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국회에서 취임식을 마친 뒤 나오며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양극화 해소, 일자리 창출 등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사진 : 블룸버그>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 앞에는 풀어야 할 경제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계속된 저성장으로 미래가 불확실해지면서 기업과 가계는 투자와 소비를 줄이고 있다. 수출이 조금씩 회복되는 모습이지만 고용과 소비 등 내수는 활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주력 산업의 대외 경쟁력 저하, 사회 전반에 걸친 양극화 현상,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 등 대내외 구조적 문제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은 양극화 해소와 지속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기조 아래 경제 위기를 정면돌파한다는 방침이다. 마중물 역할은 국가 재정이다. 문 대통령은 양극화 해소 등 공약 이행을 위해 5년간 178조원의 재원을 투입한다. 전임 정부가 공약 가계부에서 밝힌 것보다 43조원이나 많다. 문 대통령의 경제 공약을 다듬은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는 “초기부터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로 경기를 부양하고, 양극화를 해소하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과제 1 | 산업 구조조정

올해 초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이 더 이상 산업 구조조정을 미루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같은 장기 경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도 문 대통령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경제 과제로 구조조정을 꼽는다. 지금의 저성장을 돌파할 근본적 해결 방법이 바로 구조조정이라는 설명이다. 구정모 한국경제학회 회장은 “한국 경제의 저성장 핵심 원인은 주력 산업의 경쟁력 저하”라면서 “구조조정이 지연되면서 중장기 성장 동력이 상실됐고, ‘L자형’ 만성적 경기 침체로 빠져들고 있다”고 했다.

당장 문 대통령 앞에 놓인 숙제는 조선·해운·철강·석유 등 경쟁력을 잃고 있는 공급 과잉 업종에 대한 구조조정이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대우조선에는 지금까지 13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투입됐지만, 회생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대우조선이 도산할 경우 1300여개 협력 업체가 연쇄 도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문 대통령에게 구조조정 골든타임은 그리 길지 않다. 한국 경제의 주력 산업을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이 매섭게 추격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5년 뒤 가전, 통신 기기, 자동차 등 한국 주력 산업의 품질과 기술력이 중국에 따라잡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 대통령이 중국의 구조조정 모델을 참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정부는 지난 몇 년간 인건비 상승과 공급 과잉 등으로 제조업 성장률이 크게 둔화하자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춘 중국식 ‘인더스트리 4.0’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3000개에 달하던 조선사를 300개로 줄이는 과감한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반면 2025년까지 전기자동차 등 미래 주력 산업의 경쟁력을 독일, 일본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야심찬 목표 아래 친환경화, 스마트화를 위한 산업 간 융·복합 정책을 펼치고 있다.


과제 2 | 소득 양극화 해소

문 대통령은 사상 최고 주가(11일 코스피지수 2296.37) 상태에서 임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마냥 기뻐할 형편이 못 된다.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가 해외 반도체 수요 증가에 힘입어 주가지수 전체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 것인데, 삼성전자는 전체 시가총액의 약 24%를 차지한다. 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삼성전자 착시’를 빼면 주가는 1880 수준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다.

주가가 양극화된 것처럼 한국 경제는 소수 수출 대기업 호황과 나머지 기업들의 부진으로 나뉘어 있다. 내수 시장에서도 대기업에 집중된 경제 구조로 중소·중견기업들은 신음하고 있다. 기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양극화한 노동 시장의 이중 구조는 한국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다. 고용노동부 발표를 보면 비정규직의 임금(157만원)은 정규직(434만원)의 36% 수준이다.

고착화되고 있는 소득 양극화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득 5분위 배율은 4.48로 8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빈부 격차가 다시 벌어졌다는 얘기다. 소득 5분위 배율은 상위 20% 가구 소득을 하위 20% 가구 소득으로 나눈 것으로 소득 불평등 정도가 심화될수록 수치가 높아진다. 대표적인 양극화 지표로 평가받는다.

실제 지난해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44만7000원으로 2015년보다 5.6% 감소했다. 소득 감소 폭은 2003년 전국 단위 통계를 작성한 이래 가장 컸다.

임금소득이 아닌 부동산 등 자산소득 불평등은 더 심각하다. 가처분소득 지니계수(2015년 기준)는 0.295다. 지니계수는 0과 1 사이에서 값이 클수록 빈부 격차가 심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같은 기간 부동산과 금융소득을 기준으로 하는 순자산 지니계수는 0.592로 배 가까이 높아진다.

부(富)의 양극화는 교육 양극화로 이어져 부의 대물림 현상을 낳고 있다. 지난해 월 소득 700만원 이상의 부모는 사교육비로 전년보다 5.6% 증가한 44만3000원을 지출했지만 월 소득 100만원 이하의 부모는 전년보다 23.6%나 급감한 5만원을 지출하는데 그쳤다.


과제 3 | 대외 리스크 극복

전문가들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구조상 더 큰 경제적 위협은 외부에 있다고 지적한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반도체 등 경기가 좋아서 수출이 괜찮은 상황이지만 한국 경제의 통상 환경 자체는 악화하고 있다”며 “미국의 통상 압력과 사드 배치를 둘러싼 중국의 경제 보복을 상호 호혜적인 방식으로 풀어나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에게 미국의 통상 압박은 큰 짐이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재협상하거나 종료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환율 조작국 지정 압박에서 벗어나기 무섭게 미국은 한국산 철강 제품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하는 등 통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 기조로 가져가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경기 부양에는 저금리가 유리하지만 미국과의 금리 차가 적어지면 외국 투자금 유출 우려가 커진다. 1340조원을 넘은 가계부채의 부실 가능성도 높아진다.

문 대통령은 다른 한쪽에서는 사드 배치와 관련된 중국의 경제 보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특히 문 대통령은 사드 문제로 대치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북한 핵 개발을 포함한 안보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

김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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