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엘리베이터는 국내에 설치하는 엘리베이터 전량을 경기도 이천 공장에서 생산한다. 지난해엔 2만대가 넘는 엘리베이터를 생산했다. 국내 1위 규모다. <사진 : 조선일보 DB>

6월 19일 현대엘리베이터의 경기도 이천 생산 공장. 엘리베이터의 핵심 부품인 ‘권상기(traction machine)’ 제작이 한창이다. 권상기란 엘리베이터를 움직이게 하는 도르래를 말한다. 건물 맨 위에 설치되며 장착된 모터의 힘으로 엘리베이터를 위아래로 움직인다.

권상기 틀이 자동화된 부품가공 시스템(FMS) 기계에 들어가 절단·가공·세척·검사 작업을 거친다. 이후 권상기 안에 들어가는 로터(회전자), 영구자석, 브레이크 드럼 등 주요 부품이 조립된다. 이 조립은 100% 수작업으로 진행된다. 생산 자동화 시스템과 컨베이어 벨트 없이 소수의 작업자들이 한 팀을 이뤄 제품을 조립하는 셀라인(cell-line) 방식은 이천 공장의 특징이다. 이곳에선 월 2000대의 엘리베이터가 생산된다. 엘리베이터 설치는 건물 공사 현장에서 이뤄진다. 장병우 현대엘리베이터 대표는 “현대엘리베이터의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엘리베이터의 품질은 생산 공장에서 50%, 공사 현장에서 50% 좌우된다”고 말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성장 속도가 가파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2016년 매출 1조7587억원, 영업이익 181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21.4%, 16.0% 증가했다. 특히 현대엘리베이터는 2007년 국내 엘리베이터 시장(설치 기준) 1위에 오른 뒤 현재까지 그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성공비결 1 | 엘리베이터 핵심부품 국내서 생산

현대엘리베이터의 성장 비결은 무엇일까. 우선 국내 생산 체제를 꼽을 수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국내에 설치하는 엘리베이터 전량을 이천 공장에서 생산한다. 지난해에 2만대가 넘는 엘리베이터를 생산했다. 국내 1위다.

현대엘리베이터의 국내 생산 시스템은 중국 등 해외에서 엘리베이터를 생산해 국내로 수입하는 미국 오티스, 독일 티센크루프 등 글로벌 기업과의 차별화 요소이자 현대엘리베이터의 강점이다. 중국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가격이 저렴하지만 국내에서 생산하는 제품에 비해 품질이 떨어진다.

품질은 안전과 직결된다.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안전은 엘리베이터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성장 키워드”라며 “엘리베이터의 핵심 부품은 자체 생산하고, 의장·전장 등의 부품은 검증된 국내 협력업체로부터 납품받고 있다”고 말했다.

높은 생산 효율성도 이천 공장의 강점이다. 이천 공장은 지난해 생산 라인을 재구성하면서 자재와 제품, 작업자의 동선을 최적화했다. 과거 별도로 진행하던 제품 가공 공정을 하나의 생산 라인으로 연결하면서 생산 효율을 극대화했다. 야간에 생산 설비를 자동 운영하는 24시간 생산 시스템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생산성을 약 25% 향상시켰다.

공장 스마트화도 진행 중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4차 산업혁명 대응 태스크 포스(task force)를 운영하고 있다. 이 TF는 현재 이천 공장의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 구축 로드맵을 수립하고 있다. 로드맵은 올해 7월 말 완성된다. 회사 관계자는 “이천 공장이 (부분적으로) 스마트 팩토리로 바뀌면 생산량에 비약적인 발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중국을 중심으로 동남아시아·중동·아프리카 등에서 엘리베이터 생산, 판매, 유지관리 사업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현대엘리베이터의 초고속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중국 허베이성(河北省)의 랜드마크빌딩 ‘러타이센터’. <사진 : 현대엘리베이터>


성공비결 2 | 첨단원격관리 활용한 유지관리 사업

엘리베이터 사업은 크게 생산(제조), 설치, 서비스(유지관리) 세 분야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중 유지관리 부문은 채산성이 가장 높은 사업이다. 엘리베이터는 안전을 중요시하는 제품 특성상 매월 정기적으로 유지관리 점검을 해야 한다. 기업이 설치하는 엘리베이터가 증가할수록 유지관리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도 늘어난다.

