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완공된 도쿄 긴자에 위치한 쇼핑몰 ‘도큐플라자긴자’. 건축사무소 닛켄셋케이(日建設計)가 설계하고 시미즈건설이 시공했다. <사진 : 건축전문웹진 ‘아치데일리’>

작년 3월 일본 도쿄의 금싸라기 땅 긴자(銀座)에 반짝반짝 빛나는 유리 건물이 등장했다. 총면적 5만㎡(약 1만5000평)의 대형 상업시설 ‘도쿄플라자긴자’다. 패션·잡화·레스토랑 등 125개 점포가 입점했고, 롯데면세점이 이 건물 8~9층에 자리 잡았다. 건물을 밖에서 흘깃 보면 외벽 유리에 비친 햇빛이 마치 파도가 이는 것처럼 일렁인다. 일본 전통 공예 ‘에도기리코(江戸切子)’를 모티브로 해 ‘빛을 담는 그릇’이라는 콘셉트로 디자인했다. 전통과 혁신을 융합한 이 건물은 올해로 창업 213년째를 맞는 시미즈(清水)건설이 시공했다.


최근 3년간 순이익 600% 증가

일본엔 오래된 건설 회사가 꽤 있다. 목조 건축 회사 곤고구미(金剛組)는 578년 세워졌다. 1804년 창업한 시미즈건설은 상장한 건설사 중 가장 오래됐다. 역사만 긴 것이 아니라 규모도 크다. 오바야시구미(大林組)·가지마(鹿島)·다이세이(大成)건설과 함께 일본 4대 대형 건설사 중 하나다.

2013년 이후 시미즈건설의 매출액은 1조5000억~1조6000억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건설 수주액도 큰 변동 없다. 그런데 당기순이익만은 2013년도 141억엔(약 1451억원) 이후 3년 만에 600% 상승해 2016년도엔 989억엔(약 1조179억원)을 기록했다. 다른 대형 건설사도 실적이 개선됐지만 시미즈건설의 실적이 두드러진다. 인건비 부담 축소와 신기술 개발, 해외 시장 개척과 일본 경기 호전이 맞물려 이뤄낸 성과다.



2012년 완공된 도쿄 주오구 시미즈건설 본사 사옥. <사진 : 시미즈건설>

성공비결 1 |
아베노믹스 효과로 건설사 실적 개선

실적 호전의 큰 원인은 아베노믹스로 일본 경기가 살아났기 때문이다. 일본에선 부동산 경기가 좋아졌고, 수도권 재개발 등 건설 사업이 많이 추진되고 있다. 이익률도 높아졌다.

일본 대형 건설사 오바야시구미·가지마·다이세이건설·시미즈건설의 2016년도 당기순이익은 모두 2년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4개 건설사 중 시미즈건설의 2016년도 당기순이익은 전년도보다 67% 늘었다. 오바야시구미는 49%, 가지마는 45%, 다이세이건설은 18% 증가했다.

시미즈건설이 맡은 대표적인 재개발 사업이 2020년 완공을 목표로 도쿄 도라노몬(虎ノ門)에 짓고 있는 ‘도라노몬트러스트타워’다. 부동산 개발 회사 모리트러스트가 시행하는 프로젝트로, 지상 38층·지하 3층 규모로 지어진다. 완공되면 호텔과 레지던스, 사무실, 레스토랑, 잡화점 등이 입주한다. 도라노몬은 중앙부처가 밀집한 가스미가세키와 도쿄타워 사이에 있는 지역이다. 입지가 뛰어나지만 노후한 저층 목조주택이 밀집한 주거 지역이다. 이 지역을 재개발하는 사업 중 하나가 도라노몬트러스트타워 건축이다.


성공비결 2 |
로봇 개발해 인건비 상승 압박 극복

일본 경기는 좋아지고 있지만, 인구 감소에 따른 노동력 부족이 겹쳐 인건비가 상승하고 있다. 일손 부족에다 비용도 올라 인력이 많이 투입되고, 일이 힘들어 젊은층이 기피하는 건설 현장은 위기를 느끼고 있다. 여러 업종 가운데 건설·외식·정보기술(IT) 분야의 임금 상승률이 높은데, 그중에서도 건설업의 인건비 상승폭이 두드러진다. 더구나 건설 현장은 일손 부족 현상으로 인력을 제때 투입하지 못해 공사 기간이 길어지면 금융 비용이 예상보다 많이 발생해 고스란히 회사에 손실로 돌아온다.

