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타이베이의 85도C 매장에서 한 점원이 주문 들어온 음료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 : 블룸버그>

최근 몇 년간 한국 관광객들 사이에서 대만이 ‘미식(美食) 투어’를 하기 좋은 나라로 떠올랐다. 망고빙수, 단수이(淡水) 카스텔라는 입소문을 타고 한국으로 들어와 주변에서 쉽게 맛볼 수 있는 디저트가 됐다. 대만 여행 중 꼭 맛봐야 할 메뉴가 ‘단짠(단맛+짠맛) 커피’로 유명한 ‘시솔트커피’다. 그리고 단짠 커피로 가장 유명한 카페가 대만 최대 규모 카페인 ‘85℃(중국어 표기 ‘85度C’·이하 ‘85도C’)’다.

카페 85도C는 메이스다런(美食達人·영문 회사명 ‘Gourmet Master’)이 운영하고 있다. 2004년 우정쉐(吳政學) 대표가 창업했다. 커피와 차(茶) 음료, 케이크, 빵을 판매한다. 2007년 매출액은 40억대만달러(약 1477억원)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지난해 매출액은 220억4700만대만달러(약 8142억원)로 빠르게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23억6400만대만달러(약 873억원)로 영업이익률은 10.7%다.



중국 상하이에 있는 85도C 매장. <사진 : 위키피디아>

한국 관광객에게 ‘단짠 커피’로 유명

메이스다런의 규모를 국내 기업과 비교하면 이디야(2016년 매출액 1535억원)보다 5배 이상 크고, 파리바게뜨 브랜드를 보유한 파리크라상(2016년 매출액 1조7771억원·개별 기준)의 절반 수준이다.

빠른 성장 비결은 해외 진출이다. 85도C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대만 407개, 중국 538개, 홍콩 9개, 미국 25개, 호주에 8개의 점포를 갖고 있다. 이후 몇 달간 점포를 더 확장해 매출액을 지역별로 구분하면 중국 67%, 대만 18%, 기타 15%다. 중국과 미국이 지난 몇 년간 성장을 이끌고 있다. 2010년 대만 주식시장에 상장했다.


성공비결 1 l
카페 붐 일 때 싸고 맛있는 빵 판매

우 대표가 카페를 개업해 커피와 빵을 팔아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타이베이(臺北)의 5성급 호텔에서 사업을 위해 회의를 가졌을 때다. 그는 호텔에서 빵을 먹고는 ‘맛은 좋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느꼈다. 그리고 가족여행으로 일본에 갔을 때 관광지에 있던 작은 케이크 가게에서 합리적인 가격의 맛있는 커피와 케이크를 즐겼던 추억이 떠올랐다. 원래 저가 피자 사업을 하던 우 대표는 이후 커피와 케이크로 업종을 전환했다.

그러나 우 대표가 첫 번째 85도C 매장을 타이베이에 열었을 때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이미 카페 시장 경쟁은 치열해져 있었다. 스타벅스가 대만에 진출한 지 6년이 지난 시점이었고, 점포도 100개가 넘었다. 스타벅스를 모방한 현지 커피 전문점도 많았다.

일단 메이스다런은 가격을 낮추는 전략을 사용했다. 현재 대만에서 85도C의 카페 아메리카노(사이즈 中)는 55대만달러(약 2000원)에 판매된다. 스타벅스의 톨(Tall) 사이즈 카페 아메리카노는 95대만달러(약 3500원)로 한 배 반 수준이다. 치즈케이크 1조각은 85도C의 가격이 스타벅스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우 대표는 가격뿐만 아니라 맛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카페 브랜드명인 ‘85도C’는 커피를 마실 때 최적의 온도인 85℃에서 따왔다. 커피 원두는 과테말라에서 직접 수입한다. 맛있는 케이크를 만들기 위해 5성급 호텔의 셰프를 찾아가 계속 설득했고, 7번째 만남에서 겨우 허락을 얻어냈다고 한다.

85도C는 합리적인 가격과 맛있는 케이크·빵을 무기로 대만에서 성장을 계속했다. 현재 점포 수는 스타벅스의 2배 이상이다.


성공비결 2 l
중국 본토 진출해 빠른 성장

지난해 메이스다런 전체 매출액의 3분의 2가 나온 중국 시장엔 2007년 진출했다. 본격적으로 점포를 확장한 2008년 중국 시장 매출액은 메이스다런 전체의 14%에 그쳤지만, 점포 확장과 함께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중국 점포 수가 대만보다 32% 적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의 점포당 매출액이 대만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다. 중국에선 스타벅스 같은 글로벌 커피 전문점이나 현지 업체의 커피 가격이 한국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그러나 85도C는 중국에서도 합리적인 가격과 다른 업체보다 뛰어난 품질로 인기를 끌었다.