현대엘리베이터는 2015년 국내 엘리베이터 유지관리 시장 1위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업계 최초로 유지관리 엘리베이터 대수 12만대를 돌파했다.

이런 성과는 현대엘리베이터가 2013년 개발해 꾸준히 업그레이드하고 있는 첨단원격관리서비스 ‘현대 리얼타임 서비스(HRTS)’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HRTS는 24시간 원격으로 엘리베이터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이상이 발생했을 때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지난해 HRTS가 적용된 엘리베이터는 2015년 대비 46% 늘었고, HRTS는 새로운 유지관리 시장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최근 세계 엘리베이터 시장에서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사물인터넷(IoT)이 HRTS와 맥락이 같기 때문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건물에 설치된 엘리베이터 부품에 센서를 달아 운행 횟수, 운행 시간, 부품 수명 등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축적하고 있다. 동시에 데이터를 분석해 엘리베이터 운행에 반영한다. 또 부품 교체 시기와 같이 유지관리에 필요한 정보를 사전에 파악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 고장이나 수리로 인한 운행 중단 등 불필요한 비용과 시간을 절약하고 있다.


성공비결 3 | 안정적인 노사관계

안정적인 노사관계도 현대엘리베이터의 성장 비결로 꼽힌다. 현대엘리베이터는 1989년부터 현재까지 28년 동안 단 한 차례의 노사분규도 없었다. 그 비결은 ‘무(無)고용조정’에 있다.

오티스, 티센크루프 등 글로벌 기업은 엘리베이터 시장 규모가 줄거나, 수익성이 떨어지면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구조조정은 사업 포트폴리오 변경, 생산 비용 절감, 인력 감축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현대엘리베이터는 다른 구조조정은 진행했지만, 인력 감축은 절대 하지 않았다. 이를 통해 현대엘리베이터는 ‘직원을 해고하지 않는다’는 노동조합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동시에 함께 성장한다는 공감대도 형성했다.

안정적인 노사관계는 위기 때 더욱 빛났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상황에서 노조는 자발적으로 임금을 동결하고 상여금을 반납하며 회사가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도록 함께 노력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는 2006~2008년 3년 동안 임금단체협상 교섭 전권을 회사에 위임하는 등 회사에 대한 굳은 신뢰를 보여줬다. 사측 역시 매년 개최하는 경영전략회의에 노조를 참석시켜 경영 실적과 전망을 투명하게 공유하고 있다.

이런 무(無)고용조정은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기술력을 축적하는 데에도 효과적이다. 장병우 대표는 “사람을 내보내면 그가 지닌 기술과 전문성도 같이 사라진다”며 “기술과 전문성은 한 번에 끌어올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쌓아가는 것이고, 그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성공비결 4 | 2020년까지 해외 매출 38%로 확대

현대엘리베이터는 중국을 중심으로 동남아시아·중동·아프리카 등에서 엘리베이터 생산, 판매, 유지관리 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에는 해외에서 316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체 매출(1조7587억원)의 18%에 해당한다.

현대엘리베이터는 1993년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첫 해외 사업이었다. 중국 엘리베이터 제조업체인 장강전제유한공사와 합작회사를 설립했고, 1994년 상하이(上海) 공장을 세웠다. 이 공장은 설립 초기에는 에스컬레이터만 생산하다가 1996년부터 엘리베이터를 제조하기 시작했다. 당시 현대엘리베이터의 합작회사 지분율은 51%였다.

그런데 합작회사의 사업 구조가 다소 이상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중국 내수 시장에서 엘리베이터를 판매할 수 없었다. 중국 시장 진출 조건이었다. 장강전제유한공사가 중국 내수를 맡았고, 현대엘리베이터는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을 동남아시아·중동 등 해외에 판매하는 수출 사업을 했다. 그러다 2014년 현대엘리베이터는 합작회사의 지분 100%를 인수했고, 중국 내수 시장 공략에 나섰다. 현대엘리베이터는 늘어나는 중국 물량에 대응하기 위해 내년 초 중국 신공장 착공에 들어간다. 중국은 연간 엘리베이터 설치 대수가 50만대에 이르는 세계 최대 엘리베이터 시장이다.

