랫폼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엔씨소프트는 2012년 AI 랩(lab) 조직을 신설했다. 이후 AI 매칭 기술을 개발해 이용자 간 대결 콘텐츠가 있는 블레이드&소울, 아이온 등에 적용하고 있다. 매칭 기술은 플레이어를 평가하고 적합한 상대나 파트너를 연결해주는 기술로, 결투 결과 등의 데이터를 AI 기술로 분석해 가장 재미있을 것 같은 상대를 연결해주는 시스템이다. 대기 시간도 최소화해 이용자가 지루해하지 않고 게임 본연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현재 개발 중인 리니지 이터널의 ‘다이나믹 던전’에도 AI 기술이 적용된다. 던전은 몬스터를 처치해 아이템을 획득하는 게임 콘텐츠다. 기존 던전은 임무, 몬스터 패턴, 지도 등 환경이 일정했지만 다이나믹 던전은 모든 콘텐츠가 상황에 따라 자동 생성된다. 리니지 이터널은 지난해 11월 30일부터 12월 4일까지 5일간 1차 비공개 테스트를 진행했다.



2015년 ‘리니지 17주년 행사’에 참석한 김택진 대표. <사진 : 엔씨소프트>

plus point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즐거움’위해 게임 개발… 프로야구단 창단도 중국 진출 실패 후 국가별 문화 차이 깨달아

김택진(50) 엔씨소프트 대표는 자수성가형 CEO로 통한다. 그래서일까. 김 대표가 중요하게 여기는 단어는 ‘창의’다. 그는 서울대 전자공학과 재학 시절 ‘컴퓨터연구회(SCSC)’ 동아리 활동을 하며 한글워드프로세서 ‘아래아한글’을 공동 개발했다. 한메소프트를 창업해 도스용 ‘한메타자교사’도 개발했다.

이후 김 대표는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가장 창의력이 요구되는 분야가 게임이라고 판단했다. 동시에 인터넷을 엔터테인먼트망으로 여기고, 게임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1997년 엔씨소프트가 설립됐다. 창의와 함께 ‘즐거움’도 김 대표에게 중요한 단어다. “엔씨소프트는 게임이라는 하나의 영역에서 조그만 성공을 이뤄가고 있다. 우리의 꿈은 궁극적으로 세상 사람들이 서로 즐거움으로 연결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많은 이들을 즐겁게 만드는 우리의 일이야말로 보람된 작업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김 대표가 항상 강조하는 내용이다. 그래서 김 대표는 게임업계에서 ‘꿈꾸는 피터팬’으로 불린다.


‘창의’ 중시하는 자수성가 CEO

엔씨소프트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해외 시장에서 전체 매출(9836억원)의 37.6%를 올렸다. 그러나 실패도 맛봤다. ‘리니지’가 대만에서 성공하고, 일본에서도 어느 정도 가능성을 보이는 상황에서 김 대표는 야심차게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그러나 참패했다. 그는 이 실패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김 대표는 “한 나라에서 성공했다고 모든 나라에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게임이라는 게 단순히 재미가 아니라 먼저 문화로 자리 잡고 들어가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야구도 좋아한다. 엔씨소프트는 2011년 경남 창원을 연고로 한 프로야구단 ‘NC 다이노스’를 창단했다. 김 대표가 구단주다. 그는 작고한 전설적 투수 최동원이 어린 시절 우상이었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IMF가 터졌을 때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박찬호 선수를 보며 야구가 얼마나 힘이 되고, 즐거움을 주는지 깨달았다. 김 대표는 NC 다이노스 창단 당시 “게임을 만들면서 추구하는 것도 어려움을 극복해내는 과정”이라며 “어려움을 극복하고 승리를 움켜쥐는 희열을 야구만큼 잘 보여줄 수 있는 것도 없다”고 밝혔다.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겠다는 김 대표의 철학이 오프라인에서도 실현된 것이다.

박용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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