시미즈건설이 과거와 비슷한 매출액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익을 낼 수 있었던 비결은 신기술을 개발해 인건비를 절감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시미즈건설은 로봇 개발 업체 아토운(ATOUN), 건설기계 업체 SC머시너리와 함께 ‘철근 운반 로봇’을 개발해 도쿄 외곽순환도로 공사 현장에 투입했다. 200㎏의 철근을 옮기려면 6~7명이 필요하지만, 이 로봇을 이용하면 3명만 있으면 된다.

이노우에 가즈유키(井上和幸) 시미즈건설 사장은 지난해 인터뷰에서 일손 부족 현상에 대해 “여러 해결책이 있다. 정보통신기술(ICT)을 사용해 생산성을 높이고 ‘일’ 그 자체를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미즈건설은 철근 운반 로봇 외에 인공지능(AI)을 사용한 무인 조작 터널 굴착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다이세이건설은 철골을 용접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했다. 장애물을 피할 수 있고, 모양이 복잡해도 최적의 상태로 용접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만들어 탑재했다. 용접 능력은 숙련공과 비슷하지만, 휴식 시간을 주지 않아도 돼 오랫동안 작업할 수 있어 공기가 단축된다. 가지마는 산악 터널 공사에서 화약을 설치하기 위해 작은 구멍을 뚫는 작업에 필요한 인원을 종전의 4명에서 1명으로 줄이는 기술을 개발했다. 오바야시구미는 인간을 대체해 빌딩 외벽 타일을 검사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하기도 했다.

또 시미즈건설은 매설물 도면을 입력해 두면 지하 수도관과 가스관 등 지하 매설물이 어디에 있는지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작업 정확도가 높아지고, 개·보수 공사를 더 쉽게 할 수 있다.

구조적인 일손 부족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시미즈건설은 젊은층을 끌어들이기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최근엔 입사 4년차 여성 사원 미야모토 가나에(宮岡香苗)가 등장하는 TV 광고를 내보냈다. 도로 건설 현장에서 시공 관리 일을 하면서 힘들 때도 있지만, 팀으로 같이 일하기 때문에 괜찮고 보람도 있다는 내용이다. 건설사는 여성이 선호하지 않는 직장이지만, 인식을 바꿔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시미즈건설이 개발한 ‘철근 운반 로봇’. <사진 : ATOUN>

성공비결 3 |
해외 진출… 베트남 최초 지하철 건설

지금 베트남 호찌민에선 베트남 최초의 지하철이 건설되고 있다. ‘호찌민도시철도 1호선’은 총연장 19.7㎞로, 2.5㎞의 지하 구간과 17.2㎞의 고가 구간으로 구성된다. 시미즈건설은 마에다(前田)건설공업과 합작해 1.74㎞의 지하 구간을 수주했다. 또 시미즈건설은 호찌민에서 주요 간선도로의 일부가 될 교량건설사업을 수주했다. 북부 하노이 주변에선 이미 두 개의 교량을 건설했다. 그중 하나인 ‘바이차이교’는 교각과 교각 사이가 가장 긴 것은 435m에 이른다.

한국과 중국 기업에 가격 경쟁력에서 밀려 일본 건설사가 해외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산케이신문은 “베트남 최초의 지하철 공사는 기술력이나 뛰어난 시공 품질을 증명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며 “중국을 시작으로 아시아 인프라 시장에 뛰어드는 각국의 공세가 강해지는 가운데, 일본의 장점인 높은 품질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해외 건설 프로젝트 수주는 일본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더라도 버틸 수 있는 힘이 된다. 시미즈건설은 해외 매출 비율을 전체의 20%까지 높일 계획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베트남·미얀마·인도네시아 등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해외 건설 수주액은 755억엔(약 7686억원)이었지만, 올해 목표는 2배 가까운 1450억엔(약 1조4762억원)이다.



1964년 도쿄 올림픽 경기가 열린 국립요요기경기장. 단게(丹下)도시건축설계가 설계하고 시미즈건설이 시공했다. <사진 : 위키피디아>

성공비결 4 |
친환경 에너지 사업 진출

일본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에너지 절약이 국가적 과제로 떠올랐다. 시미즈건설은 2013년 일본 최초로 ‘제로 에너지 빌딩’을 지으며 기술을 확보했다. 도쿄 서쪽 야마나시현에 지은 ‘숲 속의 오피스’는 자연을 최대한 활용해 외부 에너지가 필요하지 않게 설계됐다. 자연 바람으로 냉방하고, 단열 효율을 높였으며, 햇빛을 활용해 조명 수요를 줄였다. 총 6동의 건물로 구성된 ‘숲 속의 오피스’는 바람이 통하고 자연 채광이 가능하도록 건물 간 거리를 확보했다. 전기는 태양광과 산림사업 부산물을 이용한 ‘목질 바이오매스’를 이용해 생산한다. 시미즈건설은 2018년에 중층 건물을 ‘제로 에너지 빌딩’으로 지을 계획이다.