중국에서 85도C가 인기를 끈 것은 경제 성장으로 중국인들의 지갑이 두둑해지고 소비 문화가 확산됐지만, 디저트와 같은 서양식 식문화는 뒤떨어져 있었던 것도 배경이다. 서양식 디저트에 대한 중국인들의 수요가 늘어날 때, 적절한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대만의 디저트 업체다. 85도C도 그중 하나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012년 대만의 디저트 업체에 대해 분석하면서 85도C를 중국에서 성공한 대표적인 대만계 업체로 꼽았다. 당시는 85도C가 중국에서 빠르게 점포망을 확대시키던 때다. 당시 85도C의 중국 본토 사업 관계자는 “중국 본토의 소비자들은 85도C에 대해 마치 대만인들이 스타벅스를 볼 때처럼 느낀다”고 했다.

다만 지난해엔 성장세가 주춤했다. 중국 경제 성장률이 7% 아래로 떨어지는 등 거시 경제 여건이 악화된 것이 요인이었다. 싱가포르나 한국계 카페 브랜드가 중국에 진출한 것도 타격을 줬다. 현지 카페 브랜드도 많이 생겨났다. 중국에선 매년 점포를 50~80개씩 늘렸지만, 2015년엔 2014년보다 10개 늘리는 데 그쳤다.

중국에서 성장 속도 둔화는 메이스다런의 전략 중 하나다. 85도C의 점포망이 중국 대륙에 급속하게 확산되다 보니 관리 시스템에 빈틈이 생겼다. 85도C가 인기를 끌자 일부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품질 좋은 커피·빵을 판매하기보다 이익만 좇아 맛과 서비스가 악화됐다.

품질 악화 현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메이스다런은 2016년부터 근본적인 개혁을 추진했다. 점포 통폐합이 대표적이다. 허난(河南)성의 성도 정저우(鄭州)엔 2011년 진출했지만, 2016년 7월 완전 철수했다. 85도C가 품질을 유지하면서 공급할 수 있는 능력 한계선에서 벗어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익이 나지 않는 점포를 폐쇄하는 등 점포망을 구조조정한 뒤, 올해부터 다시 신규 점포 개설을 확대할 계획이다.



(좌) 우정쉐 메이스다런 CEO. <사진 : 유튜브 캡처> (우) 작년 6월 10일 열린 85도C 미국 LA 다운타운점 개점식. <사진 : 85도C>

성공비결 3 l
무모해 보였지만 성공한 미국 진출

메이스다런은 중국에 진출한 다음 해인 2008년,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 첫 번째 점포를 내며 미국에 진출했다. 당시 대만의 언론들은 미국 진출에 대해 “무모하고 잘못된 경영 판단”이라면서 “한정된 자원을 중국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중국 사업이 폭발적으로 확장될 때였고, 실제로 그런 지적은 일리가 있었다. 또 애초에 대만 기업이 식문화가 더 앞선 미국에 빵과 케이크, 커피를 팔기 위해 진출하는 것 자체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미국 진출 초기엔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미국인의 입맛에 맞춰 단맛을 강화했고, 제품의 중량을 늘리는 등 레시피를 조정했다. 중국과 미국에 동시에 진출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인력 투입이나 자금 확보도 충분하지 않을 때가 있었다.

하지만 미국에서 85도C 점포는 순조롭게 늘어났다. 2013년 점포 수는 9개였지만, 2016년 말 25개까지 늘었다. 미국에 진출해 가장 좋은 점은 점포당 매출액이 높다는 것이다. 매장 크기는 카페보다 패밀리레스토랑이나 푸드코트에 가깝다. 빵을 대량 구매해 집으로 돌아가는 고객이 많다. 점포 규모가 대만이나 중국의 4~5배이고, 점포당 매출액은 대만의 12~15배나 된다.

미국에서 85도C는 캘리포니아와 텍사스, 워싱턴주에 점포망이 있다. 올해 1월엔 스타벅스 발상지인 시애틀에 매장을 열었고, 7월 7일에는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전 세계 1000번째 점포를 냈다. 85도C는 올해에만 미국에 6개의 점포를 내, 총 31개의 점포를 갖게 됐다.

우 대표의 미국 사업 목표는 매년 20개의 신규 점포 개설이다. 메이스다런은 미국에 점포망을 확대하기 위해 공급망을 먼저 갖췄다. 대만 영자지 차이나포스트에 따르면 85도C는 밀가루 반죽과 케이크를 생산할 공장을 2013년 남부 캘리포니아에 지었다. 이 공장에서 반쯤 완성된 상태의 반죽을 공급하면 매장은 오븐에서 구워 빵을 완성한다. 숙달된 제빵사가 없고, 빵을 만들 인력이 부족하더라도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만큼 빵을 공급할 수 있게 됐다.

