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한국 사회의 양극화를 해소한다면 성공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그만큼 새 대통령의 리더십이 가장 시급하게, 구체적으로, 책임감 있게 해결해야 할 한국 경제의 핵심 과제는 양극화 해소다.”

서울대 경제학부장을 맡고 있는 류근관 교수는 지난 8일 ‘이코노미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류 교수는 “한국의 양극화는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문제는 양극화의 속도와 정도가 계속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양극화 문제를 철저히 현실적으로 접근해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인, 청년, 비정규직, 자영업자 등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사회적 약자들이 너무 많은 만큼 그동안 민주당이 주장해 온 ‘보편적 복지’ 정책 기조로는 양극화 해소를 제대로 해낼 수 없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새 정부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양극화 해소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손에 잡히는 구체적인 정책들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체감할 수 있는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 ‘중부담, 중복지’라는 기조를 분명히 제시하고, 이를 위한 증세 논의도 본격화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진을 대표하는 학부장이 새 정부의 경제정책, 특히 양극화 해소에 대해 구체적으로 의견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새 정부의 핵심 경제 과제는.
“양극화다. 그동안 양극화가 사회 전반에 걸쳐 너무 빠르게 진행됐다. 특히 소득 양극화와 기회의 불평등은 심각한 수준이다. 부(富)가 대물림돼 양극화가 고착화되는 구조도 급속도로 진행 중이다. 지금 한국 사회의 통합을 가장 저해하는 요소는 양극화다. 한국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주범도 양극화다.”

제1 국정과제로 삼을 만큼 심각한 수준인가.
“물론이다. 지금 한국 사회의 양극화는 대한민국 전체를 짓누르고 있다. 극심한 양극화 문제가 가계와 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전 세대와 계층, 계급을 관통하고 있다. 현상은 다층적이고 원인은 복합적이다. 그만큼 문제 해결이 어렵다. 즉 새 대통령의 리더십이 가장 시급하게, 구체적으로, 책임감 있게 필요한 한국 경제의 과제는 두말할 것 없이 양극화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의 양극화를 해소한다면 문 대통령은 역사에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다.”

문 대통령의 핵심 경제 기조는 양극화 해소와 지속가능한 성장이다. 이른바 ‘더불어 성장’이라는 개념이다. 문 대통령은 양극화 해소를 위해 국가 재정의 역할을 강조한다. 이를 위해 재정 지출 증가율을 기존의 연평균 3.5%에서 7%까지 올리겠다는 방침이다.

문 대통령은 양극화 해소를 위해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하는데 올바른 방향일까?
“양극화 해소는 정부가 해야 할 일이 맞다. 재정이 더 역할을 해야 하는 것도 맞다. 중요한 점은 정부의 역량을 어디에 집중할 것인지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일이다.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 한정적인 재원을 어디에 우선 쓸 것인지에 대한 ‘선택’과 어떻게 실효성 있게 지원할 것인지에 대한 ‘집중’의 문제에 새 정부의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어려운 문제다. 어느 계층 한 곳에만 정부의 역량을 ‘올인’할 필요는 없다. 다만 지금 한국의 경제 수준에서 모든 양극화를 일거에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재정은 무한대가 아니다. 한계가 분명하다. 그러니 정부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재정을 집중 투입할 핵심 지원 계층을 정해야 한다. 출범 초기 정부가 힘이 있을 때 해야 할 일이다.”

보편적 복지로는 지금의 양극화 해결이 쉽지 않다는 지적인가.
“이 문제에 있어서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솔직했다고 본다. 노인 빈곤, 청년실업률, 자영업자와 비정규직 문제 등 지금 한국 사회에는 정부의 도움이 필요한 사회적 약자가 너무 많다. ‘증세 없는 복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양극화 해소도 마찬가지다. 정말 도움이 절실한 곳에 제대로 된 도움을 주는 게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민주당의 정책 기조는 보편적 복지다.
“보편적 복지라는 목표를 향해 가는 것은 좋지만, 당장 실현하기는 어렵지 않나. 양극화 해소는 뜬구름 잡는 얘기가 아니다. 누군가의 목숨이 달린 문제다. 궁극적으로는 양극화 해소를 위해 문 대통령이 ‘중부담, 중복지’로 큰 경제 기조를 잡아야 한다고 본다. 지금의 양극화 수준을 고려하면 저부담 저복지로는 문제 해결이 안 된다. 그렇다고 고부담 고복지는 아직 한국 경제가 감당할 준비가 안 돼 있다.”

중부담 중복지로 가면 증세 논의가 본격화될까.
“문 대통령이 양극화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려면 결국에는 증세 방안에 대해 국민적 의견을 수렴해야 할 것이다. 차라리 손에 잡히는 정책을 국민에게 먼저 선보이고 이를 위한 증세 방안을 논의하는 게 솔직하고, 효과적이라고 본다. 방향은 명확하다. 가계보다는 기업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으니 기업이 더 부담해야 한다.”

문 대통령도 증세 가능성은 열어놓았다. 문재인 정부는 공약 이행에 필요한 돈을 5년간 178조원으로 제시했다. ‘선(先) 재정 구조조정, 후(後) 증세’를 재원 마련 방안으로 내놨다. 증세할 경우 우선 소득세 최고 세율을 올리는 ‘부자 증세’를 하고 그래도 안 되면 법인세율을 인상할 계획이다.


▒ 류근관 서울대 경제학부장
미국 스탠퍼드대 경제학 박사, 금융발전심의위원회 은행분과 위원, 서울대 경제연구소장


plus point

“교육 양극화 해소 위해 대입 수시 제도 폐지 검토해야”

“한국 사회 양극화의 특징은 교육 양극화가 사회·경제적 양극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새 대통령이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교육 양극화 해소가 곧 경제 양극화 해소다. 이런 관점에서 지금의 대학 입시 제도를 대대적으로 손봐야 한다. 수시 제도 폐지도 검토할 만하다.”

류 교수는 문 대통령이 양극화 해소를 ‘투트랙 전략’ 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득 양극화 같은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정책과 함께 교육 양극화가 사회·경제적 양극화로 이어지는 고리를 끊어내야 제대로 된 양극화 해소가 이뤄진다는 주장이다. 류 교수는 이를 위해 대학 입시에서 수시 폐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류 교수는 “수시 제도는 당초의 취지처럼 시험 성적 위주의 획일적 평가를 벗어나 소질과 적성, 인성을 중시해 다양한 학생들을 다양한 지역에서 뽑는 식으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 면서 “서울대조차 그렇지 않다” 고 지적했다. 그는 “부모의 재력과 스펙에 따라 등락이 좌지우지되는 공정하지 못한 제도라면, 아예 수시를 폐지하고 100% 정시로 대학 입시를 단일화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게 맞다고 본다” 고 했다.

문 대통령은 수시 제도 전면 폐지는 아니지만 비중은 축소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는 현행 대입 전형 중 논술과 특기자(영어, 수학, 과학) 전형을 폐지하고 학생부 교과, 학생부 종합, 수능 3가지 전형으로 단순화한다는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수능 절대평가제도도 추진 중이다. 한국사, 영어에 적용되는 절대평가를 전 과목으로 확대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예컨대 수학 점수가 91~100점인 학생은 모두 1등급을 부여하는 식이다. 점수 구간을 어떻게 나눌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 경우 학생 간 실력을 변별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문 대통령은 오는 7월쯤 수시 축소와 수능 절대평가제를 포함한 실행 계획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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