2012년 완공한 시미즈건설 본사도 에너지 절감 기술을 적용했다. 건물 외장재 일부에 태양광 패널을 채택했다. 총 962매, 넓이는 2000㎡의 태양광 패널이 건물 외장재로 설치됐다. 연간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하는 전력은 8만4000kwh로, 조명용 전력에 사용된다. 햇빛을 차단해 내부 온도를 낮게 유지하는 효과도 있다. 그리고 자체 개발한 컴퓨터에 의한 절전 제어 시스템을 사용해 도쿄의 일반 오피스 빌딩에 비해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62%(연간 3000t) 이상 감축했다.

시미즈건설은 건설 외의 다른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전력 판매다. 시미즈건설은 작년 11월부터 보유한 건물이나 임대 빌딩을 대상으로 전력 판매 사업을 시작했다. 건설업은 건물을 완공하는 데서 임무가 끝나지만, 전력 공급은 장기간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 6월 1일엔 일본 산업기술종합연구소와 공동으로 태양광 발전을 활용한 수소 에너지 이용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 시스템은 태양광 발전으로 얻은 전력으로 물을 전기 분해해 수소를 만든 다음 이를 저장하고, 필요할 때에 꺼내 연료전지로 전기와 열을 얻는 구조다. 내년 3월까지 실제로 가동해 보고 성능을 검증한다. 일본에선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수소 에너지 보급이 추진되고 있다. 시미즈건설은 안전한 수소 에너지 시스템을 개발해 건물에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plus point

시미즈건설 2세기 역사
213년 동안 CEO 13명… 한국은행 본점 등 건축

손덕호 기자

시미즈건설 창업자 시미즈 기스케.
시미즈건설은 1804년 시미즈 기스케(清水喜助)가 도쿄 간다(神田)에서 창업했다. 처음엔 에도(江戸) 막부로부터 일감을 따내며 성장했다. 메이지유신이 발생한 1868년엔 일본 최초의 서양식 호텔 ‘쓰키치호텔관’을 설계·시공하며 이름을 알렸다.
시미즈건설은 1887년 서양식 건축 설계가 가능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제도장(製圖場)을 설치했다. 현재 회사 설계부의 기원이 된 조직이다. 또 1944년엔 설계부 내에 연구개발조직을 만들었다. 모두 일본 건설업계 최초다. 일제시대 식민지 조선에서도 이름 있는 건물을 지었다. 현재의 한국은행 본점과 옛 서울역 건물을 시미즈건설이 지었다. 이 당시 일본에선 도쿄대의 상징인 야스다(安田) 강당을 시공했다.


1966년 전문 경영인 체제로 전환

213년의 긴 역사 동안 경영자는 지난해 취임한 이노우에 가즈유키 CEO까지 13명뿐이다. 1966년까지는 시미즈 가문에서 경영을 직접 맡았고, 이후엔 전문 경영인이 등장했다. 경영인 한 사람이 평균 16년간 회사를 이끈 셈이다. 시미즈건설의 최대 주주는 지분 7.69%를 가진 시미즈지쇼(清水地所)다. 이 회사는 창업주 시미즈 기스케에서 시작한 시미즈 가문의 5대손이자 시미즈건설의 6번째 사장으로 1966년까지 재임한 시미즈 야스오(清水康雄)가 1959년 설립한 부동산 임대 회사다. 시미즈건설은 1961년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시미즈 야스오는 상장을 앞두고 시미즈 가문이 갖고 있는 주식을 앞으로도 안정적으로 보유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시미즈지쇼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시미즈건설의 3대 주주(지분율 4.86%)는 사회복지법인 시미즈기금이다. 이 복지 단체는 시미즈 야스오의 유지에 따라 장애인을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 시미즈건설은 시미즈 야스오가 사망한 1966년부터 전문 경영인 체제로 전환됐지만, 시미즈지쇼는 지금도 시미즈 가문이 경영하고 있다.

시미즈건설 창업자의 6대손인 시미즈 미쓰아키(清水滿昭·77)는 현재 시미즈지쇼의 회장이다. 시미즈건설의 최고경영자는 아니지만, 1966년부터 시미즈건설의 이사로 재직 중이다.



이미지 크게 보기

손덕호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