장병우 대표는 “세계 최대 엘리베이터 시장인 중국을 제2 내수 시장으로 키울 계획”이라며 “중국 신공장은 엘리베이터 공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스마트 팩토리로 지을 것이다”고 말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수출 시장을 기존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 미국·일본 등 선진국과 중동, 아프리카로 다변화했다. 2017년 현재 현대엘리베이터는 54개국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특히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해 ‘비전 2020’을 선포하고, 현재 18~23%의 해외 매출 비율을 2020년까지 38%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세계화 추진부’를 신설하고, 수출 대상국 가운데 집중 시장을 선정해 조직 개편에 나섰다. 수출 집중 시장은 중국을 비롯한 인도·터키·말레이시아·베트남·필리핀·사우디아라비아·이란 등 8개국이다.

장병우 대표는 “올해는 현대엘리베이터 세계화의 원년”이라며 “현대엘리베이터의 7개 해외 법인과 54개 해외 사무소를 중심으로 대형 건설사와 현지 정부 발주 프로젝트, 한국 건설사의 해외 프로젝트를 집중 공략해 해외에서 더 많은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고 말했다.


plus point

interview 장병우 현대엘리베이터 대표
“세계화 통해 국내 최고 넘어 글로벌 1위 되겠다”

박용선 기자

장병우 현대엘리베이터 대표는 기술력과 품질을 현대엘리베이터의 성장 비결로 꼽았다. 동시에 현대엘리베이터가 국내 1위를 넘어 세계 1위가 되기 위해선 “현지화를 통한 세계화 전략을 적극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성장비결은 무엇인가.
“높은 기술력과 품질이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엘리베이터 제조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또 다른 업체들이 중국에서 생산, 국내로 수입하는 것과 달리 현대엘리베이터는 국내에서 생산하며 품질을 높였다. 초고층 엘리베이터의 경우, 속도가 중요한데 현대엘리베이터는 2009년에 세계 최고 수준인 분속 1080m의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만들었다. 현재는 정부 지원 프로젝트로 분속 1260m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속도뿐만 아니라 홍채인식, 음성인식 기술,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유지관리 서비스 등 다양한 측면에서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

올해를 세계화 원년으로 해외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세계화 전략은.
“기업은 해외 사업을 추진할 때 철저히 그 나라의 ‘기업 시민’이 돼야 한다. 그 나라에 ‘귀화’하는 것이다. 이게 바로 현지화이고 세계화 전략의 핵심이다. 생각은 글로벌(global)하게 하지만, 행동은 그 나라에 맞게 로컬(local)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그 시장과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 지역 전문가 육성도 중요하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우수한 주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1년간 현지에 직원을 파견해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고 어학, 직무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지역 전문가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항상 ‘안전’을 강조한다. 이유가 무엇인가.
“한국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엘리베이터 시장이다. 매일 수천만명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엘리베이터 유지관리 시장에서 ‘가격’으로 승부하는 업체가 많다. 엘리베이터는 공장에서 부품을 생산하고 현장에 설치한 다음 고객에게 인도한 후에 고객과 서비스 계약을 한다. 이런 과정에서 설치 현장과 서비스 점검 현장에서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가치다.”

리더로서 갖춰야 할 역량이 있다면.
“조직을 이끌기 위해선 반드시 소통의 중요성을 이해해야 한다. 소통이 필요한 이유는 기업 경영의 본질이 바로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선 상대방 입장에서 감성을 만지는 소통이 필요하다.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 훌륭한 리더가 될 수 있다.”

반대로 리더가 조심해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리더는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직원들에게 훨씬 두렵고 중요한 존재다. 무심코 내뱉은 말과 행동이 직원들에게는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리더는 자신의 말과 행동이 갖는 무게에 대해 깊이 생각해야 한다.”

박용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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