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외 경제환경은 녹록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은 보호무역 기조를 강화하고 있고, 사드(THAD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이후 중국은 우리 경제에 대한 제재 조치를 확대하고 있다. 북핵(北核) 문제 해결도 요원해 보인다. 한국 경제의 산증인으로 불리는 박승 중앙대 명예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마주할 대외 경제환경은 대단히 어려울 것”이라며 “문 대통령은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과 금리 인상, 중국의 경제적 제재, 북핵 문제 등 다양한 대외 경제 현안을 국익 우선 원칙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북 김제 출신인 박 명예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주립대 알바니 캠퍼스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은행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15년을 일했고, 중앙대 정경대학장,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을 거쳐 노태우 정부에서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과 건설부 장관을 지냈다.

김대중 정부 말 한국은행 총재로 임명돼 노무현 정부 중반까지 한은 총재를 지냈다. 지금은 중앙대 명예교수로 재직하고 있는데, 문재인 대통령의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 자문위원장을 맡으며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 정책 뼈대를 구성하는 데 참여했다. 박 명예교수를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자택에서 인터뷰했다.



사드 배치 이후 중국은 한국 기업에 대한 보복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롯데마트. <사진 : 조선일보 DB>

새 정부 출범 시기, 가장 우려되는 대외 경제 리스크는.
“세계적인 반(反)자유주의 흐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보호주의, 자국이익 우선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개방주의에 반대하는 흐름이 커지고 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질 미국 정책금리 인상도 우리 경제에 큰 리스크다. 중국으로 시선을 돌려도 우려가 크다. 사드 배치 이후 중국의 비(非)우호적인 경제적 압박이 계속되고 있다. 새 정부가 맞이할 대외 경제 환경은 대단히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우리나라 경제 번영에 가장 중요한 요인이 바로 한반도 평화인데, 이 전망 역시 밝지 않다. 북핵 문제가 불거지면서 한반도가 미·중 양국의 군사 경쟁장이 될 우려가 있다.”

새 정부는 미국 정부의 보호무역 정책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미국이 무역 장벽을 높인다고 해도 우리는 계속 개방과 자유무역을 지향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는 한·미 우호관계를 존중하면서 국익 우선주의와 자유개방 경제체제를 조화롭게 운영해야 한다. 한국은 근본적으로 미국·일본과 다른 입장에 있다는 점을 주변국에 끊임없이 이해시키고 설득해야 한다. 한국은 안보를 위해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지만, 경제적 측면에서 중국과도 가깝게 지내야 한다. 한·미 우호 관계와 한·미 방위조약을 유지하면서 중국과 관계를 튼튼하게 다져야 하는 입장이다. 항상 국익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결정해야 한다.”

대외 경제 환경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새 정부는 어떤 정책을 우선에 둬야 하나.
“지금까지는 공장을 지어 제품을 생산하면 수요는 스스로 생겨난다는 이른바 ‘세이의 법칙’을 기본으로 정책이 설계됐다. 그런데 환경이 바뀌었다. 수출이 감소하면서 수출의 성장 주도력이 사라졌다. 정부는 소비를 늘려야 한다. 소비를 늘리려면 소득을 고르게 분배하고 가계 소득을 높여야 한다. 대기업 소득 보호 정책이 아니라 가계 소득 확대 정책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복지가 성장을 저해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이제 복지는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건이 됐다. 정부가 민간을 제치고 시장의 중심이 돼라는 말이 아니라 민간이 수행하지 않아 발생하는 ‘시장 실패’를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보충해야 한다는 의미다. 민간(기업)에서 최저임금 인상, 배당 확대와 함께 정부가 주도하는 소득 재분배 정책이 함께 가야 한다. 이런 부분에서 개혁이 이뤄져 정부의 역할이 커져야 한다. 기업이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면서 일자리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면 정부가 법인세를 거둬 대신 투자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민간 부문에서 일자리가 생기지 않고 있기 때문에 공공 부문에서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증세는 불가피하다.”

사드 배치 이후 강화된 중국의 경제적 제재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사드 배치 논란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당장 북한이 우리나라를 공격할 경우 사드의 한반도 방어 효과는 크지 않다. 오히려 사드는 미국 본토 방위를 위한 미사일방어(MD) 체제 일부로 이해해야 한다. 한·미 관계를 고려하면 사드 배치는 필요한 조치라고 판단하지만, 이후 나타난 중국 제재로 우리 경제가 너무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전 정부는 사드를 배치해도 중국의 경제적 보복은 없을 것이라고 줄곧 주장했다. 하지만 중국의 보복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한·미 방위조약을 준수하면서 중국과 우호관계를 복원해야 한다.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중국이 북한에 대한 석유 공급을 중단해 북핵 개발을 막아주면 사드를 철수할 수 있다고 약속하거나, 사드 레이더가 중국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미국 금리 인상은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현재 연 0.75 ~1.00%인 정책금리를 2~3년 내 3% 수준으로 올릴 예정이다. 한국 기준금리는 현재 연 1.25% 수준인데,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우리나라도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 한은의 금리 인상 논의는 이르면 올해 말, 내년 초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가 인상되면 가계부채 부담이 커지고 경기 위축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 경우에 따라 부실채권이 늘어나 금융사의 위험도 커질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앞으로 가계가 높은 금리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가계부채 연착륙 대책을 마련하고, 경기 침체를 막을 수 있도록 가계 소득을 높이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 임금 인상과 배당 확대, 소득 재분배 정책을 통한 가계 소득 지원 등 방법은 많다. 금융 기관의 부실을 예방하도록 금융의 내실을 다지는 대책도 필요하다.”

폐쇄된 개성공단은 어떻게 해야 하나.
“문재인 정부가 당장 개성공단을 재개할 수는 없지만 북핵 문제가 외교적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단계에서는 개성공단 재개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 언젠가는 통일이 될 것이다. 통일이 되면 북한 주민 75만명이 남한으로 넘어올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많은 북한 주민이 남쪽으로 내려오면 주택, 교육 등 다양한 문제가 터져 나올 것이다. 통일에 대비해 북한 사람은 되도록 북한에 살 수 있도록 개성공단 같은 곳을 많이 만들어 북한 주민의 경제적 기반을 만들어 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북한 전역에 개성공단과 같은 공단을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 또 북핵 문제는 제재와 압박은 더 강화하되 한편에서는 대화의 물꼬를 터 해결해야 한다.”


▒ 박승 중앙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중앙대 정경대학장,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한국경제학회 회장, 건설부 장관, 한국은행 총재

연선옥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