85도C는 현재 점포 업그레이드에 집중하고 있다. 대만에선 2012년부터 커피와 케이크를 사서 나가는 ‘테이크아웃형 1세대 매장’에서 ‘카페형 2세대 매장’으로 변화하고 있다. 자리에 앉아 커피와 케이크를 먹고 나가려면 넓은 면적이 필요하다. 점포를 업그레이드하면서 매장 면적을 종전보다 30%쯤 커진 120㎡로 확대했다. 전체 점포의 절반 정도인 약 200개 점포가 2세대 매장으로 리모델링 작업이 완료됐다. 점포가 고급화하면서 매장당 매출액도 증가했다.


매장 고급화와 중국 시장 성공이 관건

메이스다런이 앞으로 계속 성장하려면 중국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차지해야 한다. 중국 카페 업계는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고, 85도C의 점포당 매출액 증가율은 낮아지는 추세다. 한·중 관계 악화로 지난해 한국계 브랜드 성장세가 꺾여 85도C가 일시적으로 경쟁 우위를 차지했지만 다른 악재도 있다. 일본계나 대만계 편의점이 저렴하고 맛도 괜찮은 커피와 디저트류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plus point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커피·베이커리 시장


2015년 12월 중국 상하이에 문을 연 파리바게뜨 해외 200호점. <사진 : SPC 제공>

중국 온라인 케이크 전문점 ‘21케이크’의 제품. <사진 : 21cake>
중국은 전통적으로 차(茶)를 마셔온 나라지만, 지난 몇 년간 커피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중국의 커피 정보 제공업체 카먼(咖門)과 소셜 커머스 업체인 메이퇀뎬핑(美團點評)의 연구소는 ‘음료빅데이터센터’를 공동으로 설립해 지난 5월 중국 전역 커피 전문점의 생존 현황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커피 소비시장 성장률은 연평균 16%에 달했다. 영국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도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커피 시장 성장률이 연평균 20%를 크게 웃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경쟁은 지금도 매우 치열하다. 중국에 카페 브랜드는 10만개가 넘는다. 상하이엔 중국에서 가장 많은 5567개의 카페가 있고, 2위 베이징 3722개, 3위 광저우 2714개를 기록했다. 상하이, 베이징, 광저우, 선전 등 4대 도시의 커피 전문점 수는 전국의 15.7%를 차지했다.

중국의 카페는 창업이 활발한 만큼 폐업도 급증했다. 지난해 폐점률은 13.5%에 달했다. 커피 시장 인프라가 부족하고, 사업 능력이 부족한 개인 창업자가 시장에 뛰어든 것이 원인이다. 85도C가 완전히 철수한 정저우도 경쟁이 심한 곳 중 하나다. 이곳에서 탄생한 하오쟈리(好嘉利)도 전성기엔 전국에 점포를 100여개 두고 홍콩 증시 상장도 계획했지만, 경쟁이 치열해지자 경영이 악화돼 2015년 파산했다.

한편 중국인들은 우유와 설탕이 들어간 커피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먼·메이퇀뎬핑의 조사에 따르면 중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커피 메뉴는 카페라테였고 2위는 모카라테, 3위는 카라멜마키아토였다. 카페 아메리카노는 9위를 기록했다.

베이커리 시장도 성장 가능성이 크다. 미국계 베이커리 업체 리치스에 따르면 중국의 베이커리 시장 규모는 2000억위안(약 33조27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소비량은 적다. 2015년 기준으로 중국의 1인당 서양식 빵 소비량은 0.7kg밖에 되지 않는다. 대만의 9kg, 일본의 12kg, 유럽의 50kg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중국은 다른 아시아 국가와 달리 국수와 중국식 찐빵 만터우(饅頭) 등 독자적인 밀가루 식문화가 발전했다. 그래서 중국인 식문화에 서양식 빵과 케이크가 얼마나 받아들여질지, 다른 아시아 국가와 비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현재 소비량이 매우 적어 서양식 빵이 더 받아들여질 여지가 많다.

중국의 베이커리 산업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나눠져 있다. 오프라인 시장은 85도C와 파리바게뜨 등 거대 브랜드 위주로 운영된다. 이들 업체는 온라인 판매를 거의 하지 않는다. 온라인 시장을 대표하는 업체는 21케이크, 인케이크, 누오신 등이다.

손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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